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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4-10-08 18:50
ㆍIP: 223.xxx.14
베팅 (7회)

 “선우 형, 언제 국수 먹는 거야?”

 민기가 언제 사진을 훔쳐보았는지 일부러 그의 기분을 맞추려 물었다.

 “마음은 그러고 싶지만 지금은 힘들어. 앞으로 2, 3년만 고생하고 할 생각이야.”
 “그러면 그때 내가 사회 볼게.”

 “준식 형이 사회 보면 아마 올려던 하객들도 돌아갈 걸. 저승사자를 보러 누가
 
오겠어. 안 그래 선우 형?”

 “임마, 내 인상이 어때서. 내가 조금 야생적으로 생겨서 그렇지 아프리카에서는
 
먹히는 콘셉트라구. 자식이 좁은 조선 땅에만 살다보니 몰라도 한참 몰라요. 내
 
가 글로벌한 마스크란 것을 말이야.”

 그녀와 빨리 함께 있고 싶으나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는 것을 아는 선우의 얼굴이 침울해졌다.

 그의 표정을 눈치 챈 준식이 분위기를 바꾸었다.

 “그런데 사실 자고나서 거울에 비친 내 얼굴에 나도 깜짝 놀라곤 해.”

 그의 말에 민기는 요절복통하고 그도 빙그레 웃었다.

 두 사람은 혜원을 알고 있다. 그녀가 근무하는 병원에 선우가 입원해 있는 동안
 
자주 문병 왔기에 그때 소개시켰던 것이다. 처음 준식을 본 그녀는 험상굿어 무섭
 
다고 했다.

 선우는 그들이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 어렵게 생활하며 자란 과정 등을 말해주었
 
다. 이야기를 마쳤을 때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마치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와했
 
다. 그리고 선입견을 갖어 미안하다며 그들에게 잘 해주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때 건너편 달동네 집들의 벽에 시뻘건 페인트로 쓴 ‘재개발 반대’ ‘철거 반대’
 
‘우리의 생존권을 목숨으로 지키자’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용역깡패 물러
 
가라.’ 등의 글들이 선우의 눈에 어렴풋이 보였다. 그는 이 구호를 보자 십여 년
 
전 악몽 같은 기억이 아스라이 떠올라 쓰디쓴 미소를 지었다.


 선우가 그 일을 하게 된 것은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 초부터였다. 1학기를 종강
 
하고 형석의 자취방에서 친구들과 심심풀이 포커판을 자주 벌였다. 그중에는 문
 
간방에 세 살던 선우 또래들 보다 서너 살 위인 남자도 끼었다. 그는 집 근처에
 
있는 회사를 다녔으며 선우와 친구들은 무난한 성격의 그를 형이라고 부르며 포
 
커판이 벌어지면 함께 하곤 했었다.

 그런데 그 형이 동석하면 십여 만원의 판돈이 두 서너 배로 커졌으나 선우 자신
 
은 거의 잃지 않았으므로 개의치 않았다.

 선우는 대학교 입학 후 형석이에게 포커를 배웠다. 그래서 그는 족보 정도만 알
 
뿐 상대방 패를 파악할 만큼의 실력은 아직 되지 못했다. 친구들의 실력도 고만고
 
만했고 그 형도 선우보다 그리 월등하지 않아 따고 잃고를 반복하였다. 그런데 판
 
이 벌어질 때마다 선우의 승률이 50%를 넘은 것은 비록 포커판 입문은 그들에 비
 
해 늦었지만 그만이 터득한 한 가지 노하우가 있어서였다.

 그것은 서로가 아마추어들이므로 패가 잘 들어오거나 그 반대의 경우 무심코 내
 
뱉는 말이나 인상 등 어떠한 방법으로든 감정표현을 드러내는 것에 주목한 것이
 
다. 그것으로 상대방이 진 칸지 뻥 칸지 많이 잡아 낼 수 있었다. 그는 거기에 초
 
점을 맞추어 레이스나 콜을 하거나 다이를 결정하고 자신의 얼굴은 무표정으로
 
목소리 톤도 일관적으로 유지했다.

 그래서 친구들이 포커판에서 그에게 붙여 준 별명이 돌부처였다. 그러나 선우는
 
판이 끝나면 언제 그랬나는 듯 처음처럼 명랑하게 수다를 떨고 딴 돈은 자기 본전
 
을 제하고 음식과 술을 사고 잃은 친구에게는 개평을 주었으므로 욕을 먹지는 않
 
았다. 반면 문간방 형은 자기가 땄을 때는 냉정했다. 그러나 선우와 친구들은 그
 
형이 승보다 패가 많았으므로 큰 불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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