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최평균
ㆍ작성일	2007-02-05 22:35

ㆍIP:

리모콘의 태클
오늘은
이번시즌에 우리 부부 동행 얼음낚시 출조를 하기로 한날...
새벽 5시 30분에는 일어나서 준비를 해야
그저 6시 반 쯤 집을 나설 텐데...
일어나기가 무척 괴롭지만 아침을 게으르게 뒤척이다 보면
휴일의 하루가 덧없이 지나가니
무척이나 아까운 맘에 서둘러 봅니다.

떨어지지 않으려는 윗눈썹과 아랫눈썹을
억지로 이산 시키고 준비물을 챙깁니다.
오늘 점심은 제가 끓이는 라면으로 정했으니
커다란 보온병에 물을 팔팔 끓여 담고,
(뜨거운 물을 준비해서 물을 끓이면 동절기엔 짧은 시간에 조리를 할 수 있음에)
새코롬한 김치 한 보시기에 계란 두개,
그리고 대파를 반 토막 잘라서 가위로
송송 썰어서 타파 그릇에 준비를 합니다.

그새 아내는 화장을 마치고
좀 전에 일어나기 싫어하던 미운 얼굴에서
예쁜(나 보기만)얼굴로 변장을(?) 했습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니
그 녀석 날씨가 겨울인지 모를까 봐
매콤한 한기를 우리에게 매몰차게 쏘아 부칩니다.
계단을 내려서서 골목을 나서니
어느새 여명이 골목 저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노안 시초의 눈으로 찡그리며
손목시계를 내려다보니 7시가 다되어 갑니다.
그렇습니다.
항상 우리는 계획보다 조금씩 늦습니다.
그걸 예상하고 30분정도 일찍 서둘렀는데도
충청도가 고향인 나보다 전라도 사람인 아내 덕에
김포나 강화에서 맞이하기로 한 여명을
집 골목길에서 아침인사를 해야 됩니다.

차에 시동을 걸고 히터가 채 입김을 내 뿜기도 전에
엑셀레이터를 밟아 주차 공간이 없어
도로 옆으로 줄 맞춰 무단 주차된 4차선 길을 더듬어 갑니다.

서부간선도로를 진입하기 전 개인택시들이 어깨동무하듯
나란히 주차된 기사님들 자주 찾는 해장국 전문점에 들릅니다.
이곳은 오직 선지 해장국만 손님들 앞에 전진 배치하는데(선택의 여지가 없음)
가격은 한 그릇에 2500원입니다.
맛은 좋은데 소주 값은 3천원이니 해장국 값보다
오백 원이나 비쌉니다.
보통 우리 아우와 같이 낚시를 갈 때면
아우가 운전을 하니 아침 해장국에
소주 한 병은 꼭 해야만 직성이 풀립니다.
그냥 음식점에서 다른 안주와 소주 한잔 하면 삼천 원이 아깝지 않으나
이곳에서의 소주 값 삼천 원은 꽤나 커 보입니다.

누가 그랬나요?
2라는 숫자는 3과 같이 있으면 작은 숫자이나
1과 같이 있으면 큰 숫자가 되듯이 인간의 심사도
2500원짜리 해장국 앞에서 이렇듯 얄팍하네요.

강화도의 북쪽에 위치한 수로에 도착하니
나의 아우와 모 낚시 카페의 남부 지회 회원 십 오륙 명이
밝아오는 아침 해를 가슴으로 맞으며
얼음판 위에 올라섭니다.
올 겨울 날씨가 너무도 따뜻하여 얼음낚시 할 곳이
서울 근교에선 이곳 강화도지역이 거의 유일합니다.

나도 얼른 건성 인사하고 방한복을 덧입고
장비를 챙겨서 얼음판 위에 올라섭니다.
항상 이렇듯 낚시터에만 오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그렇다고 붕어를 많이 잡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아내는 새벽잠을 보충하려고 차안에 히터를 켜 놓고
눈도 안뜬 채 옹알이 소리로 나의 출조를 배웅합니다.

이곳의 경계가 군사지역이니 멀리 갔다가는
소초 병들에게 쫓겨나기 일 수입니다.
못 나간다고 버티면 일직 사령은 낚시꾼들 앞에서
사병들 기합을 주니 아쉬워도 철수해야만 합니다.
아들 같은 군인들이 낚시꾼 앞에서 낑낑대며 기합을 받으니
버틸 낚시꾼이 없답니다.
그건 낚시꾼의 아킬레스건 일겁니다.

하늘엔 기러기가 V자를 그리며 하늘 이 끝에서 저 끝으로 날아다니며
지난 가을에 떠나 왔던 고향 갈 연습을 하고
둔덕너머의 논 비알엔 봄이 땅 밑에 숨어서 숨쉬고 있습니다.
날씨를 보니 봄이 멀지 않은 듯합니다.

어언 시간이 지나고 시간이 꽤 됐는데
그 많은 일행 중에 단 한명만이 붕어 한 마리 잡은 게
총 조과입니다.

회원들을 무료한 마음에 준비된 먹거리를 질펀하게 깔아놓고
소주에 담소 안주로‘갈갈’ 대는데
하필이면 내차가 주차 되어 있는 앞에 자리를 펴고
날더러 소주 한잔하라 성홥니다.
얼음판을 횡단하여 가보니 무쇠 냄비에
오리고기가 맛있게 끓고 있습니다.
조금 후 운전을 하여야겠기에 인사치레로
소주한잔과 오리고기 안주 한점하고
내 자리로 부지런히 컴백하는데
아내는 아직도 한밤중인 양 차속에서 기척이 없습니다.
시간이 정오로 다가가는 걸 보고
자고 있는 아내가 배고프겠다 싶어 전화로 깨우니
마지못해 일어나서 차문을 열고나서는 게 먼발치로 보입니다.
이제는 먹거리 판이 잘 준비된 어묵 파티로 이어간다고
맛있다고 날보고 나오라 손짓하며 소리치는데
이제사 햇살이 얼음판 위에 퍼져서
붕어 입질을 기다릴 때라 나는 안나간다 손 사레 칩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그간 시동을 걸어 논 제 자동차가
키를 빼도 시동이 안 꺼진답니다.
에이~ 무슨?
여태 그런 일이 없었는데 날 나오라고 거짓말을(?)
그런데 나가보니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제차가 아무리 해도 시동이 안 꺼지고 기름만 태우는 겁니다.
기름을 충분히 넣고 왔으니 망정이지 낭패였습니다.
달리다 급브레이크를 밟아 봐도, 별짓을 다해도 시동이 안 꺼집니다.
다른 회원들도 이런 경우가 처음인지라 별 소리를 다합니다.
뭐?
휘발유를 쪼옥 딸아 내면 시동이 꺼질 거라나?
이런~~
내 속은 아궁이처럼 시커먼데..
할 수 없이 저와 아내는 장비를 챙겨서 귀가 길에 올랐죠.
완전히 일정을 단축 변경해서 집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문제가 아닙니다.
시동이 안 걸리고 기동이 안 되어야 문제지
시동이 안 꺼져도 잘만 달리는 자동차....
문제인가요?
아니면 문제 아닌가요?
그래도 속으론 조바심이 납니다.
서울까지 가서도 영업 중 인 정비소가 없으면 어쩌나?
큰 고장이라서 수리비가 많이 나오면 어쩌나?

평일 같으면 여기 저기 정비소나 경정비하는
밧데리 가게가 많이 있겠지만
오늘은 일요일이라 대부분 문이 닫혔을 테고
어쨌건 차는 고쳐야 되겠기에 여유를 두고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급해도 준비해간 점심은 먹어야 하겠기에
강화 서문 주차장에 시동이 안 꺼지는 차를 세워두고
라면을 끓여서 맛있게 먹고 다시 출발을 해봅니다.
운전을 하며 그러잖아도 개구리눈같이 커다란 눈을
이리 저리 돌리며 열린 정비소를 찾아봅니다.

강화 시내를 빠져 나와서 강화대교를 건너기전에...
아하! 있습니다.
현대 자동차 강화 정비소인데 아마도 휴일 근무하는 직원 인 듯한
몇 명의 정비원이 움직이고 있는 곳.
이제는 어떻게든지 해결이 되는듯하여 기쁜 마음에 정비소로 차를 몹니다.
식사하고 있는 정비원에게 사정을 설명하니
잠시 기다리라더니 차를 점검합니다.
젊은 정비원 아저씨가 내게 묻습니다.
“아저씨! 이차 리모콘 있어요?”
“아니요! 전에는 썼었는데 리모콘이 고장 나서
안 쓴지 삼, 사년 됐을 거예요.”
아저씨는 핸들 밑에 누워서 뭔가를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시동을 꺼보고
“이제 됐어요.”
합니다.
의아해 하며 시동을 걸었다 꺼 보니 정말 잘 꺼지는 겁니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 보니
별일 아니라며 정비 수수료도 필요 없으니 그냥 가라는 겁니다.

아저씨 얘기를 들어보니
아내가 차에서 자고 있을 때 낚시 회원 중 하나가
아무 생각 없이 자기 차의 시동을 리모콘으로 걸을 때
우연히도 제 차의 오래도록 쓰지 않던 리모콘 장치의 주파수와 같아서
같이 시동이 켜지고는 꺼지질 않았던 겁니다.

정말 이런 일도 있군요.
황당했습니다.
전에 장난감 가게를 하는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 인데
한 손님이 왔는데 아이들이 쌍둥이라 항상 똑같은걸 안 사주면 싸워서
리모콘으로 조종하는 장난감 자동차도 색깔만 다른 똑같은 걸로
두 대를 사 갔는데 얼마 후에 그 손님이 바꾸러 왔답니다.
사연인즉,
두 아들이 리모콘 장난감 차로 경주를 하려는데
리모콘 주파수가 같아서 항상 한 녀석의 리모콘 조작에 따라
차 두 대가 똑같이 기동을 하니 한 녀석은 날마다 울고불고 했답니다.

하지만 진짜 자동차 리모콘의 주파수가 같아서
같이 시동이 켜지리라곤 생각도 못했고
덕분에 일정도 중간에 취소하고 마음고생하며
정비소 까지 왔으니 이건 누가 책임집니까?

우리네 인생도 아이들을 잘못 콘트롤해서 그중 한 아이가
엉뚱한 인생길에서 엉뚱한 시간 낭비 하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내 삶의 주파수 때문에 주변사람들의 삶이
예기치 못한 피해를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이 나라 국민들도 소위 지도층의 잘못된 집단 된 리모콘 조작으로
엉뚱한 곳에서 이리도 어려운 경제 현실을 앉고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대 다수 국민들의 편리를 위해 만든 법에 의해
억울하게 시름 짓는 소수의 국민들은 없는 건지,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나는 남들과 다른 삶의 주파수
즉, 코드를 달리해야 하는 건 아닌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봄은 너무나도 비약된
쓸데없는 저만의 겨울 밤 생각일까요?

어쨌든 억울한 마음에 아우에게 전화했습니다.
“이차 저차 해서 그리 시동이 안 꺼진 거니
내 차 앞에서 리모콘으로 시동 걸은 사람
찾아서 앞으로 밤길 조심하라고 해...ㅎㅎㅎ“
잠시 후 전화 응답이 옵니다.
“형님 차 앞에서 시동 건 사람이 너무 많아서 범인을 잡을 수 없다고...”
“그래서 결론은 가장 싼 차 주인을 범인으로 결정했는데
그 회원 밤길 다닐 일 없다고...걱정 없다고...깔깔깔”

2007년 2월 5일 저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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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선경: 얼음낚시의 여정에서 일어난 일들과 느낌을 잘 읽었습니다. 리모콘을 통해서 전하시려는 메세지를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02/06-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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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수: 하하하...
리모콘의 주파수가 같아서 시동이 안꺼지는 것을..
모처럼 가신 낚시인데 참 안됐습니다.

눈으로 구경하는 제가 다 안타깝네요.

저도 제차에 리모콘을 작동하는데요,
어느날 리모콘을 잃어버려서 작동을 안합니다만,
얼마 전에 정기 검사를 갔을 때 갑자기 작동을 해서
조금 당황스러웠었답니다.

요즘은 혹시라도 다른 차량에서 리모콘을 작동하다가
제차에도 작동을 하면 어떡하나...
그런 걱정이 되긴 되더군요.
(언제라도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전선을 끊지않고 그대로 두었거든요. )

고운 글에 머물다갑니다.
늘 건강하세요. *^.^* (hirashi2000@yahoo.cp.kr) -[02/06-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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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평균: 최선경 수필가님.
발길 주심에 감사하고요.
수필가님의 글도 항상 즐겁게 감상하고 있습니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 하세요. -[03/05-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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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평균: 임정수 시인님.
봄이 왔네요.
문명의 이기가 확실히 삶을
윤택하고 편리하게 해 주지만
그만큼 황당한 일도 있더라고요.
우리 인생도 맘의 생에 휘말리지 말고
확실한 자기 삶을 살아야 겠다고 생각해봅니다. -[03/05-15:20]-

국화차를 마시며

쥐눈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