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대한문인협회 -시 (詩)

ㆍ작성자	雲悲/박 종영
ㆍ작성일	2007-04-1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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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堆敲)
퇴고(堆敲)

雲悲/박 종영

종이 위에 횡으로 누워있는 글자를
엄지와 인지로 집어서 여나문개 먹었다.
소화도 더뎌 속만 더부룩하다.
식당에 식판을 들고 줄 서 있는 행들을 잘라
뒤 바꿔치기도 하고 연을 묶어놓고 단락을
손으로 다독거려 만든다.
흩어진 조각들을 대강 다시 맞춰본다.
한 두 개 고유어 나열하여
군더더기 성상 부사어 몇 개 넣고 거짓말도 쳐보고
그래도 허전해 보이면 서술단어 몇 뭉치 붙여놓고
첩어로 겸손도 떨며 붓을 들고 구도를 잡아본다.

새벽녘 이슬 먹으려고
먼길을 달려온 별빛들을 쓸어담아
사각 종이 위에 툭툭 털어 앉혀놓고
회초리로 끄적이며 가르쳐 놓으니
또박또박 기·승·전·결 윤곽이 드러나는 듯 보인다.
깜냥껏 시랍시고 끼적거린 내 낯짝이 부끄럽지만
도공의 혼을 담아 깎고 깎아 다듬은 내 토기를
활활 타는 참 숯불 가마에 가만 넣고 초벌 굽는다.
골고루 유약을 바르고 문양의 주제어를 넣고
재벌구이를 하여보지만 뭔가가 허전하다.

강단에서 글 나부랭이를 쫄깃쫄깃하게 잘 뽑는다는
주방장을 초빙해 수타면을 뽑는다.
글귀를 늘리고 꼬아 다시 가닥을 늘여도 보고
퉤퉤 침을 발라 힘차게 면발을 바닥에 내려치면
글자들이 까무러치며 반창고 붙인 얼굴로
나열하여 종이 위에 선다.
역시 메스를 가하니
가느다란 실핏줄 같은 면발에 힘이 느껴진다.

어느덧 산 정상을 오르던 글들이
산 중턱 서산마루에 걸려 컥컥 마른기침만 내뱉는다.
징글징글한 수정 글에 능숙 해져가는 손 놀림 속에
글자들은 강물처럼 부드럽게 흐른다.
피아노 소리에 맞춰
세탁기에서 찌든 때 벗겨진 글자들이
오선지 같은 빨랫줄에 척척 걸쳐지면
악보 위를 걷던 음계들이
맨발로 뛰어와 엉킨 혀를 푼다.
이제야 마취에서 풀린 글자 몇 개를 기다려 앉히니
허투루 뱉어대던 시어들이
원고지 위에 또박또박 찾아와
하나씩 드러눕는다.

이상철: 박종영 시인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개성적인 시를 쓰셨군요....
아이디어가 톡톡 튀어 다니고,
음식남녀처럼 맛갈스런 언어의 성찬을 베풀고......
시도 이렇게 재미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짧은 글에서도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 좋습니다........

참숯불가마에 넣어 초벌구이를 하고.....
수타면을 만들고.......^^

오선지 같은 빨랫줄에
척척 걸쳐지면
악보 위를 걷던 음계들이
맨발로 뛰어와
엉킨 혀를 푼다..........^^

좋은 시, 윤이 반짝이는 시를 또 기대할께요....^^

-[04/18-18:41]-

김선아: 박종영 시인님. 안녕하세요.
심혈을 기울여 갈고 닦은 작품을
적절한 한 단어를 간구하지 못해
몇 날 며칠을 고민하는 날들이
참으로 아름다운 시간이 아닌가 합니다.
순수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글이요 기록이니
어찌 귀하지 않을 수 있겠는지요.
모으면 한 권의 자서전이라고도 할 수 있을... ^^
퇴고가 되지 못한 입속의 말들에게도
화이팅을 보내며...
퇴고 감상 잘 했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되시고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 ^^ -[04/18-22:13]-

김설하: 글에 따라 수없이 잘라내고 붙임을 반복할 때 있더랍니다
그래도 부족하여 먼지 속으로 한참을 방치해두기도 하는..
퇴고의 그 뿌듯함을 느끼는 날에는 쌓였던 먼지의 두께가
어쩌면 한뼘이 넘을 때도 있지 않았던가 하면서 말이죠
그래도 늘 부족하고 고픔이면서 말이죠
별고없으시지요 게으름을 오늘은 꼭 벗어야지 하며 마실 나왔답니다
바람 좋은 봄날 기분 좋은 일만 가득하세요~ -[04/19-10:35]-

德梅 이예진: 박종영 시인님 안녕하세요
정말 재미나고 의미깊게 읽었습니다
항상 좋은글 수타면 뽑 듯이 뽑아 주십시요
고운날 되십시요 시인님 -[04/19-16:00]-

산월 최길준: 박종영 시인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좋은 글에 한참을 머물다 갑니다
원고지 위에 하나씩 눕는 글을 저도 베고 눕고 싶습니다
건필 하시고 행복하세요^^* -[04/19-16:52]-

雲悲/박 종영: 경기도 안성을 다녀오는데 서해대교 바람이
태풍 이더군요 바람을 피해서 핸들을 요리조리
꺽어 보지만 바람에 밀리면서 장장 7.3킬로를
달려 넘고보니 인력으론 자연앞에 나약해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자연의 숭고함을 보면서...
사무실에 막오니 바쁘신 가운데 귀중한 시간을
할애 해주신 시인님들 앞에 머리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상철 시인님,김선아 시인님
김설하 시인님,이예진 시인님
최길준 시인님 고맙습니다.
들려주신 시인님들 앞날에 행복과 기쁨으로 가득한
고운하루 이어지시길 기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04/19-17:22]-

공순임: 시심이 만발한 4월
시인님 좋은 시심
한아름 얻어갑니다.
건강하세요. -[04/20-08:57]-

소정 김미애: 저도 퇴고라는 시를 쓴적이 있는데
같은 제목이라도 이처럼 다를수 있으니 시의 또다른
매력이 아닐까합니다.
시인님의 시는 늘 즐거움과 감동을 불러오는것 같습니다.
열심히 하시는모습 보기 좋으네요.
오늘도 행복한 날이.... -[04/20-09:58]-

유남계: 안녕하세요 시인님
퇴고의 시심을 살펴봅니다
어쩌면 그렇게 표현을 잘하나요
퇴고라...
오늘도 좋은 시간 되십시오 -[04/20-11:12]-

박 걸주:
퇴고정정 재밌는 작업이지요
그 재밌는 작업, 너무나 재미있게 그리셨군요.
글 읽는 재미 납니다.
건강하시고요, 즐거운 나날 되십시요. -[04/20-13:09]-

雲悲/박 종영:
공순임 시인님,김미애 시인님
유남계 시인님,박걸주 시인님
바쁘신 가운데 어려운 발걸음 하심에
감사드립니다.
어제는 강풍이 불더니 오늘은 하염없이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네요
봄꽃을 보며 봄비를 흠뻑 맞아 봅니다.
좋은날 맑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04/20-1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