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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5-01-06 18:24
ㆍIP: 115.xxx.86
베팅 (24회)
 
 “혜성이가 선우 씨를 좋아하나봐. 다른 사람이 나랑 친한 모습을 보면 질투하여 훼방
 
놓거든.”

 “혜성이가 살람 볼 줄 아는 거지. 그리고 내가 원래 사교성이 좋잖아.”

 “내가 무슨 말을 못해.”

 우쭐대는 선우를 보며 그녀가 어이없어 했다.

 “선우 씨, 혜성이 생일날 놀아줘서 고마워. 혜성이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의 선물
 
이 될 거야.”
 
 “이제부터 날 믿어. 오늘 혜성이에게 멋진 매형이 생긴 거야.”

 “매형! 그러면 난 벌써 선우 씨 아내가 된 거네. 싫어. 난 정식으로 모두의 축하를 받
 
는 결혼식을 하고 시작할 거야. 선우 씨도 그럴 거지?”

 자신의 처지에 뜨끔한 그가 선뜻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다 얼른 말을 돌렸다.

 “나는 부모님이 돌아가셨잖아. 그래서 난 지금 고아야. 한마디로 청년 고아지. 난 자
 
진해서 너의 집에 데릴사위로 들어가 혜성이와 함께 살거야. 그래도 되지? 날 쫒아낼
 
생각은 아예 마.”

 “선우 씨, 말이라도 정말 고마워.”

 그녀의 음성이 젖었다. 상황을 바꾸려 그가 화제를 다른 데로 유도했다.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줄까?”

 “무슨 애긴데?”

 “만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어떤 남자와 여자가 있었는데, 어느 날 밤 눈치만 보던
 
남자가 오늘은 꼭 키스를 해야겠다고 작심했데. 드라마속 한 장면처럼 손으로 
 
벽을 치며 여자를 몰아붙이고 ‘오늘은 키스해 주기 전에 절대 못 들어가’ 했대. 여자
 
가 ‘안 돼. 집에 아빠랑 엄마 다 계신단 말이야’ 그러면서 삼십여 분이 다 되도록 실랑
 
이를 벌이고 있었대. 그때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면서 여자의 동생이 나오며 말했대.
 
‘언니! 아빠가 그냥 한번 해주고 빨리 보내래!’그리고 이어서 동생이 한 말이 뭔지 알
 
아?”

 “뭔데?”

 “아저씨! 제발 우리 집 인터폰에서 손 좀 떼 주실래요.”

 궁금하여 눈이 동그래졌던 그녀가 가벼운 웃음소리를 냈다.

 “어디에 있건 지금처럼 항상 웃어야 해. 내가 널 찾을 수 있게.”

 “별 소릴 다 하네. 내가 가면 어딜 간다고.”

 선우의 멘트에 그녀가 괜한 감격을 받은 듯 했다. 세상 살면서 별거 아닌 일에 토라
 
지고 원수가 되기도 하지만 또 반대로 별거 아닌 일에 감동을 받기도 한다.

 그가 혜원의 앞머리를 옆으로 올려주며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녀의 어깨를 당
 
기자 혜원이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두 사람의 각각 한쪽 손을 잡은 혜성이 어느
 
새 잠들어 있었다.


 “선우가 만나는 여자의 이름은 유혜원으로 나이는 27세며 현재 서울병원에서 간호사
 
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 여자 사진 여기 있습니다.”

 퇴근하는 모습 등 세두가 몇 장의 사진을 그녀 앞에 꺼내 놓았다. 지나가 사진을 보
 
며 새침하게 툭 내뱉었다.  

 “꼭 간호사처럼 쌀쌀 맞게 생겼군. 그리고 더?”

 “가족으로는 아버지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초등학생인 남동생이 있고요. 아버지는
 
전직 학교 선생이었다가 지금은 ‘천사의 집’이라고 가정집을 개조하여 보육원 비슷한
 
복지사업을 하고 있지요. 그 집에는 정신장애우, 신체장애우, 고아를 포함하여 이십여
 
명 정도 있고요.” 

 “그런데 무슨 돈으로 운영해? 아버지가 부자야?”

 “시에서 얼마의 보조금과 기부자들의 성금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요즘 경제가 안 좋
 
아 성금이 줄어 어려운 것 같아요.”
 
 “빚이나 부채관계는 없어?”

 “이걸 알아내느라 무척 고생했어요. 마침 그녀 아버지인 원장이 친구 보증을 선 것이
 
있는데 무려 3억이에요. 연체이자를 합치면 3억 6천정도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상황이 어떠냐고?

 세두의 생색에 그녀가 재촉했다.

 “그 친구라는 놈은 이미 여러 군데 빚 독촉으로 집을 나가 노숙자 생활을 하는지 연
 
락이 안 되고 있지요. 그래서 지금 보증인인 원장에게 대신 갚으라고 닦달하고 있나
 
봐요.”

  “어디서 빌린 건데 3억이나 빌려 줘?”

 “헬프머니라고 강남에 있는 대부업체입니다. 그 놈들이 어떤 놈들이에요. 친구보다
 
는 보증인인 원장의 집 부동산이 깨끗하니까 그걸 보고 돈 떼일 리 없다고 판단해 대
 
출해 준 것 같아요. 집은 헬프머니에서 1순위로 가압류된 상태구요. 조만간에 경매로
 
넘긴다나 봐요. 물론 원장은 모르고 있다고 최근에야 안 것 같고요.”

 “집은 얼마 가는데?”

 “마당도 있고 평수는 넓은 편인데 변두리라 주변 시세로 보아 7억 조금 넘는 것 같아
 
요.”

 잠시 생각에 잠기던 그녀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띠었다.

 “우리가 직접 인수하면 두 배 장사고 경매에서 두 번정도 유찰되어도 원금회수하고
 
남는 장사라는 거네.”

 “역시 민 여사님은 계산기네요!”

 “아냐. 컴퓨터야.”

 “맞아요. 그것도 슈퍼컴퓨터지요.”

 세두가 한껏 띄우며 아부했다.

 “조 실장, 수고 했어. 저녁 때 내가 한잔 사지. 아직 할 일도 남았고. 연락할게.”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세두가 중얼거렸다.

 ‘또 뭐지! 앞으로 저 여자와 해골 싸움하려면 내 머리에 쥐가 날 텐데. 미리 보약이라
 
고 지어 먹어야겠네.’
 
이름아이콘 정찬열
2015-01-07 22:16
회원사진 		계속진지해져가는 story를 봅니다.
을미년 새해에는 더욱 승필을 기원드립니다.
이인철 작가님 ! 多福康寧 하시구요!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5-01-11 15:03
회원사진 		《Re》정찬열 님 ,
정 작가님의 변함없는 격려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작가님께서도 을미년에 멋진 작품을
많이 산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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