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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임정수 수필소설작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12-01-11 12:26
ㆍIP: 58.xxx.46
공중변소에서 생긴일
공중변소에서 생긴일 / 임정수



요즘은 보기힘들지만 내가 어릴적엔 거의 동네마다 있을 정도로 공중변소가 많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 김치먹은 오줌이 당뇨에 좋대나 어쩐대나...

신체적 특성상 여자 화장실엔 없었고,
남자 화장실엔 한말짜리(?)쯤으로 보이는 프라스틱 물통을 받쳐놓고서
볼일을 보면 소변이 그리로 다 모이게끔 되어 있어서 손쉽게 확보하여 운반할 수 있었다.

그래서 공중변소에 모인 소변중 거의 80% 이상이 일본으로 수출한 걸로 알고 있다.

최근에 와서는 좋은 대체약품이 많이 개발되어 그렇게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소변을
일부러 모으거나 수입/수출 할 필요는 전혀 없겠지만 말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공중변소를 사용했던 기억은 아마도 중학교 1학년 때 쯤일 것이다.
(내가 어릴적엔 구포역 부근에서 살았었기에 그때 공중변소의 위치는 지금의 구포역 개찰구에 자리하였었다.)

알만한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공중변소라고해서 어찌 공짜가 있었겠는가.

한번 사용하는데에 10원인가, 20원인가 했었을 걸로 알고 있다.(기억이 가물가물해서 확실친 않지만...)

방과후 집으로 가던 길에 너무나 급해서 근처의 공중변소로 뛰어 들어가 볼일을 보는데...
들어갈땐 너무 급해서 아무생각이 없었지만,
막상 방광에 꽉 차있던 것을 서서히 비우기 시작하니 차츰 정신이 드는 것이다.

오줌을 받으려고 가로로 띄엄띄엄 물통을 내려놓은 벽면쪽에 보면 밑으로 기다랗게 홈을 파놓은게 있다.
그것은 만약에 누군가 조준을 잘못하여 밖으로 흘렸을 경우 그 홈을 타고 오줌이 내려가도록 설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방광에 꽉찬 근심을 시원스럽게 쏟아내다 보니 오줌을 받으려고 갖다놓은 물통이 아닌,
바로 그 홈에다 오줌을 갈기고 있질 않은가...

다행히 아무도 없었기에 망정이지,
공중변소를 관리하는 분에게 들키기라도 했음 그날부로 나는 아작났을 것이다.ㅎㅎ

하지만 어쩌겠는가.
큰거 같으면 끊고나서 어떻게 해보겠지만, 한번 쏟아내기 시작한 오줌은 쉽게 끊을 수도 없었고...
그날따라 이넘의 오줌발은 어찌나 세던지...

암튼, 정신이 들면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내가 서있는 곳...
더군다나 오줌발이 세차게 내리치는 곳에 금이 가 있는데...

그곳은 나의 오줌발에 의해서 점점 입을 벌리듯 갈라지는 것이 아닌가.
마치 어린 아이가 '가,나,다,라,마,바,사...', '아,야,어,여...' 하고 외며 공부하는 것 처럼 큰소리로 울어대고 있었다.

'이걸 우짤꼬?'
내심 속으로 걱정하고 있는데 마침 도착한 열차에서 내린 손님들이 떼거지로 몰려와 공중변소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잘됐다 싶어 얼른 뛰쳐 나오다 뒤에서 들려오는 공중변소를 관리하는 아저씨의 외마디 소리에 움찔하고 말았다.

"어떤 문디 자슥이 변기를 이렇게 박살 내놨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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