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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염규식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염규식
ㆍ작성일 2021-12-19 12:23
ㆍIP: 125.xxx.95
개 이별
     * 개 이별
                               
                                 소 천 / 염 규 식

초저녁 날씨는 이제 막바지 가을이 가면서 추위를 느끼는 시간이다. 저녁 산책 중 주부용 자전거 앞에 작은 비숑 한 마리를 애기처럼 태우고 가는 아주머니를 보며 예전에 어린 시절 키우던 베스의 생각이 문득 바람과 함께 다가온다. 요즈음은 애완견을 아예 방에서 키우는 것만 아니라, 먹는 사료부터 입히는 옷까지도 친 자식처럼 돌보며 키운다. 이를 반려견이라고들 한다. 나의 어린 시절에는 아예 생각지도 못할 일들이다.

베스는 몸집이 작고 생긴 것이 진돗개와 똥개의 반종이라고 했다. 이 녀석의 특징은 영리한 것 말고라도 음식을 가리고, 보통 눈치가 빠른 놈이 아니다. 하루는 이웃집 가게에서 유통기간이 지난 곰팡이 핀 빵을 주기에 던져 주었더니, 내가 모른 척하고 먼 산을 보는 것처럼 조용하자 땅을 파고 묻어버린다. 항상 음식을 잘 먹지 않아서 내게 혼나고 했으니, 안 먹으면 또 혼날 줄 알고 묻어버리는 녀석이다.

키운 지 육년이 되었는데 정이 들대로 들었고 학교 다녀오면 제일 먼저 찾는 것이 베스였다. 당시에는 사람 먹을 음식도 제대로 없는데 개에게 먹일 사료 같은 것은 아예 없을 때였다. 우리 집에 온 후 2년 만에 새끼를 10마리를 낳아서 경사가 났다. 무슨 종자인지 몰라도 새끼를 놓으려고 땅을 파고 있었다. 애처로움에 삽으로 좀 파주었더니 그 자리에 새끼를 놓지 않고 다른 자리에 손수 파는 것이었다. 눈도 뜨지 못한 새끼들이 너무 귀여워서 한 마리, 한 마리 모두 다 이름을 짓고 좋아하다가 홍역에 걸려 모두 죽어버렸다.

처음 4마리, 5마리까지는 울면서 산에 묻어 주었는데, 자꾸 죽어버리자 너무 화가 나서 나머지는 죽으면 개울에 울면서 던져 버린 기억도 있다. 용케 어미 베스는 죽지 않았지만 새끼들이 보이지 않으니 시름시름 밥도 안 먹고 죽어 가고 있었다. 간호를 하다가 밤이면 새벽같이 일어나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하고 안고 잠이 든 적도 있었다. 나의 극진함이었는지 서서히 건강을 찾아갔고 이제 장난도 치면서 다시 원상회복이 되었다.

야간 고등학교 2학년 까지는 주경야독으로 가정에 보탬이 되면서 생활하였으나 갑자기 고3이 되니 공부를 더 하고 싶어졌고 고3 개학 시에 직장에 사표를 내고 공부에 매진하였다. 막상 직장에 매진하다가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니 다른 과목들은 충분히 따라 잡을 수가 있는데 어학공부인 영어가 문제였다. 엄마에게 여름 방학기간 동안에 영어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했더니 어머니가 알겠다고 하면서 수강증을 끊어 오셨다. 내가 낮에 직장 다니면서 조금씩 가정에 보태면서 그런대로 생활을 유지 했는데, 갑자기 공부를 한답시고 그만두니 형편이 꽤나 어려우셨나보다.

막내를 학원에 보내야겠고 돈은 없고 하니, 나에게 의논도 없이 베스를 팔아 그 돈으로 학원비를 만든 것이다. 나는 베스가 팔린 줄도 모르다가 베스를 데리러 온 개장사가 왔을 때 모든 것을 알았다. 나는 학원이고 뭐고 다 치우고 공부도 안 한다고 울면서 떼를 썼고 베스와 난 서로 눈을 마주보며 울었다. 베스는 땅바닥에 떨어지는 눈물을 보며 내 눈을 보다가, 눈물이 떨어지는 땅바닥을 보는 것을 반복하고 나는 베스를 품에 안고 내주지 않았으나 다음에 더 좋은 개 사준다는 어머니의 설득에 결국 베스와의 마지막 이별이 되었다.

베스는 개장사에게 끌려가며 한 발자국도 스스로 걸어가지 않고 엉덩이를 바닥에 주저앉아 끌려가는 애처로운 모습이 베스와의 마지막 이별이었다. 난 개를 아주 좋아 한다. 참으로 모든 이별은 다 슬프지만 애완견과의 이별은 너무 슬퍼 어린 가슴에 가난한 가정에 들어와서 팔려간 베스를 생각하니 지금도 마음이 저려온다. 내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어디서든지 쫓아 나와 나를 반기던 녀석이 몹시도 그립다.

사람 이별보다 더 아픈 것이 애완견과의 이별이라서 그토록 개를 좋아해도 개에게 정주지 않기 위해 키울 마음이 없지만 오늘은 한 마리를 분양 받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름아이콘 정대수
2021-12-19 20:06
회원사진 		`염규식`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존경하는 염규식 작가님 안녕하세요.
참 정감이 느껴지는 작품을 배독하였습니다.
저는 돼지가 팔려가면서 흘리는 눈물이 가슴이 아팠습니다.
말은 못하지만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
모쪼록 건강하시고
좋은 작품으로 많은 사랑 받으시며
21년 마무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염규식 작가님 건안하시죠
작가님의 참여글 감사드립니다
배독합니다 -바람불고 추운 날씨입니다
건강챙기시구요 10여일 남은 한 해
마무리 잘하시구요 승리하는 한해 되시길바랍니다
1월에 저도 수필을 출간예정이오니 응원해주셔요
고운밤되시구요 향필하십시요 ㅡㅡ^^ 		12/1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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