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인영
ㆍ작성일	2014-03-12 22:29

ㆍIP: 183.xxx.232

미세스 황을 찾습니다.

요양시설 사회복지사로 근무할 때였다. 구정이 다가오자 한 어르신께서 오래전에 헤어졌던 이종사촌 언니가 보고 싶다며, 며칠만 외박을 나갔다가 들어오고 싶다고 상담을 요청하셨다.
어르신께 언니분의 주소나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는지 여쭤보니, 그런건 모르겠고 내보내만 주면 그 집을 꼭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무작정 내보내 달라고 조르시기에 안된다고 보류를 시켜 버렸었다.
시설에 입소전 독거노인으로 양로원에서 보살핌을 받다가 서비스가 연계되어 우리 시설에 입소하시게 된 케이스라, 무작정 내보냈다가 길을 잃어버릴까 걱정이 되어서 였다.
그러는 사이 한달 여가 지났고 어르신은 눈에 보이는 근무자들 마다 끈질기게 쫒아다니며, 내보내 달라고 조르셔서, 결국 우리가 모시고 나가겠다는 전제하에 요양팀의 팀장과 함께 어르신을 모시고 길을 나섰다.

아침부터 깨끗하게 샤워를 하고 핑크빛 립스틱까지 곱게 바르고는 떨리고 설레이는지 연신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셨다.
"어르신 저희가 길을 모르니까 어르신이 뒤에서 잘 알려주셔요"라고 얘기하고 시설과 비교적 가까운 지명의 그 곳으로 어르신을 모시고 갔다.
그런데 막상 나와보니 너무나 많이 변했다며,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고 헤매는 어르신 덕에 차를 돌리고 또 돌리고 막다른 산길까지 올라 갔다 후진으로 차를 돌려 나오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난감함과 피로감에 어찌할까 싶어 잠시 서행을 하던 중 마을 회관이 눈에 띄였다. 어르신들이 모여계신 저 곳에서 여쭤보면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마을회관에 들어가 여쭤 보니 “저쪽 항구쪽에 가서 이장한테 물어봐”라는 말씀들뿐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항구로 차를 돌려 이장님을 찾으니, 그 지역의 한 횟집을 알려주며 그 곳으로 찾아가 보라고 한다.
횟집을 찾아가 이장님을 찾으니, 가는 날이 장날 이라고 했던가, 때마침 서울로 이장님들이 연수를 가셨다며 무슨 일인지를 물어본다.
“여차 저차 하여 이런 분을 찾는데, 혹시 이장님 연락이 되면 꼭 전화를 달라”고 연락처를 남긴뒤 횟집을 나섰다.
차를 타서 뒤를 돌아보니 어르신의 기가 팍 죽어서 안쓰러움이 느껴졌다.
"어르신 이왕 나왔으니, 우리 저쪽까지 돌아보고 가요 생각날지도 모르잖아요." 하고 출발하는데 어르신이 급하게 "저기 좀 전에 서있던 여자 아는 사람이야 차 돌려"라고 하셨다.
차를 돌려 그 분께 다가가 여쭤보니 고개를 갸웃 갸웃 흔들며, 그런 사람은 모른다고 한다. 어르신이 애타는 마음에 이사람 저사람 주변 사람 이름을 다 부르니 저쪽에 넘어가면 00민박이 있는데 거기서 다시 물어보라고 한다.

드디어 단서를 찾았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00민박을 찾아가 여쭤보았으나 벌써 주인이 두번이나 바뀌어서 모른다고 한다.
어르신을 보니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르신 이장님이 전화를 주시면 꼭 찾을 수 있을 거에요”라고 안심을 시켜드리고 기분전환을 시켜 드릴 겸 맛난거 사드릴 테니 먹으러 가자고 그 일대의 유명한 전병집으로 어르신을 모시고 갔다.
꽤 활발한 어르신인데 도통 힘이 없으셨다. 전병에는 손도 안대시고 부침도 젓가락만 댓다가 이내 놓으신다.
뭐라 위로해 줄 말이 생각이 나지 않아 가만히 앉아 애꿏은 부침만 조각조각을 내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어르신이 여기서 살았던 것 같다며, 지형이 낮이 익다고 휘휘 둘러보신다.
35년전에 이종사촌 언니랑 살았던 마을이 맞는 것 같다며, 다급히 주인아줌마를 부르셔서 이런 저런 질문을 했지만 역시나 돌아오는 대답은 그런 사람들은 모른다는 대답뿐,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35년전에 어르신이 살았던 동네가 이곳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어르신의 이종사촌 언니의 흔적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어르신... 근데, 35년전에 여기에 잠깐 살으셨다가 헤어진 언니를 이제서야 찾으시는 거에요?" 라고 물으니 순진하게 "응"이라고 답을한다. 1~2년만 지나도 휙휙 변하는 시대에서 35년전에 살았던 흔적을 찾으시는 어르신께 팀장이 웃으며 "어르신, 강산이 3번도 넘게 변했어요"하고 농담처럼 말을 던진다.

나오기 전엔 솔직히 조금 귀찮아서 요양팀장 혼자 나갔으면 싶었었으나, 어르신의 얼굴을 보니 언니를 꼭 찾아드리고 싶었었다.
어르신과 언니가 만나서 외박도 나가시고 면회도 오시면서 지나온 세월을 얘기하고 남은 세월 서로 의지하며 살 수 있으시길 바랬으나, 찾아드릴 수 없었다는 미안함에 어르신을 쳐다보지 못하였다.

금연을 약속하고 담배를 참으시던 어르신이 시설로 돌아오자 마자 한라산 담배에 불을 붙이고 깊은 한숨 토해내듯 담배연기를 뿜어내신다.
서울에 연수가셨던 이장님이 돌아와 어르신의 언니를 꼭 찾아줄 수 있길, 희망의 끈을 놓치 않았었지만
어르신은 언니를 만나 볼 수 가 없었다.
이종 사촌 언니를 찾았지만 무슨 사연인지 그쪽에서 어르신을 만나길 거부하며, 찾았다는 것을 비밀로
해달라고 우리에게 부탁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아마 지금도 어르신은 언니를 그리며 만날날 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계실거란 생각이 든다.

나는 이제껏 늘 일이 먼저라며, 혼자만 바쁜척 유난떨며 살다보니, 진짜 일이 바뻤던 건지 아니면 게을러서 바쁘다는 핑계로 주변의 가까웠던 사람들에게, 핑계 김에 소흘하게 대했던지 모르겠다.
예전엔 가까웠으나 이제는 추억처럼 가물거리는 사이로 변한 지인들도 많다.
나이가 더 들어서 만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사이가 되기전에 한명 한명 전화를 하고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했었다고 핸드폰을 눌러본다.

정찬열

2014-03-18 19:45

35년만의 기대부푼 만남이
물거품이 되었군요 곱게내리신
글향을 마음에 담아봅니다.
늘 건안 하시고 편안한날 되세요


박인영	감사합니다. 아마도 어르신의 성격이 조금 별나셔서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긴 했습니다. 편한밤 되시고 좋은 꿈 꾸시기 바랍니다.	3/18 20:19

염규식 2014-03-24 16:28	아쉬움이 많으시겠어요-- 고운글 잘 보고 갑니다-자주 뵈올께요

박인영 2014-03-24 19:37	《Re》염규식 님 , 감사합니다. 저도 자주 글을 올리려고 하는데 생각처럼 잘 안됩니다. 저도 작가님 뵈러 자주 가겠습니다.

니들이 화장실에서 숨어 먹는 과자 맛을 알아?

잡초를 가여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