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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임정수 수필소설작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07-01-16 10:23
ㆍIP:
사이다로 끓인 라면
                                      사이다로 끓인 라면 / 임정수



항상 라면을 끓일 때면 국물이 흥건한 라면보다는 국물이 거의 없는 라면을 먹길 좋아한다.
왜냐면, 국물과 라면을 함께 먹으면 라면이 뱃 속으로 들어가면서 퍼지기 때문에 얼마 먹지도 못하는 것 같아서
라면을 먹을 땐 항상 국물이 없는 건데기만을 먹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가끔은 국물이 있는 라면을 먹을 때도 있다.
그럴 땐 새벽에 찬바람을 맞으며 나갔다와서 얼큰한 국물이 생각날 때 먹는 라면이 그것이다.
평소엔 국물이 있는 라면이건 국물이 없는 건데기 라면이건 다 좋아한다.
분위기에 따라 그날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입맛에 맞는 라면을 끓이다 보니
대부분 국물이 없는 라면을 끓이게 마련이다.

라면...
어릴 적 부터 라면을 즐겨 먹었었고, 살다보니 잊지 못할 추억의 라면으로 에피소드도 만들곤 한다.
현역 시절, 특공 부대에서 근무를 할 때였다.
공수 훈련 중에 부상을 당하여 상주 훈련에 빠진 적이 있었다.
중대원들은 수색/ 매복으로 모두 상주 훈련을 나가고 없었고,
나는 잔류 인원으로 중대에 남게 되었었는데,
잔류 병력이 몇 명 되질 않아 다들 어디로 짱 박혔는지 알 수가 없어서
매 식사 때마다 나 스스로 알아서 해결을 해야 했었다.
중대에서 식당까지의 거리는 그렇게 멀지는 않았지만,
되도록이면 대대장의 눈에 띄지 않아야 했으므로 부상 중인 몸을 이끌고 요리조리 눈치를 살피며
눈치밥을 먹기도 했었고,
때로는 라면으로 해결을 해야할 경우도 많았었다.

어느날, 함께 잔류 인원으로 남아있던 군기가 빠진 사병이 나의 시중을 드는 게 껄끄러운지
어디론 가 짱박혀 버리고,
중대엔 마실 물 조차 남아있질 않았다.
마실 물이라곤 콜라와 사이다가 전부였다.
목이 마르지 않았으므로 그냥 마시고 싶지가 않아,
점심 때가 되어 콜라로 라면을 끓여봤다.
고체 연료를 끄내어 세면장에서 반합으로 끓였다.
보기에도 별로 먹음직스럽지도 않았지만, 맛을 보니 도저히 목구멍으로 넘어가질 않았다.
아깝지만 콜라로 끓인 라면을 비닐 봉지에 담아 버리기로 했다.

배가 고프다는 생각에 이번엔 사이다로 라면을 끓였다.
반합에다 사이다를 부으니 특유의 거품(?)이 조금 일었지만, 보기에는 맹물처럼 보였다.
사이다가 끓자 라면을 넣었고 조금 후 라면이 다 끓어서 군용 스푼으로 한입 떠서 먹었다.
라면이 입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졌다.
시골의 커피숍에서 파리가 날아와 식은 커피 잔에 빠져서 하는 말,
" 에이, 쓴맛 단맛 다 봤네... "라고 소리 칠 때처럼,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쓴맛 단맛을 다 봤다는 말을 흔히 하기도 하고, 많이 듣기도 하는데,
그때 그 순간처럼 쓴맛 단맛이 동시에 입안에서 맴돌기는 처음이었다.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목구멍으로 넘어가질 않을 것 같은 난감한 상황이었지만,
나는 두 눈을 꼭 감고 먹을 수 밖에 없었다.
무척 배가 고팠으므로...
마지막 한방울의 국물을 다 먹을 때까지도 쓴맛 단맛이 났었지만,
가만히 맛을 음미 해보니 그다지 싫지만은 않았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생각났다.
세상을 살다가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한번 쯤은 사이다로 라면을 끓여먹으며
자신을 뒤돌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비록 쓰디쓴 소주가 목구멍으로 넘어갈 때의 표정처럼,
라면이 입안으로 넘어갈 때의 짜릿한 쾌감이 온몸을 타고 흐르지만,
제일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사이다로 끓인 라면을 먹어보게 된다면 각오를 새롭게 다지지 않을까 싶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라면을 그릇에 퍼담아 젓가락을 잡으니 그 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



최 선경: 사이다에 라면을 끊이면 그런 맛이군요. 임 정수 작가님의 글을 보며 라면에 얽힌 기억들이 떠오르네요. 수필 서재에 오셨는데 인사가 늦었네요. 서로 격려하는 수필 서재의 한 분 이시길 기대 합니다.  -[01/17-21:54]-
임정수: 안녕하세요. 최선경 작가님! *^.^*
     
     함께 글을 쓰는 문우로써
     댓글로나마 인사라도 나누며 지내고싶은 마음에
     허락도 없이 불쑥 찾아뵙고 댓글을 올렸었는데...
     설마하니 이렇게 찾아오실 줄은 꿈에도 생각질 못했습니다.
     
     귀한 걸음으로 누추한 저의 서재에 찾아오시어
     참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종종 찾아뵙고 고운 글을 가슴에 담으며
     많은 가르침을 담아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편안하고 행복한 밤 되시고 좋은 꿈 많이 꾸세요.
     감사합니다. *^.^*  -[01/17-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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