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콩자반

불러 보는 이름만으로도 가슴 한구석이 가득 채워지는 이름이 아버지이시다. 결혼해 자신을 낳아 기르면서, 부모님의 사랑을 알게 된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인생 오십 고개에 가까워지고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오늘 아침 식탁에 오른 콩자반을 먹으며, 아버지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내 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신 콩자반, 당신께서 만들어주신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나는 어느 때부터 인가 콩자반만 보면 내 아버지를 떠올리시게 된다. 고등학교 때, 객지에 나와 자취하는 나에게 아버지는 잔 반찬을 만들어 오시곤 하셨는데, 그 중의 가장 자주 만들어 오시던 반찬은 잊지 못할, 아버지의 콩자반이셨다. 어릴 때는 몰랐지만, 중년이 지나 뒤돌아보면, 냉장고도 없던 자취방에 오래 두고 먹으라는 아버지 나름의 깊은 뜻이 있었으리라.

아버지! 내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곱게 자라 오셨다는 말을 주위에서 자주 듣곤 했었다. 겨우 중학교 2학년 된 장손인 아버지는 증조모님의 뜻에 따라, 네 살이나 연상이신 어머님과 결혼하셨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웃을 일지만, 그래도 그 시절엔 간혹, 조혼이 있었다 한다.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곤 하셨다. 처가 집, 나에겐 외가에 가시어 아버지께선 하루가 지났는데, 집에 가고 싶었던지 아버지께서 보이시질 않아 부랴부랴 어머니와 외할머니께서 찾아보니, 외가 종마루에 엎드려 울고 계시더란다. 아버지를 가만히 지켜보노라니, 마루에 엎드려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끝으로 찍어 마루에 낙서하고 계시더란다. 곱게 자라신 아버지는 어린 나이에 처가 집이라고 가서는 얼마나 불편하고 집에 가고 싶었으면 그러셨을까 생각해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외할머니와 어머니께서 그 모습을 보시곤 어떤 생각을 했을까! 참 기가 막혔을 거다. 어린 사위요. 남편의 비위를 맞추시느라 아마 어린아이 달래듯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며 웃음이 난다.

둘째 아이의 나이 무렵이고 보면, 아직 어리고 철없는 나이인 것을, 그런 아버지께서는 내가 중학교 3학년이던 때 어머님과 사별하시고 객지에 나와 공부하는 막내인 나를 위해 만들어 오시곤 하시던 콩자반 맛을 잊을 수 없다. 어머니 살아생전 반찬은 고사하고 밥 한번 해보시지도 않던 아버지께서, 객지에서 공부하는 막내아들을 위해 정성껏 만드셨을 아버지의 콩자반이다. 지난 후, 그 시절 그 반찬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아버지의 서툰 솜씨지만 참깨도 뿌려 정성스럽게 만드셨을 아버지의 자식을 위한 정성의 맛이기에 더욱 고맙게 기억에 남아있다.

때로는 삶이 버거울 때, 내 아버지 모습을 떠올리며 용기를 얻곤 한다. 아버지의 주름 깊은 환한 미소를 떠올리면, 마음이 편해 옴을 느낀다. 아버지의 넉넉하시고 아름다운 미소가 보고파 진다. 이제 팔순을 바라보시는 아버지를 뵐 때마다 수척해지시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는 송구스러움에 나를 자책하여 보며, 이번 주 아이들과 함께 아버지를 뵈러 다녀와야겠다. “내 마음속 든든한 버팀목이신 나의 아버지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라고 말씀드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