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니윤,
몸짓 코미디가 인기를 끌던 시절, 토크 쇼라는 새로운 형태의 볼거리를 한국에 소개한 이가 쟈니윤이다.
한국인이 미국 사회에 진입하려면 우선 이름부터 미국식으로 손 보는 게 순서이듯,
윤종승이라는 한국 이름을 발음하기 좋게 이름 첫 자 종을 발음이 유사한 죤으로 바꾸고 이를 미국식
죤의 애칭인 쟈니에 성을 조합한 이름이 쟈니윤이다.
사실 웃기는 프로그램에 관심이 없어 쟈니윤이 출연하는 방송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죄송한 얘기지만 한국인이 미국에 오래 살면 말투나 표정이 약간 자신 없게 바뀐다는 평소의 생각대로
쟈니윤도 영민해 보인다기보다는 어눌하게 보인다는 인상을 받았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쟈니윤의 근황을 다룬 프로가 방영되기에 채널을 돌릴까 하다 너무나 변해버린
그의 모습과 전처가 뒷바라지한다는 의외의 상황에 호기심이 생겨 프로를 끝까지 보게 되었다.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쇠잔해질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쟈니윤은 무너져 있었고, 거동은커녕 대소변도
가리지 못해 기저귀를 찬다는 비참한 현실은 보는 이마져 참담하다는 비애감이 들 정도였다.
쟈니 윤이 63세 때 재혼한 부인 쥴리아 씨는 그보다 18세 연하로 그녀의 아들과 쟈니윤이 사이가 원만치
못해 이혼했다는 풍문이 있지만, 요양병원 신세를 지는 쟈니윤을 지키는 유일한 동반자는 그녀였다.
그 프로를 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쟈니윤씨가 별세(2020, 3, 8)했다는 뉴스가 들려 왔다.
어쩌면 내가 본 프로는 그의 사망을 추모하는 프로였을지도 모른다. 그의 사망 소식을 접하니 자신의
비참한 모습을 돌아보며 그가 독백하듯 내뱉은 말이 유독 떠올라 안타까운 생각마저 들었다.
"한국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감투를 써 심적 고통이 무척 심했다. 그 일을 맡지 않았다면 오늘과 같은
비참한 현실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 치매 끼가 있는 쟈니윤 씨가 더듬거리며 한탄하듯 말했고, 전 부인
줄리아 씨도 한국에서의 벼슬 생활을 똑같이 후회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대선 당시 쟈니윤씨는 전 정권을 도와 미주 지역에서 후원 활동을 적극적으로 한 듯하다.
그가 지원한 분이 대통령이 되자 논공행상 차원에서 그를 관광공사 사장으로 영입하려고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하는 반발이 꽤 있었다고 한다. 관광공사 사장 대신에 그에게 돌아온 감투는 관광공사
감사 자리였다. 관광공사 감사 자리에 있던 몇 년간 받은 스트레스를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쟈니윤은
아파하고 있었다.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고, 치매로 고생을 하다가 결국 세상을 떠난 것이니
한국에서의 짧은 벼슬 생활이 아픈 기억뿐이라면, 감사 자리가 쟈니윤을 잡은 격이라 하겠다.
차라리 감사보다 사장이 되었더라면?
한국이 안고 있는 공직사회의 잘못된 관행의 씨앗이 감사제도에 있다. 라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대우는 해야 하고 능력이나 특기가 두드러지지 않은 애매한 분을 대우하는 자리-
그냥 감투만 쓰고 앉아 있으면 되는 자리라는 인식이 알게 모르게 자리 잡아 동네 산악회나 친목 모임에도
감사자리는 소위 고문관을 예우하는 자리라는 인식이 깔려있고, 그 같은 관행의 뿌리는 의외로 깊다.
감사를 보면 권력이 보인다는 말도 있듯 공기업이나 관변 단체의 감사는 늘 논공행상의 떡이다.
군사정부 시절에는 군 출신이 감사를 도맡아 했고, 최초 문민정부에서는 검찰 우대의 원칙이 있었던
듯하고, 진보 성향의 정부에서는 민권단체나 정당, 시민운동 하던 분들이 감사 자리를 꿰찬 경우가 많다.
감사는 단체가 하는 제반 행위가 바르게 가도록 유도하고 잘못을 사전에 차단해 시행착오를 예방하고
잘못을 초기에 적발해 조직이 썩는 것을 방지하는 아주 중요한 업무를 하는 자리임에도
"조용히 앉아만 계세요" 오늘의 병든 사회는 논공행상에 올라탄 고문관들도 한몫했다고 믿고 있다.
음악대학을 나오고, 토크 쇼라는 입담 프로로 남을 웃기던 분에게 감사자리 라니?
차라리 사장을 했더라면, 스트레스가 덜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해 보았다. 한국의 공직사회는 나름의
문화가 있고 조직이 있고 사람이 있다. 대장이 없어도 정책 결정 등을 빼고 나면 나머지 사항은 잘 훈련된
조직의 문화로 굴러가게 돼 있다. 대장이 못나도 조직을 별 탈 없이 굴러간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감사는 상징적 자리가 아닌 뭔가를 해야 하는 자리이다. 더구나 외부에서 낙하산으로 굴러온
제 식구가 아닌 쟈니윤을 대하는 조직원들이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을 것은 뻔하다.
위트로 남을 웃기는 일이라면 식을 죽 먹을 일이지만, 대한민국의 문화, 체육, 관광을 아우르는 현장을
꿰 뚤러봐야 하는 일이 입담만으로 풀 일은 아니지 않은가?
정권이 바뀌면 정부 조직은 물론이고 관변단체와 권력이 미치는 모든 단체의 감투는 전리품으로 공을
세운이에게 나눠 주게 돼 있다. 하지만, 제2의 쟈니윤 같은 비극이 반복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새는 하늘을 날게 하고, 물고기는 물살을 가르며 살게 하고, 소나 양은 풀을 뜯고 살게 해야 한다.
하늘나라에서 쟈니윤에게 감사 자리를 준다고 하면 손사래를 칠 게 분명하다.
"나 그거 때문에 기저귀 차다 왔어요, 그냥 토크로 남을 행복하게 할게요"
쟈니윤,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골치 아픈 감투 쓰지 마시고 행복을 맘껏 누리시기 바랍니다.
* 공직사회의 논공행상과 쟈니윤의 비극을 보고 쓴 글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점을 확실히 합니다.
김상화
2020-03-20 23:37
오랜만입니다. 박목철 작가님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코로나 19가 그칠 줄 모르고
나라를 뒤흔 듭니다
소운 작가님
잠시나마 나라를 빛낸 자니윤에
관한 글 감사합니다
작가님 밤이 깊어갑니다.
행복한 꿈 꾸시고 늘 행복
하시기 바랍니다
박목철
김상화 작가님 반갑습니다. 요즘은 나들이가 어려운 탓에 나마 글을 한번 씩 쓰게 됩니다. 작가님의 산행기는 방콕인 현실에서 위안이 되는 탈출이기도 하답니다. 산행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봄철산행이 위험하다 들은 것 같습니다. 언 땅이 녹으며 낙석도 있고, 건강한 모습으로 산행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김상화 작가님,
3/21 10:05
한영택
2020-03-20 23:58
박목철 작가님 안녕하세요?
오래전 TV 에서 쟈니윤이 출연하는 방송을 본 기억이 있었지요
혀 꼬부라진 소리에 유창하고 재미있게 진행하는 모습이 대단하다 했습니다
당시 정권을 도와주었다는 공을 이유로 본인의 재능에 맞지 않는 과한 직책이
스트레스와 치매로 불행하게 생을 마감하는 결과를 가져다주었군요
각자는 자기의 재능과 잘 할수 있는 일을 해야 행복하겠습니다
하루의 삶이 보람 있고 즐거운 날이었음 좋겠습니다
현실을 생각해 보는 작가님의 글 머물러 다녀갑니다
건강하시고 평안하십시오.
박목철
한영택 작가님 반갑습니다. 그릇에 맞는 물을 담아야 하는데, 옛날 6,25 전쟁의 영웅이야기가 있습니다. 졸병으로 혁혁한 공을 세워 한국과 미국의 최고 훈장을 받은 전쟁영웅 이야기이지요, 병이 대위까지 진급해 중대장이 되었는데, 중대장 노릇는 고문관 급이었다고 합니다. 실화입니다. 세월이 하 어수선 합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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