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조명래
ㆍ작성일	2023-09-04 13:55

ㆍIP: 183.xxx.251

외갓집의 추억

외갓집의 추억 /조 명 래

잔잔한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그곳 외갓집.
나의 외갓집은 가마실 고자 터다.
지명부터도 고전적이고 해학적이다.
동네 입구의 실 개천가에는 수령이 족히 수백 년이 되었을 싶은 정자나무가 위풍도 당당하게 서 있었고, 그 정자나무 아래 길옆에는 언제 세워졌는지 모를 빛바랜 효자비가 서 있었다. 효자비 앞을 지나 나지막한 토담 옆길을 따라가다 보면 맨 끝 집이 작은 외삼촌 집이고 그 윗집이 큰 외삼촌 집이다.

우리 나이면 누구나 외갓집에 관한 추억이 몇 개씩은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나의 외갓집에 관한 추억은 어렸을 때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었을 때까지 꽤 오래 지속되었다.
큰 외갓집과 작은 외갓집이 위아래로 붙어 있었고, 내가 외가에 갈 때면 큰 외숙모와 작은 외숙모가 경쟁이라도 하듯이 나에게 잘 대해주셨다. 키 크고 미인이셨던 외할머니가 장수하시며 사셨던 것도 외갓집에 대한 애착을 더 하게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아버지가 독자였기에 가까운 친척이 없었던 것도 내가 외갓집에 대한 집착을 더 가지게 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집과 외갓집은 같은 군에 소재하고 있었어도 우리 집도 외가도 오지였기에 어렸을 적에 외갓집을 한번 가려면 버스를 두세 번 갈아타야 했다. 또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서 가는 길도 어린 나이에 만만치 않은 거리였다.
그래도 방학이 되면 외갓집 가는 것이 제일 큰 목표였고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몇 개의 고개를 넘고 산굽이를 돌고 돌아 마침내 저 멀리 외갓집이 보일 때의 그 설렘은 지금도 가슴 한구석에 남아있는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외가 식구들의 환대는 어린 나에게도 진심으로 느껴졌었고 그곳에서만은 나는 대접받는 왕자였다. 나는 외갓집 식구 중에서도 특히 작은 외삼촌이 좋았다. 지금도 나는 편안한 마음을 느낄 때면 외삼촌 뒤 꼭지같이 편안하다는 말을 가끔씩 표현하곤 한다.
작은 외삼촌의 뒤 꼭지를 보고 있으면 그렇게 편안하고 좋을 수가 없었다.

영리하시고 성실했던 작은 외삼촌도 나를 무척 좋아하셨다.
외동딸이던 당신 누나의 자식이기도 했겠지만, 이대 독자 집에 시집가서 아들을 낳기 위해 무던히도 고달팠던 누나의 시집살이를 같은 동네에 살면서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을 것이다.
연달아 딸 셋을 낳고 난 뒤에야 아들로 태어난 나를, 유독 귀여워하셨다. 작은 외삼촌은 타고난 부지런함과 근면한 생활로 한 평생을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다 가셨다.
삼남 일녀를 낳아 사회의 일원으로 모두 다 잘 키우셨다.
돌아가시기 몇 년 전에 치매로 고생하실 때의 모습은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아팠다.

여름 방학 때 외갓집에 가면 숯불에 풀빵 구워주시던 큰 외숙모님은 장날이 되면 그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으시고, 오리 길을 걸어가시어 사다 주시던 참외의 그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지금은 다 돌아가시고 자녀들도 그곳을 떠났지만, 작은 외삼촌 집은 공무원으로 퇴직한 큰아들이 별장 삼아 가끔씩 머물다 간다고 한다.
어질고 착하게 살다 가신 부모님 덕분인지 자녀들도 사회의 일원으로 제자리를 잡고 모두 안정되게 잘 살고 있다.

그 어릴 적 외갓집 변소는 돼지우리 위에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는 그곳을 통시라고 불렀는데 그 시절 통시는 공포의 장소였다.
네다섯 칸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바지를 내리고 앉아서 일을 보려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송아지만 한 돼지가 꿀꿀거리며 위를 쳐다보고 있는대서 볼일을 본다는 것은 어린 나이에 큰 두려움이고 공포였다.
외사촌 동생들과 소 먹이러 다니던 절골에서는 소가 풀을 뜯는 동안 계곡 돌 밑에서 가재를 잡아 구워 먹던 그 고소한 맛도 잊지 못할 외갓집의 추억이다.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우리가 갈 때마다 아담한 장독대에서 아낌없이 퍼담아 주시던 작은 외숙모님의 된장과 청국장도 이제는 맛볼 수 없다.

소죽을 끓이던 무쇠 가마솥에서 뿜어내던 증기와 쩔쩔 끓던 구들 막의 온기도 이제는 추억 속으로 멀어져 간다.
요즈음도 가끔씩 안부전화를 잊지 않는 외사촌 동생이 참 고맙다.
내년 봄에는 외할머니 산소도 가보고 외갓집에 한번 다녀와야겠다.

황영칠 2023-09-06 16:26	존경하는 조명래 작가님 어렸을 때 외가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아름답게 펼쳐 놓으셨습니다. 외가댁에 외할머니며 외삼촌 그리고 외숙모 외가 동네 출입하면서 즐거웠던 아름다운 추억 아지랑이가 산을 넘어가는 그리움으로 아름답게 표현하심에 즐겁게 감상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장계숙 2023-09-12 21:51	외갓집이 집처럼 편안했던것 같아 참 따스하고 정겹게 느껴지는 글입니다. 전 성격 탓인지....방학이면 며칠씩 외갓집을 갔었는데 집을 벗어나 내방이 아닌 곳에선 잠들기가 쉽지 않고 맘도 편하지 않더군요. 그당시 변전소 소장이신 외할아버지는 회사 구경도 시켜주시고 만화방에서 만화책도 빌려주시고 Dj가 팝송을 틀어주던 카페같은 제과점에도 데려가 주셨는데... 전 늘 빨리 집에 가고 싶어했죠.ㅠㅠ 어릴적 추억이 새삼 참 소중하게 다가오네요. 지금까지도 편안하고 즐거운 추억으로 그 시절을 기억하고 간직하시니 더없이 행복한 일입니다. 시골의 정취가 느껴지는 아름다운 글 마음 가득 채우고 갑니다. 감사히 다녀갑니다.작가님~

최하정 2024-01-02 20:39	안녕하십니까 조명래 작가님 반갑습니다 12월에 등단하여 작가서제에 머물게되어 인사차 작가님의 멋진글에 들려 인사드립니다 자주 뵈러 들어오겠습니다 좋은글 많이 집필하시고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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