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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 김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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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화 수필가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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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김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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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19-05-17 07: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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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령산의 편백나무 숲이 날 오라하네
축령산의 편백나무 숲이 날 오라하네
(기행 수필)
루수/김상화
희망을 실은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꽃을 피워보겠다고 막 성숙하기 시작한 처녀 꽃봉오리의 가슴에 애정 어린 바람을 불어 넣는다. 꽃망울을 슬그머니 스쳐 가는 바람은 귀엣말로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떠난다. 봄은 아마도 모든 생명체에 사랑과 희망 용기를 주려고 밤새워 왔나 보다. 양지바른 토담 밑에도 왔다. 봄의 상징인 냉이에게 빨리 세상 구경하라고 고개를 들게 한다. 마치 아기 얼굴처럼 예쁜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새봄을 맞이한 우리는 꿈을 실현하고파 오늘 건강을 충전하러 먼 길을 떠난다. 새로운 각오로 도약하기 위해 봄을 맞이해 첫 나들이로 전라남도 장성에 있는 축령산을 가기로 했다. 그곳엔 편백 숲에서 우리의 건강에 좋은 향기로운 피톤치드를 뿜어낸다고 한다.
향기 가득한 축령산(622m)은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편백 숲이 우거진 산림욕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곳엔 곧게 자란 편백 숲이 하늘을 향해 다투어 올라간다고 하는구나! 그 말을 듣는 순간 필자는 가보고 싶은 욕망이 하늘을 찌른다. 가자! 장성의 축령산으로! 그곳을 간다는 결정이 난 날부터 마음은 벌써 향기로운 편백(扁柏) 숲을 거닐며 자연의 신비로움을 노래한다. 그곳은 피톤치드의 향기로 산을 뒤덮었다고 하는데 얼마나 향기로울까? 빨리 가서 그 향기를 맛보고 싶다. 일본이 원산지인 편백(扁柏)은 회목(檜木) 또는 노송나무라고도 부른다. 축령산은 장성 8경 중 2경이며 100대 명산으로 지정받은 곳이다. 아름답기도 하지만 향기가 녹아내린 축령산에서 자연을 만끽할 것이다.
축령산을 가려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봄 햇살이 쏟아지는 상쾌한 토요일이다. 우리를 태우고 갈 관광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잠실 새내역으로 갔다. 이 산악회를 대표하는 이상갑 회장께서 벌써 나와 회원들을 맞이한다. 늘 보아도 소탈한 모습에 애정이 넘치는 분이다. 오늘도 역시 얼굴엔 회원들에게 나누어줄 사랑이 가득하다. 좋은 분들과 함께 산행할 수 있어 행복이 넘쳐날 것 같다. 아침이 향기로우면 하루가 행복하단다. 그러나 오늘은 편백 향기가 해피 가족을 향기의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 편백 향기가 풍기는 축령산은 해피 가족이 풍기는 향기와 혼합해 더 좋은 향기를 만들어 낼 것만 같다. 아마도 그 향기는 신께서 우리에게 내려준 향기보다 더욱더 향기로울 것이다. 그래서 향기를 뿌리지 않아도 오늘은 그 향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해피 가족의 향기로운 마음을 실은 버스는 달리기 시작한다. 토요일인데도 고속도로가 신기하기도 한산하다. 새로운 도로가 생기면 어디를 막론하고 붐비기 때문이다. 이것도 먼 길을 떠나는 우리에게 주님께서 배려해 주시는 것만 같다.
달려온 버스는 백령동 추암마을 주차장에 11시에 도착했다. 이산은 독립가였던 춘원 임종국 선생께서 1956∼1989년까지 34년간 심혈을 기울여 축령산 일대에 삼나무 62㏊, 편백 143㏊, 낙엽송·기타 55㏊를 조림하여 벌거벗었던 산을 늘 푸른 산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명산이 되었다. 그래서 이곳이 전국 최대 조림 성공 지라고 한다. 춘원 임종국 선생님께서 고인이 되시고 나서 피땀 어린 고인의 노력과는 달리 안타깝게도 소유권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 그래서 나무를 가꾸어야 할 시기에 방치되었다고 한다. 산주의 경영의식 부족으로 편백·삼나무가 과밀하게 분포되어 있어 나무가 제대로 성장을 하지 못하고 넘어지거나 굵게 자라지 못하는 등 불량 림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소유권을 이어받은 다른 사람들이 간벌작업으로 소득을 올리고 전 면적 벌채 계획까지 가지고 있어 자칫 아름다운 조림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량임 육성과 대국민 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직접 관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학계, 지역사회 등을 중심으로 점차 확산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산림청에서 소유주를 수차례에 걸쳐 설득한 끝에 2002년 4월 2일 장성 편백숲을 매수하게 되었다. 그 후 산림청은 원활한 산림 경영을 위해 18km의 임도를 시설하고 조림, 가지치기와 풀베기 등 매년 대대적인 육림사업을 전개하였다. 그래서 산림 경영모델 림으로 괄목할만한 변화를 일으켰다. 평균 축적이 ha당 209㎥이고 최대 626㎥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임상을 보이는 훌륭한 숲을 만들었다. 많은 시련을 겪은 축령산의 편백 숲은 오늘날 명승 관광지가 된 것이다.
편백 나무 산소길은 건강 숲길, 하늘 숲길, 산소 숲길, 숲 내음 숲길 이란 4개의 테마로 구분해 놓았다. 우리는 정상을 향해 걷는다. 산의 입구서부터 피톤치드의 향기가 날아온다. 도시에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신선한 공기가 가슴을 시원하게 적셔준다. 참 향기롭다. 산림 치유센터를 지나자마자 이산을 이토록 아름답게 가꾸어 놓은 독립가였던 춘원 임종국 선생의 공적비가 있다. 또 이산은 2000년 제1회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되어 공존상(우수상)을 받았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으로 황폐해진 축령산을 1956년 임종국 선생이 물지게를 지고 산을 오르내리며 30여년간 심고 가꾼 편백 나무와 삼나무가 지금의 아름드리 푸른 숲이 되었다. 곧게 자란 모습이 이색적인 멋이 있는 숲이 되었다. 편백 나무에서 많은 피톤치드가 발생하여 현재 치유의 숲으로 관리되고 있다. 사람과 숲의 조화로운 공존을 통해 이 아름다운 숲이 다음 세대까지 변함없이 보전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반갑게도 충청산악회 부회장 이영희 김미라 잉꼬부부가 참석했다. 함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며 정상을 향해 올라갈 때 이름도 알 수 없는 군자란 닮은 생명체가 신비롭게도 추위를 이기며 힘겹게 흙을 비접고 올라오고 있다. 봄 내음을 맞았나 보다. 귀한 생명체가 낙엽 사이로 파란 얼굴을 내밀며 우리를 보고 빙그레 웃는다. 새싹으로 태어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그러나 웃는 모습은 천사와 같이 아름답다. 역시 신께서 주신 자연의 신비로움이다. 혹시 놀랄까 두려워 낙엽을 살며시 제치며 들여다보았다. 역시 귀엽고 아름답다. 자연은 이렇게 새싹의 신비로움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알게 모르게 자연은 인간들을 끊임없이 도와주려고 노력한다. 새싹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기쁨까지 준다. 마음을 온화하게 해주는가 하면 마음의 양식도 준다. 그것뿐만 아니라 자연은 공기와 물 흙과 나무 등 우리가 살아가는 데 없어서 안 될 모든 것을 대가 없이 무료로 준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자연을 떠나서는 잠시도 살지 못한다. 그런데도 인간은 자연의 고마움을 모르고 살아갈 뿐이다. 자연을 귀중히 여겨야 하고 자연을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받고 가는 날이다.
편백 나무에서 흘러나오는 자연의 향기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울 것이다. 빼곡하게 들어선 편백 나무를 바라보니 나도 모르게 환상에 빠지게 된다. 아름답게 성장하고 있는 편백 나무의 향기를 들이마시며 걷다 보니 정상을 거의 올라온 것 같다. 걸으면서 이런 생각도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곧게 자라고 있는 편백 나무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자랑스럽구나! 비록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임종국 선생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임종국 선생과 같은 훌륭하신 분이 계셨기에 국토의 한 부분이나마 아름답고 소중하게 가꾸어 놓은 것이 아니던가! 그래서 인심 좋고 평화로운 장성군이 선생 덕분에 한 발짝 더 유명해지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묘현사 갈림길 옆에는 금연 안내판을 세워 놓았다. 99세 이상 된 분은 이곳에서 흡연할 수 있다고 쓰여있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몰라도 참으로 놀랍다. 99세의 나이를 우리는 100수라고 한다. 그러한 100수 노인이 어찌 이곳을 와서 휴양할 수 있겠는가! 아마도 금연을 하라는 간접 경고를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흡연은 직접이나 간접적이나 우리에게 모두 해롭다. 반면 편백 나무에는 피톤치드라는 천연 항균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살균 작용이 뛰어나고, 내수성이 강해 물에 닿으면 고유의 향이 나온다고 한다. 자기 몸을 병균으로부터 보호하려고 피톤치드를 배출해 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피톤치드는 우리 인간에게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역할과 알레르기, 피부질환 개선, 계절의 감기 바이러스성 질환 예방 등 우리의 건강개선에도 한몫한다고 한다.
올라가다 8각정이 나와 잠시 쉬었다. 군데군데 8각정도 마음에 들게 잘 만들어 놓았다. 이곳에 와서 보니 안내표시가 잘 되어있지 않다. 그래서 길을 헤매기도 하는 불편을 겪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이정표만 보고도 헤매지 않고 잘 다닐 수 있다면 더 바랄 것 없는 훌륭한 휴양지이다. 임종국 공적비 및 숲길 안네 센터가 있는 삼거리 갈림길에서 직진하면 숲내움 길이고 좌측으로 가면 축령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여기서 정상까지 약 600M 남았다. 그런데 깔딱고개라 한다. 안간힘을 다해 깔딱고개를 거처 정상까지 올라왔다. 너무도 기쁜 마음에 정상석에 입맞춤부터 했다. 정상에 도착하고 보니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다. 처음 맛보는 신선한 향기가 날아온다. 새들이 아름답게 지저귀고 하늘에선 황금 햇살까지 내려보내 주신다. 필자는 마치 꿈속에서 헤매는 행복한 여행자가 되었다.
하산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천연기념물 제463호 "고창 문수사 단풍나무 숲" 문화재 구역이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 철조망을 치고 출입 금지를 해 놓았다. 철조망 옆의 오솔길로 심명자 부회장 김명순 총무 김경이 회원을 비롯해 필자까지 총 7명이 신바람 나게 하산한다. 하늘 숲길까지 내려왔다. 신기하게도 둘레길을 돌던 팀과 그곳에서 합류하게 되었다. 이젠 버스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버스는 금곡 영화 마을에 대기하고 있다. 전에 도착한 회원들이 기다리기 때문에 제일 후미에 있는 우리는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걷다 보니 이름도 알 수 없는 나무가 얼굴을 붉히고 있다. 봄기운을 받아 잎을 피우려는 모양이다. 그런데 잎을 세상에 내보내기 부끄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모양이다. 자기 얼굴이 못생겼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세상에 선보이기가 부끄럽다고 하소연한다. 하소연 하던 나무는 부끄러움을 참지 못해 온몸이 빨갛게 달아오른 것이 아닌가 싶다.
축령산은 인위적으로 아름답게 조성해 놓은 산이지만 자연과 어우러져 향기로운 동산을 만들었다. 그 동산은 배움의 터전이 되었고 4개의 테마 숲길이 되었다. 오직 푸른 산을 만들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한 사람의 피나는 노력이 이렇게 훌륭한 동산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춘원 임종국 선생이 아니었으면 우리가 오늘 이곳에 와서 이렇게 좋은 향기를 맡으며 산행을 할 수 있었겠는가? 이 어른은 전라남도뿐 아니라 정부에서 훈장을 추서해야 마땅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자칫 힘들여 가꾸어 놓은 편백 나무숲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을 산림청을 비롯한 장성군과 군민의 노력으로 훌륭한 숲을 만들어 놓았다는데 감사를 드린다.
2019년 3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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