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9-01-22 18:46

ㆍIP: 175.xxx.194

소운 放談(개 전용 우유?)

모순(矛盾)
옛 중국 어느 장터에서 장사치가 창을 팔며 이 창은 세상의 어느 방패도 다 뚫을 수 있는 창이라며
끝이 날카롭고 쇠가 단단함을 자랑했다. 한참을 팔고 나서는 창을 거둔 후 이번에는 방패를 꺼내 놓고
이 방패야말로 아무리 날카로운 창이나 칼뿐 아니라 화살도 능히 막을 수 있는 천하제일의 방패라고
떠벌렸다. 앞에 판 창과 뒤에 판 방패가 상호 부정되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같은 장소에서 한 셈인데,
장소를 바꾸어 한가지씩만 팔았다면 모순(矛盾)이라는 단어는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눈이 불편해지고부터는 책을 멀리하고 대신 TV(사극이나 다큐)를 시청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연속극을 보겠다고 시간을 맞춰 기다리는 사람을 보고 오직 할 일이 없으면 드라마를?
하고 비웃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그래서 입바른 소리는 할 게 못되는구나 하고 반성도 하게 된다.
글쟁이의 시각으로 본 사극은 비판할 여러 사항이 많이 눈에 띄지만, 재미가 우선이니
하는 마음으로 역사적 사실과 연관시키지 않고 픽션으로만 보려고 눈높이를 낮추기로 했다.
하지만, 광고가 짜증 나게 하는 경우가 많다. 광고는 보는 이가 자신도 모르게 광고 내용에 빨려 들어가
공감하는 마음이 생기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고, 더구나 공익 광고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좋은 일 하겠다는 취지에 반해 줄줄이 나오는 공익 광고를 보며 이래서야 광고 효과가 있을까
싶어 답답하기도 하다.

乞不同行? 이라는 옛말이 있듯 동냥다녀도 같이 다니거나 남이 다녀간 곳을 다시 가면 효과가
작게 마련이다. 그래서 남이 안 간 곳을 가되 혼자 가야지 여럿이 가면 주는 사람도 부담스럽다는 뜻이다..

동냥도 같은 곳은 피해야,
구호 기금을 모금하는 일을 동냥에 빗대는 게 그렇긴 하지만, 과정이나 목적이 비슷해 드는 예이다.
방송에서 구호 기금을 달라며, 각기 다른 사연을 연속해서 줄줄이 내보내니 보는이 까지 복잡하다.
아프리카 난민이 굶주림에 시달린다는 호소, 더러운 물을 마시니 좋은 물을 마실 수 있게 돕자는 호소,
추위에 떠는 가난한 이웃에게 따뜻한 잠자리를, 도 모자라 전쟁에서 성적 피해를 보는 여자를 돕자는
호소(이 광고는 방송 禁忌語가 버젓이) 여기에 더해 북극곰을 구하자는 모금 광고도 뜬다.
이웃을 돕자는 취지는 공감하더라도 아프리카부터 시작해 우리의 가난한 이웃, 더하여 북극곰까지
호소가 연속해 뜨니 조율되지 않은 이런 광고를 보며 같은 집에 연속 들려서 도와 달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고 순서를 달리하던지 아니면 한 곳에서 모금해 나누든지 했으면)

개팔자가 상팔자?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먹을 게 없어 영양 부족으로 말라 죽어가는 아프리카 난민을 돕자는 광고,
겨울 잠바가 없어 팔이 반이나 나온 잠바를 입고 학교에 가는 어린이의 애처로운 모습,
난방하지 못해 추운 방에서 할머니와 꼭 붙어 체온으로 서로를 녹이는 아픈 장면을 내보낸 방송이
호강하는 개 우유 광고를 내보내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모순이라는 단어를 떠 올렸다.
개가 일반 우유는 안 먹는다고 발로 차 엎는 장면과 -우리 전용 우유- 하는 개들의 투정을 엮은
광고 방송을 내보내다니, 만 원이 없어 죽어간다고 돕자는 방송과 개가 우유를 엎는 장면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연결이 되지 않았다. -사람을 살리는데, 한 달 만원이나 이만 원의 후원비를-
호소하더니 우유를 차 엎고 전용 우유를 하는 광고를 보며, 저 우유가 한 통에 몇천 원을 할 터이고
한 달이면? 아무리 사람은 남이고 개는 제 개라지만 이건 지나치다 싶었다.

사극이나 볼 것이지 웬 개타령?
어느 연예인의 애완견이 잘 먹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사연을 TV에서 보았다.
국산은 아니리라 생각되는 개 통조림이 다섯 가지가 넘어 보였지만 개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사람 돕자는 광고를 하지를 말든지, 잘 사는 사람이 기르는 개가 사람보다 위라는 주장을 하자는 것도
아니라면 사람을 돕자는 광고에 잇대 이런 개 호강 광고는 삼가는 게 사람에 대한 도리일 듯싶다.

-주변과 얘기 해 보니 모르는 아프리카 난민보다 내 개가 귀하다는 얘기도 들었다.
TV에 심심찮게 선보이는 호강하는 개들을 보면, "만원이면 삼십 명의 생명을" 이 광고가 떠 오른다.
만 원이 없어 죽어간다는 사람이 있는데, -내 돈 내가 쓰는데 웬 잔말이냐!-
하지만, 굶어 죽어간다고 도와 달라는 광고에 잇달아, 이런 우유는 싫어하며 우유를 차내는 개 우유
광고를 보니 아무리 부자가 기르는 개라고 하지만 사람보다 개가 귀할 수야 !

* 개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의 취향은 존중하지만 비난성 댓글은 사양합니다.

정찬열

2019-01-22 21:16

존경하는 소운 작가님~
몇일전 신년 교류회에 반갑고 또 반가웠습니다.
작가님께서 예전에 자주 올리시던 흉금을 울리던 글이
너무 뜸해 조금은 아쉬움이 었습니다만,
글을 쉬어야 하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내 스스로가 범하고 있으니 충분히 이해 가 넘치더이다.

"소운 放談(개 전용 우유?) "공감에 글 마음에 담아 갑니다.
항상 가내 건안 하시고 뜻하시는 소망 이루시는 기해년이되시길 손 모음니다.


박목철	정찬열 작가님, 반갑게 모습을 뵈었습니다. 언제나 활기 넘치시고 밝으신 모습이 너무 좋습니다. 얼굴에서 광채가 나는듯 해서 마음도 편합니다.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가 있어 글이 잘 써지지 않아서 뜸하고 있답니다. 정신 차리면 다시 분발하겠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정찬열 작가님,	2/3 16:57

김경렬

2019-01-22 23:07

한달음에 배독하고나니 구구절절 오른 말씀입니다.
책보시기 어려울 정도로 시력에 문제가 있으다니
많이 불편 하신가 봅니다.
제가 망막 수술하고 불편했던차라 걱정이 됩니다.
어서 쾌차하시기 바라며
부디 건강하시길 기원 합니다.


박목철	지금은 수술로 많이 좋아졌지만, 한번 책을 멀리하니 게으름이 버릇이 되었답니다. 필력도 무뎌진 듯해서 글쓰기도 어렵겠구나 하게 됩니다. 최선을 다해 볼 생각입니다. 못 쓰는 글도 어차피 제 글이니 하는 마음으로 쓸 생각입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한 설 되세요, 김경렬 작가님,	2/3 17:00

김상훈

2019-01-24 03:37

작가님 서재에 방문한 날짜가 1년 반이 넘었네요. ㅎㅎ
핑계 없는 무덤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2년 여 연속 출판을 핑계 삼아 제 서재에
광고까지 하고 방을 비웠던 기억이 납니다.

언젠가 TV를 보다가 울화통이 치밀어서 바로 끈 적이 있는데
어느 아가씨가 말하길,
자기 한 달 봉급의 3/2를 개한테 쓴다며 아주 자랑스럽게 말하더군요.
담당 피디가 역불러 물은 것인지는 몰라도
부모님은 계시냐고 했더니 늙은 부모님들께선
시골에서 농사짓고 산다며 배시시 웃더라구요.
바로 꺼버렸습니다.

비상식이 상식이 되버린 세상,
비이성적, 비현실적, 비논리적 사고를
마치 무슨 개성인양 여기는 시대,
모순이 따로 없지요.

60대 이상이면 자연스럽게 노안이 따라오지만
여튼 그것도 관리하기 나름인 것은 맞습니다.
폰과 컴, 가끔 보는 TV 속에선 만날
속에서 천불나게 하는 정치 모리배들과
국개의원들이 정신적 안구까지 망가뜨리곤 합니다.

아무튼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박목철	찾아주시고 장문의 댓글까지 남기셨네요, 요즘 저도 여러사유로 인해 서재가 썰렁합니다. 마음을 다듬어 다시금 분발하려 합니다. 제 부모가 늙으면 더럽다고 하면서 기르는 개는 방안에서 똥을 싸도 군말없이 치운답니다. 심하게 얘기하면 개만도 못한 부모의 처지인듯 싶습니다. 설 잘 보내시고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2/3 16:54

교보문고를 찾다(손주 1)

소운 放談(오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