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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4-12-25 15:40

ㆍIP: 115.xxx.86

베팅 (22회)

3. 악녀의 계략이 성공하다.

커피숍 구석진 테이블에 앉아있던 세두가 다가오는 지나를 보고 얼른 앉을 의자를

뺐다.

“높디높으신 민 여사님께서 어쩐 일로 저 같이 비천한 놈을 보자고 하시는지 모르겠

습니다. 그런데 금 사장님이 보시면 오해할 지도 몰라요. 다행히 저는 같은 차를 타고

오지는 않았지만요.”

세두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빈정됐다. 순간 두 사람이 경계의 눈빛을 교차하는

가 싶더니 곧 자연스럽게 풀리며 서로 잔머리의 회전속도를 높였다.

“봤어?”

“대충, 확실히요.”

“누구보다 영리한 조 실장이니까 나발 불 건지에 대해서는 알아서 결정해. 앞으로 어

느 줄에 설 건가를 생각하고.”

“당연하지요. 저도 그 정도 눈치는 있어요. 그건 그렇고 웬일로 저를 보자고 했어

요.”

“조 실장에게 부탁할 게 있어. 지금 최 실장이 만나는 여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 주

변 모두를 알아봐 줘. 특히 금전관계에 대해서 철저하게.”

“역시 제 판단이 맞네요. 그런데 금 사장님은 알고 계세요?”

“알아도 상관없지만 이왕이면 조용한 게 좋지 않겠어. 그래서 이렇게 조 실장을 몰래

부른 거고.”

감을 잡은 세두가 구미 당기는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그러면 저에게 떨어지는 배당은요?”

조급하게 물어오는 그에게 지나가 미끼를 던졌다.

“이제 조 실장도 독립할 때가 되지 않았어. 그동안 금 사장 밑에서 배울 만큼 배운 거

같은데.”

“저야 그러고 싶지만 가장 중요한 자금이….”

“그건 걱정하지 마. 이번 건만 해결해 주면 내가 밀어줄게. 이래 봬도 나, 은혜는 갚

을 줄 아는 여자라고.”

“정말이에요?”

“얼마나 걸려?”

“최대한 빨리 알아보고 연락드릴게요.”

그녀가 핸드백에서 두툼한 편지봉투를 꺼냈다.

“이건 발품비야. 일 끝나면 내가 멋지게 술 살게. 그때 우리 조 실장 사업에 대해 구

체적으로 이야기해 보자고.”

나가는 그녀의 등 뒤로 90도 인사하는 세두를 뒤로 하고 지나는 계단을 내려오며 씁

쓸하게 중얼거렸다.

‘저 애완견이 선우라면 얼마나 좋을까.’

봉투를 열어 본 그의 눈이 가늘게 찢어지며 입가에 얄팍한 미소가 늘어졌다.

“하긴 나도 이 계통에서 도사가 되었으니 독립운동 할 때가 되긴 되었지. 그런데 엉

뚱하게 원수 같은 선우 자식이 날 도와주네.”

참기름을 발라놓은 것처럼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낯빛의 세두 얼굴에 기름기가 더욱

번들거렸다.

선우는 놀이공원 입구에서 혜원을 기다렸다. 멀리서 그녀가 초등학교 3. 4학년쯤 된

남자의 손을 잡고 걸어오고 있다.

“누구야?”

“우리 늦둥이 혜성이야. 오늘 혜성이 생일이라서 축하해 주려고 같이 왔어. 자, 인사

해. 누나 남자 친구야.”

그가 악수하러 다가가자 혜성이 얼른 그녀의 등 뒤로 가서 숨었다. 가까이 갈수록 그

녀의 등에서 더 움츠리며 떨어지지 않으려는 혜성이다. 선우는 당황하지만 겉으로는

웃음을 지었다.

“내 인상이 그렇게 더럽나? 다를 호감 형이라고 뻑 가는데.”

멋쩍은 그가 분위기를 바꾸려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야, 선우 씨. 사실 우리 혜성이가 자폐증을 갖고 있어. 나와 아빠 외는 자기 마

음의 문을 좀처럼 열려고 하지 않아. 그래서 처음 보는 사람과 친해지기가 쉽지 않을

뿐이야.”

미안해하는 그녀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글썽였다.

주위를 둘러보던 선우가 근처 손수레서 완구들 파는 아저씨를 보고 뛰어갔다. 조립

로봇과 몇 가지 완구를 사와 혜성에게 주었으나 여전히 피하기만 하였다. 보다 못한

그녀가 완구들을 대신 받아 혜성에게 건네주자 그제야 완구를 받았다.

표를 끊은 선우와 두 사람이 놀이공원으로 들어갔다. 선우와 어두운 얼굴의 그녀가

벤치에 앉아 있었다. 바로 옆 벤치에서 보통 아이라면 로봇을 분해, 조립할 텐데 혜성

은 장난감의 순서를 바꾸어 나열하는 행동만 반복하고 있었다.

정찬열 2014-12-25 21:56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 또한번의 기대를 하며 베팅22회를 즐감하고 갑니다. 늘 건안 승필하시기를 乙未년에도 기원드립니다. 이인철 작가님!

이인철 2014-12-28 18:01	《Re》정찬열 님 , 정 작가님! 바쁜신 중에도 향기로운 자취를 남겨주심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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