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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임정수 수필소설작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13-01-17 15:31
ㆍIP: 112.xxx.120
함박눈 내리던 날
함박눈 내리던 날 / 임정수





새벽 운행을 나서기 위해 현관문을 열고보니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이미 수북히 쌓인 눈은 오늘 운행을 일찌감치 포기하라고 언질을 주는 듯 나를 비웃는 것 같다.

'뭐라고?'
'헤헤헤...오늘은 나가지 말고 하루종일 집구석에 쳐박혀 있으라이..'
'나참...더러버서...가지마라고 붙잡아도 안간다..'

방으로 들어와 티비를 켜고 뉴스를 보니...
60년만에 최고로 많은 눈이 내린 날이란다.

하필이면 오늘 같은날에 눈이 내리다니...
하루만 더 있다 내렸음 좋으련만...

아쉽고 미련이 남는 건 나혼자만의 사정일 뿐이고...
위대한 자연은 조금이라도 더 나를 편하게 쉬게 하려고...
나를 배려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애써 스스로에게 위안을 하며 조용히 아침을 맞이한다.
아침 찬바람이 강하게 느껴지는 걸 보니 오늘은 하루종일 눈이 내릴 것 같다.

이대로 두었다간 수북히 쌓인 눈이 얼어버릴 것이고...
그것이 얼어버리면 계단을 오르내리기에도 무척 낭패일거란 생각에
서둘러 삽을 들고 배란다부터 눈을 치우기 시작했다.

삽으로 계단의 눈을 다 치운다음 뜨거운 물을 가지고 와서 뿌렸더니 이내 말끔해진다.

옥상으로 나가 밖을 보니 거의 발목까지 빠질 정도로 많은 눈이 쌓여 있었다.
'옥상의 눈도 치워야 하나?'

아직도 계속해서 눈은 내리고 있고...
어차피 옥상의 눈이야 가만히 놔두어도 저절로 녹을거란 생각이 들자 포기하고 말았다.

거실로 와서 커피 한잔으로 몸을 녹이고 있노라니 은근히 장난기가 발동했다.
'어디로 전화를 할까?'
지금 이 시간에 일어난 사람들도 없을텐데...

제일 만만한 우리 거시기 한테 전화를 걸었더니
오늘따라 예쁜 아가씨가 아주 낭랑하고 아릿다운 음성으로 전화를 받는다.

'지금 거신 전화번호는 없는 국번이거나 잘못된 번호이오니 다시 한번 확인을...'
'내가 미쳐...'

그새 전화번호를 또 바꾸었다니...
바꾸었으면 바뀌었다고 미리 알려주던가 하지...

'어디로 전화하지?'

저장된 번호를 찾아 그럴듯한 이름이 나오길래 전화를 했다.
"야! 이 꼭두새벽에 무슨 전화고? 니는 잠도 없나?
괜히 장난전화 하지말고 조용히 디비자라.."

'꼭두새벽...? 이제 다섯시 밖에 안됐는데...'

하긴...
나는 평소에 일찍 일어나는 편이지만
다른 사람들한텐 한밤중일런지도 모르겠다...흐흐흐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12월의 함박눈은 세상을 온통 하얗게 만들고도 더욱 눈부시게 치장하는 것 같다,.

'그래, 잠이나 더 자자...아직은 날도 안샜다 아이가...'

이불 속으로 도로 들어가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해본다.
이 새벽의 끝자락에서 서서히 미련의 꿈속으로 빠져 든다.

 

 
* 늘 바쁜 일정에 정신없이 뛰어 다니다 보니 이제서야 간신히 글을 옮겨 놓으며...
이름아이콘 권미영
2013-01-23 15:04
회원사진 		모든 사람들이 까무룩 잠든 밤에 소리없는 눈이 온세상을 하얗게 덮어 놓고
짖굳게도 사람들 더러 다시 길을 내고 하루를 만들어가며 살라고 합니다.
이때 제일 난감한 건 힘없는 직장인들 이지요.
승용차도 없고 그렇다고 두 발로 걸어서 출근하기엔 너무 먼거리의 직장,
혹여 버스가 운행이라도 안하면 어떡하나? 눈 뜨면서부터 걱정거리를 달고
아침 출근길에 오른답니다.
오죽 눈이 많이 왔으면 운행도 포기하고 갑자기 생겨난 시간의 공백을
메꾸지 못해 이러실까? 이해가 갑니다.
저는 항상 제 입장에서만 생각해왔는데 위험을 무릎쓰고 혹은 더한
목숨을 담보로 대중을 위해 버스를 운행하시는 혹은 택시를 운행하시는 분들께
새삼 큰 절 한번 올리고 싶습니다.
   
이름아이콘 임정수
2013-01-31 15:52
회원사진 		《Re》권미영 님 ,
가끔은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해봅니다.
세상은 둥글고...저마다 잘낫나고 뽐내며 살아가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다함께 세상을 공유하며 적은 힘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고...
그렇게 밀고 당기며 돕고 살아야 하는게 인생이 아닐까요.

둥글면 둥근 대로... 모가 나면 모가 난 대로... 제각각 쓰임새가 있듯이
수 많은 직업들은 반드시 있어야 할 직업들이고 꼭 필요한 일들이기에
저마다 맡은 바 직책에 충실하며
열심히 땀흘리는 속에서도 보람을 찾으려 애쓰는게 우리네 인생이 아닐런지요?

제가 바빠서 다른 분들의 서재에 기웃거릴 여유가 없어서
일일이 찾아뵙지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랍니다.

어느분 서재엔 가고...또 어느 분 서재엔 못가게 되면
아무 것도 아닌일로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을 것이고...
사람만 실없이 평가될 것 같아서 아예 가질 않고 있답니다.

귀한 걸음하여주심에 가슴 깊이 감사드립니다.
계사년 새해엔 소망하시는 모든 일 다 이루시고
건강하고 행복한 해가 되시길 두손 모아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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