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화
ㆍ작성일	2023-10-18 22:37

ㆍIP: 124.xxx.133

2) 환상적인 지리산의 풍경은 놀랍게도 끝이 없다. (지리산 천왕봉 제2편)

환상적인 지리산의 풍경은 놀랍게도 끝이 없다.
(지리산 천왕봉 제2편)

筆嶺/金相和

자연의 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향기롭다. 그 소리가 싫증이 나지 않는 이유는 향기롭기 때문이다. 자연의 소리가 듣기 싫다면 등산객들은 아마도 등산하러 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필자는 한 사람도 싫어하는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자연의 소리를 너무도 좋아해서인지, 누구보다 자연의 소리에 민감한 편이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곳도 어디에선가 물소리 새 소리가 허공을 뚫고 초롱초롱 들려 온다. 바람 소리도 정겹게 들려 오는데 왜 이리도 감미로울까? 아마도 자연의 소리를 너무도 좋아해서 그런가 보다. 바람 소리마저 향기롭게 들려온다. 그렇다. 얼마나 자연을 좋아하면 그렇겠는가?
들으면 들을수록 감미롭고 향기로우니 이 일을 어찌해야 좋을까? 그래서 필자는 등산할 때면 가끔 무아지경(無我之境)에 빠지기도 한다. 아마도 이런 현상은 대자연이 필자에게 주는 행복의 선물이 아닐지 싶다.
*무아지경(無我之境)= 무아지경(無我之境) 이란 불교에서 유래된 말로서 "정신이 한곳에 통일되어 나(我)를 잊고 있는 경지(境地)"를 말함이다.

우리는 통천길이라고 세워놓은 아치를 지났다. 칼바위까지 약 1km 전방에서 쉬어 가기로 했다. 이렇게 험하고 먼 길을 가려면 잠시 쉬어 에너지도 보충해야 한다. 쉬는 동안에 물도 한 모금 마시고 자연도 감상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또 어디 있을까? 그러면 피로도 조금은 풀릴 것이다.
칼바위까지 왔다. 바라보니 위험을 느낄 정도로 늠름하다. 늠름하게 솟아오른 칼바위는 이곳을 지나는 산객들에게 위험한 것은 자기가 지켜 줄 테니, 안심하고 걸으라고 한다. 그러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워가라고도 한다.

개울을 건널 수 있는 조그마한 산간 다리도 건넜고 힘들여 땀도 흘리며 왔건만, 겨우 1.3km 왔다. 여기서 천왕봉까지는 4.1km이고 법계사까지는 2.1km이며, 로터리대피소까지는 2.0km를 더 올라가야 한다.
장선덕 사진작가는 칼바위 상단 쉼터에 쉬면서 무엇을 골몰히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너무 힘든 모양이다. 옆에 서 있는 박원태 산 대장과 이재호 산 대장도 힘든 기색이다. 서서 무엇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을까? 아마도 어떻게 해야 지치지 않고 빨리 올라갈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나 보다.

지금까지 올라온 시간은 약 3시간 20분 정도 된다. 긴 여정에 혹여 지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해본다.
경이로운 대자연의 풍경이 아니라면 벌써 지쳐 있을 몸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다 보니 그것에 매료되어 지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나이는 비록 80이 넘었다고 하지만, 마음은 펄펄 끓는 청춘이 아니던가!!
해님은 방긋 웃으며 한나절의 더위를 내려보낸다. 다행히 나뭇잎이 하늘을 가려 햇볕이 근접하지 못한다. 그렇게 그늘을 만들어 주니 얼마나 다행인가!! 우리는 8월의 마지막 더위를 신비로운 자연 덕분에 잘 이겨내고 있다.
그래서 몸도 햇볕으로부터 상하지 않고 지치지도 않는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우리의 삶이 신비롭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

또 걷기 시작했다. 걷다 보니 이상하게 생긴 바위가 나타난다. 넘어지려다 엉거주춤 다른 바위에 얹혀 있다.
그 바위 옆에는 강인성 산 대장이 신기한 듯 바라보고 서 있다. 필자 역시 그 바위의 자태가 신비로워 사진에 담고 눈에도 담아 간다.
이제 천왕봉이 여기서 2.1km 남았다. 힘은 들어도 많이 올라온 것 같다. 이마에선 뜨거운 땀방울이 솟아올라 걸을 때마다 너덜 길 바위에 뚝뚝 떨어진다. 그런가 하면 입에선 숨을 쉴 때마다 더운 바람을 사정없이 토해낸다.
이렇게 힘겹게 걸어가지만, 동료들의 웃음소리가 향기롭게 들려 오고 대화 소리는 진주알 구르는 소리로 들린다. 게다가 물소리 새 소리까지 들려 오니 이 아름다운 소리를 어떤 하모니라 해야 할까?
필자의 귀에는 어떤 오케스트라의 연주보다 아름답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 낸 신비의 하모니다. 그러니 오죽 향기롭겠는가?

뙤약볕이 쏟아지고 바위가 깔린 너덜 길을 걸으니, 얼마나 힘겹겠는가?
그렇지만 드디어 로터리대피소까지 왔다. 나도 모르게 긴 숨을 토해낸다.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렇게 크고 긴 숨을 토해낼까? 이것은 힘들어서만 토해내는 숨이 아닐 것이다. 행복과 기쁨의 숨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대피소는 아래위 두 채로 분리되어 있다. 밑에 있는 건물은 숙박할 수 있게 되어 있고 위 건물은 관리를 맡아 하는 것 같다. 위 대피소 뜰에는 식사할 수 있도록 벤치가 몇 개 놓여 있다. 대피소에서는 생수와 라면 등을 판다.

필자는 서울서 사 온 이상한 라면을 여기서 처음 본다. 이 라면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때울 것이다. 필자는 이 라면을 보고 등산객들을 위해 잘 개발했다고 칭찬했는데 막상 먹어보니 아직 개발 단계에 있는 라면임을 알았다. 앞으로 회사에서 더욱 노력해 개발한다면 맛있는 제품이 생산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등산객들을 위해 더욱 노력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런데 이 라면은 필자의 입맛에 맞지 않아 먹는 신용만 냈다. 그때 박원태 산 대장이 보온병에 닭죽을 담아온 것을 꺼내 놓는다. 필자가 점심을 먹지 않고 있는 것을 본 박 산 대장은 한 컵을 따라 준다. 얼마나 맛있던지 단숨에 먹었다. 아마도 박 산 대장 부인께서 음식 솜씨가 대단한 것 같다. 글로나마 맛나게 잘 먹었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이곳은 독사가 많은가 보다. 여기저기에 독사를 주의하라는 포스터를 붙여 놓았다. 독사에게 물렸을 때는 상처 부위 안쪽을 깨끗한 헝겊 등으로 묶어 ”독이 퍼지는“ 것을 막고 3~4시간 내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한다고 써 놓았다. 독사라는 말만 들어도 겁이 나고 끔찍스럽다.

로터리대피소에서 몇 발짝 걸으니 유명한 지리산 법계사(智異山法界寺) 일주문이 나타난다. 여기서 법계사(法界寺)를 들러 구경하고 가면 어떨지 싶어 몇 분께 이야기하니 안 된다고 한다. 정상 천왕봉(天王峰)을 구경하고 하산할 때 보고 가자는 것이다. 왜냐하면 법계사(法界寺)를 보고 가면 천왕봉(天王峰)에 올라가면 어두워 천왕봉이란 정상 표지석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 말이 정답인 것 같다. 그래서 하산할 때 들려가기로 하고 걷기 시작했다.

이제 천왕봉(天王峰)까지 2km만 더 올라가면 된다. 그때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런데 어쩜 하늘이 저리도 아름다울까? 필자가 본 아름다운 하늘을 꼽으라 하면 두 번째 정도일 것 같다. 첫째는 해 질 무렵 하늘을 주황색으로 호화찬란하게 물들여 놓은 저녁노을이었다.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런데 오늘은 파란 하늘에 떠 있는 흰 구름이 저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만들어 놓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보니 장선덕 작가 덕분에 지리산 천왕봉(智異山天王峰)에 등정하러 온 것이 너무도 고마웠다.
하얀 뭉게구름이 파란 하늘 저편에서 자유 분망하게 놀고 있는 모습을 보아라!!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의 조화를 이룬 장면은 참으로 환상적이다. 저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보다니~^^

파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보여주는 예술적 가치는 값을 따질 수 없을 만큼 보물덩어리다. 이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까? 저렇게 아름답고 귀한 보물을 여기서 볼 수 있다니 하늘이 내려준 복이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의 놀라운 장면을 우리 일행만 보고 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사랑하는 가족과 또 필자가 아는 모든 분과 함께 이 장면을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행복해했을까? 함께하지 못함을 상상만 해도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다.

지리산 천왕봉(天王峰) 제2편은 여기서 마무리한다. 제3편에서는 천왕봉(天王峰)까지 올라가는 장면을 적나라(赤裸裸)하게 그려낼 것이다.

2023년 8월 25~26일

3) 지리산 천왕봉의 임을 만나니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다. (지리산 천왕봉 제3편)

1) 꿈에 그리던 지리산 천왕봉을 가다.(지리산 천왕봉 제1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