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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김국현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김국현
ㆍ작성일 2022-09-03 19:07
ㆍIP: 118.xxx.134
벌초
벌초

초등학교 3학년 무렵 어머니가
할아버지 산소에 나무가 없으니 무덤가로 소나무를 심어놓고 오라고 하셨다.
당시 어머니께서는 병석에 누워 계셨으니 할아버지가 그렇게 아끼고 좋아하셨던 손주인 나에게 시켰던 것이다.
어린 마음에 뒷산에 가서 작은
소나무를 수집하여 할아버지 산소에 심었더니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이 보고 무덤과 너무 가까이 심어 모두 뽑아 버렸던 기억이 난다.
할아버지 산소가 아랫수나무지밑 우리 밭에 모셨는데 1976년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모신장소에 할아버지와 어머니를 한 곳에 모셨다.
그때가 군에 가기 직전이라 생각이 난다.
군에 다녀와서 부터 지금까지
부모님, 조부모님 산소 벌초는
내 담당이 되었다.
당시 예초기가 없던 시절 경주에 근무할 때 두 아이와 아내와 낫을 들고 벌초를 하다가 너무 더워 작업을 포기하고 집으로 오면 일정 금액을 주고 동내 분들에게 부탁해서 벌초를 하기도 했다.
우리산소는 잡초가 무성하여 1년에 두 번은 풀을 베어야 한다
6월 중순경 풀을 베고 처서를지나면서 다시풀을 베어야 그나마 산소가 깨끗하게 정리되기 때문이다.
대구에 근무 당시 승용차가 없었던 시절, 새벽밥 먹고 동대구고속터미널에서 일반 고속을
타고 고향인 산소에 와서 벌초하고 집으로 돌아가면 늦은저녁이 되었다
2012년도 현직에서 은퇴하고 언양으로 이사한 이유는다른 목적도 있지만 조상님들의 산소 관리 문제가 첯번째 였다.
내가 은퇴 후 언양에 자리를 잡을 때 나이가 59세였다.
당시만 해도 65세까지는 예초기를 짊어지고 벌초할수 있지 않을까 계획하고, 힘이들어 못하게되면 부산기장에 있는 문중 납골당으로 모신다는 계획이었는데 10년이 지난 요즘도 벌초를 할수있는 건강이 허락되니 너무 감사할 일이다.
벌초의 유래에 대해 정확하게
발혀진 것은 없다고 한다. 다만
유교와 성리학에서 무덤 앞에서 제사를 지내는 '묘제'를 언급한 것으로 보아 유교의 보급이
벌초 관습을 만드는 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벌초는 봄 한식 때와 가을 추석 무렵에 한 번씩 한다
봄에 하는 벌초는 '금초'라 하며, 이는 금화 벌초의 준말로 잡풀이 자라지 않고 화재가 일어나지 않게 미리 무덤을 방제하는 행위를 뜻한다고 알려지고있다
이때 잔디를 새로 입히는 등 무덤을 보수및 손질하는 '사초'가
병행되기도 한다.
가을 벌초는 양력 8월 23일 처서 이후에 한다. 이때부터는
풀의 성장이 멈추기 때문이다.
나 역시 한식 때와 가을 벌초 때
산소를 찾아 부모님, 조부, 조모님에게 절을 올리고 다정다감한 대화도 주고받는다.
조상님들 산소에 가면 내 마음은 어느새 푸른 하늘 한가하게 떠나는 흰 구름이 되기도 하고
산속 옹달샘에서 흘러나오는
샘물처럼 맑고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힘이 들고 어려울 때 산소를 찾아 가슴에 맺힌 이야기를 하면
무슨 이야기던 들어 주시니까 내 마음이 잔잔한 바다처럼 변한다.
세월이 많이 흘러간 지금도 가끔 보고싶을 때가 있다
행여 오늘 밤에는 할아버지와 어머님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로 잠자리에 들어도 돌아가시고 난 후 한 번도 꿈속에 본 적이 없다.
당신들께서는 꿈에라도 한 번보고 난 후 혹시나 감당하기 어려운 마음의 상처를 염려하시는지 모른다.
설사 꿈속의 만남으로 나에게 아무리 큰 아픔으로 다가온다고 해도 보고싶다
할아버지, 어머니와 부둥켜안고 목놓아 울고 싶다.
눈물이 흘러 강으로 흘러갈 때까지...
몇일이 지나면 추석이다
그때 술잔 올리며 가슴으로
통곡하며 싫큰 울어야겠다.
한 없이 보고 싶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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