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화
ㆍ작성일	2019-08-02 23:20

ㆍIP: 1.xxx.128

북처럼 생긴 바위가 놀다 가라고 하는 북바위산

북처럼 생긴 바위가 놀다 가라고 하는 북바위산
(기행 수필)

루수/김상화

오월은 일 년 열두 달 중 가장 아름답다고 하여 계절의 여왕이란 최고의 이름이 주어졌다. 거기다 꽃 중에 제일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장미의 계절이기도 하다. 장미 향 가득했던 오월도 벌써 마지막 일요일을 맞이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장미는 꽃봉오리만 보아도 정열이 넘친다. 장미는 언제 보아도 그 아름다움이 귀태가 흐른다. 장미 향으로 물들어 있는 오월의 마지막 주일, 산울림 가족은 이 향기로운 주일에 충주에 있는 북바위산으로 산행을 떠난다. 차를 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다. 시간이 여유가 있어 등산 배낭을 메고 석촌호수를 한 바퀴 돌고 가겠다는 마음이 들어 돌기 시작했다. 그때 호수에 있는 장미원을 지나게 되었다. 꽃에서 풍기는 향기도 좋았지만, 그 아름다움은 감히 어디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신비롭다. 신께서 장미꽃을 빚으시고 그 아름다움에 얼마나 놀라셨을까? 자기가 빚은 장미꽃이지만 그 아름다운 자태에 연실 감탄사를 쏟아 냈을 것 같다. 참으로 아름답다. 새들도 날아가다 장미꽃을 본다면 그냥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움에 취하고 말 것이다.

필자 역시 장미의 꽃과 향에 반했다. 도도하게 보이면서 야들야들한 꽃잎이 너무도 좋았다. 그중 가장 아름다운 흑장미를 보고 또 놀랬다. 흑장미란 색이 검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빨간 장미가 더는 빨갛게 될 수 없어 약간 검붉은 색을 띠는 것이 흑장미라 일컫는다. 필자는 장미 중 흑장미를 가장 좋아한다. 제일 예쁜 흑장미 한 송이 꺾어 사랑하는 임의 손에 들려주고 싶은 심정은 웬일일까? 무척이나 좋아할 것만 같다. 그래서 좋아하는 그 표정을 보고도 싶다. 이렇게 향기로운 생각에 젖어 있다 보니 시간이 거의 되었다. 한참을 장미에 취해 몽롱한 정신으로 걸었다. 관광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구민회관 앞까지 왔다. 신인희 감사가 보곤 반갑다고 달려온다. 조 진순 리더와 장미정 총무도 반가워한다. 조금 있으니 이준태 고문과 가철로 고문께서 반갑다는 뜻으로 손을 덥석 잡는다. 이렇게 반가운 분들을 산행이란 모임으로 한 달에 한 번 볼 수 있다는 것 역시 신께서 지극히 배려해 주신 결과이다. 장미 향에 취해 몽롱한 정신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무리 좋은 꽃향기라 할지라도 반가운 사람만 못한 모양이다. 그렇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 향기롭다 해도 어찌 정이 들어 반가운 사람과 비교 하리오!

잠시 후 차는 출발한다. 북바위산에서 오늘 하루를 무엇보다도 즐겁게 힐링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메운다. 오늘 필자의 동석자는 젊음의 피가 솟구치는 이승섭 산 대장이다. 아마도 나이 많은 사람에게 젊은 기를 받으라고 맺어준 이연이 아닌가 싶다. 차 안은 시끌시끌하면서도 웃음이 가득하다. 차창으로 바라보는 5월의 산야는 초록으로 뒤덮여 참으로 싱그럽다. 농부들의 일손도 바빠 보인다. 松光 김문환 고문에 의하면 북바위산은 월악영봉(月岳靈峯)의 영(令)을 천하에 알리는 천고(天鼓)라는 북바위를 품고 있다고 한다. 충주시와 제천시에 걸쳐있는 772m로 월악산 국립공원에 속해있으며 그리 높지 않으면서도 산세가 적응하기 좋은 암릉(岩陵)이다. 아래로 시원한 사시리 계곡을 품고 있으며 남쪽으로 마패봉(922m), 신선봉(967m), 북으로 월악영봉(1097)을 조망할 수 있다. 등산의 묘미도 있어 산객들이 즐겨 찾은 산이기도 하다. 산행 코스는 물레방아 휴게소 북바위, 너럭바위, 신선대(652m)를 거쳐 구멍 바위 680봉 북바위산(765봉)으로 해서 사시리 고개 뫼악산장으로 하산한다.

차는 물레방아 휴게소에 도착했다. 기념촬영을 하고 모두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파란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 사이로 황금 햇살이 쏟아져 내린다. 햇살을 품고 있는 구름은 마치 솜사탕처럼 보인다. 얼마 올라가지 않았는데 이마에선 구슬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날씨가 덥기도 하지만 몸에서 힘이 든다고 신호를 보낸다. 그래 무리하게 산행할 것 없다. 천천히 북바위산을 감상하며 올라가자. 올라가다 보면 하늘과 맞닿은 정상이 나올 것이다. 앞에는 이름 모르는 여자회원 3명이 젊음을 과시하며 즐겁게 올라간다. 옆에는 신인희 감사가 회원들의 추억 사진을 정성 들여 찍으며 걷다가 아름다운 곳이 나오면 사진기에 담기 바쁘다. 뒤에는 초이 산 대장이 친구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며 올라온다. 마치 나를 돌보는 듯 처음부터 꼭 나의 뒤에 따라온다. 이름 모르는 새들은 조잘대는 소리가 어찌나 청량하고 아름다운지 넋을 놓고 들었다. 걷다 보니 몸이 풀렸는지 힘든 것은 달아나고 말았다. 다행히도 몸이 가벼워진 것 같아 상쾌한 마음으로 걷는다. 그런데 올라가면서 필자가 그토록 좋아하는 야생화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왜 야생화가 보이지 않을까? 필자가 미운가? 아마도 필자가 오기 전에 야생화가 모두 지고 말았나 보다. 이렇게 나 자신을 위로하지만, 섭섭한 마음과 아쉬운 마음이 머리에서 뒤엉키고 만다.

칠 부 능선쯤 올라온 것 같다. 눈이 부시도록 5월의 햇살이 북바위산에 쏟아지고 회원들의 즐거운 웃음소리는 허공을 수놓는다. 여왕의 계절답게 산은 싱그럽게 녹음이 짙어졌다. 빙그레 웃는 야생화도 없고 뛰어나게 아름다운 기암괴석도 없는데 왜 이리도 아름다울까? 그러나 주위에 원시림이 늠름하게 산을 지키는가 하면 고사목이 된 어떤 원시림 한 주가 천년의 자태를 죽어서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북바위산의 수호신처럼 서 있다. 또 건너편에는 북처럼 생긴 바위가 위엄을 드러내고 있다. 아마도 저 바위가 북바위 인가보다 하고 말을 하니 회원들은 그렇다고 이구동성으로 말을 한다. 바람은 시원하게 볼을 스치며 지나간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바위틈에 자리 잡고 성장한 노송이 눈앞에 보인다. 아마도 70년 이상 자란 것 같다. 이토록 성장하기까지 바위틈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다른 놈들처럼 뿌리도 마음껏 뻗지 못하고 물 한 모금 제대로 먹지 못하고 살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니 불쌍하기까지 하다. 끈질긴 생명력에 놀라고 말았다. 그런데 고통스럽게 자랐다고 생각한 노송은 우리를 보고 마냥 좋아하는 기색이다. 비록 허리가 기형으로 구부러졌지만,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그러곤 자기를 본받아 아무리 어렵고 고통스러워도 봉사하며 잘 살라는 충고를 한다. 이 모두가 필자가 잠시 앉아 있는 칠 부 능선의 전경이다.

잠시 쉬었다 정상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한다. 자그마한 키에 미모를 자랑하는 여경희 산 대장과 회원들을 위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묵묵히 뒷바라지하는 장미정 총무와 주명순 총무가 한 조가 되어 올라간다. 여기서부터 이산에서 가장 힘들다고 하는 깔딱고개가 시작된다. 정상까지는 약 1km 정도 남았다고 한다. 젊은 회원들은 사쁜 사쁜 잘 올라간다. 그런데 이내 몸은 있는 힘을 총동원하여 올라가지만, 힘에 부친다. 그렇게 힘이 들어도 이 산의 진미는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바위 능선이 버티고 있는 곳을 네발로 기어 올라가야 하는 곳도 나타난다. 힘은 들어도 재미있다. 젊은 회원들과 함께 걸으니 나 역시 젊은 기분이다. 정상을 다녀오는 산객들에게 물어보니 이제 정상까지는 약 300m 남았다고 한다. 얼마 가지 않으면 정상을 밟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 소리에 힘이 솟는다.

드디어 우리는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 석을 보자마자 왜 이리도 반가울까? 첫사랑의 애인을 만난 것보다 더 반갑구나! 힘들게 올라간지라 마치 천하를 얻은 기분이다. 숨을 헐떡이며 달려가 북바위산이라고 써놓은 큼직한 정상 석을 부둥켜안고 반가운 입맞춤부터 했다. 그러곤 사방을 둘러보았다. 역시 명산답게 아름다움이 깔려있다. 북바위산은 충청북도 충주시와 제천시의 경계에 위치해 있는 산으로 월악산 국립공원 내에 자리하고 있는 산이다. 이 산은 충청북도에서 선정한 "충북의 명산 30"에 속해 있을 정도로 산 전체가 기암괴봉과 절벽 그리고 노송(老松)이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무척이나 아름답다. 특히 정상부는 동서의 길이가 약 60m에 달하고, 남북으로는 17m에 이르는 거대한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수십 그루의 소나무가 이산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낸다. 또한 산의 동쪽 능선에는 높이가 80m에 달하고, 폭이 40m에 이르는 거대한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모양이 마치 북(鼓)처럼 둥근 원형을 이루고 있으며 색깔도 쇠가죽의 색을 띠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용마봉은 월악산의 영봉이 타고 다니는 말(馬)이고, 북바위산은 영봉의 호령을 세상에 알리는 하늘의 북 "천고(天鼓)"였다고 한다. 정상에서 바라본 조망은 5월의 신록이 마치 바람이 춤을 추듯 날리고 북동쪽으로는 우뚝 솟은 월악산의 영봉과 주 능선이 한눈에 바라다보인다. 남쪽으로는 주흘산의 마패봉과 신선봉 등 사방으로 고산준령(高山峻嶺)들이 파노라마처럼 다가온다. 더불어 동쪽 발아래로는 아름다운 송계계곡이 남북으로 길게 이어져 있으며, 산의 들머리 부근에는 '송계 8경에 해당하는 "와룡대"와 용(龍)이 승천했다고 하는 "팔랑소"가 자리하고 있다. 북바위산이라는 이름은 '지릅재의 북쪽에 있는 바위산'이라고 하여 부르게 되었다는 설도 있지만, 산 정상부에 북(鼓)을 닮은 거대한 기암절벽이 있어서 부르게 되었다고도 한다.

정상의 아름다운 풍광을 마음껏 감상하고 하산하기 시작했다. 그때 필자의 눈앞에 부부 한 쌍이 아름답게 팔짱을 끼고 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이 하도 보기 좋아 몰래 뒷모습을 사진에 담고 말았다. 무슨 대화를 그리도 재미있게 하는지 때로는 깔깔 웃는 소리가 북바위산에 메아리친다. 우리 산울림에 원앙 부부가 탄생한 기분이다. 얼굴도 미남 미녀지만 얼굴에 복을 달고 다니는 듯한 복스러운 인상이다. 역시 부부의 정겹게 사랑하는 모습은 무엇보다도 아름답다. 아마도 신께서 이 모습을 보셨다면 흐뭇하게 생각하실 것 같다. 이 부부는 경동시장에서 한약재를 도매하는 남편 임정호 님과 부인 신미주 님이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방글방글 웃는 모습은 복이 들어올 정도로 아름답다. 산행할 때마다 꼭 부부가 함께 참석하는 것이 아름답기에 유심히 보았다. 그런데 언제나 한결같다. 늘 지금과 같이 금실 좋은 부부로 향기롭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두 손 모을 것이다. 또 참다운 자녀 교육과 세상을 앞장서서 환하게 밝히는 등불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부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북바위산의 전설과 산의 현황에 대해 알아본다. 본디 북바위산은 이름이 없었으나 근래 산 중턱에 북을 닮은 바위가 있어 북바위산 또는 고산(鼓山)이라 명명하였다. 전설에 따르면 북바위는 월악 영봉의 호령을 천하에 알리는 천고(天鼓)라고 한다. 계립령 북쪽에 있는 바위산이어서 북암산(北岩山)이라고도 한다. 북바위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제천시 한수면 송계리 와룡대 물레방아휴게소, 충주시 수안보면 사문리 뫼악동 사시리고개, 사문리 오정암, 한수면 송계리 골뫼, 수안보면 고운리와 한수면 송계리의 꼬부랑재 등에서 접근하는 길이 있으나 월악산 국립공원에 속하여 등산로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오늘 등산은 참으로 즐거웠다. 산울림 회원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또 임원 여러분의 열성적인 봉사로 오늘 산행을 편하고 행복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회원 여러분들의 가정에 늘 평화가 깃들길 바랍니다.

2019년 5월 26일

김상훈

2019-08-03 03:34

계절의 여왕을 제대로 탐하고 오셨습니다.
그동안 작가님이 펼쳐 놓으신 산을 들여다보면
꼭 외국의 유명산만 자랑할 것은 못 되는구나 싶습니다.
에레베스트 등정 같은 거야 당연히 의미가 다르지만요.

너럭바위, 신선대는 가끔
타인의 사진이나 추억의 풍경 하나쯤으로
종종 목격하곤 하는데 바로 그것을 지칭하는 것인지
직접 가보질 못해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사계를 섬세하게 느끼고 싶다면
산행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고 봅니다.


김상화	김상훈 위원장님 빨리도 달려오셨네요 반갑습니다. 산행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산마다 특성이 있습니다 험하고 편한 것이 아니고 산에 따라 마음의 변화가 옵니다 어떤 산을 마음을 편하게 해주면서 즐겁게 볼거리를 제공하는가 하면 어떤 산은 산은 아름다워도 마음이 불편한 산이 있습니다. 나만이 느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산은 어딜 가든 행복을 안겨줍니다 위원장님 오늘도 꽤 덥다네요 건강 관리 잘하시고 늘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8/3 06:16

이정연

2019-08-05 11:06

선생님의 이번 기행문에서는 산의 소개보다 오월의 싱그러운 아름다움을
소개하셨군요.
신께서 장미꽃을 빚으시고...얼마나 놀라셨을까? 아름다운 표현의
절정입니다.
제천은 딱 한 번 가본적이 있습니다. 제천 ES리조트에서 1박을 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강도보고 산도보고 즐겼던 기억이 나서
반가운 글 입니다.
바위틈에서 고통스럽게 자란 소나무가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듯
우리네 삶도 주어진대로 소중히 여기고 즐기면서 살다보면
좋은 날도 많을겁니다.
10월 기행수필 기대 가득합니다.
건걍하시길 기도 합니다.


김상화	이정연 작가님 반갑습니다 한동안 뵙지를 못해 많이 궁금했었는데 ~^^ 연일 찜통더위인데 잘 지내시는지요 요즈음은 너무 더워 산행하기가 참으로 힘듭니다 그래서 주로 계곡을 낀 트래킹으로 즐기고 있지요 간혹 아름다운 섬을 가서 둘레길을 돌기도 합니다 작가님 고운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운 날씨 건강 잘 챙기시고 늘 건강과 행복 행운이 함께 하시길 두 손 모읍니다	8/5 18:16

미지의 세계를 밟아 보려고 강릉의 노추산(魯鄒山)으로 간다

파란비가 내린다는 전설의 산 청우산을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