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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염규식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염규식
ㆍ작성일 2021-11-15 21:00
ㆍIP: 125.xxx.95
*가을을 보내며
   

인생은 그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이에 그 절반이 지나가 버린다고 하지만 우리는 저 흐르는 계절을 바라보면서 인생이라는 것을 조금은 느껴볼 수가 있다. 누구나 한 번은 태어나고 늙어가고 마침내 어떤 식으로든 죽어간다. 가을의 떨어지는 낙엽처럼~~ 새로운 문명이 아무리 현실을 새롭게 변화를 시켜도, 태어나고 죽는 질서는 변화시키지 못할 것이다.

변하는 자연의 계절의 섭리를 깨달을 때에 우리는 인생을 실감한다. 한 여름 내내 녹색의 숲을 만들고 그 속에서 저마다의 할 일을 다 하던 나무들이 노랗고 발갛게 물들어 온 산이 소리 없이 타고 있다. 가을이 왔다는 것은 이미 한해의 절반이 넘었다는 의미이며 인생도 똑 같은 의미이다.

잠 못 이루는 밤에 가을을 창가에 불러놓고 흐르는 달빛을 보노라면 한 쪽에서 들리는 귀뚜라미의 소리는 정녕 가을의 맛에 취한다.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과 가을은 우리에게 허무함만 남기는 것이 아니고, 우리네 인생도 덧없는 것이니 우리의 삶도 잘 마무리 하라고 일깨운다. 이 흘러가는 가을에 사랑도 미움도 모두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사람, 슬픔과 기쁜 것도 초월한 사람, 언제나 어디서나 온화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한 세상 살아가야 하는 길을 가을은 알려주는 것이다.

지난 삶속에서 나는 왜 다른 이로부터 대우를 받지 못하고 힘들어 했는지? 내가 밉다면 미운대로 내가 무시된다면 그런대로 놔두면 될 것을, 왜 상처받고 염려 하였는지? 모두가 지나고 보면 부질없는 것이다. 나는 본래 가을을 좋아하였지만 더욱 가을을 타는 그런 나이에 도달하고 보니 마음에 휑하게 찬바람이 부는 것 같다. 예로부터 가을은 선비가 슬퍼하는 계절이라고 일러 왔다.

우리의 인생의 삶은 낙엽처럼 모든 것을 다 피우고, 그리고 다 버리고 떠나가는 나그네 길이라고 하였든가. 나그네는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 추풍낙엽은 흩날리고 세월과 인연의 그리움에 사무치는 이 가을날 길 떠나는 나그네의 두려움으로 석양의 저녁노을을 바라볼 뿐이다. 이 늦은 가을에 찬바람과 이슬을 맞으며 구름에 달 가듯이 미련 없이 떠나는 가을을 보면서 가을은 결코 떨어지는 가랑잎처럼 외롭고 쓸쓸한 것만은 아니다. 돌아올 날을 가약하며 떠나는 나그네를 생각하며 이 가을을 보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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