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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4-10-26 20:10

ㆍIP: 115.xxx.86

베팅 (11회)

희망이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것이다. 희망은 누구에게나 있어

야 하는 것이다.

그때 한 남자가 사제로 만든 화염 방사기를 휘두르면서 위협했다. 그러자 용

문신을 한 어떤 이가 등의 용 문신을 꿈틀거리며 소화기를 쏘아댔고 호랑이

문신은 각목을 던졌다. 곧이어 죽창이 답례로 날아왔다. 그 뒤로 볼트와 너트

가 새총에 끼워져 날아들었다. 선우 옆에서 할머니 어깨를 잡아끌던 동료가 머

리에 너트를 맞았다. 악 소리와 함께 피가 주르륵 흘렀다.

팀장이 고래고래 소리쳤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전경이 군화로 땅을 쿵

쿵거리며 방패를 두들겼다. 정신없이 움직이는데 누군가 목을 잡아 끌어당겼

다. 선배였다. 일단 뒤로 빠지자 했다. 위험하다고, 상황이 너무 안 좋다고 그

렇게 말하는 선배의 턱 부분에 주먹만 한 너트가 와서 박혔다. 동시에 선배가

풀썩 쓰러졌다. 뒤를 돌아보니 한 할머니가 우산 끝으로 동료의 눈을 찌르려

했다. 그가 우산을 빼앗아 얼굴을 가린 채 무작정 때렸다.

누군가 사진을 찍고 있었다. 찍혔을까. 보너스가 나온다고 했다. 내일까지 철

거 완료하면 보너스가 나온다고 했다. 여기서 벗어나고 싶었다. 소리는 모든

곳에 넘쳐나고 숨이 막혀왔다.

선배의 축 늘어진 몸을 부여잡고 흔들었다. 그의 심장이 점점 가늘게 뛰는 것

같았다. 팀장을 찾았으나 그는 저 멀리서 지휘하느라 바쁘고 거기까지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선우는 선배를 둘러업고 급히 전쟁터를 빠져나왔다. 그는 뛰

고 달리고 눈물을 삼키며 또 달렸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선배는 숨을 거두었다. 그의 벌어진 품속에서 지갑

이 보였다. 얼마 후 연락 받은 선배의 노모가 나타나 그의 시신을 붙들고 통곡

했다. 선우는 선배가 목숨과 바꾸면서 그동안 모은 희망의 돈이 들어있는 지갑

을 노모에게 전해 주고는 울면서 돌아섰다.

이 죽음을 경험하게 된 원인과 시발점이 포커인 도박에서 출발했다는 생각을

그는 지울 수 없었다. 이후로 선우는 도박의 일종은 무조건 하지 않기로 결심

했다. 그래서 길가의 그 흔한 오락실에도 출입하지 않았다.

그때는 아직 어려서 어느 편이 선인지 악인지 확실히 구별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알 수 있다. 한편은 돈을 위해 다른 한편은 생존을 위해 싸운다

는 진리를 말이다. 그러면 자신은 무엇을 위해 해결사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선우는 미칠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는 의식적으로 고개

를 힘껏 저으며 ‘그래, 2, 3년만 참고 버티자’라고 자신을 세뇌시켰다.

한동안 창가를 응시하며 안타까운 선배의 죽음을 떠올리던 그를 준식이 탁 쳤

다.

“지금 가는 일 끝내고 저녁에 술 한 잔 어때? 집 근처에 술집이 개업 했는데

애들이 무지 섹시하더라고. 신고식 받아야 하지 않겠어?” 너도 좋지?“

그의 말에 민기도 마음은 있으나 선우의 눈치를 보며 머뭇거렸다. 그런 그를

보며 선우가 괴로운 심정을 잊으려는 듯 기분 좋게 외쳤다.

“그래, 오늘 한잔 하자.”

선우의 흔쾌한 대답에 두 사람이 환호성을 지르고 그들을 태운 차가 다음 일

을 해결하러 어디론가 달렸다.

정찬열 2014-10-28 21:59	슈킹11회 감동깊게 읽고 갑니다. 다음호를 기다립니다.

이인철 2014-10-31 17:39	《Re》정찬열 님 , 방문 조차도 감사한데 덧글까지.... 정 작가님의 성의에 부족한 이 몸 어찌 고마움을 전할 지.... 작가님께서도 늘 건강하시고 멋진 작품 활동하시기 바랍니다. 늘 고맙습니다.^^

베팅 (1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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