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종덕
ㆍ작성일	2017-09-12 13:12

ㆍIP: 168.xxx.229

속으로 젖는 가을 비

물 길 / 김 종 덕

원을 들어 줄 수도 없는 매미의 통곡을 끝자락으로 귀뚜라미가 가을을 몰고 왔다. 들판은 째질듯 잔인하던 여름의 손길로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걷이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지금 있어야 할 고추잠자리가 세월이 바뀌어 감에 따라 어디로 잦아들고, 여름 끝부터 빨리 찾아온 사춘기 소녀처럼 수줍던 코스모스도 처녀, 총각이 되어 들판에 춤추고 있다.

가을은 눈으로 오기보다는 시린 가슴으로 부터 온다는 말이 맞을 정도다. 아침에 소슬바람 따라 나섰다가 난데없이 폭염에 찌들다 다시 찾아오는 저녁은 세월의 풍파를 알려 주는 듯하다. 며 칠 전까지만 해도 따갑던 햇살이 이젠 제법 같이 놀자고 다가오고, 고운 손도 내미는 것을 보니 여름에 바싹 말라붙었던 마음이 살살 풀려가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시간은 흐르고 돛을 단 세월은 석양 따라 가야 멀어졌던 마음들이 살금살금 고양이 먹이 찾듯이 다가오나 보다.

가을 손님은 치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와도 미울 것이 없을 것 같다. 이미 내 마음이 풀어져 있어 모두가 눈에 꽉차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들판의 허수아비 모습도 참 정겹다. 새들과 싸워야하던 때의 일그러짐이 바람타고 흔들릴 때는 미소로 바뀐다. 먹어야 사는 참새와 배고파도 지켜야 하는 허수아비와의 전쟁은 옛날에는 아주 고달팠을 것 같은데 세월이 진화한 지금에는 그렇게 앙숙 같지는 않아 보인다. 참새도 수업시간에 전기와 전자에 대하여 숱하게 배우고 익히나 보다. 총은 간단하게 소리만 피해가면 될 것 같은데 요즈음의 전자장치는 심리전 까지 겸하고 있어 새들도 노력하지 않으면 참으로 시대에 뒤떨어져 구박 받기 일수 일 것 같다.

벌써, 원앙이 놀던 자리에 철새 떼가 밀려와 언쟁을 하고 이웃끼리의 시비는 꼭 아파트의 층간 소음같이 들려온다. 아무리 그렇게 싸워도 저 놈들은 생명은 빼앗지 않는데 인간이란 잠시 불같은 성질을 죽이지 못하여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만들고 잇다. 그래서 새들 사이의 조약은 불문율이기는 하나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은데, 아는 게 병이라고 글을 써서 지켜라고 내밀어진 법은 사람들의 손에 의하여 찢겨 나가고 있으매, 누가 현명한지는 참으로 모를 일이라.

이 가을에는 비가 오나 오지 않으나 마음으로 젖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이것이 사람의 마음인가 정서인가 계절의 시킴인가, 호르몬의 변화인지는 알 수 없으나, 사람들이 감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길가다가 낙엽을 밟아도 내 발이 아닌 낙엽이 아픈 것 같고 괜스레 미안해지는 것 보면 말랐던 감성이 살아나는 것 같기도 하다. 낙엽을 보더라도 이쁘다는 것 보다는 구멍이 난 있는 낙엽을 보면 괜히 내 마음에 구멍난 것처럼 애닯고 그 원인을 찾아보고 싶어진다. 왜 다른 것들보다 빨리 떨어졌을까, 얼마나 마음이 고왔으면 자기의 몸을 먹이로 내어 주었을까, 힘이 없어 당한 것일까 하는 마음으로 말을 걸고 싶어 하고, 도와주지 못한데 대한 안스러움도 같이 하곤 한다.

조그마한 화단에 꽃무릇의 대가 올라오면 참, 저렇게 또 떠난 님 찾으러 울고불고 하겠네하는 연민의 정이 돋아나기도하고 피어 잇있 꽃무릇을 보면 저렇게 이쁜 것이 어쩌다가 님을 놓치게 된 것일까 하는 생각에 나도 옛날 그 사람 따라갔으면 지금보다 낫게 살수 있었을지도 몰라하는 기억과 그래도 서로 아웅다웅하더라도 내님이 곁에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일까 하는 행복에 젖어보기 할 터이다. 참, 이쁜 분꽃도 토담집 울타리에 걸터앉아 시원한 키에 많은 자손을 거느리며 피우는 분홍색 분꽃을 보면서 아 참, 우리 아이, 이빨만 두 개 난 손녀, 눈앞에 가물거리며 자주 볼 수 없는 아이들에 대한 애잔한 마음도 이끌려 온다. 봄에 졸업한 큰 놈이 취업이 되어야 할텐데 하는 생각도, 이른 아침에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가을비가 온다. 쩍쩍 갈라진 마음에 생명 같은 빗물이 스며 든다. 갈라졌던 마음이 이어지고, 마음속에 꽁쳐둔 기억들이 새싹 돋듯 꿈틀거리곤 한다. 나름대로의 이론으로 만나야 할 사람은 죽어서도 만난다는 말 속에 아지랑이처럼 다 못한 정들이 스며 나와 이따금 눈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보고 싶었다, 보고싶다는 말이 썩어 빠진 자존심속에 내버려져 있고, 전번에 잘못했던 일들도 용서 받기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마음잡지 못하고 엉거주춤 땅만 바라보고 걷는다.

가을은 무엇을 해도 용서가 되는 계절일 것 같아서 더 마음 조여 온다. 훨훨 날아가고 싶어도 엉덩이 뒤에 끄나풀이 매어져 있는 것 같고, 지금 아니면 후회할 일이 뻔한데도 마음이 움직여 주지 않으니 우유부단하게 시간만 가고 있다. 그래서 가을은 우리에게 씨앗을 주나보다. 언제라도 싹을 틔울 수 있게 심고, 싻이 트면 같이 뜻을 키워보라고.

비가 오는 가을밤에 감기 들까 망설이고 앉아있는 것 보다는 가을비를 가슴에 적시러 빈 마음으로 나가 속으로 젖어보는 것도 이 가을을 맞이하는 기분 좋은 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백낙은

2017-09-12 15:06

물 길 작가님.
첫 구절 "원을 들어 줄 수도 없는 매미의 통곡을 끝자락으로 귀뚜라미가 가을을 몰고 왔다."는 말씀부터
시적인 구절이라 깊은 사색을 하게 합니다.
가을 비를 가슴에 적시러 나가시는 작가님의 우수에 찬 모습이 그려지네요.
가을은 특히 나이가 든 사람에게는 그리 기쁜 계절은 아니랍니다.
떨어지는 낙옆도 어악새 흔드는 바람도 어쩐지 쓸쓸하기만 하답니다.
인생의 종착역에 다다라 천지신명께 보일 열매를 맺었는지 스스로를 되돌아 봅니다.
이런 유수같은 세월을 사는 우리네가 왜 그렇게 아옹다옹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모쪼록 행복한 나날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김종덕	백낙은 위원장님, 건강하시겠지요. 수필집을 내시고 건강이 떨어졌다는 애기에 갑갑함이 다가오기도 했읍니다. 이제는 조금 늦게 가는 길을 택하셔서 여유있게 하나씩 챙겨보는 것을 어떨까합니다. 고운 가을 맞으시고, 내내 건강하십시오.	9/19 16:03

이석희

2017-09-13 07:30

김종덕 작가님~~~
시원하지만 차지 않은 바람을 맞습니다.
화창한 하늘이지만 따갑지 않은 햇살을 쪼여 봅니다.
지난 여름 언필칭 물폭탄을 두 눈으로 바라보았던 그 눈으로 촉촉히 소리없이 내리는 빗방을 수를 헤아렸습니다.
잔잔하게 흐르는 작은 시냇물도 보았습니다.
자연과 끝없이 대화하는 그 아름다운 사랑도 바라보았습니다.
아찔할 만큼의 사랑은 아닐지라도 백년가약을 맺은 여인과의 밥맛과도 같은 향취도 느꼈습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글에 약소하나마 이렇게 보답하여도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김종덕	이석희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평안하십니까? 이번에 뵐 수 없었던 일이 건강 때문은 아니었으면 합니다. 가을이 되니 하나씩 둘씩 뒤를 돌아보면, 참으로 많은 아쉬움고, 그래조 여기까지 잘왔다는 생각이 동시에 떠 오블니다. 작가님께서도 많은 생각이 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고운 가을에는 좋은 일이 가득하시길 바랍닌다. 내내 건강하시시오	9/19 16:06

정찬열

2017-09-13 20:42

물길 김종덕 작가님~~!
조석으로쌀쌀하던 날씨가 저녁에는 열린 문도 꼭꼭닫고 자면서도
이제는 좀 두툼해진 이불이 아니면 추위 때문에 잠을 설치는 가을이라는
계절이 마음을 흔들고 있습니다.
들판에는 하루가 다르게 황금 벌판으로 바뀌여 가고 하늘은 높고 푸르기만합니다.

이런 가을이면 어릴적 학교도 가지못하게 하며 들녁에 얼마 되지 않은 논농사
지킴에 여념이 없더생각 과 어느날 늦잠자는 아들에게 "일찍 일어난 참새가 먹이를
많이 먹는다"는 말로 깨우니 아빠 요즘엔 일찍 일어난 참새는 총을 먼저 맞아 죽어요
하는 말에 조소를 감추지 못한때가 이런 가을 입니다. "속으로 젖는 가을비"소중한 글
감사히 보고 갑니다. 늘 편안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김종덕	정찬열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참 기을을 좋은 것 같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미소가 나올 것 같습니다. 작가님과 함께한 행사는 좋은 기억으로 남습니다. 내내 건강하시어 항시 같이 할 서 잇기를 기원드립니다. 고운 가을 함께하시고, 건강하십시오.	9/19 16:08

박목철

2017-09-19 14:08

김종덕 작가님 만나뵙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서재에서 만 뵙다가 만나니 정말 반갑더군요,
속으로 젖는 가을 비, 간만에 가슴을 따뜻하게 적시는
감미로운 수필을 읽었습니다. 고운 글을 써야지 하다가도
막상 쓰고 나면 복잡한 글이 되곤 한답니다.
이 가을이 가기전에 저도 마음 따뜻한 글 한편 쯤은 써야 할텐데
이러다 또 훌쩍 겨울이 오겠지요,
좋은 글에 쉬어갑니다. 김종덕 작가님,


김종덕	박목철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만나뵙게되어 반가웠읍니다. 작가님께서 행사에 많이 바쁘신 것 같아 물러 났읍니다. 여기에서 인사드리니 또 다른 감회가 젖어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엤날에 담그신 술은 잘익어 가는지 궁금합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9/19 16:10

바람에게

가을걷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