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최 평균
ㆍ작성일	2007-06-21 17:05

ㆍIP:

열차 안에서
오늘은 올해의 장맛비의 첨병인양
그리 굵지 않은 비가 새벽부터 내 침실을 노크하여 단잠을 깨운다.
이 비를 시작으로 내 나라에는 장마권에 접어 드는듯하다.

농부의 마음이야 어쨌거나
비가 오면 괜히 센치해 지기도 하고 더러는 들뜨기도 하였는데,
더러는 그런 마음을 글을 쓰며 달래는 습관이 되었다.

내가 군을 전역한 게 유월 이십 오일인데
칠월에 취업을 하여 기나긴 직장 생활을 하였으니
장마철에 취업한 나에게 이때쯤은
몇 가지 지난 추억에 잠기게 하는 절기 아닌 절기인 셈이다.

그 시절 회사에서는 매년 두 번 이상의 직무교육이나 소양교육을 했었다.
내부 강사와 외부강사를 모셔다 교육을 하기도 했으며
때로는 그룹에서 시행하는 교육에 참여 하기도 했었다.
각설하고.

그때가 내가 입사한지 한 오 년 여쯤 되었을 것이다.
그 때 계절은 언제였는지 기억에 없으나
나는 경북 구미에서 시행하는 그룹의 교육에 참석하기 위해
영등포에서 열차를 타야 했었다.
그 교육은 나하고 비슷한 입사 경력과
비슷한 직급의 그룹 사원들을 대상으로
그 해 지속적으로 하던 교육이었다.
나는 그 당시 유행하던 공공칠 가방에
약간의 내의와 세면도구 등을 챙겨서 들고 올라타
열차의 좌석표를 확인하여 가보니 내 자리 입구 쪽 좌석에
서울역에서 탄 것으로 보이는 중년의 신사분이 타고 있었다.
눈 인사와 함께 가방을 선반에 올리고 창 쪽의 내 자리에 앉았다.
양복 상의를 벗어 옷걸이에 거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신사분은
내가 할 일을 마치기를 기다렸다는 듯 나에게 슬며시 말을 걸어온다.

“젊은이는 어디까지 가세요?”
난 생소한 그를 바라보며
“예에! 구미까지 갑니다.”
“아아! 그러시군요. 그런데 무엇 하러 가세요?”
“그룹에서 교육이 있는데 장소가 구미라서 가는 중입니다.”
“그러시군요? 실례지만 어느 그룹입니까?”
계속 되는 질문에 의아해 하며 대답하는 나에게 그 신사분은
“좋은 그룹 좋은 회사에 다니는군요.”
하면서 싫지 않으면 심심하니 가면서 담소를 나누자고 한다.
나도 싫지 않으니 흔쾌히 수락을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그런데 그분이 아주 의미 심장하게 웃으며
나에게 직장인의 에티켓이 무엇인 줄 아느냐고 물어 왔다.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는 나에게
아마도 그 분이 생각하는 직장인의 에티켓이라 생각하는 이야기를
나에게 차분히 이야기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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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최고의 에티켓은
서로가 얼마의 급여를 타는지 묻지도 말고
또 나의 봉급도 얼마라고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이다.’

비교를 하면 둘 중에 하나는 상대적으로 초라해 지고,
모든 노동 쟁의는 그렇게 서로간에 비교를 하다 보면
불만이 되어 노동쟁의의 불씨가 된다.
나는 얼마를 받는데, 너는 얼마를 받고 있으니
내가 너 보다 어디가 못나서 적게 받는가?
아니면 내가 입사한지 훨씬 오래 됐는데도
입사 년도가 짧은 모 사원보다 급여를 적게 주나?
다른 회사는 우리 회사보다 봉급을 많이 주는데
우리가 벌어온 돈은 이만큼 많이 벌어 왔는데
우리 회사는 이렇게 적은 돈을 월급이라고 주나?

그러다 보니 상대적 손해 감 때문에 그들과 같은,
아니면 그들보다 더 많은 혜택을 달라고 아우성치기 마련이다.
소득 분배란 평등 분배나 균등 분배나 비교하다 보면
항상 불만이 있기 마련이다.
모두 똑같이 나눠 주는 평등 분배를 하면
일 많이 한 사람은 그저 놀고 먹는 사람하고
급여를 똑같이 주니 분통이 터지고,
같은 급여를 받을 바에야 똑같이 일 해야지
뭐 하러 피곤하게 열심히 일을 하느냐고 불만이다.

반대로 일한 성과에 따라 많이 한 사람은 많이 주고
적게 한 사람은 적게 주는 균등 분배를 하면
적게 받은 사람이 당연히 불만을 터트린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부양가족이 많아
이 돈 가지고는 먹고 살기 힘들며,
내가 일을 적게 하려고 일부러 농땡이 친 것도 아닌데
나도 그들처럼 여건과 보직을 주면
그들보다 훨씬 일을 많이 할 거라고 아우성친다.

그러니 서로 얼마를 받는가 비교를 해서
불만을 갖고 쟁의를 일으키는 것 보다
내가 이만큼 일 했으니 이 만큼을 받아야 된다고 요구 해야 된다.
즉,
비교한 남과 같이 달라고 하지 말고
일한 만큼의 정당한 보수를 달라고 타당성 있는 요구를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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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참으로 옳은 말 이었다.
누가 얼마를 받던 그건 내가 관여할 일도 아니고
비교할 일은 더욱 아니다.
그저 내가 일 한 만큼의 보상만 받으면 되는 것이다.
남들이 금 목거리를 찬다고 나도 금 목걸이를 찰 필요는 없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랑의 목걸이를 차면 그만인 것이다.
남이 모피 코트를 입는다고 나도 없는 돈을 빌려서
그 비싼 모피 코트를 사 입을 필요는 없다.
그저 경제가 허락하는 만큼의 지출로 따스한 코트를 사서
몸에 걸치고 겨울을 나면 그만인 것이다.
모피 코트 입은 사람은 겨울을 나고
모직 코트를 입은 사람은 겨울을 못나서 얼어 죽는 게 아니잖은가?
어느덧 우리 일상에는 서로 비교하는 문화가 팽배해 있다.

그러면서 그분은 조그마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직원들에게 많은 보너스 대신에 모든 종업원을 데리고
종종 일본을 관광하며,
모범적인 노사 협력업체를 탐방한다고 했다.
그리고 종업원 40명 규모의 사업체가 관리도 최적으로 할 수 있고
가족적인 노사관계가 될 수 있으며,
영업 이익도 최상으로 얻을 수 있다며
자신은 사업 규모를 넓힐 마음이 절대로 없다고 했다.

그분과 이야기 하다 보니
언제 기차가 구미에 도착한지 모르고 왔으며
그 시절 그룹의 교육도 나의 삶에 많은 도움이 되어
종종 후배들에게 이야기 해주곤 하지만
그 신사분의 말씀은 정말로 귀한 보배 같은 바이블이 되어
내 가슴속에 여태까지 살아 숨쉬고 있다.

그런데 이 년여 후인 80년대 중반에
우리 회사에도 전국적으로 들 불 같이 일어난 노동조합 설립과 함께
쟁의가 발생해서 그 당시 조합원을 최고 많이 데리고 있던 나는
그 해 장마철기간인 2주일을 밤비 소리를 들으며 회사에 대기하고
사태 추이를 지켜 봐야만 했다.
그 중 한 간부는 몇 일의 회사 대기를 하다
새벽에 옷을 갈아 입으러 차를 몰고 집으로 가는 길에
교통 신호기가 고장 난 사거리를 지나갈때
쏟아지는 장맛비에 시계가 흐려 앞을 못 보고 돌진한 차에
그 간부의 승용차 옆구리를 받혀 병원에 장기간 입원하고
회사도 퇴직을 해야만 했었다.

빗소리를 들으며 생각하니 이미 다 지나간 추억이 되었지만
지금도 간간히 그 신사분이 생각이 나고,
이제는 어언 내가 그 신사분의 나이가 되어서
곧잘 직장 생활을 하는 젊은이 들에게 물어보곤 한다.

“직장인의 최고 에티켓이 뭔지 아십니까?”

2007년 6월 21일 장마철 첫날 빗소리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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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수: 맞습니다.
가정에서 건 직장에서 건 비교를 하면 안되는 것입니다.

가정에서 아내가,
남의 집 남편은 집안 일도 잘하고
돈도 많이 벌어온다는데...
그런 식으로 비교를 하면 그 가정은
이미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하거든요.

그리고, 직장에서도 마찬 가지입니다.
남들보다 열심히 일을 했는데 월급이 이것 뿐이라니..
누군 열심히 일을 하고
누군 놀아가면서 돈은 똑같이 받고...
이렇게 비교를 하게되면
일에 대한 의욕이 상실되고,
능률또한 오르질 않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스스로 자영업을 하질 않는 이상
직장 생활을 하면서,
혹은 가정에도 비교라는 단어 자체를 사용하는 걸
자제해야 하지 않을 까 생각해봅니다.

비교를 하지않고,
남들보다 더 잘하려는 마음으로
항상 경쟁 의식을 가지고 매사에 적극적으로 임한다면
뜻하는 목표에 가까워질 수가 있지않을까 생각해보곤 하거든요.

저에게 '직장인의 최고 에티켓이 뭔지 아느냐'고 물으신다면,
(hirashi2000@yahoo.co.kr) -[06/21-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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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수: 그저 묵묵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또한
에티켓이 될 수 있으리란 답변을 해드리고 싶군요.

때론 직장에서도 아무리 친한 사이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보고도 안보고, 듣고도 안들은 척 해야할 경우가 있거든요.
그러니 에티켓에 대한 최선의 방법은,
그저 앞만 내다보면 열심히 달려가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hirashi2000@yahoo.co.kr) -[06/21-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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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선경: 직장인의 에티켓, 참고 할 점을 마음에 집어 넣고 갑니다. 장마는 오늘 잠시 소강 상태네요. -[06/22-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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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기선: 최 평균 선생님 안녕 하세요.
사회 생활은 공동의 자리다 보니 많은 조심이 필요 하겠지요.
많은 얻어 갑니다. 잠시 도라서면 다 잊어 버리는 나를 잘 알지만요.ㅎㅎㅎㅎ하.
열찰안에서 만난 인연 좋은 추억으로 남는군요,
늘 건강하시고 행복 하세요^*&*^ -[06/22-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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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순임: 주위에서 많이 듣던 얘깁니다. 직장에서 급료 차이는 어쩌면 자존심 문제가 될 수도 있을것 같아요. 감사드립니다. (koog1026@hanmail.net) -[06/22-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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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진: 최시인 안녕하신가요.
오래전에 있었던 직장인의 고충이나 이질감을 쓰셨군요.
급료나 재산가치로 인간교류가 전제된다면 아무도 인간적 호의를 발견할 수 없겠지요.
좋은 글에 머물다 갑니다.
늘 건안 건필하시고 행복하세요.
-[06/24-16:57]-

얼치기 가을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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