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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박목철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4-09-28 19:05
ㆍIP: 211.xxx.28
폐기물 수거 인의 갑질,
           

근래에 들어 갑의 횡포에 대한 여론이 연일 대한민국을 달군다.
수많은 갑이 연일 여론의 질타를 받더니 이번엔 국민의 심부름꾼이라는 의원이 사회적 약자인
대리기사를 상대로 갑질을 제대로 한 모양이다.
갑질이란 조어를 보고 한국인의 조어능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질이란 말은 남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허접한 일에 붙이는 말로서 말 자체로도 멸시의 뜻이 깔려있다.
흔히 서방질이니 도둑질이니, 더 심한 경우에 해당되는 말도 많이 있다.
우월한 위치를 이용, 상대에 대한 월권을 질이라 한 것은 참으로 타당한 말인 듯싶다.

우리는 흔히 힘을 가진 자나 사회적 강자가 갑질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갑과 을의 위치는 고정된 것이 아닌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생물과도 같다.
때에 따라 약자가 순식간에 갑이 되기도 하고, 그런 경우 그 기회를 놓칠세라 갑질을 하는 것을 보면
인간은 성악설까지는 아니더라도 갑질을 추구하는 못된 본능이 있나 보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되지만, 장례에 관련된 일을 하거나, 심야에 택시를 잡거나,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
잘 팔리는 물건을 사려 할 때 등 예를 들자면 끝도 없이 주변의 갑질은 너무도 많다.

큰딸이 겨울철 눈이 무서워 평창 집을 떠나 전원생활의 천국이라고 소문 난 양평으로 이사했다.
손주 녀석이 툭하면 열이 올라 병원을 가려 하면, 쌓인 눈 때문에 차들이 오르지 못해 발을 구른 적이 많기 때문이다.
한번은 쌓인 눈을 어쩌지 못해 사위가 군청에 도움을 청한 적이 있다.
고맙게도 밤에 불을 밝혀가며 굴착기까지 동원 바로 눈을 치웠다 (평창군청 관계자에게 지금도 감사하는 마음이다.)
물 맑고 공기 좋고 인심 좋아 전원생활로는 천국이라는 양평으로 이사했으니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한결 마음이
편했다. 최소한 눈 때문에 발 굴릴 일도 없고, 공기 맑고 물 맑은 살기 좋은 양평이라 하지 않던가,

“어때 살기 좋지?” 당연히 만족한 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뜻밖에 딴소리가 나왔다.
“재활용 폐기물 처리 때문에 골치 아파요,” 예상치 못한 답에 놀라서 자초지종을 물었다.
전원생활이니 시장을 자주 찾지 못하고 인터넷을 통한 구매가 많다고 했다.
그러다 보면 박스를 비롯한 재활용 폐기물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재활용 폐기물 수거 일에 맞춰 박스를 내놔도 수거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거 차를 세우고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아래위를 훑고는 그냥 횡 하니 지나칠 땐 무섭기까지 하다고 했다.
견디다 못해 면에 전화했더니, 친절하게도? 박스는 박스대로 묶고 병이나 패트병이나 팩은 종류별로 마대에
담아야 수거한다고 훈계를 하더라는 것이다.

지자체의 자기 편하자는 행정에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어 군청 게시판에 아래와 같은 글을 올렸다.
분류는 집결지에서 하는 것이지 가정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
모여서 양이 많아져야 분류도 가능하지 가정에서 한 두 개씩 발생하는 병이나 패트병 또는 종이 팩을 각자 따로
마대에 담아 내놓으라니, 이야말로 자기만 편하자는 행정의 표본이라 생각되어서이다.
- 물건을 택배 보낼 때 보내는 사람이 분류하는가? - (집결지에서 배달 자가 편하자고 분류하는 것이다.)
- 아파트, 각 가정에서 가져온 것을 큰 마대로 분류해 놓고 넣도록 한다. (역시 집결지에서 분류한다.)

다시 말하지만 가정에서 각자가 종류별로 나눠서 담으라는 것은 자원의 낭비이고 비효율적 조치이다.
또한, 재활용 수거 물은 다 돈이고 그것만 수거해서 먹고사는 사람도 우리 주변엔 많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재활용 폐기물을 아무 때나 버리고, 개인에게 분류하라고 하지도 않는다.
일반 쓰레기와 섞지만 않으면 된다. 처음 이사 와서 버릴 때 분류해서 넣으려니 수거하는 분이 말렸다.
‘어차피 우리가 다시 분류해야 하니 그냥 버리고 가세요, 이중 일 됩니다.“
이게 정답이라고 생각된다.
아파트 관리실에서 재활용 수거 물에 대한 이권을 포기하고 처리자에게 맡기니, 아무 때나 버려도 분류도
처리도 불평 없이 할 뿐만 아니라 고맙게 생각까지 한다. (박스나 알루미늄 캔 등은 일부러 가져다주게된다.)
지자체도 경쟁시대이다. 눈 무서워 이사했듯 폐기물 수거차 갑 질 무서워 또 아사한단 말 나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너무 엄살이 심한가? ㅎㅎ
하지만, 버려만 줘도 고맙다는 곳도 많은데 갑질까지 하며 받으려는 건 심하다.
이름아이콘 설연화
2014-10-01 09:32
회원사진 		갑과 을은 메비우스의 띠와 비슷하죠.
서로 꼬리를 물고 얽혀 있으니까요.
어느 갑질이든 서로 한 발짝 씩만 양보하면 웃음으로 대할 수 있는데
그 이기적인 마음이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박목철 작가님의 좋은 글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행복하고 활기찬 하루 하루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이름아이콘 정찬열
2014-10-03 23:12
회원사진 		박목철 작가님 그간 잘계신지요
이자리를 빌어 지난 가을 행사에
순우리말 글 짓기에 금상을 수상 하심을
다시한번 축하드리며 "폐기수거물의 갑질"
좋은글 마음에 담고 갑니다.

추워진 날씨 건강하시고 즐거운
주말 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이름아이콘 박목철
2014-10-18 16:55
회원사진 		좋은 말씀 잘 읽었습니다.
제가 세상을 살아보고 느낀점은 다혈질인 사람의 인간성이 오히려
따뜻하다는 점 입니다.
목소리 낮춰서 사근 사근 말하는 사람은 무섭더군요,  ㅎㅎ
열심히 공부하시는 모습도 부럽습니다. 저는 한갑때 시험 공부 하느라 혼이 난뒤론
책을 가까이 하지 못합니다. 머리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킵니다.
날씨가 쌀쌀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쓰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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