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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박목철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6-12-05 11:21
ㆍIP: 118.xxx.100
겨울의 문턱에서,





아침에 눈을 뜨니 밖이 어둠침침해서 너무 일찍 깼나 했는데 시계를 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눈이라도 내리고 있어 날이 흐린가? 창문을 열고 밖을 봤다.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함박눈이 쏟아질 것 같이 잔뜩 흐려 있었다. 초겨울 날씨는 늘 이렇게 우중충하게 마련이다.

절기상 입동을 훌쩍 지나고 소설도 지났으니 이제 본격적인 겨울이 기다리고 있는 시기가 지금이고,
아직 겨울 맞을 채비가 채 갖춰지지 않은 우리의 정서는 이런 계절을 힘들어하게 마련이다.
과학적으로는 일조량의 감소가 기분을 우울하게 한다고도 하지만, 사람의 기분까지 과학의 잣대로
잰다면 너무 살벌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냥 한해를 덧없이 보내는 서운함이라 하고 싶다.

초겨울에 느끼는 울적함은 어쩌면 한가함이 가져다준 사치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같이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견뎌야 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지금이 한가할 때가 아니다.
겨우내 먹을 식량은 물론 부식도 갈무리해야 하고, 얼어 죽지 않으려면 땔감도 비축해야 한다.
찬 바람을 막을 방풍 장치, 집에서 기르는 가축도 겨울날 준비를 해 주어야 하니 한가하게 우울함을
느낄 겨를이나 있었겠는가?

사람은 참 묘한 존재이다.
밥도 제대로 주지 않아 늘 배가 고프고, 기합에 구타에 인간적 모욕까지, 그 어렵던 시절 군대보다
구타는커녕 욕 한번 듣지 않고 배부르게 잘 먹이는 요즘 군대에서 더 사고가 잦다는 사실이 이해하기
어렵다. 어쩌면 인간은 힘들게 일해야 먹고 살도록 창조되어 있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소운은 자다가 꼭 새벽에 깨는 버릇이 생겼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몸을 피곤하게 움직이지 않은 대가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초겨울 날씨에 우울해지는 기분도 우리의 편한 삶이 초래한 벌일 수도 있겠다.
성경책을 보면 하느님께서 천지 만물을 창조하실 때, 7일째 만 쉬신 것 같다.
해뜨는 낮은 일 하라는 밝음이요, 해가 지는 어두움은 쉬라는 어둠이고, 6일은 열심히 일하고
하루는 푹 쉬는 순환의 법칙에 순응한다면 기분이 우울할 일도 없을 것 같다.
뭘 할까?
새벽에 깨지 않고 푹 숙면하고, 겨울의 문턱에 우울하지도 않게 지낼 보람을 찾아야겠다.


겨울의 문턱에서     소운/박목철

낮게 가라앉은
잿빛 하늘
새벽에 닭 우는 소리도 없었다
텅 빈 산야를 바라보니
채우지 못한 곳간이 서럽다 한다
곧, 얼어붙을 동토 아래
긴장한 싹이 웅크리지만
겨울의 문턱에서
움츠려 옷깃에 목을 넣는다
춥다고,
이름아이콘 정찬열
2016-12-05 19:30
회원사진 		소운작가님! "겨울의 문턱에서"
곱게지피신 집필 단숨에 배독했습니다.

예전에는 가을겆이도 지금보다 수십배
힘들게 하고 추수가 끝나기가바쁘게
보리갈이도 일일이 수작업으로 했는데
지금은 농촌에도대부분 기계화되어 편한세상이지요
아무리 편한세상이라해도 그나름의
바쁜일과는 또 계속되는 것같아요
저역시도 밤이면 알람이라도 맞춰둔것처럼
거의 그시간에 한두번 깨어나지데요
아무래도 연륜이 습관으로 만든것같아요
몇일남지 않은 년말 행사때 뵙도록 하겠습니다.
늘 강건하시길 빕니다.
   
이름아이콘 김려숙
2016-12-05 23:21
 안녕하셔요 소은 작가님
계절이 바뀔 적이면 괜시리 마음 한구석에서
미묘한 감정을 갖게 되는 이치를 재삼 일깨워 주시는
귀한 글을 배독합니다
겨울로 들어서는 지금  이 절기
깊은 가을과 작별을 고하는 몸살같은 우리네 삶
문명이 가져다 준 덕분에 모두들 편한 쉼을 할 수
있으니 큰 행복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현대인에게 깊고 많은 생각을 들게 하는 훌륭하신 글
고맙게 배독하며 배웁니다
늘 편안하시고 건필 하시기 바랍니다.
   
이름아이콘 백낙은
2016-12-06 10:01
회원사진 		소운 작가님 안녕하세요.
겨울의 문턱에서 잘 배람하였습니다.
작가님은 아직 어떤 종교에도 입문 하시지 않았다고 하셨는데
목사인 저보다 성경을 더 잘 풀어 내셨네요.  
순환의 법칙에 순응한다면 기분이 우울할 일도 없을 것 같다는 말씀 격하게 공감합니다.
"겨울의 문턱에서 움츠려 옷깃에 목을 넣는다"는 싯귀에 감탄했습니다.
대전 행사 때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작가님과 가정에 평강을 기원합니다.
   
이름아이콘 박목철
2016-12-11 14:15
회원사진 		《Re》정찬열 님 ,
저는 농촌 생활을 해보지 않아 어린 시절 힘든일은 별로 해보지 못했습니다.
농촌에서 자란 분들은 아주 진저리가 나도록 힘들다는 추억을 가지고 계시더군요,
과수원을 집에서 하던 분은 아주 끔찍하다고 까지 하시더군요,
하지만, 사람은 일을 힘들게 해야 건강도 유지하고 잡녑도 없어진다는 생각입니다.
맥주 한잔을 마셔도 땀 흘린 후에 마셔야 제 맛을 알겠더라고요,
항상 잊지 않고 좋은 말씀으로 격려해 주심을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행사 때 뵙겠습니다.  정찬열 작가님,
   
이름아이콘 박목철
2016-12-11 14:17
회원사진 		《Re》김려숙 님 ,
김려숙 작가님 반갑숩니다.
말씀데로 살기는 무척 편안해 진듯 하지만
반대로 잃은 것도 많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 겨울 행복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작가님,
댓글 감사드립니다. 행사 때 뵙겠습니다.
   
이름아이콘 박목철
2016-12-11 14:25
회원사진 		《Re》백낙은 님 ,
젊은 시절 졸병으로 입대해서 전방에 배치되고 보니
고참들이 굉장히 괴롭히더군요, 당시는 전방에는 학력이 낮은 사람을
보냈습니다. 그런탓에 배운 사람에 대한 적대감 같은 게 심했습니다.
탈출하듯 당시 처음 제도가 생긴 일반 하사 과정을 이수하면 똑 같이 36개월
근무 한 하면 되기에 원주 1군 하사관 학교에 자원 입대 했습니다.
너무 바쁘게 몰아치기에 며칠을 변소 갈 시간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바쁘면 잡념도 없어지고 머리가 깨끗해 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요즘은 책임 진 일이 없다보니 너무 한가해서인지 한 밤에 잠이 깨곤합니다.
목사님은 저보다 연장자 이시지만, 종교인이신 탓에 아주 건강하신것 같습니다.
좋은 글도 잘 쓰시고, 좋은 배움의 선배라고 늘 생각 한답니다. 행사 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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