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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박재도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박재도
ㆍ작성일 2013-04-03 22:23
ㆍIP: 123.xxx.36
유채꽃 카페에서
휴일 늦은 아침에 일어나보니, 현관에 벗어 놓은 신발들이 주인에게 데모라도 하듯이 웅성거렸다. 
아! 간밤의 추위에 많이 떨었나 보다 싶어 얼른 신발장을 열고 주섬주섬 챙기다 보니 
한쪽 구석에 작년에뿌리다 남은 겨울 초의 씨앗이 있어 아침나절 일도 없고 해서 뒤뜰 텃밭에 
잡초를 제거한 후 그냥 줄줄 뿌려놓았던 그 녀석들이이렇게 이뿐 꽃을 피웠다. 

생명이란 이렇듯 끈질기며 고귀한 것일까. 유달리도 추웠던 지난겨울에 꽁꽁 얼어붙은 흙더미를 비집고 나온 생명력을 보고 감탄하며, 활짝 핀 유채꽃 앞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신다. 

지난겨울 언 땅 사이로 굳어진 틈새를 비집고 돋아난 유채의 노란 꽃을 이 여린 씨앗 한 알들은 얼마나 집념 어리게 노력하고 도전하여 이렇게 아름다운 꿈을 피웠을까. 
안간힘을 다해 흙을 움켜쥐고 자신의 모든 굴레를 극복하고 활짝 핀 유채꽃은 사뭇 감동적이다. 
꿈을 피운 유채에 찾아온 꿀벌들을 보면서 커피잔 안에 비친 내 모습은 고귀한 삶을 엮어가는 한 인간으로서 최소의 노력도 없이 지레 어려울까 포기했던 나 자신이 문득 부끄러워진다. 

아! 내가 지금 활짝 핀 꽃 앞에서 슬픈 이유 중의 하나는 꿈을 펼치기도 전에 이미 한계를 알아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떠한 일이든 겪어내야 할 어려움을 미리 포기하여 만들어진 내 그릇만큼 삶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것이 바로 이 순간의 슬픔인듯하다. 

그러나 새 생명이 주는 신비로움은 언제나 아름답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가 존재하는 동안 풀 한 포기도 나무 한 그루도 모두가 그렇다. 
그래서 나도 언제나 초록이 되고 싶다. 
아름답게 핀 유채꽃들아! 

*느슨한 봄날 오후 뒤뜰 유채꽃 카페에서 커피 한 잔과 새 생명이 나에게 주는 아름다운 교훈이었다 2009년 4월 진해에서
이름아이콘 이희헌
2013-04-06 14:13
회원사진 		시인님, 포근하고 정겨운 노란 스승으로 기억되어 아주 오랫 동안 잊히지 않을 것이다...
움츠리고 있던 제게도 작은 불 빛 하나 발견하는 순간입니다..
시인님의 아름다운 교훈 함께 공감하며 갑니다~~

편안한 주말 되세요^^*
   
이름아이콘 박재도
2013-04-07 14:44
회원사진 		《Re》이희헌 님 ,
동기님, 이 글은 약 5년 전 고국에 있을 때 쓴 작품입니다
지금 보니 부족한 부분들이 넘 많네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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