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11-12-02 12:18

ㆍIP: 58.xxx.46

공무집행 방해

공무집행 방해 / 임정수

가끔은 우리 절을 찾는 신도 몇 분과 함께 전국 곳곳을 다니며
수행을 하기도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곳은 비슷비슷해서 별 다른 게 없지만,
때에 따라선 부득이하게 지역적 감정에 치우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언젠가 강원도 태백산에서부터 경기도로 해서 서울, 충청도를 지나
변산 해수욕장을 찾아갈 때였는데,
운전을 하던 K 처사께서 길을 잘못 들어 왕복 4차로 도로에서
급하게 유턴을 하고 말았다.

더위를 먹었는지 네비 아가씨는 자꾸만 헛소릴 하였고
마침 한산한 도로여서 도로 사정상 어쩔 수 없이 유턴을 하고 말았는데...

반대편 도로의 인도 위 전봇대 뒤에 바짝 붙어서 숨어 있던 경찰관이
우리가 차를 돌리는 걸 보곤 정지 신호를 보내면서 도로를 건너 뛰어 온다.

코에 걸면 코걸이요, 귀에 걸면 귀걸이라 하였던가...
불법 유턴에다 신호 위반, 중앙선 침범...
무슨 위반을 그렇게나 한 것인지 해도 해도 끝도 없이 줄줄 나오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이에 열 받은 우리의 K 처사.
“좋소, 내가 위반한 건 어쩔 수 없지만...
당신도 무단 횡단을 하였으니 같이 끊읍시다.”
“.......”
“당신 먼저 끊으면 나도 더 이상은 아무 말 않겠소.”

한발 물러서려니 생각했던 그 경찰관 한마디 하는데...
“어디서들 왔쇼이~”
“말씨 들어보면 모르겠능교? 부산서 왔소.”
“어허~ 이사람들...부산서 왔응께 모르지, 그리 큰소리칠 입장도 아니구만...”
“예? 뭔 말인교?”

경찰관은 신경질적인 말투로 소릴 질렀다.
“그냥...입 꾹 다물고 있으랑께.”
“.......”

“자, 더 이상 입씨름 하지 말고...싼 거 하나 끊어줄텡께 그냥 가쇼이~”
“나 혼자만 참으면 나만 억울한데 입 다물고 있으라고요?”
“어허~ 이 양반...자꾸 그러면 공무집행 방해죄까지 추가 시킬 거요.”
“.....”

옆에서 참다못한 내가 한마디 거들었다.
“그렇게 사정해봐야 안 통하니 그냥 가입시더.”
“그래도, 이건 너무 한 기라예.”

“그냥 가입시더...”
“조금만 기다려 보이소.”
분을 삭히지 못한 K처사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경찰관에게 대 든다.

주위엔 수많은 구경꾼들이 모여들었고,
이대로 더 있다간 정말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를 판이다.
K처사에게 한마디 했다.

“저...혹시, 미친개에게 물려 본 적 있습니꺼?”
“예? 아뇨. 한 번도...”
“그라먼 그냥 가입시더.”
왠만하면 봐줘도 될 것은데...
경찰관과 K처사는 서로에게 조금도 지질 않으려고 옥신각신 그칠 줄을 모른다.

“미친개한테 물리면 약도 없다는데...그만 가입시더.”

갑자기 경찰관이 큰소리로 떠들었다.
“아따..그 미친개가 내구마이~”
“뭐? 푸하하하...”

이제사 미친개가 뭘 뜻하는지 눈치를 챈 K처사.
입에선 연신 욕설이 침과 함께 튀어나오는데,
“나 원... 살다 살다 이렇게 미친 개 한테 물려 보기는 첨이네...”

잔뜩 열이 오른 K처사 차에 올라앉자마자 시동을 걸었다.
“얼른 가입시더.”
차는 서둘러 출발하였고 백미러를 통해 뒤를 보니
미처 스티커를 끊지 못한 경찰관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정용하 2011-12-02 18:09	도로교통 관계법상 "부득이한 경우"란 도로공사나 갑작스런 사고 등으로 정상 소통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하며 도로가 한산하다는 것은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숨어서 단속하는 것은 엄격히 말하면 함정단속이 아님니다. 판례상 함정 단속이란 경찰관이 운전자의 위반행위를 유발시켜야 하는데 이 경우는 경찰관이 K처사님의 불법유턴을 유발시켰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다만, 국민 여론에 입각하여 행정지시(상급기관 공문지시)로 은폐하여 단속하지 못하도록 지시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스티커를 발부 받지 않고 도망하더라도 차량번호를 알았을 때는 전산조회하면 차량소유주 인적사항이 밝혀지므로 추후 출석요구서가 자택으로 우편발송됩니다. 단속과 관련하여 경찰관이 도로를 진입할 수있는 것은 도로교통 관계법 (도로교통법,도로교통법 시행규칙,도로교통법 시행령 등)에 의거하여 사고현장 소통 및 구호조치, 위험발생방지조치,기타 부득이한 경우 도로에 진입할 수있습니다. 여기서 경찰관은 숨어서 단속하였기에 공문지시사항을 위반하였으며 운전자 K처사는 중앙선 침범 등 위반사항은 명백합니다. 도로의 한산여부를 떠나서 법규는 지켜야합니다. 사서삼경 중 하나인 "대학"에서는 "신독"이라하여 어둠 속의 정직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더우기 그곳이 만약 고속도로이면 자신의 안일한 운전이 다른 운전자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좁은 국도상이면 타지에서 왔기 때문에 지형에 미숙함을 감안하여 훈방할 수 도있는데 요즘은 훈방하여도 다른 통행인들은 뇌물 받고 봐준다고 오해를 하는 경우도 있어 처신하기에 어려운 실정인가 봅디다. 그 장소에 공식적으로 유턴을 허용하는 교통체계를 모색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고려된다고 생각됩니다. 감히 외람된 댓글을 올린 것같아 송구스런 생각 함께 가져봅니다.

전성권 2011-12-02 21:46	두 분 작가님. 글과 댓글 자세히 읽었습니다. ㅋㅋ 글에서는 작가님과 처사님의 무대뽀적인 대응이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선생님의 댓글은 전직이 나오는 것 같아서 급기야 웃고 말았습니다. 임작가님이 오시니 화기애애하고 재미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임정수 2012-01-11 11:49	《Re》정용하 님 , 너무 딱딱하게 규정에 얽매여 원칙을 따지려기 보다는 간혹 다른 지방을 다니다 보면 본의아니게 지역감정에 치우쳐 은근히 차별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곤 한답니다.' 앞서도 표현하였다시피, “어디서들 왔쇼이~” “말씨 들어보면 모르겠능교? 부산서 왔소.” “어허~ 이사람들...부산서 왔응께 모르지, 그리 큰소리칠 입장도 아니구만...” “예? 뭔 말인교?” 경찰관은 신경질적인 말투로 소릴 질렀다. “그냥...입 꾹 다물고 있으랑께.” “.......” “자, 더 이상 입씨름 하지 말고...싼 거 하나 끊어줄텡께 그냥 가쇼이~” “나 혼자만 참으면 나만 억울한데 입 다물고 있으라고요?” “어허~ 이 양반...자꾸 그러면 공무집행 방해죄까지 추가 시킬 거요.” “.....” 다른 사람도 아닌 경찰관이 지역감정으로 대하기에 기분이 나빠 글로 표현하였던 것입니다. 바로 작년에 겪었던 일이지요. 그사람...처음부터 딱지에는 관심이 없었고, 첨부터 큰소리치고 얼마라도 주면 받고 안주면 화풀이라도 할 심산으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해서 잘잘못을 따지자는 건 아닙니다. 단지...그날에 겪었던 일이 너무하다는 생각에 글로써 나타내어 본 것이고요... 사람이 살다보면 이런일도 겪고 저런일도 겪게되는 건 당연지사인데, 어딜가든 혈연과 학연, 지역...등을 따지는 이들이 있게 마련이지요. 그냥...삶을 통해서 겪고 느끼는 일들을 글로써 나타낸 것이오니 너무 깊게는 생각하고 싶질 않네요. ㅎㅎㅎ

임정수 2012-01-11 11:53	《Re》전성권 님 , 수행을 위해 전국 곳곳을 다니다 보면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나게 된답니다. 특히, 지역적인 감정을 내세워 공격적으로 변할때엔 정말이지 미칠 것만 같더라구요. ㅎㅎ 그래도 그것이 시련이며 나를 시험하는 것이려니 생각하면 한편으론 이 고비를 잘 넘겨야 올바른 수행이 될 것이라 생각하면서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지요. 작년 한해동안 정말이지 전국 곳곳을 누비며 안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곳을 돌아다녔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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