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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염규식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염규식
ㆍ작성일 2021-12-20 16:39
ㆍIP: 211.xxx.61
* 희망은 삶의 반려자


                                    소  천 / 염 규 식


토요일 오후 동네 상점을 지나는데 이웃의 식당 아저씨와 웬 할머니와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아니 할머니 그냥 가시라니까 왜 그람미까?”
“암껏두 아니여- 비누 한 장이여, 이것 두 안 받으몬 난 못가져 간니껴, 어서 받어” 식당 아저씨가 박스를 모아 할머니께 드리자, 할머니께서 그냥은 안 받겠다며 비누 한 장을 내민 것이다. 참으로 훈훈한 풍경이었다.

흐뭇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불현듯 옛날이 생각이 났다. 17살 나이에 주경야독하며 내가 야간 고등학교를 다닐 때이다. 목공소 사장님께서 나는 저녁에 학교에 가니 5시에 퇴근을 허락하고, 가능하면 현장으로는 보내지 안했다. 그날은 공장 직원들이 전부 외근출장이라서 혼자 남은 나는 급한 일이라서 아침부터 현장으로 향했다. 책임감과 더불어 5시에 마쳐야 학교 등교시간을 맞출 수 있으니 점심도 굶고, 참도 못 먹고 시간 안에 끝내기 위해 열심히 작업을 했다.

물끄러미 바라보시던 현장 사장님 사모님이 일 다 마칠 쯤에 지금 같으면 먹지도 못할 사과였지만 사과라기보다 밀감크기의 쪼그라든 사과 3개를 내밀었다. 목공소 사장님의 방침은 현장에 가서는 어떤 물품이나, 금전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나는 한사코 거절하니 사모님은 “점심도 안 먹고 종일 일한 총각이, 사과 몇 알 주는데 왜 안 받느냐”고 나무라신다. 그 사과 세 개로 종일 허기진 배를 채우니 눈앞이 훤해진다.

훗날 내가 독립해서 사장이 되어서도 나의 거래처로 남은 그분들과의 만날 때는 사과 세 개의 인연을 이야기하며 허기진 배를 달래주신 이야기를 자주하였다. 비록 늦게 끝난 현장작업으로 지각은 하였지만 오랫동안 잊혀 지지 않은 젊은 시절의 추억이다. 배가 고프고 가난한 자에게 나누는 작은 배려는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에게 따뜻한 사랑으로 인해 미래의 희망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으로 나누는 삶은 이 세상의 가장 귀하고 복된 것이라 생각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왔다.




이름아이콘 정대수
2021-12-24 05:52
회원사진 		`염규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염규식 작가님 안녕하세요.
아주 소박한 것이라 하더라도 나누는 삶은 훈훈하고, 아름답습니다.
지난 삶에 진한 향수가 느껴지는 작가님의 작품을 배독하며 옛 추억이 소환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올해도 거의 일주일 정도 남았습니다.
행복한 성탄절과 남은 시간들 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염규식 작가님 이른 시간 반문하셨군요
참여해주신 고운 글 감사합나다
저도 1월에 그동안 조금씩 준비한 수필집을 출간하려합니다
응원 많이 해주시구요 오늘 하루도 모든하시는일 행복과 승리의
귀한 시간 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12/2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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