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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4-10-12 16:15
ㆍIP: 115.xxx.86
베팅 (8회)
 
 하루는 형의 친구인 듯 한 사내가 놀러왔다. 그는 무심히 구경하다가 자리가 비
 
자 함께 하게 되었다. 형과 사내가 끼자 금세 판돈이 엄청 커지게 되었으나 선우
 
가 자기만의 특기를 발휘하여 200여 만원에 가까운 돈을 독식하였다. 레저가 졸
 
지에 도박으로 변한 것이다. 그 판돈의 절반이 넘는 돈이 사내의 주머지에서 나왔
 
다. 사내는 매너가 좋은지 패배자의 불평이나 쉰 소리를 전혀 하지 않고 다음에
 
또 하자는 도전장을 던지고는 일어났다.

 그 날 선우는 잃은 친구들에게 원금을 다 돌려주고 그 사내 덕분에 3차까지 가는
 
술놀음을 했었다.

 며칠 후 다시 전의 멤버들이 모여 포커 판이 벌어졌다. 어느새 판돈이 커지고 선
 
우 앞에 쌓였던 돈이 시간이 갈수록 사내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선우의 기술
 
이 먹혀들기는 커녕 도리어 그 반대 현상이 빈번히 일어나 더 혼란스러웠다. 마치
 
사내는 선우의 작전을 이미 꿰뚫기라도 한듯 비웃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큰 승부에서는 같은 족보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진다는 것이
 
었다. 이때만 해도 그 사내가 전국구 타짜가 아닌 간단한 손장난을 치는 동네 선
 
수인 것을 몰랐다. 카드에서 한 수 위의 작은 기술 차이가 얼마나 큰지를 그는 먼
 
훗날 알았다.

 승부욕이 강한 선우가 실탄이 떨어지자 주위 친구들에게 빌린 돈도 어느새 바닥
 
이 났다. 아직도 며칠 전 승리 판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선우가 다음을 사내에게
 
기약하자 그는 100만 원의 테이블 머니를 제시했다. 그때만 해도 아버지가 지방
 
에서 중견 건설업을 했으므로 서울로 유학 온 선우는 여유가 있었다.

 친구에게 빌린 돈과 월세와 용돈 등을 모두 날린 선우는 테이블머니를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다가 부모님께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돈이 든 지갑을 잃어버렸다, 비
 
싼 원서를 사야 한다, MT비를 내야 한다는 등 붙일 수 있는 이유를 전부 갖다 댄
 
그가 집에서 받아낸 돈이 200만원 정도였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던 선우에게 어머니는 아무런 의심 없이 돈을 보내 주었
 
다. 먼저 친구들에게 빌린 돈을 갚은 그는 이번 판에 승리하면 앞으로 절대 포커
 
를 치지 않겠다는 나름대로의 결심을 하며 결전의 날만을 기다렸다. 그와 비슷한
 
행동을 한 친구들이 마련한 총알 비를 더하면 무려 판돈이 600만 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어찌 아마추어가 프로를 이기겠는가! 시작한지 불과 서너 시간에 사내는
 
그 돈을 꿀꺽 삼켰고 허무하게 판은 끝났다.

 이제는 앞으로 살아갈 생활비를 마련할 일만 남은 것이다. 방학임에도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집에도 못간 선우와 친구들은 제각기 알바라도 뛰어야 할 형편이
 
되었다.

 뚜렷한 기술이 없는 선우가 선택한 것이 편의점 알바로 시급이 조금 높은 야간
 
알바를 했다. 여름의 야간 알바는 쉽지가 않은데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술 마시
 
는 손님이 늘어갈수록 소주병, 맥주 캔 따위를 치우는 시간도 길어진다. 치우는
 
일은 어렵지 않은데 하루에 한 번은 술 취한 놈들이 시비를 걸었다. 그렇게 기계
 
처럼 술병의 바코드를 찍으며 열흘 정도 지났을 때였다.

 “어, 너 여기서 일하냐.”

 고교 동문회에서 몇 번 보았던 별로 친하지도 않은 선배였다. 그 후로 선배는 학
 
교를 자퇴했다는 소문을 누군가에게 들었고 더 이상 그를 동문모임에서 볼 수 없
 
었다. 그런데 편의점 알바하면서 우연히 맞다뜨린 것이다.

 “힘들겠다.”

 “괜찮아요.”

 “안색이 안 좋은데 여기보다 벌이 더 좋은 알바자리 하나 소개해줄까?”

 이제는 만성이 된 피로감 때문인지 아까 먹은 유통기한 지난 김밥 때문인지 심장
 
이 벌렁거렸다.

 “한 달만 하면 등록금 한 학기의 절반은 벌수 있는 자리야.”

 “혹시 불법적인 일 아녜요?”
 
 “아냐. 몸만 멀쩡하고 대한민국 대학생 남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야.”

 그가 조심스레 물으니 선배는 곧장 불같이 화를 냈다. 그는 한턱 쏜다며 선우를
 
억지로 데려간 삼겹살집에서 바짝 구워진 고기를 한 점 한 점 집어먹을 때마다 유
 
난히 합법을 강조했다. 삼겹살 기름으로 반짝거리는 입술은 계속 쉬지 않았고 ‘돈
 
은 그렇게 벌어야 해’라고 주문을 외우는 듯했다.

이름아이콘 정찬열
2014-10-14 22:39
회원사진 		슈킹8회 실감나게 잘읽고 갑니다.
다음 9회편이 기대됩니다.
작가님의 좋은 글 잘감상 했습니다
늘 건안승필 하세요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4-10-15 17:20
회원사진 		《Re》정찬열 님 ,
정 작가님, 바쁘신 와중에 서재 방문을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나름대로 졸작을 연재함에 늘 부족함을 느낌니다.
정 작가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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