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대한문인협회 -시 (詩)

ㆍ작성자	안성숙
ㆍ작성일	2019-02-08 18:45

ㆍIP: 110.xxx.58

아버지와 나

아버지와 나

/안성숙

어려서 미루나무에
새알 꺼내러 가신 아버지
논바닥에 떨어져
곤두박질쳤다네
죽었다고 생각하라는 말 뒤로 하고
할머니 지극 정성으로 살려내신
아버지 내 아버지

작은 체구에 깡마른 아버지
국방의 의무를 긴 소총
땅에 끌리시며 임무를 마치고
제대하고 몇 해 후
스물일곱 되던 해
엄마를 중매로 만나셨다네

사형제 중 맏아들로 태어나신 아버지는
늘 병약하셨다
미루나무에서 떨어지신 후유증이
부른 흔적 해소 기침 천식
몸도 돌보지 않고
혹사하는 일이 다반사
이기지 못하는 술을 드시면
친구 등에 업혀 오시곤 했다

그것도 부족해
겨울이면
동네 사랑방에 새끼 꼰다고 가셔서
저녁때가 되면 늘 아버지
부르러 가곤 했다
밥 생각 없다는 아버지
모시고 오지 못한 날은
밤을 꼴~딱 새우시고 들어 오신다

동양화(화투)에 빠지셨다
도리짓고땡 고스톱 등
분명 딸리는 없고
없는 살림살이 땅 마지기
말아 드셨을 테지

그 옛날 겨울은 무척 추웠고
할 일이라고는 새끼줄 꼬고
가마니며 멍석 삼태기 짜는 게 전부였다
지금은 하우스 농사를 겨울에도 하나
그땐 그랬다

한 번은 동네 동계에 모인
동네 사람들
아버지 대낮부터
동양화(화투) 삼매경에 빠져들었네
동네 후배 얘들 데리고
신발을 모두
짚 동가리에 감춘 적도 있다

어리지만 당찬 아이였던 나
아버지 그런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가정을 돌보지도 않고
엄마와 내가 나무를 해야 했다
가끔 언니는 갈퀴나무를 해왔다
아버지의 쇠약함을 알지만
해도 너무 하신다

나는 아버지께 반항하는 편지를 써서
손에 쥐여 드렸다
내용인즉슨

''아버지가 화투를 계속하시면
나 집 나갈 거예요'라고 썼다

아버지가 충격을 받기를 바라던
내가 오산이었다

불호령을 치신다

''계집애가 어디 아버지 보고
이런 소리를 해'

아무 말도 못 하고 쭈그러져 있어야 했다

둘째인 나는
동네에서 알아주는
왈가닥
선머슴아였다

형편이 어려워 남의 집에
양딸로 보낸 지 육 개월 만에
아버지는 그 집에서
그동안 먹고 지낸 값으로
쌀 세 가마를 주고
나를 데려왔다

반년을 우리 식구가 먹을 수 있는 양식
내가 축냈으니 없는 형편에
얼마나 퍽퍽했을까

아버지는 부엌일 못 하는 날
지청구하시면서
들에 데리고 가서
일을 시키신다
어린 동생들 말고는 만만한 게
나였으니까

도랑 치고 나무하고 온갖 궂은일
다 시키시는 아버지
친구들이 방학이면 놀러 가는 친척 집도
나에게는 부러울 따름이고
밭고랑에서 살아야 했다

아버지가 미웠다
다른 집 아버지는 건강하고
일도 잘하는데
왜 아버지는 병약해서 힘들게 하나
나는 아버지를 미워하면서
안쓰러웠다

아버지 오 십이 되던 해 팔 월
엄마를 찾아 길을 나셨다
그리고는 영영 돌아오지 않으신다
아버지가 남겨 준 유산이 있다면
그것은 성실히 일하는 딸을
남기셨다는 거다

아버지가 옆에 계신 것만으로도
좋았다고 든든했다고
말하고 싶다

한 많은 대동강을
구슬프게 부르시던
아버지
보고 싶은 내 아버지
행복하게 살게요

김정윤

2019-02-08 20:57

안성숙 시인님!

안녕하세요
곱게 집필하신 - 아버지와 나 - 배람합니다

어려서 미루나무에
새알 꺼내러 가신 아버지
논바닥에 떨어져
곤두박질쳤다네
죽었다고 생각하라는 말 뒤로 하고
할머니 지극 정성으로 살려내신
아버지 내 아버지

작은 체구에 깡마른 아버지
국방의 의무를 긴 소총
땅에 끌리시며 임무를 마치고
제대하고 몇 해 후
스물일곱 되던 해
엄마를 중매로 만나셨다네

설 명절을 두고 그리운 아버님을 그리는 시인님의
눈물겨운 시향에 머물다갑니다

설연휴가 끝난 첫날입니다 잘 보내셨나요
날씨가 갑자기 많이 추워졌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나날 되시길 바라며
오늘밤 좋은 꿈 꾸시길 바랍니다


안성숙	김정윤 시인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두 달 넘게 비워 둔 서재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안 건필 하세요	2/8 21:51

장지연

2019-02-08 21:31

안성숙 시인님

아버지를 잘 그려주셨네요.
글 속에서 시인님과 함께
사시네요.
이렇게 시 속에 모셨으니
이제 행복하게 사는 모습 보여드릴 수 잇겠네요.

머물다 갑니다.
향필하세요


안성숙	시인님 처응 뵙습니딘 초라한 서재 찾아주신 발걸음 감사드립니다 평안하시고 건안 건필 하소서	2/8 21:53

강한익

2019-02-08 21:51

존경하는 상화도의 꽃시인님!
소생의 아버님을 그려 내셨는지요?
한때는 너무나 미우셨던 우리 아버지!
가슴을 울리옵니다.
아버지와 유년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곱게 집필하신
시인님의 아름다운 시상을 감히 헤아려 봅니다.
오랫만에 올려주신 반가운 옥고
잘 배람 하였습니다.
건안 하심과 행복 하시길 기원 합니다.


안성숙	존경하는 강한익 시인님 오랜만에 인사 올립니다 가내 두루 평안하시고 강건 하셨는지요 다녀가신 걸음 감사 드리며 건안 건필 하솟니	2/8 21:55

이환규

2019-02-08 22:04

가을이 지나감을 아쉬워 하던때가
엇그제 같은데
긴겨울의 터널을 깊슥히 들어와
봄을 들여다 보게 되었네요
우리가 길다 느껴질때
세월은 잠시인것을
놓치고 사는 삶이 많은거 같습니다

어린시절 아픔과 추억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세월이 약이 되었지요


안성숙	이환규 시인님 참으로 오랜만에 뵙습니다 강건하시지요 새해에 소망 이루시며 행복하세요	2/9 13:33

안미숙

2019-02-09 06:49

안성숙 시인님~

살아 생전에 못마땅하게 여겨지던
부모님의 모습도
눈 앞에 안계시니 모두 그리움입니다.

말 많고 탈 많았던 세월이긴 했어도
조금 더 함께 계셨으면 어땠을까
마음 써 드리지 못한 것이
늘 가슴에 남는 것이 자식입니다.

감사합니다.


안성숙	안미숙 시인님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기해년 뜻한바 이루시는 한해되시고 건안 건필하세요	2/9 13:35

김이진

2019-02-09 14:25

한 많은 대동강을
구슬프게 부르시던
아버지
보고 싶은 내 아버지
행복하게 살게요 /

아버지의 삶
그 속으로 걸어가시는 시인님
저도 아버지랑 마지막 산행을
항상 가슴에 담아두고 그리움으로 함께 하는 것을요.
시인님의 긴 글에 마음 함께 합니다.
차가운 날씨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안성숙	김이진 시인님 참으로 오랜만에 뵙습니다 설 명절 잘 보내셨는지요 기해년 하시는 일마다 이루시며 건안 건필 하소서	2/9 18:45

김현주

2019-02-09 16:25

시인님!
아버지와 나
긴 글을 읽는 동안 눈가에 이슬이ㅠㅠ
시인님의 마음 공감합니다
늘 건안건필 하시길 기원합니다


안성숙	김현주 시인님 처음 뵙습니다 소홀했던 서재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멋지게 향내나는 삶이 되소서	2/9 18:47

박상현 2019-04-03 07:28	사월입니다. 시인님 안녕하세요 조금 더 따스한 봄 햇살을 맞을 사월입니다. 시인님 사월 한 달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향 필하시길 기도합니다 . 시인님 곱게 집필하여 올려주신 시 배람합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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