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인영
ㆍ작성일	2015-06-22 13:52

ㆍIP: 119.xxx.23

니들이 화장실에서 숨어 먹는 과자 맛을 알아?

프로그램을 마치고 돌아온 사무실 동료 한 명이 대상자 간식으로 가져갔던 과자가 남았다며,

빅파이를 하나씩 돌렸다.

참 오랜만에 본다. 작은 과자봉지를 들고 내려다보고 있자니 옛 생각이 난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여군들이 기초 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서는 5개월간 여군학교라는 곳에 입소 해야 했었는데

그 훈련소에 입소했을 당시의 추억이다.

그 시절엔 여군중대장이 후보생들에게 한 번씩 돈을 걷어 PX에서 과자를 사와 정해진 시간 동안 과자를 먹을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는데, 일정 시간이 지나면 먹고 남은 과자는 모두 버리도록 하였다.

처음엔 겁이나 무조건 버리던 과자를 어느 날부터 너도나도 하나둘 전투복 주머니에 몰래 숨겨오더니 결국은

일석점호때 숨겨놓은 과자를 들키는 일이 빈번해져 과자를 숨겨 들어오기가 점점 어려워졌었다.

물론 그 덕에 단체 얼차려도 호되게 받았다.

그래도 꾸준히 과자를 숨겨오는 이들이 있었는데, 필자도 그중의 하나였었다.

제일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새벽 불침번 전이나 동초 근무 교대전에 다른 동기들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 근무 준비를 마치고 화장실에 가서 몰래 숨겨놓은 과자를 먹고 나오는 방법이었다.

불침번은 과자만 먹을 수 있었으나, 동초는 1층에 위치한 커피 자판기에서 미적지근한 냉커피를 뽑아 같이 먹을 수

있었기에 난 동초근무를 선호했다.

아마 동기들 중에 몰래 자판기까지 이용했던 후보생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어나서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근무에 투입되는 동기들에겐 먼저 내려가서 화장실 다녀온다고 하고, 불침번 근무자

들에게는 근무교대 하러 내려간다고 말한 뒤 재빠르게 계단을 살금살금 내려간다.

2층 중대장실엔 새벽 내내 불이 켜져 있어 항상 조마조마했었다.

1층에 내려가서는 기간병을 위한 당직사관이나 근무자들을 마주치지 않을까 눈치를 살피며 자판기 앞으로 간다.

그리고 주변을 다시 둘러본 뒤 냉커피를 뽑는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느꼈던 공포감과 초조함은 아직도 내게 그

이상의 스릴감을 맛보게 해주지 못했다.

기계에 동전 들어가는 소리, 커피를 내리던 자판기 소리는 왜 그리도 크고 커피는 더디 나오는지 심장을 졸이며

기다리다가 커피가 나오면 잽싸게 들고 1층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곤 화장실 맨 끝 칸에서 커피와 함께 먹었던 국화샌드와 빅파이의 맛이 얼마나 좋았던지 모른다.

다 먹고 난 뒤 화장실에 쓰레기를 버리면 들키기 때문에 잘 접어서 부피를 최대한 줄인 뒤 가지고 있다가 종교

행사장에 가서 몰래 버리고 오면 이번에도 들키지 않고 잘 먹었다는 뿌듯함에 기분이 참 좋았었다.

그 기분 좋음은 아마 과자를 맛있게 먹어서이기도 했겠지만 하면 안 되는 행동을 하면서도 들키지 않았고

너희는 상상도 못 하는 간 큰 행동을 난 할 수 있다는 못난 자만심 때문이었으리라.

자대배치를 받으면서부터 사 먹어본 적 없었던 빅파이를 들고 한동안 추억에 잠겨 있었다.

그리고 그 과자를 먹지 않고 책상 서랍에 잘 넣어 두었다. 먹어버리면 추억이 날아가 버릴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책상을 열어 과자를 볼 때마다 생각하리라 그때의 그 배고픔과 감사함을. 그리고 결실을 맺기 위한 인내의 시간들을

이순향

2015-06-22 18:17

젊을 때..가져 볼 수 있는 재미??라고 생각해요....
그 재미를 즐길 수가 있었던 시절이 있어 지금...여기에 계신 거라 생각합니다..
슬며시 웃으며 봤어요......^^


박인영	그 당시엔 너무 힘들고 시간이 안가서 시간이 가기만을 바랬는데 어느덧 십여년이 지나고 나니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었다는걸 깨달았습니다.	6/25 10:56

백낙은

2015-06-22 21:48

박인영 시인님.
오랫만에 글 올려 주셨네요.
여군학교 시절 화장실에서 몰래 마시는 커피 맛 영원히 잊지 못하시겠군요.
몰래 먹는 떡이 더 맛있다고 하잖아요.
예쁜 추억들 고스란히 잘 간직들 하세요.
잠시나마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은안하소서.
수필분과위원회 회장 백낙은 배상.


박인영	그땐 정말 맛있었는데 지금 다시 먹어보면 그 맛을 느낄 수 없는 것들이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군대를 제대하고는 자판기에서 냉커피를 마셔본 적이 없습니다. 그땐 너무나 소중하고 꿀맛 같았는데 말이죠~ 게으름을 벗고 자주 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6/25 10:58

김경렬

2015-06-23 05:38

박인영 작가님!
행사에서 만나 반가웠습니다.
니들이...!
즐겁게 배독 합니다.
어려운 여군 시절!
고생은 되었지만 값진 추억 입니다.
작가님은 아무나 지닐수 없는 보석 같은 추억이 있으시니
보다 값진 결실로 양분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건강 하시고 행복 하시기 바랍니다.


박인영	김경렬 시인님 그날 짐도 많고 비가 내려서 그만 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하고 왔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6/25 10:59

박정근 2015-06-26 10:42	박인영 작가님 수필 서재에서 처음으로 인사를 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지나고 보니 군생활 만큼 생생하게 기억나는 추억도 없는 것 같습니다. 내려주신 글을 배독하며 한참동안 추억속을 서성거려 봅니다 밤새 비가내려서 촉촉한 하루를 보낼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황양국 2017-08-11 10:34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좋은 글 잘 감상 하였습니다

김상훈 2019-01-01 21:53	박소연 작가님, 1년을 넘게 비운 작가 서재에 들어와 새해인사드립니다. 건강은 필수, 원하는 소망도 필수인 만큼 건강을 필두로 올해는 소망 한 가지라도 꼭 이루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서재에서 다시 뵙기를 기다립니다.

최하정 2024-01-02 21:17	안녕하십니까 바소연 작가님 반갑습니다 12월에 등단하여 작가서제에 머물게되어 인사차 작가님의 멋진글에 들려 인사드립니다 감동적인 멋진글 배람하며 자주 뵈러 들어오겠습니다 좋은글 많이 집필하시고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미세스 황을 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