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4-04-13 10:45

ㆍIP: 211.xxx.58

복스럽다?

복스럽다? (大食國 이야기)

TV를 보다 보면 음식에 관한 프로들이 유난히 많다.

맛집들을 소개하거나, 제철 먹거리에 대해 현장 취재를 통한 생생한 보도는 입에 군침을 돌게 하기도 한다.

이런 방송들을 보며 항상 느끼게 되는 것이 있다. 밥 숟갈이 엄청나게 크다는 것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한입에 떠 넣는 음식의 양이 대단하단 뜻인데 상스런 표현을 쓰자면 입이 찢어질 것같이 한 번에

떠 넣는 음식의 양이 많다. 밥숟갈이 크다 보니 입도 크게 벌려야 하고 눈도 부릅떠야 하고 땀까지 흘리기 예사다.

옛 말에 상추쌈은 시부모와 같이 먹지 마라 했다. -눈 부릅떠 흘기는 것 같이 보이니까, -

아라비아 사람을 옛날엔 대식국(大食國)이라 했다 한다.

아마도 풍요롭게 차려진 음식을 보고 많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붙인 이름인 듯한데, 우리도 많이 먹기로 치면 누구에게

밀릴 민족이 아니다. 소운은 시골에 살아본 경험이 없지만, 처가에 가면 밥그릇에 담긴 밥을 보고 질리곤 했다.

커다란 놋그릇에 눌러 담은 밥은 나와 내 처와 두 딸이 나눠 먹어도 부족하지 않았다.

고봉으로 얹은 밥을 덜어 뚜 딸에게 먹이고 남은 밥은 우리 부부가 나눠 먹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밥이었지만,

그곳 분들은 혼자서도 밥그릇을 말끔히 비우셨다.

옛 사진에 담긴 선조들의 식사 모습을 보면 밥그릇이 놀랄 만큼 크다.

체구는 작은 분들이 약간 과장하면 대야만 한 그릇에 가득 담긴 밥상을 앞에 두고 찍은 사진인데 옛날 우리나라를

여행한 비숍인가 하는 여자 분이 쓴 글에도 조선 사람은 종일 먹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쓰여 있고,

또 엄청나게 많이 먹는다고 했다. 임진왜란 당시 기록을 보면 일본군보다 조선군은 4배의 군량이 필요했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조선군 만 명이 먹을 식량이면 일본군은 4만 명을 먹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금도 옛 풍속이 남아있는 러시아 고려인들의 냉면 그릇은 세숫대야처럼 크다고 한다. -

예전엔 일꾼을 불러 일이라도 시킬라치면, 다섯 끼, 여섯 끼를 먹여야 했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일꾼을 불러 일을 시키려면 먹이는 것이 부담될 정도였다.

지금은 임금을 주면 각자 알아서 먹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예전엔 임금과 상관없이 일꾼을 먹이는 것이 일을 시키는 사람의

도리라 생각을 했다. 아침, 오전 참, 점심, 오후 참, 저녁, 야식까지 비숍 여사 말대로 먹는데 하루를 보낸다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이러니 아라비아가 아니라 우리가 대식국의 원조가 아닌지,

먹는 것은 사치가 아니라 생존이 걸린 사활(死活)인 우리의 삶이었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고 평지가 적어 농사짓기에 적당하지 않다. 그리고 우리는 농경민족이 아니라 기마민족의 후손이다.

-남자들의 한복을 보면(님) 기마민족의 흔적이 남아있다. - 더구나 겨울이 길고 춥다.

일 년의 반 정도는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기후가 아니니 먹는 것은 즐기는 것이 아니라 살기위한 수단인 환경에서

살아남자니 먹는 것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먹을 것이 있을 때 많이 먹어두자, 이것도 경험에서 나온 삶의 지혜인 셈이다.

먹을 것이 넘치는 세상인데, 유전자의 흔적을 지우지 못했다.

지금은 못 먹어서 문제가 아니라 너무 잘 먹어서 건강을 망치는 세상이 되었지만,

잘 먹어둬야 한다는 유전의 흔적을 아직 지우지 못했다.

많은 사람이 아직도 보양식에 연연한다. 보양식은 영양이 부족해서 병이 나거나 병 후 빠른 회복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지 배 터지게 잘 먹는 현대인들에겐 오히려 부담이고 건강을 해치는 원인이 되는데도 말이다.

일반인들도 몸에 좋다면 기를 쓰고 찾아서 먹는다. 지금은 먹는 데 연연할 세상이 아니다.

있을 때 잘 먹어두지 않아도 언제나 몇 걸음만 나서면 먹거리가 지천인 세상이 아닌가?

복스럽게 먹는 것이 게걸스럽게 먹는다. 라고 바뀔 때도 되었다.

밥을 뜰 때 조금씩 뜨면 옛 어른들은 꾸짖었다. “끼적거리면 복 나간다. 복스럽게 크게 떠라,”

소운도 처가에 첫 면접을 갔을 때 밥 먹는 모습을 보신 장모님께서, “ 밥 한번 복스럽게 먹는다.”

하시며 만족해하셨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게걸스럽게 먹은 것이 아닐까 싶어 쑥스러운 생각이 든다.

밥 숟갈이 크면 과식을 하게 되고 다이어트는 힘들어진다.

살찌는 사람들을 보면 식사 속도가 빠르다. 식사속도가 빠르면 인체의 포만 신호가 전달하여 식사를 멈추게 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기 전에 많이 먹게 되어있다. 살찌는 원인 중에 하나가 빠른 식사이다.

음식을 조금씩 맛을 음미하며 먹는다면 적은 양으로도 포만감을 느끼게 되어 비만도 예방할 수가 있다.

음식을 복스럽게 먹지 말자?

소운도 음식을 적게 먹는 편이 아니다. 일본여행을 가면 음식이 좀스럽게 적게 나오는데 적용하기가 어려웠다.

김 한 장도 우리는 여섯 조각을 내는 데 비해 일본은 아마 열두 조각은 내는 듯 먹기가 민망할 정도로 작다.

모든 음식이 우리식으로 복스럽게 집으면 한 젓가락이면 끝이다. 적응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도 본받아야 할듯싶다.

다이어트에 신경 쓸 걱정 없고, 특히 음식물 찌꺼기가 거의 발생하지 않을 듯 싶다.

아마 일본식의 식문화가 정착된다면, 식량문제부터 절약되는 돈이 대단할 것이고 앞으로 우려되는 식량의

무기화에 대한 좋은 대처 수단이 될 것이다.

앞으로 TV에서 품위 있게 맛을 즐기는 먹 거리 문화를 보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땀을 흘려가며 입을 벌릴 수 있는 최대치가 어디까지 인가를 보여주는 복스러운 식사 모습은 그만 보고 싶다.

그러나 걱정은 된다.

걱정하나, -소운부터 식탐에서 자유로울지가 걱정이다. 사는 낙이 먹는 것이라는데, 잘 될까?-

걱정 둘, -“너 감히 일본 놈 역성들어,” 대한민국에 넘쳐나는 애국자들로부터 욕먹는 일인데 어떨지?-

염규식 2014-04-14 10:37	ㅎㅎㅎ 작가님의 고운 글 잘 다녀갑니다- 걱정 마시구요-그래두 먹는 재미도 솔솔 하지 않습니까- 이젠 에너지 필요한 운둥선수 말고는 과식대식가는 별로 없어요

설연화 2014-04-15 09:15	조금씩 자주 먹어야 건강에 좋다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복스럽게 먹는 모습은 보기에도 좋죠 많이 먹고 잘 먹어서 복스러운게 아니라 그 사람이 먹고 있으면 배가 부른데도 맛있게 보이는 모습을 보고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아침부터 좋은 글에 한참 머물다 갑니다

박목철 2014-04-20 10:39	《Re》염규식 님 , 이젠 먹는것에 연연할 시기는 지난것 같습니다. 가족들 놀러간것을 관찰해보니, 갈때 부터 올때까지 남자들은 술 마시고, 고-스톱치고, 노래방가고, 이러다 끝입니다. 저도 반성 합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박목철 2014-04-20 10:41	《Re》설연화 님 , 방송에서 먹는것 너무 많이 다루는것 같습니다. 맛있게 먹는것은 좋은데, 보기가 좀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설연화시인님,

초등학교 입학식,

(한글) 순우리말 글짓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