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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래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조명래
ㆍ작성일	2024-02-21 14:17

ㆍIP: 183.xxx.251

단독주택선호 이유서

단독주택 선호選好 이유서 /조명래

수십 년 전 내가 싱글일 때 지금 이곳 이 자리에 단독주택을 지었다.
그리고 몇 년 후 2층도 올렸다.
도시에 집 한 채 있으면 시골 친척들은 쌀 한 포대 짊어지어 도시에 사는 친척에게 자식들을 맡겼다.
그 당시는 당연한 관행처럼 여게 졌었다.
2층까지 있는 우리 집은 그야말로 간판 없는 하숙집이었다.
칠 남매 장남에게 시집온 새색시는 밥그릇 숫자에 신혼 초기부터 기가 질려버렸다.
친가 외가 가리지 않고 교대로 끝없이 밀려드는 식객에 매일 같이 온 집이 시끌벅적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내가 직장이 있어 낯시간은 그 소란스러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 이였다.

시골에서 반평생을 보내신 어머니가 2층 옥상에다 도심 속의 텃밭을 만드신다고 장성한 아들들을 총동원해 집안 화단의 흙을 옥상으로 퍼담아 올리는 부역을 손수 진두지휘하셨다.
바퀴벌레 나올 것이라고 불평하는 아내와 신간을 하시면서도 옥상 텃밭 면적은 조금씩 늘어만 갔다. 고추, 상추. 가지, 토마토.파. 부추. 등 웬만한 채소는 옥상 텃밭에서 반 이상은 보충했다.

세월이 흘러 하나둘 하숙생도 떠나고, 자식들도 짝을 맞춰 차례대로 집을 나갔다.
그 후에도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하루도 빼지 않고 나선형 회전계단을 오르내리시며 옥상 텃밭을 가꾸셨다

이제 옥상 텃밭은 주인을 잃었고, 이층집에는 덩그러니 우리 부부 만 남았다
아내는 일 층에 나는 이층에 산다
주권을 잡은 새 안주인의 성화에 못 이겨 얼마 전에 옥상 텃밭의 흙이 원래의 자리로 내려왔다.
올라갈 때는 많은 시간과 노동력을 요 했던 흙들이 내려올 때는 미끄럼을 타고 쉽게 내려왔다. 늙어 갈수록 힘이 빠진 노 식객은 우군도 없다.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는 안주인에게 사정사정해서 고무통 세 개 분량의 흙은 운 좋게 옥상에 남겼다.
가지 두 포기 고추 다섯 포기를 심을 공간이다.
나의 아침 체조 공간이기도 한 2층 옥상에는 연보라색 가지 꽃이 피었는가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엄지만 한 가지 몇 개가 보인다. 하얗고 오묘한 꽃이 피는 고추는 꽃이 지는가 했는데 고추가 오 종종 달린다.
빗물도 받아먹고 햇빛도 따먹고 하루 종일 일사를 받는 두 작물은 내가 올라가면 갈증부터 토로한다.
고추 하나 가지 하나가 열렸다는 것은 벌 한 마리 나비 한 마리가 다녀갔다는 이야기로 전해 듣는다.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찾는 곳.
체조보다는 기도를 먼저 하는 곳.
하루의 안녕을 염원하는 곳.

고지식하게도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아내의 지청구를 몇십번 들어도 애써 무시하고 눌러사는 것은. 이 집이 품었던 사랑하는 사람들의 체취가 그리워서일까? 돈벌이에 민감하지 못하고 이등만 도맡아 하는 우둔한 내 능력 탓일까?
옥상에서 바라보이는 비봉산의 유혹 때문일까?
진작에 아파트로 들어갔으면 수억은 벌었을 것이라는 아내의 구시렁거림도 이젠 많이 수그러들었다.
자긴들 흙이 좋고 꽃이 좋지 않을 리 없을 것인즉, 자기도 늙어가고 있다는 것을.

어느새 주렁주렁 결실을 매달은 고추가, 가지가 남은 두 식구의 아침 밥상에 여름 한철 하루도 빠지지 않고 비타민을 공급해 준다.
현관문만 열면 흙냄새를 맡을 수 있고, 온갖 꽃들이 교대로 피는 화단, 수석과 분재가 잘 이울어져 있는 내 작은 정원. 가끔씩 나비도 날아 오고 새들도 찾아온다
내가 단독주택을 예찬하는 이유서다.

상규

독거

번호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10	상규	2	조명래	2024-02-21

9	단독주택선호 이유서		조명래	2024-02-21

8	독거		조명래	2024-02-16

7	외갓집의 추억	3	조명래	2023-09-04

6	멸 치	2	조명래	2023-08-25

5	오솔길	2	조명래	2023-07-25

4	그루터기		조명래	2023-07-05

3	그 여자의 시간	2	조명래	2023-06-27

2	요강(尿鋼) 예찬	2	조명래	2023-06-09

1	환영합니다	5	poemmusic	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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