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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희자 문학서재

ㆍ작성자	박희자
ㆍ작성일	2016-02-13 11:10

ㆍIP: 223.xxx.112

장마

장마 / 박희자

먹구름이 파란 하늘을 덮고 높은 산꼭대기에는
하얀 안개가 학처럼 앉았다 날았다 한지가
며칠째인지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하늘이 뚫린 듯 쏟아지는 빗길 사이로
파란 비닐우산 하나 받쳐 들고
할머니를 껴안고 아버지께서 마당으로 들어오신다
해 뜨면 들 일 나가시기도 하고
큰집 사촌들을 돌봐주시던
할머니를 지루한 장맛비 오는 날
우리 집으로 모시면서 얼마나 좋으신지
처마 끝에 떨어지는 빗소리보다
더 큰 웃음소리를 허허 내시며 좋아하셔서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아버지가
할머니처럼 다정해지신다

책상 서랍에 고이 넣어둔 손때가 반질반질 묻은
낡아진 딱지본 류충렬전을 또다시 꺼내시고
할머니 얼굴에는 복사꽃잎이 사르르 내려앉는다
이제는 아버지께서 충렬이 되고 할머니께서는
그의 어머니가 되어 도란도란 모자간의 사랑이
오뉴월 햇빛 보다 뜨겁고
장마에 내리는 빗줄기보다 길고
책 속을 가득 채운 글 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충렬이 호왕에게 잡혀간 천자(天子)를
구하고 어머니와 처자(妻子) 를 구할 때 즈음이면

대청마루에는 어둠이 내리고 어머니는 그 곁에서
주무르고 주물러서 유리알처럼 투명해진
밀가루 반죽 그릇을 들고 부엌으로 들어가신다
망울망울 하얀 쌀알이 퍼져 끓어오르면 한 입 크기
수제비를 똑똑 떼 넣고 파릇파릇한 보드라운 파를
송송 썰어 넣어서 국자로 휘휘 젓을 때면
구수한 멸치국물 내음에 어우러진 고소한 쌀 냄새가
집안 가득해지고 수제비 별미를 좋아하시는
할머니 덕분에 우리 집 아홉 식구가
땀을 뻘뻘 흘리며 맛나게 먹고 또 먹고
할머니께서 편히 쉬시는 장마가
석 달 열흘이라 해도 행복하실 듯이 좋아하시는
호랑이 닮은 아버지의 얼굴은 간 곳 없이
철부지 아이처럼 어리광을 부리시고
그날 밤 나는 꿈속에서 정한담 일당과 싸우며
달리고 달려도 제자리에 서서 땀을 흥건히 흘리며
몽유병 환자처럼 소리지르기도 했다

류충렬전 : 작자 미상, 조선후기 영웅 군담소설

사방천

2016-02-13 12:51

`박희자`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박희자 시인님의고운시
장마 꿈속에서 장마를 치루시느라 애쓰셨습니다
고운옥고의 들려감니다
건강하시고 하시는일마ㅗ망이루십시요


박희자	사방천 시인님 고맙습니다 며칠 전에는 뚜꺼운 겨울 옷이 무겁게 보이도록 따뜻 했는데 오늘은 바람에 내민 발이 시릴 만큼 춥습니다 늘 건강조심하시고 행복하세요~^^*	2/16 19:18

배정이

2016-02-13 14:33

`박희자`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박희자 시인님,
수제비가 너무너무
먹고 싶게 만듭니다.ㅎㅎ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박희자	그렇게 맛나던 수제비를 내가 끓이면 그 때의 그 맛이 아닌게 역시 엄마표가 최고인가봅니다 까마득한 추억들이 지금은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배정이 시인님 오신 걸음 고맙습니다 늘 웃음 가득 행복하세요~^^*	2/16 19:30

이유리

2016-02-13 17:44

`박희자`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시인님의 시를 감상하면서
머릿속에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즐겁고 아름다운 풍경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박희자	이유리 시인님 고맙습니다 며칠전 따뜻한 날씨에 봄비처럼 안개비가 내리고 조용하더니 갑자기 불어오는 찬바람 추위에 몸이 움추려듭니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감기조심 하시고 늘 따뜻하고 행복한 날 되세요~^^*	2/16 19:41

이정규

2016-02-13 20:01

박희자 시인님 ~~
올려 주신 시향기에 즐감하고 갑니다.
늘 바쁜 몸이라서 멋진 뎃글 주지 못하여서 진심으로 죄송 합니다.
비가 내리는 주말 저녁 편하신 시간이 되시고
강건 하십시요 !


박희자	이정규 시인님 고맙습니다 많이 바쁘신 중에도 급히 달려 오셔서 두고 가신 응원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 유념하시고 즐거움 함께 행복하세요~^^*	2/16 19:49

김경렬

2016-02-13 20:36

호랑이 아버지께서 할머니를
향한 효심의 다정함에
덩달아 좋으셨나 봅니다.
영웅 소설 자락에 꿈속에서도
정의로웠던 시인님이셨군요.
추억의 시향에 미소 가득 즐감하고 갑니다.


박희자	김경렬 시인님 귀한 걸음 고맙습니다 늘 봄 처럼 챙겨 주시는 따뜻한 마음 고맙습니다 어릴때 비오는 날 아버지께서 할머니께 책 읽어드릴 때마다 곁에서 듣고 잠자는 밤은 낮에 들은이야기들을 꿈으로 꾸곤 했습니다 갑자기 찬바람이 덮쳐 많이 추운 요즘 날씨입니다 따뜻하고 행복한 저녁시간 되세요~^^*	2/16 20:10

김경렬	박희자 시인님! 멀리서 오신 시인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잘 돌아 가셨는지요? 건강 하시고 시향 가득 하시기 바랍니다.	3/21 12:20

경규민

2016-02-14 09:22

장마비가 몰고온 부자 사랑이군요
넉넉하고 평화로운 대가족의 모습그려집니다.
효자집에 효자 난다고
시인님도 효녀! 보지 않아도 알게되네요
고은 시심! 마음의 장마 오래 오래 계속되기를 요
감사히 머물다 갑니다.
즐거운 나날되소서


박희자	경규민 시인님 고맙습니다 아버지 세대는 가난 했지만 모두가 효자였던 것 같습니다 상업을 하시면서 할머니께서 좋아하시는 소책을 사오셨서 읽었던 책을 또 읽으셔도 한결로 좋아하시는 모자간에 정 나눔이 어린 아이의 눈에 심어져 있어 지금도 생생한 기억으로 이야기를 하는가 봅니다 넉넉한 모습으로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늘 따뜻하고 행복한 날들 되세요~^^*	2/16 20:33

장계숙

2016-02-14 09:56

장마철이면 마음도 우울해지던데
그 지루한 시간을
따스하게 채워가는 풍경입니다.
고운 마음이 행복을 주네요.
향기로운 글 감사히 다녀갑니다.
좋은 시간 되셔요. 시인님 ~


박희자	장계숙 시인님 고맙습니다 한참을 잊고 있었던 정겨운 그리움이 어제 일처럼 기억하게 했던 이야기이지요 며칠 전에 내린 장맛비가 감사했습니다 멀리 있어도 느낄 수 있는 고운 마음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요 갑자기 많이 쌩쌩 부는 바람은 차갑지만 봄이 가까이 오고 있다는 소리 겠지요 따뜻하고 편안한 저녁되세요 ~^^*	2/16 21:06

김희선

2016-02-14 11:57

그려놓으신 풍경이 참으로 정겹습니다.
지루한 장마철에 화기애애한
가족애가 느껴지네요..
고운 글에 함께하며
마음 따뜻하게 머물러 갑니다.
행복한 휴일의 시간 보내세요.~박희자 시인님^^*


박희자	김희선 시인님 고맙습니다 봄이 오기까지 추위를 더 견뎌야 하는지 밖에서 부는 바람소리가 많이 춥습니다 가끔씩 돌아보면 참으로 멀리 온듯 한데 기억은 어제처럼 문득 떠오르는 일들이 그리움으로 될 때가 있습니다 늘 따뜻한 봄처럼 고운 걸음으로 다녀가시는 시인님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2/16 21:39

곽철재

2016-02-14 14:44

옛날 고향에서 장마는 걱정이면서도 또한 멋진 휴식을 제공해주었지요. 대가족의 흥성거림이 아름답게 느껴지네요. 아름다운 추억의 한 장을 같이 넘겨보며 덩달아 흐뭇해집니다. 편안한 휴일 보내세요.


박희자	곽철재 시인님 고맙습니다 부모님께서 일찍 세상을 뜨실 줄 아시고 엄하시고 따뜻하고 자상하셨는 지도 모릅니다 효도하는 일도 보여만 주시고 받지 못하시고 떠나셨지요 오래도록 가슴에 묻힌 정겨웠던 그리움들이 아프게 할 때도 있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켜야할 도리도 믿음도 그 속에서 배우고 인내하며 잘 버텨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긴 이야기 함께 나누어주신 마음 고맙습니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감기조심 하시고 즐겁고 행복한 날되세요~^^*	2/16 22:08

안정순

2016-02-14 15:46

그 옛날 학교 갔다 집에오면
가마솥 안에 넣어둔 수제비 한그릇
맨 위에 말라 쫄깃거리던 수제비
얼마나 맛있던지
비오는 날 수제비 먹는다면 금상첨화일 텐데요!
언제 날 잡아 저도 수제비 해 먹어야겠습니다. ㅎㅎ
안녕하시죠..박희자시인님
감사히 봅니다.


박희자	안정순 시인님 고맙습니다 가끔씩 어머니 표 수제비가 먹고 싶어서 번거롭지만 직접 끓여 보기도합니다 그 곳의 양지바른 언덕에는 이미 봄이 시작되었지요 흙냄새 나는 풋풋한 봄나물 지금이 최고지요 따뜻하게 부는 욕심없는 바람처럼 늘 부드러운 그 마음 내려두고 가셔서 고맙습니다 늘 즐거운 시간으로 행복하세요~^^*	2/16 22:35

김광섭

2016-02-15 12:08

장마 ^^**
곱게 내린 詩 공감합니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봄이 오는가 싶더니 다시 겨울로 돌아온 듯, 감기 조심하시고 오늘도 무탈한 하루 되시길요
박희자 시인님!


박희자	김광섭 시인님 고맙습니다 지나간 계절이 다시 돌아서 오듯이 우리들이 잊고 있었던 기억도 계절처럼 돌아와서 그리움이게 하는가 봅니다 늘 따뜻한 마음으로 챙겨주셔서 고맙습니다 건강하시고 기쁨 함께 하는 행복한 날 되세요~^^*	2/17 00:16

유필이

2016-02-15 20:28

장마철이면
어머니께서 해주신 수제비가 왜 그리도 맛있던지요
시인님의 멋진 시향을 감상하면서
저의 까마득한 엿 추억 한페이를 만지작거리다 갑니다~
박희자 시인님 늘 행복하세요~^^*


박희자	유필이 시인님! 다녀가신 고운 걸음 고맙습니다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소박한 음식이면서 맛나게 먹었던 기억도 수제비 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가족들의 생활도 음식 문화도 예전 같지 않게 많이 바뀌어 가고 있지요 겨울을 떠나는 바람소리가 요란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2/17 00:50

주응규

2016-02-18 09:10

박희자 시인님 곱게 빚어내리신 시향에 마음 담구어 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한동안 기승을 부리던 추위도 한풀꺾인 듯합니다
봄이 어딘가에 오고 있겠지요?
꽃피는 춘삼월을 기다리는 마음, 괜히 설레입니다
오는 봄엔 좋은 일 행복한 일들로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건안 건필을 기도합니다.


박희자	바람은 차갑지만 맑은 하늘에서 내리는 햇살에 봄이 내려오는듯 따사로운 휴일입니댜 주응규 이사님 디녀가신 걸음에 힘을 얻습니다 고맙습니다 건강하시고 봄 닮은 기운으로 행복한 휴일되세요~^^*	2/21 11:35

김이진

2016-02-18 15:53

가난이라는 굴레 속에
수제비로 허기진 배를 채우던 시절이 있었지요.
어머니는 배부르다면서 아이들에게 다 나누어 주시고
당신은 부엌에서 멀건 국물만 드셨지요.
그 어머니가 이제는 세월 앞에 서 계시네요.

시인님의 글에 잠시 발길 머물러 갑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늘 행복하세요.^^*


박희자	어머니의 시절에는 기난해서 먹던 수제비가 요즈음은 어우러져 맛나게 먹을 많은 식구도 없고 여유있게 음식을 해 먹을 시간도 흔하게 허락되지 않아 자주 먹지 못하지요 김이진 시인님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도 맑은 하늘에 햇살처럼 따뜻한 휴일되세요~^^*	2/21 11:45

김흥님

2016-02-19 22:13

발목을 붙잡는 지리한 장마에
수제비꽃으로 꽃을 피워
안방의 어머니의 아들의 자애로운 사랑과
어머니의 가족 건사와
유년의 추억을 만들어준, 아련한 추억담
화롯불 펴놓고 듣는 겨울동화 같습니다

시인님의 가슴에 살아있는
그 풍경들이, 장마철이면
아롱져 피어날 아름다운 시간을 유영하다 갑니다


박희자	잊고 있던 이야기들이 생각나는 시간이 주어져서 정리를 해봤습니다 아버지께서도 자식들에게는 엄하셔도 효자셨던것 같습니다 늘 읽어 드렸던 이야기 책들 요즘 새롭게 다가옵니다 김흥님 시인님 잘 지내시지요 늘 가까이에서 함께 해주셔서 든든 따뜻합니다 봄기운 도는 보름날 좋은 기운 받으셔서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2/22 07:16

김락호

2016-02-19 23:05

박희자 시인님 안녕하세요.
늘 활발한 활동으로 많은 문우님들과 교류 하시는
시인님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2016년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멋진 작품 많이 집필하세요.


박희자	이사장님 감사합니다 부족하지만 조금씩 조심스럽게 시인님들께 다가가고 있습니다 가족애를 나눌 수 있도록 만들어주신 서재에서 반가운 시인님들을 만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요 주시는 격려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2/22 07:24

박미리

2016-03-09 15:01

겨울에 웬 장만가 했더니
할머니의 휴식과
유년의 추억 페이지가 펼쳐 지네요

고운 글 음미하면서
반갑게 다녀 갑니다
오늘도 향긋한 시간 되세요
박희자 시인님^^


박희자	박미리 시인님 고맙습니다 행사장에서 인사 나누지 못하고 돌아와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봄처럼 피어나는 향기로운 날들 채움되세요^^	3/23 07:55

박정근

2016-03-18 22:15

박희자 시인님
곱게 내려주신 시향에 감사히 머무릅니다
모쪼록 시인님께 찾아온 아름다운 봄 맘껏 누리시며
늘 평안속에 향필 이루시길 기원드립니다
행사에서 반갑게 뵙겠습니다~~^^


박희자	박정근 시인님 고맙습니다 행사장에서 뵙고 많이 반가웠습니다 많은 일들 잘 해내시는 멋진시인님 대단한 역량에 더불어 힘을 얻어 왔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일 많은 봄으로 되세요~^^*	3/23 08:06

걷노라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입춘

번호	글 제 목		작성자	작성일
37	겨울이 울고 있다	46	박희자	2017-01-20

36	동백꽃	42	박희자	2016-12-23

35	만추	38	박희자	2016-11-11

34	천생연분	39	박희자	201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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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출근길	43	박희자	2016-06-27

31	벗꽃축제	34	박희자	2016-04-13

30	걷노라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29	박희자	2016-03-29

29	장마	37	박희자	2016-02-13

28	입춘	26	박희자	2016-02-04

27	겨울비	18	박희자	2016-01-30

26	선물	27	박희자	2016-01-22

25	어시장 초매식	30	박희자	2016-01-06

24	깃발	44	박희자	2015-11-20

23	가을 수채화	16	박희자	2015-10-27

22	무서리	22	박희자	2015-10-12

21	추석 명절	24	박희자	2015-09-25

20	그대 내게 오던 날	22	박희자	2015-09-14

19	인생은 낯선 시작이다	28	박희자	2015-09-06

18	희망의 사계절	29	박희자	201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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