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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도연 소설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도연
ㆍ작성일 2020-01-31 09:52
ㆍIP: 180.xxx.102
복계산 "매월당 김시습"을 만나다
복계산 "매월당 김시습"을 만나다

이 도 연

오랜만에 떠나는 산행 계획에 밤잠을 설치며 친구들과 전날 마신 숙취를 털어 버리고 무거워진 몸을 일으켜 간단하게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선다.                                
극성스럽게 폭염을 쏟아 내던 하늘이 입추가 지나면서 산들산들한 바람이 불어와 가을의 파란 빛으로 싱그럽게 흩어진다.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복계산 자락에 매월당 김시습의 자취를 찾아 향하는 아침이 흥겨워 일어날 때의 무겁던 몸이 풀려 발걸음이 가볍다.
달리는 차 창밖으로 펼쳐진 팔월 후반의 풍경이 아름답고 북쪽으로 달려갈수록 산들은 가파르게 일어서며 커다란 덩치를 불려가고 산맥과 산맥 사이의 평원은 시야 가득 펼쳐져 드넓어 평화롭고 뜨거운 태양 아래 알곡이 토실하게 익어가는 들판에 풍요로움이 가득히 넘실거린다.

한북정맥의 시발점인 대성산을 기점으로 군사 분계선에서 25km 지점에 있는 복계산은 철원 최북단 비무장지대(DMZ)와 가장 가까운 심산유곡의 명승지로 중후하고 선이 굵은 산맥을 일으키며 남으로 복주산, 북망봉, 화악산을 향해 항진하며 힘차게 뻗어 내린 험준한 산세가 이 일대에서 할거하던 그 옛날 의적 임꺽정이 탐관오리를 혼내 주며 호령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복계산 자락에 임꺽정 청석골 세트장(SBS 대하드라마)을 만들어 촬영했던 자취는 사라진 흔적만 골짜기에 메아리로 남아 있다.
구름인 양 바람인 듯 숲의 안부로 들어가면 골짜기의 짙푸른 숲을 헤치고 계곡을 파고드는 그늘이 시원하게 드리워지며 구불구불 계곡 속으로 이어져 있다.                      
뭉게구름이 휘감아 도는 산자락은 깊은 녹음으로 가득하고 여기저기 암회색의 이빨을 드러내 솟아오른 기암들이 만물상처럼 늘어서 장관을 이루어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숲의 속살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아 계곡은 깊고도 고요하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오솔길 옆으로 연초록 이끼가 무성하게 낀 바위는 오래 묵은 오지의 신선함으로 시야가 맑아 편안하며 처녀림의 수줍은 아름다움이 고즈넉하고 시원한 계곡의 일급수인 청정수가 맑게 흐르는 물줄기는 물보라를 일으켜 거세게 흘러내린다.                                
계곡의 정취에 흠뻑 젖어 있을 때 귀가 먼저 놀라 고개를 들어 보니 천둥 치는 하늘의 소리로 무지개를 일으켜 거대한 물줄기가 쏟아지는 매월대 폭포가 아! 하는 탄성과 함께 눈앞에서 장관을 이룬다.

복계산 정상에 오르니 계곡에 물 흐르듯 안개가 고여 신비감을 더해주고 새파란 하늘에 떠도는 구름만 이리저리 노니는데 세월을 거슬러 매월당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두 눈을 감으니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에 단종 애사를 노래하며 은거하던 생육신의 한사람인 매월당 김시습의 한 서린 비애와 슬픈 노랫소리는 폭포의 눈물처럼 흘러내리고 슬프다! 슬퍼 사랑하는 임은 풍화된 세월 앞에 무심하고 기암절벽위에 고사목은 온몸이 비틀려 아직도 남아있어 힘없는 신하의 무력함에 비통해하고 충암절벽(선암) 바위에 새긴 바둑판에 한을 삼키며 단종의 복위를 꿈꾸던 생육신들의 충심이 새파란 가을 하늘 뜬구름처럼 부서지고 흐르고 흘러 세월 앞에 한 줄의 역사로 남아 있다.
눈을 떠 발아래 굽어보니 복계산 매월대에서 만난 매월당 김시습의 목소리는 자취가 없고 계곡을 울리는 매월대 폭포 소리를 들으며 또 하루가 과거 속으로 저물어 간다.


매월대 계곡에서

이 도 연

자진모리 휘모리 없지만
천둥 치는 물소리
계곡에서 부르는 숲의 몸짓

굉음의 단조로움이
알 수 없는 감동으로
가슴을 울리고

한여름 폭염을 쓸고 내려가는
청정수 물길이
새파란 물방울로 튀어 올라
서늘한 계곡을 적신다

시원한 명경지수 싱그러움
숲의 손끝에 펼쳐진 그늘 벗삼아
단꿈에 빠져
나 홀로 숲과 자연의
적막한 언어를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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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복계산 "매월당 김시습"을 만나다 이도연 2020-01-31
1 환영합니다 8 poemmusic 2020-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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