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3-05-07 16:17

ㆍIP: 119.xxx.57

식도락 이야기,

식도락 이야기, 소운/박목철

요즘 나이들고 철이 좀 들고 부터는 먹는것에 너무 집착 하거나 연연하는것을 보면 참 동물스럽단 생각을 하곤 하지만젊은 시절엔 나도 식도락가라 할만 했다. 식도락을 하려면 우선 경제적 여유도 있어야 하지만, 딴데 돈 쓰는건 아까워도 먹는데 쓰는돈은 아 깝지 않다는 철학 은 갖고 있어야 한다,
예전엔 다들 못살았지만 특히 공릉동은 더더구나 영세한 낙후 지중의 하나였다. 원자력 연구소와 서울공대가 주위에 있었지만, 그져 통근차가 지나치는 통로일뿐 주변 경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
나와봐야 구내 식당보다 나을것도 없는 구멍가게 수준의 밥집뿐이니 아예 외식을 할 분위기가 아니었던 탓도 있다. 그래도 회식 이나 외식을 할때면 단골로 다니던 집이 몇군데 정도는 있었다.

이웃 일본이 제일 부러운점은 이런 맛집들이 대를 물려가며 몇 대씩 계승 된다는 점이다. 코을리게 때 부모손에 끌려 드나들던 식당을 노년에 손주 손잡고 들렀을 때 얼마나 감개무량 할 것인지 상상만 해도 즐겁다.
우리나라는 음식 장사 해서 돈을 벌면 절대 자식을 음식 장사 시키진 않을 것이다.그래서 추억을 묻어둔 맛집이나 장소가 존재 하지 못하고 그져 돈발라 인테리어로 승부하려는 퓨전 식당만이 주위에 널려 있다.
연구소 직원들이 회식 하던 단골 장소는 태능 사거리 북부지원 쪽에서 묵동 삼거리 방향 초입에 강서 면옥이란 냉면집 이였다 .제대로된 빈대떡과 불고기, 뭐 이런 메뉴가 회식 하기엔 딱 좋은 집이었다.
돈도 벌고 번창하는듯 했는데 길건너 건물 번듯하게 지어 옮기더니 시를 시름 언제인지도 모르게 문을 닫고 말었다. 음식 장사 해 돈번집은 절대 건물 새로 지어 옮기면 안된단 말이 맞는것도 같다.
회식이 아닌 점심식사를 할때 별식으로 즐겨 찾던 식당은 북부지원 정문 앞에 있는 닭칼국수 집이다. 놀랍게도 그집이 예전 그대로 칼국수를 하고 있었다 .만두인가 메뉴가 하나 늘긴 했지만, 30년도 이전에 즐겨 먹던칼국수를 옛맛 그데로 맛볼수 있다는 즐거움, 아마 딸들 이리라, 앳되던 그분들이 이젠 중년이 되가는 모습으로 열심히 가업을 이어 가는것을 보는것도 참 좋다.
타임머신을 타고 예전으로 돌아간듯도 하고,젊고 패기있던 내 모습을 회상 할수 있어서 감상에 젖곤한다.
한 40년 됐지요? 물었더니 38년인가 됐다던가,참 어쨋든 오래 오래 칼국수 집을 유지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그나마 법원 옮겨 가고 난 후 손님이 확 줄어 보여 안타까웠다.

그리고 새로운 맛집 하나를 발견 했다. 칼국수 집 옆 설렁탕 집인데 지하실이고 좀 설렁한 분위기 이긴 한데 설렁탕 맛은 참 좋았다. 우리나라 대표적 음식을 들라면 물냉면과 설렁탕을 꼽고 싶다. 두 음식의 특징 이라면 단순 하다는것과 국물맛이 전부라는 점이다.양념으로 맛을 내는것이 아니다. 빈약 해 보일만큼 재료가 깔끔하다.냉면도 설렁탕도 수육 한두점 달랑 뿐이다. 고기 더 넣으면 맛 버린다. 대표적인 선비풍의 음식이다.
가장 맛내기 어려운 것도 똑 같다.식도락 하는 사람은 비빔냉면은 좋아 하지 않는다.어디가서 먹어도 비빔은 거의 비슷한 맛을낸다.양념맛이기 때문이다.설렁탕은 모래내 설렁탕이나 봉회 설렁탕( 김영삼 대통령이 즐겨 찾던 집)이 괜찮았는데 교문리 LG 백화점 내 식당가에 분점이 있는데 맛은 신통치 않았다.
냉면 드실때 반드시 물어야 할 사항이 국수를 직접 뽑는지의 여부이다. 국수다발 사다 끓이는 건 차라리 집에서 육수 사다 해 먹는게 낫다. 또하나 물 냉면은 면이 메밀이어야 한다,비빔은 질긴 전분 국수다 거기다 육수 부어 물냉면 이라니,
예전에 먹거리가 많지 않아 맛집하면 냉면 집이라 식도락 하는분들이 전국을 돌며 맛난 냉면집은 찾아 다녔다.
지금은 하도 새로운 맛들이 많아 냉면집은 한물 간듯하다.

그래도 뭔가 오래 추억을 묻어둔 맛집 한둘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지...이담에 애들이 커서도 핏자 집이나 켄터키 치킨 집이나마 옛맛 간직 하며 있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야 나처럼 타임머신 타고 옛날로 돌아가 옛맛을 즐기며 감상에 젖는 낭만이라도 있지 않을런지....

염규식 2013-05-08 00:05	네--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부산에두 금정산성 등산길에 파전과 녹두찌짐,막걸리집이 있었는데 맨날 문전성시인데-어느날 돈벌어서 주인 할매 건물 짓더니 폭삭 망했어요--님의 말처럼 대대로 맛집 몇군데는 성업이 되야 하는데 우리의 세태가 아쉽죠-고운글 잘 다녀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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