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종덕
ㆍ작성일	2017-05-25 10:05

ㆍIP: 119.xxx.75

30 년의 망부석

물 길 / 김 종 덕

참 으로 기묘한 일이었다. 시 서재에 부모님의 피를 빨아 먹고사는 바이러스의 시를 올리면서 참 나쁜 바이러스가 나이며, 부모님에 대한 다 하지 못했음을 용서를 바라는 글이었다.
이 글을 올리고 난 후 아버님께서 운명하셨다는 소식이 왔다. 용서를 해주신 것인가, 아님, 이를 거부한 것인가 판단하기 어렵다.

3일 장을 하면서 수많은 조문객이 오셨고 이들을 대하는 나의 심정은 참으로 많이 아팠다. 나 혼자 살려고 몸부림치며 보낸 세월이 아팠고, 조금 멀리 떨어져 산다고 자주 챙겨 보지 못한 일들, 나의 잘 못으로 인해 일어난 일들로 걱정을 안겨준 수많은 일들이 꼬리를 물고 지나갔다. 또한 지금도 잊혀질 수 없는 그림들이 지나간다. 아버님께서는 젊은 시절 담배를 좋아하셨다. 근데, 어느 날 담배를 피지 않으셨다. 자신이 담배를 끊으면 내가 도화지를 몇 장 더 살수 있다는 그 말씀이 지금의 나를 이끌어준 계기가 된다. 나도 엄청 골초였다. 하루에 3갑을 피웠는데 잠자는 시간을 빼고 나면 담배를 물고 산 것이 된다. 컴퓨터 앞에 앉으면 담배를 언제 물고 있었는지도 모르는 지경이었다. 이 때 아버님의 말씀이 나의 속을 큰 칼로 찔렀다. 바로 절연에 들어가 지금은 15년 째 담배 없이 아주 편안하게 깨끗하게 머리를 맑게 집중하게 해준다.

어머니는 내가 등단하게 해준 “대나무가지 회초리의 넋”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아주 작으신 분이 한에 맺혀 사사다가 1988년도에 승화하셨다. 그 때 나이 60세 였고, 약사였던 나는 약도 변변하게 드시도록 하지도 못하고 그렇게 보낸 것이 천추의 한이 되고 있다. 그 뒤 열심히 살아 집안에 보탬이 되고자 하였지만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내 나름의 길을 가겠다고 하여 어머님 가신 뒤, 아버님을 챙겨 보지도 못한 것이 어언 30년이 지나갔다.

그냥 바아러스 같은 인생을 살아 왔다. 그 많은 세월 30년 동안을 그렇게 자신으로 막으며 지내셨다. 한 번씩 들러도 말하는 주변이 없어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고 주면에서 맴돌다가 귀가하곤 했다. 참으로 말 잘하는 것도 효도가 된다는 것을 많이 생각했다. 나에게도 딸과 아들이 하나씩 있다. 딸도, 아들도 나를 닮아서인지 애교가 전혀 없다. 지금 아이들이 나에게 대하는 것이, 꼭 내가 아버님께 대하는 것과 너무도 닮아있어 정말 내가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나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아픈 세월을 보내시다가 중환자실에서 하늘의 부름을 받으셨다. 올해 92세였다. 참으로 많은 세월을 아픔으로 안고 사시다가 가셨다. 입관 절차 때 목욕을 시키면서 빠싹 마른 살과, 근육, 이렇게 자식이라고 살아 있는 내가 너무도 한스럽고 눈물만 나왔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한번인데 온 몸을 어루만지면서 지나온 세월에 대한 원망은 다 버리고 가시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그래도 위안이 된다면, 3남2녀의 자식과 7명의 손주 6명의 증손을 모두 뵙고 가신 일이다. 특히 미국에 유학가 있던 딸이 다음 달 결혼 차 4일 전에 귀국하여 있어 다행히 다 얼굴을 부비고 지나온 세월을 위로 해 드린 것이다.

또한, 다른 측면에서 보면, 30년전에 한으로 가신 어머님을 만나서 영생을 할 수 있다는 마음도 들었다. 어머니는 먼저 거셔서 산속에 계셨는데 아버님이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하게 됨으로써, 어머니를 함께 모시게 되어 그간의 외로움과 망부석으로 버텨온 한을 조금이라도 들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위로를 삼을 수 있었다.

그 간에 살아오면서 많은 어려움과 자식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신 어머님, 가끔 싸우시기도 하셨지만 30년의 세월은 그 모든 것을 다 용서하기에 충분한 세원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국립묘지에 나란히 존치 할 때, 그간 얽히고설켰던 감정이 또 솟아나긴 하였으나, 두 분이 나란히 손잡고 옆에 같이 계시는 것을 너무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이번엔 정말 영원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따스한 눈물이 마음을 적셨다.

바이러스는 생명체에 기생하여 숙주가 생산한 영양분으로만 살아가는 염치도 없는 미생물이다. 자신은 아무런 일도 하지 않으면서 빨아먹고 질병만 만들어 내는 고약한 놈이다. 이 바이러스의 일생이 내가 부모님의 영양분을 빨아 먹고 살아온 나와 무엇이 다른가를 생각해 보면, 아주 악질 적인 바이러스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두 분을 추억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 되었지만 항상 가까운 곳에서 자식들을 돌보며, 그간의 다 못한 이야기들을 두 분이 만나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영생을 이어갔으면 한다.

김상훈

2017-05-26 03:16

글을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 오고 마침 지금 막 제가 올리려던 장모님이라는 글이 새삼 다시 떠오릅니다. 짧게 쓴 글이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작가님이 쓰신 글의 맥락과 거의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조금 더 보완을 해야 할 거같아 다른 글로 대신합니다만, 아무튼 바이러스와 숙주의 비유는 참으로 멋진 글이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생의 통과의례란 어쩌면 바이러스가 되었다가 숙주가 되가는 과정을 그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악질적이라고 생각지 마십시오. 어차피 작가님도 지금 숙주가 되어 있으니까요.


김종덕	김상훈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참 그렇게 살아 왔읍니다. 도움이 되지 못함에 대한 아쉬움도 많았읍니다. 뭐 그리 큰일 한답시고, 잘 챙기지도 못하는 자괴감이 큽니다. 참츰 작가님의 말씀대로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겟읍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5/29 14:51

정찬열

2017-05-26 18:45

물길 작가님! 찹찹한 심정으로 "30년의 망부석"을 배독하면서 그짧았던 시간
"바이러스"라는 시를 서재에 올린지 엇그제 22일 이였고 우리 광전 지회
얼굴을 마주한지 일주일전의 일입니다. 아무렴 우리 서로 알고 모임을 한다는것이
무슨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입니다. 작가님의 지인들에게는 알리시고 우리 지회
회원들에게는 통문을 않하셨다는 것인지 심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경사였다면야 그렇지만 92세의 아버님을 떠나보내셨는데 말입니다.
물론 애사를 당하고 보면 경황이 없을수도 있습니다만 아쉬울뿐입니다.
국립현충원에 부모님을 존치 하신것은 다행한 일입니다만 어찌 그렇게
무심할수 가 있으신지요 늦게나마 삼가 고인의 명복 을 빌면서 작가님
가족에도 심심한 위로 말씀 드립니다.


김종덕	정찬열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챙겨 주시니 더 할 말이 없습니다. 자주 뵙고 많은 의논을 드리기로 하겠읍니다. 항상 곁에 계셔서 든든하고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5/29 14:52

이석희

2017-05-26 21:01

김종덕 작가님~~~
불가에서는 만남을 인연이라 말합니다. 만남은 인연의 시작이고요 이 인연이 다하면 이별인 셈이지요. 살아서의 이별은 다시 만날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죽음이라는 이별은 영 이별이라고 하겠지요. 인연에는 긴 인연이 있고 짧은 인연이 있어요. 긴 인연이야 쉽게 알 수 있지만 짧은 인연은 세상 구경도 못한 부모 자식의 인연도 있습니다. 또 빚을 받으러 온 인연도 있고 빚을 갚으러 오는 인연도 있습니다. 상대와 사이가 좋은 인연은 상생의 인연이고요 그 사이가 상쾌하지 못한 인연을 상극의 인연이라고 한답니다. 이 이야기는 주로 부모와 나와의 관계이지만 나와 내 자식의 경우도 한 가지입니다. 이 말씀은 불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 이야기입니다. 종교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씀이니 오해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어찌 됐든 아버지는 좀 소원하고 어머니는 애틋한 정이 있다고 보아야지요. 허전하실텐데 영양가 없는 이야기만 해서 죄송합니다.


김종덕	이석희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예, 많은 가르침을 주시고 가셨읍니다. 제가 할 바는 다 못했지만, 편안히 계시라고 말씀드렸읍니다. 참으로 좋은 인영이었다고요, 이정도의 현실로 키워주시고 담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렸읍니다. 편안히 계시길 기원드려봅니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요.	5/29 14:57

김상화

2017-05-27 10:05

김종덕 작가님
사람은 누구나 태여 낳다 다시 돌아갑니다
이 세상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진리입니다
92세의 부친이 계셨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입니다
부모와의 이별은 언젠가는 해야 하는 하늘의 명령입니다
빨리 이별을 하느냐 좀 늦게 하느냐일 뿐입니다
이렇게 수필 서재에서 만난 인연입니다만 연락이 없었다는 것은 좀 섭섭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종덕 작가님
작가님께서는 나쁜 바이러스라 표현하셨는데 절대 그렇이 않습니다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아무리 잘못했어도 용서를 합니다
자식이 어려서는 놀고 있는 것만 바라보아도 행복해하시고 성인이 되면
잘되기만 바라는 것이 부모의 심정이니까요
작가님 잘 배독하고 갑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하늘로 가신 부모님께 기도합시다


김종덕	김상화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이 토록 챙겨 주시니 어떻게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읍니다. 다하지 못한 정성이 계속 마음을 잡고 있읍니다. 이제는 자주 찾아뵙고 용서 비는 일만 남아 잇는 것 같습니다.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요.	5/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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