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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4-12-13 14:38
ㆍIP: 115.xxx.86
베팅 (21회)
 
 “저녁 때 연락할게.”

 “그때 바이오리듬 봐서.”

 “건방진 년. 어디 두고 보자. 진짜 널 좋아서 내가 이러는 줄 아냐. 너 돈이 좋아서 그러
 
지. 그나저나 언제 저년에게 쩐 구걸을 안 하려나.”

 그가 이를 악물더니 곧 한숨을 쉬었다.

 현관에 나오는 지나를 보고 관리인이 굽실거리며 차 키를 건넸다.

 “어떤 젊은이가 민 여사님께 이 키를 전해주라고 맡겼어요. 차는 주차장에 있데요.”

 “개자식. 끝까지 날 무시해. 그러나 날 잘못 봤지. 난 한번 문 먹이는 절대 놓치지 않는
 
다고.”

 그녀의 얼굴색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며 어디론가 휴대폰을 걸었다.

  “조 실장, 나 민 여사야. 오늘은 시간이 없고 내일 그 커피숍으로 나와. 할 말 있어.”

 전화를 끊은 그녀가 입술을 꽉 깨물며 중얼거렸다.

 ‘선우, 넌 곧 무릎 꿇고 나에게 살려달라며 매달릴 거야. 왜! 갈 데가 없으니까.’

 지나의 표정에 악기가 서려 있었다.
 
 
 여자전주들이 잡담을 하다가 지나가 들어서자 손을 흔들며 환영했다. 식탁 위에는 고급
 
술과 화려한 안주가 차려져 있었다. 벌써 두어 명은 취하여 얼굴이 불그스름했다.

 “금 사장은 민 여사 돈만 불려주고 우리는 신경 별로 안 쓰더라. 너무한 거 아냐?

  “그러게. 내 돈은 곰팡이까지 쓸었지 뭐야.”

 “혹시 금 사장과 민 여사 사이에 우리가 모르는 섬씽 있는 것 아냐?”

 여자전주들이 서로 맞장구를 치며 웃었다. 지나가 손 사례를 저으며 부인했다. 상석에
 
앉은 평범한 얼굴에 퉁퉁한 몸매의 한 여사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여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들하고 다들 준비한 곗돈 내놓도록 해.”

 한 여사가 명령을 하듯 식탁을 쳤다. 순간 모든 시선이 계주인 그녀에게로 쏠렸다. 지나
 
는 관심이 자기에게서 그녀로 옮겨가자 불쾌하였으나 참았다. 모두 핸드백에서 돈을 꺼
 
내 한 여사 앞에 아부하며 내놓았다. 지나는 그런 여자들을 째려보며 시큰둥하게 곗돈을
 
건넸다.
 
 “뭐 나에게 불만 있어?”

 “아, 아니. 불만은….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서.”

 핑계를 둘러대는 지나가 자존심이 상하나 어쩔 수 없다. 여기서는 미모나 지식, 학벌 등
 
그 어떤 것보다 돈으로 서열이 결정되는 것을 그녀는 알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분위기
 
가 한 여사 위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식사를 마칠 무렵 지나가 종업원을 얼른 불렀다.

 “여기 모두 얼마예요?”

 “한 여사님이 벌써 계산 하셨는데요.”

 종업원이 한 여사를 가리키자 생색내려던 그녀의 표정이 실망스럽게 변했다.

 “역시 제일 돈 많은 부자 사모님은 달라도 뭐가 다르다니까.”

 “그럼. 오늘 꽤 나왔을 텐데 말이야.”

 “저번에도 냈잖아.”

 김 여사가 한 여사를 추켜세우자 다른 여자들이 맞장구쳤다.

 “다음으론 민 여사가 부자인가?”

 “아마도 그럴걸.”

 지나는 비교 당하는 것이 기분 상했지만 자존심을 만회하려고 선심 쓰듯 말했다.
 
 “모두 2차 가는 게 어때? 내가 쏠게.”

 한 여사를 제외하고는 전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함께 갈 거지?”

 “미안. 난 약속이 있어 먼저 가야 돼.”

 일부러 한 여사에게 동행을 권했는데 그녀가 단호하게 거절하자 지나는 머쓱해졌다.

 일식집 입구에서 지나를 제외한 여자들이 한 여사 주위에 모여 그녀에게 함께 가자며
 
사정하기 시작했다. 마지못해 허락하는 그녀 앞에 어느새 고급승용차가 멈추었다. 그녀
 
의 운전기사가 문을 열어 한 여사와 여자 셋을 태우고 먼저 떠났다. 

 콜한 모범택시를 타고 지나와 남은 여자가 그 뒤를 따랐다. 술에 취한 여자는 벌써 곯아
 
떨어져 있었다.
 
 “한 여사 저 년. 나 보다 어린 게 말끝마다 반말이야. 저팔계처럼 생겨가지고 거만하기
 
는. 아니꼽지만 저년 보다 돈이 많을 때까지만 참자, 참아. 그래도 큰돈이 아쉬울 땐 저
 
년 돈구멍이 필요하니까.”

 지나가 울분을 삭이며 씩씩거렸다. 나이트클럽으로 질주하는 모범택시의 뒷모습이 점
 
점 작아져 보였다.


 
이름아이콘 정찬열
2014-12-13 22:33
회원사진 		21회;베팅 잘보고 갑니다.
더욱 멋진 베티으로 독자들을
잡아주세요 이인철 작가님 !
쌀쌀해진 날씨에 건강하시구요
감사히 읽고 갑니다.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4-12-25 15:44
회원사진 		《Re》정찬열 님 ,
정 작가님의 관심과 열정에 늘 고마움을 드립니다.
작가님께서도 2014년을 아름답게 마무리 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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