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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 김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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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화 수필가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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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김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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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19-08-09 06: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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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세계를 밟아 보려고 강릉의 노추산(魯鄒山)으로 간다
미지의 세계를 밟아 보려고 강릉의 노추산(魯鄒山)으로 간다
(기행 수필)
루수/김상화(金相和)
초여름이 시작되는 유월이다. 강원도 강릉에 있는 "노추산(魯鄒山)"을 가기 위해 다섯 시에 잠이 깼다. 미지의 산을 갈 때는 늘 마음이 설렌다. 그래서 오늘도 일찍 잠에서 깬 것 같다. 등산에 필요한 물건을 주섬주섬 배낭에 담고 시간이 남아 컴퓨터를 열었다. 어제 쓰다만 글을 마무리하고 나니 그때가 여섯 시 반이었다. 창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6월의 첫날 아침 하늘은 엷은 재색 빛 구름이 덮었다. 그러다 구름이 걷히기 시작하고 파랗게 옥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아마도 산행을 하러 길을 떠나는 해피 가족에게 무사히 산행하고 오라는 것 같다. 그리고 기쁨까지 주려나 보다. 그래서 하늘은 옥수(玉水)로 세수를 한 듯 더 예뻐지라고 파랗게 옥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나 보다. 참 신기하다. 갑자기 저렇게 파랗고 맑은 하늘로 변할 수 있을까? 하늘은 우리를 특별히 도와주고 싶어 고운 햇살까지 내려보내신다. 참으로 행복한 생각이 든다. 해피 가족은 오늘의 산행이 최고로 즐거운 산행이 될 것만 같다.
여름의 싱그러움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유월 초하루다. 강릉에 있는 노추산(魯鄒山)을 향해 신나게 달리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필자는 무엇을 그리도 골몰하게 생각하는지 한참을 사색에 잠겨있었다. 노추산(魯鄒山)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어떠한 역사적인 보물이 기다리고 있을까? 필자에게 무슨 교훈을 안겨줄까? 등산하는데, 얼마나 재미있고 또 힘이 들까?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는 것이 너무도 즐겁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을 때 양양휴게소에 잠시 쉬었다. 휴게소 앞뜰에는 노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눈길을 끈다. 하도 아름다워 몇분에게 무슨 꽃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분들 역시 이구동성으로 모른다고 한다. 너무도 알고 싶었다. 장선덕 본부장께 물어보니 금계 꽃이라고 한다. 역시 여기서도 필자를 놀라게 한다. 장선덕 본부장은 야생화도 박사급이다. 기행 수필을 쓰려면 계절에 따라 피는 야생화의 이름 정도는 꼭 알아야 할 것이다. 필자는 야생화에 대한 지식이 너무도 짧다. 야생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머리를 스친다
차창 밖으로 본 바깥세상은 6월의 찬가를 부를 만큼 싱그러움으로 가득하다. 보기만 해도 시원하면서 가슴을 촉촉이 적셔준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듣고 싶은 소리가 머리에서 빙빙 돌고 있다. 필자는 어린 시절 시골의 고요한 마을에서 태어나고 성장했다. 아침이면 새들이 마을 사람들에게 문안 인사를 드리려고 정겨운 소리로 읊어댄다. 아름답고도 신비롭게 조잘대는 소리는 자연을 접하고 살아본 사람들밖엔 모를 것이다. 그 소리가 얼마나 감미롭고 향기로웠던지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까지 머리에서 지워지질 않는다. 기억 속에 머물러 있던 그 소리가 왜 이리도 듣고 싶을까? 까마득하게 잊었던 꾀꼬리 소리, 뻐꾸기 소리, 때까치 등 감미로운 소리를 노추산에 가면 들어볼 수 있을까? 오늘은 꼭 들어보고 싶구나! 자연의 소리는 들으면 들을수록 정감이 간다. 그중에서도 새들의 노랫소리는 더욱더 그러하다. 새들~아!! 오늘 너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려다오. 그래서 필자의 추억이 깃든 영혼을 일깨워주려무나!
옆좌석엔 송파구청장 비서실장을 지낸 신종학 님이 함께해 더욱더 반가웠다. 비록 나이는 연하지만 해박한 지식을 갖춘 실장이기에 많이 듣고 배우고 싶었다. 뜬금없는 어릴 적 자연을 생각도 해보고, 신 실장과 대화를 하다 보니 버스는 노추산 모정탑 주차장까지 왔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신선한 공기가 온몸을 감싸 안는다. 시원하면서 향기로운 공기가 이리도 반가울 수 없다. 이러한 공기를 가슴에 안고 걷기 시작했다. 약 500m쯤 걸어가니 다리가 나온다. 다리 건너엔 매점이 있고 그때부터 돌탑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신기할 정도로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다. 여기서 몇백 미터를 올라갔을 때 오늘의 화젯거리인 모정탑(母情塔)이 나온다. 작자 이름은 써 놓지 않았지만, 시향이 매우 아름답다. 이 탑은 마을 주민과 방문객들이 소망과 정성을 담아 쌓았으며, 차순옥 여사가 쌓은 탑으로 연결된다고 한다. 모정탑(母情塔)에 적어 놓은 아름다운 시를 옮겨 적어보자.
모정탑(母情塔)
노추산 영봉에는 채운이 둘러있고
허리 굽은 노인봉에 석양이 빗겼구나
삼천탑 관쓴 머릿돌 품고 있는 모정을
철갑옷 떨쳐입고 계곡에 도열하니
대장군 뉘시던고 위용이 장엄하다
구천에 사백구십날 쌓아 올린 정성탑
육신은 거동하고 영혼을 불어넣은
세상에 기적같이 이뤄진 공적이여
이십육 성상 위에다 그려놓은 석조상
시를 읽고 돌아서니 율곡 선생 구도장원비가 보인다. 이 비석은 조선 선조 때 율곡(栗谷) 이이(李珥:1538~1584) 선생이 노추산(魯鄒山)에 학문을 닦으며 쓴 글을 새긴 돌이다. 비석에는 글이 새겨져 있었는데 지금은 희미하게 흔적만 남아있다. 이는 전국 유생들이 비문을 보면 관운이 있다 하여 구름처럼 모여들었다고 한다. 당시 마을에 살던 황 씨가 유생들이 찾아와 양반 행세를 하며 번거롭게 하자 비석의 글씨를 쪼아 땅속에 묻었다고 한다. 그 후 박가선 씨가 꿈에 비석 위치를 암시받고, 나무 밑을 파 보니 비석이 있었다고 한다. 이후 다시 세웠으나 오랜 세월이 지나며 행방이 묘연하던 것을 대기리마을과 강릉시가 기증받아 구도 장원<아홉번 장원급제>을 한 율곡 선생의 기운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전해지기 바라는 마음으로 이 비를 세웠다 한다.
차순옥 여사는 어떤 사람인가?
오지 중의 오지인 하늘 아래 첫 동네’로 통하는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의 노추산 자락을 한 어머니가 자식의 건강과 남편의 병간호 그리고 가정의 평안을 위해 홀로 쌓은 돌탑 3000여 개가 계곡을 따라 길을 만들었다. 돌탑의 주인공은 나이 스물셋에 서울에서 강릉으로 시집온 차순옥 여사다. 4남매 중 아들 둘을 잃고, 남편은 정신질환을 앓는 등 집안에 우환이 끊이지 않았던 여사는 어느 날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돌탑 3000개를 쌓으면 집안이 평안해질 것이라는 계시를 받고 돌탑을 쌓기 시작했다. 1986년부터 2011년 68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무려 26년 동안 정성을 다해 쌓은 ‘모정탑(母情塔)’이다. 여사가 돌아가시고 나서 이 길이 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그래서 노추산을 찾는 등산객의 발길이 끊기질 않았다. 처음 여사가 쌓은 돌탑에서 이제는 수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돌탑이 계곡을 따라 쌓여 있다. 여사는 떠났지만, 마을 사람들이 그 뜻을 함께 이어가고 있다. 필자는 가냘픈 여자의 몸으로 26년이란 세월을 무거운 돌덩이와 씨름을 하면서 3000여 개의 탑을 쌓았다는 것은 불가사의 한 일이라 생각이 들었다. 산신령의 계시를 받아 쌓은 것이지만 참으로 눈물겹게 생을 마감한 차순옥 여사다.
정성 어린 돌탑을 쌓아 놓은 것을 보며 약 1km쯤 오솔길을 걷는다. 옆 개울에서는 수정과같이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가 하면 어느 곳은 바위에 부딪혀 아프다고 엄살을 부리는 듯 목청 높여 좔좔 소리를 내며 흐른다. 새들은 노추산(魯鄒山) 입구서부터 잔치를 벌인 듯하다. 우리가 왔다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몇 종류의 새들이 각자 곱고도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물소리 새들의 정겨운 대화 소리 고요하게 불어오는 바람 소리까지 들려온다. 동료들의 대화 소리 때론 향기로운 웃음소리와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또 걸을 때 돌부리가 발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오고 바짓가랑이에 풀잎이 스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 모든 소리가 마치 교향악단이 연주하는 아름다운 하모니로 들린다. 자연의 향연 소리가 노추산(魯鄒山) 자락에 울려 퍼진다. 참으로 향기로운 소리다. 아마도 이 아름다운 소리는 해피 가족과 신이 내려준 자연의 소리가 일치해 신비로운 소리를 빚어낸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아름다운 연주를 들으며 정상을 향해 걷는다.
강원도 강릉과 정선에 걸쳐 있는 노추산(魯鄒山)은 높이 1322m로, 태백산맥의 줄기에 속하는 산이다. 북쪽으로는 조고봉, 서쪽에 상원산, 남동쪽에 덕우산, 동쪽에 사달산을 끼고 있어 산세가 장엄하다. 조선 시대 율곡 이이(李珥)가 이 산에서 학문을 닦아, 중국 노 나라와 추 나라의 기풍을 이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뜻으로 공자의 노나라와 맹자의 추나라의 이름을 따서 두 성현의 기개가 서린 산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 노추산(魯鄒山)이다. 신라의 설총(薛聰)과 조선의 율곡(栗谷)이 이곳에서 학문을 닦으면서 이를 기리기 위하여 이성대(二聖臺)를 세웠다. 흘러간 역사의 한 토막이지만 노추산(魯鄒山)의 유래를 필자는 읽는 순간 한숨부터 쉬었다. 왜 중국의 속국이 아니었는데 공자와 맹자를 기린다는 명목으로 산 이름을 노추산(魯鄒山)이라고 지었단 말인가! 너무도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이성대(二聖臺)란 공자(孔子)와 맹자(孟子)의 두 성인을 흠모해서 이성대(二聖臺)라 불렸으며, 조선시대(朝鮮時代) 이율곡(李栗谷) 후학(後學) 성농(星農) 박남현(朴南顯)씨가 유림의 협조로 축조하였다고 전해온다.
모정(母情)의 탑 길을 지나니 약 15m 정도의 넓은 도로가 갑자기 나온다.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큰 도로다. 따가운 햇볕이 길 위에 쏟아진다. 이 길은 나무가 없어 초여름의 매서운 햇살을 머리에 이고 걸어야 했다. 다행히도 우리는 나비들이 춤을 추는 것을 감상하며 걷는다. 이 도로를 따라 1km 정도 올라갔다. 중간 산말랑이 까지 올라왔을 때 이정표가 나타난다. 정상은 오른쪽으로 올라가라고 표시가 되어 있다. 여기서부터 숲이 우거진 고즈넉한 오솔길을 따라 정상으로 향한다. 이원갑 고문 김승용 산 대장이 한조가 되어 오손도손 이야기꽃을 피우며 걷는다. 그런데 혹시 산 짐승들이 놀랄까 두려워 대화도 조심스럽다. 그러나 이게 웬일일까? 여기서부터 정상까지 깔딱 고개로 이어진다고 한다. 걷다 보니 숨이 차오르고 땀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쉴새없이 땀을 닦아내도 야속하게도 흐른다. 아마 이것도 나이 탓일 거다. 가다 쉬기를 몇 번 했는지 모른다.
정상이 약 50m 정도 남은 것 같다. 정상에서 회원들의 대화 소리가 떠들썩하게 들려온다. 그런데 왜 이렇게 힘들게 느껴질까? 숨을 헐떡이며 올라가니 일행들은 벌써 간식을 즐기고 있다. 모두 행복해 보인다. 아무리 힘들게 올라왔어도 정상 석을 보는 순간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다.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다. 정상 석을 끌어안고 기쁨의 입맞춤을 했다.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아마도 힘들게 올라왔다는 방증(傍證)일 것이다. 공기마저도 향기롭다. 언제나 정상에 올라오면 이런 느낌이지만, 노추산(魯鄒山)은 유난히 더 그러하다. 오늘 내가 할 일을 다 한 느낌이다. 충청산악회서 오신 이영희 부회장 옆에 앉았다. 이원갑 고문님께서도 뼈 없는 닭발을 싸 오셨다. 푸짐하게 싸 온 음식을 즐겨 먹고 나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러한 것들이 인생의 삶이고 재미인가 보다. 간식을 맛있게 먹고 정상에서 바라본 산 들은 아름답게도 굽이굽이 다가온다. 북쪽엔 발왕산(1458m), 서쪽으로 가리왕산(1560m), 동쪽으로는 석병산(1055m) 등 1000m급의 많은 준봉이 펼쳐져 있다.
좋은 공기 마시며 정상에서 한참을 쉬면서 사진도 찍고 아름다운 조망을 감상하다 보니 하산할 시간이 되었다. 지금서부터 하산해야 시간을 맞춘다. 올라왔던 길로 되돌아가야 한다. 한참을 걸었다. 동료들과 대화를 하며 하산을 하지만 이것도 힘이 든다. 기운이 모두 소진된 것 같다. 시간의 여유만 있으면 잠시라도 주저앉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주어진 시간이라 아무리 힘들어도 내려가야 한다. 정신없이 걷고 있을 때 신종학 실장이 손짓한다. 먼저 내려와 개울에서 발을 씻다 나를 보곤 이곳을 들려가라고 한다.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그곳으로 갔다. 그런데 차순옥 여사가 생활했던 집을 들르게 된 것이다. 약 열평 정도의 터에 다섯평 정도로 나지막한 너와집을 지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두평 정도의 방에 몇 푼의 돈이 방바닥에 떨어져 있다. 등산객들이 돌탑 관리에 사용하라고 작은 정성이지만 성의로 던져 놓은 모양이다. 이렇게 열약한 곳에서 생활하며 3000개의 돌탑을 쌓았단 말인가? 필자는 여기서 또 한번 놀라고 만다. 참 가족을 위해 일생을 바친 가여운 여인이다. 집 앞에는 돌로 바람을 막도록 해놓고 촛불을 켜고 기도하는 곳도 만들어 놓았다. 신종학 실장이 아니었으면 이 중요한 곳을 들리지 못하고 지나쳤을 것이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이것을 본 필자는 하늘을 바라보며 공중에 질문해본다. 이 세상에 이렇게 가엽고도 훌륭한 여인이 또 있겠느냐고?
오늘도 필자는 힐링했다기보다 차순옥 여사께서 남겨놓은 발자취를 보고 많은 것을 배우고 하산한다. 그러나 그리도 듣고 싶었던 꾀꼬리 소리와 뻐꾸기 소리는 듣지 못하고 내려간다. 옆에는 김경이 회원과 그 후배가 같이 걷는다. 아리따운 여자 회원들이 옆에서 함께 걸으니 심심하지도 않고 발길도 훨씬 가벼운 듯하다. 오늘은 특히 유경준 부회장과 심명자 부회장께서 수고를 많이 했다. 유경준 부회장은 회원들 추억이 될 기념 촬영을 하느라 수고했다. 심명자 부회장은 처음 나온 회원들 보살피느라 수고했다. 박중묵 박원태 그리고 김승용 세 분의 산 대장들도 참으로 수고했다. 이렇게 좋은 곳을 알선해 준 장선덕 본부장께 뜨거운 감사를 드립니다. 집행부 간부들이 솔선해서 회원들이 편하게 산행할 수 있도록 해주니 참으로 고맙다는 말밖엔 할 말이 없다. 이 글은 차순옥 여사의 영전에 바칩니다. 부디 영면하소서~^^
2019년 6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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