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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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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 김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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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채영제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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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채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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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15-11-06 11: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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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色鬼의 신 내림
色鬼의 신 내림
사내는 일흔의 고개에 목사 안수를 받고 나서 새롭게 깨우친 바가 있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죄성을 가지고 있는 고로 죄를 짓게 되는 것은 숙명적이니 애당초 인생길에 법이나 윤리, 도덕 같은 것은 지키지 않아도 될 허울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혼자 사는 여자나 다른 남자의 마누라나 모두가 자신의 맘먹기에 따라 자기의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여자의 영혼을 빼앗아 자기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재물이나 세치의 혀보다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아니하고 자기의 그것을 여자의 그곳에 깊숙이 넣어 쾌락을 주면 된다고 늘 주장을 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에게 ‘최소한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룰은 지키며 살아야 되지 않겠는가?’라는 고등동물의 고민 같은 것은 애초부터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오히려 혼자의 몸으로 경건을 지키며 사는 남자들에 대해서는 바보 같은 인간이라고 노골적으로 경멸을 하고 있었다.
그는 우선 낚시질 한 여자를 철저하게 함락시키기 위하여 시중에서 은밀히 유통되고 있는 ‘가축 교미용 흥분제’를 구입하고 돌팔이 의사에게 찾아가 자신의 그것을 거대하게 만들고 거기에다 또 해바라기까지 장착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기거하는 집 근처 술집을 드나드는 외롭고 타락한 영혼들을 상대로 그것을 실행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을비 내리는 어느 날의 밤, 11시쯤.
그날도 공짜 술을 얻어먹기 위하여 이 술집 저 술집을 기웃거리다가 어느 무당이 술이 취해 자작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 여자는 자기를 형이라 부르며 따르는 어느 삼류 시인의 정부이다.
주로 무속을 좋아하는 일본 관광객들을 상대로 점을 봐주고 팁을 받아먹고 사는 40대 여자이다.
평소에도 그 여자의 법당을 자주 드나드는 가까운 사이였다.
“ 비가 오니 외롭나. 와 이리 혼자서 청승을 떨고 있노?”
“ 아이고, 우리 사장님. 오늘도 주시(酒時)가 되니 공짜 술 얻어 자실라꼬 행차하싯능가베…….”
“ 히히, 원래 예술가는 돈 같은 거는 생각 안한다. 내 가진 거 있으면 남한테 전부 술 사주고, 내 없을 때는 또 남이 사주는 술을 마시면 되는 거다.”
“ 아따, 영감쟁이…….말은 비단결이네! 내 영감 안지가 5년이 넘어도 씹은 쐬주 한잔 얻어 묵어 본 적이 없다.”
“ 요새는 불경기 아이가. 한방만 터지면 수천만 원이 내 주머니에 들어온다. 조금만 기다려 봐라. 술이 문제가? 내 계약 하나만 성사되면 그때 우리 제수씨에게 멋진 옷 한 벌 쭉 뽑아주께. 사람 팔자 시간 문제다.”
“ 참말로? 또 한 번 속아보자. 자, 영감요. 한잔 받으소.”
“ 역시 우리 제수씨가 젤로 나따. 최고다.”
그 무당은 그 자리에서 혼자 소주 2병을 마셨다가 다시 더 마시게 되었으니 혀가 꼬부라지기 시작했다.
“ 근데, 영감쟁이 소문이 멋지게 나 있더라이!”
“ 무슨 소문?”
“ 어데서 돈 많은 과부 하나 낚아서 요새 잘 나간다 카데. 자가용 같이 타고 놀러도 댕기고 저녁마다 술밥 간에 해결한다고 해쌓데...호호 ”
“ 아, 그 여자는 애국자고, 아직 내 하고는 아무 사이도 아이다.”
술 취한 무당은 눈알을 반짝이며
“ 애국자 ?”
“ 그래, 애국자. 내가 하는 일에 협조를 잘 해주면 그게 바로 애국자가 아이겠나...히히 ”
“ 참말로 웃기네. 낮에는 내내 뒤비져 잠이나 자고 밤만 되면 쫙 빼입고 공짜 술만 얻어 마시러 다니는 주제에 무슨 놈의 애국자... 참, 내 배꼽이 다 빠질 소리를 하고 있네!”
그의 패륜되고 방탕한 생활관계는 이미 40여 년 전부터 그의 이웃에서 익히 알고 있는 상태로 지탄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 천박한 무당조차도 믿지를 않고 박장대소를 하였다.
“ 사람을 그래 보지마라. 내가 이 더러운 술집 골짜기에 싸다녀도 TV 전국 방송에도 떴다. 서울의 유명한 성악가들 사이에도 내 모르면 간첩이다고 소문이 나있다. 내가 인자 대한민국의 일약 유명인사가 되었다. 알겠나?”
“ 뭐, 이야기를 들어봉께 어느 촌구석에 있는 쬐끄만 술집에서 딴따라들과 노래 모임하며 술이나 퍼마신다 캐쌓더마는 ……. ”
“ 작은 술집이다고 깔보지 마래이. 대한민국에서 이미 명 음악회라고 소문이 나있다. TV에서 아무데나 방송을 내보내주나?”
“ 아이고, 됐네요. 내는 마…….영감쟁이 말은 믿을 수가 없네요. ”
“ 니, 이기 뭔지나 아나?”
그는 주머니에서 열쇄 고리 끝에 달린 USB를 그 무당의 눈앞에 대고 딸랑딸랑 흔들어 대었다.
“ 이기 뭔공?”
“ 이 안에는 참 재미있는 게 많이 들었지!”
“ 참, 재미있는 거?”
“ 그래. 사람과 사람...사람과 짐승...짐승과 짐승들이 사랑하는 모습 말이다이 ...히히 ”
술 취한 무당은 눈을 게슴츠레 뜨고 침을 꼴깍 삼켰다.
“어머나... 보고싶다.”
“ 컴에 연결만 시키면 참 좋은 그림이 나오지...제수씨, 우리 사무실에 가서 한잔 하면서 감상하는 게 어때 ?”
근처에 있는 그의 사무실은 일제 강점기 때 지은 목조건물로 어떤 연유로인지는 몰라도 소유권이 복잡하여 개축이나 신축을 못하여 곧 허물어질 것만 같았다.
사무실에 들어가 불을 켜자 바퀴벌레 몇 마리가 화들짝 놀라 어둠 속으로 숨어들고 있었다.
사무실 책상 위에는 연필, 붓 등 필기구와 빈 소주병 두서너 개가 나뒹굴고 있었고 그림을 그리다 남은 화선지 몇 장이 창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쓰레기통 옆에 앉아있던 검은고양이 한 마리가 낯선 방문객 여자를 째려보더니 슬슬 뒷걸음질 치며 밖으로 사라졌다.
“야, 우리 야옹이가 신(神)의 딸내미를 알아보네.”
“꼬냉이는 영물이라 예. 저것들이 기특하게도 우리 같은 무당들을 잘 알아 모신다 카이……. 헤헤”
그는 컴 본체 구멍에 USB를 넣어 그림 하나를 클릭하였다.
잠시 후, 화면에 백마를 탄 슬라브계 여성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의 상태로 나타나더니 초록빛 숲 속에서 어떤 남자와 짙은 정사를 하는 장면이 나오고 또 집채만 한 큰 개와도 수간(獸姦)을 하는 장면도 나왔다.
술 취한 무당은 자기가 그 그림에 얼마나 몰입되었는지 허벅지를 더듬는 남자의 손길조차도 느끼지를 못하고 있었다.
“아이고야, 벌써 축축해 졌네이...히히”
그때서야 무당은 정신이 번쩍 들어 치마 속으로 들어온 사내의 손을 잡고 얼굴을 쳐다보았다.
“으아, 이 영감쟁이가 참 음탕도 하네...제수씨 고추를 따서 맛보려면 보통 힘 가지고는 안 될 낀데…….”
“히히... 아, 그렇구나. 술이나 한잔 더 하자.”
그는 무당이 마실 술잔에 미리 준비한 흥분제를 탔다.
그리고 더 야한 섹스 동영상을 틀었다.
무당은 새로이 펼쳐지는 춘화에 넋이 나간 버러지처럼 몸을 뒤틀며 목이 마른지 침만 자꾸 삼키고 있었다.
“제수씨. 비루 한잔으로 목이나 축이고 감상하지”
“자...잠깐만요...저거 마저 보고요. 우째 저래 물건도 좋고 멋지게 할꼬 !”
“와, 동생은 저 정도도 못해주나?”
무당은 눈길을 놓지 못한 채 독백처럼 뇌까렸다.
“아이고, 지 딴에 수캐 뭐 자랑하득키 혼자 까불다가 시들어버리는데, 무신 재미가 있겠능교!”
“하, 고놈 나쁜 놈이네...지 혼자 재미 보는 건 지독한 에곤데...히히 ”
“ 그 주제에 온갖 보살님 꽃밭에 물 보시(布施)한다고 시간이 없는지...한 달에 한 번도 제대로 안 봐주니 내도 인자 마 고무신 거꾸로 신어야 되겠심더!”
“ 제수씨는 신딸이라 밤일은 별로 안 좋아한다고 해쌓던데?”
무당은 그 말에 발끈하여 몸을 홱 돌리면서 소리를 질렀다.
“ 참 더러운 놈이네...! 그런 소리까지 남한테 씨부리던가베요?”
“ 히히...우리가 어데 남이가? 서방이 공사다망한데 어째 구석구석까지 다 바라노? 그냥 자기도 살짝 한 번씩 볼일 보면 되지!”
“ 닝기리 시팔. 내가 어데 할 때가 없어 이래 굶는지 아능가베요? 비록 지가 샛서방이라도 한번 마음을 주었으니 끝까지 지조를 지킬라카는거지.”
“ 내는 참 이해가 안 된다. 그 또라이 같은 자식이 돈을 갖다 주나...밤일을 잘해주나 ...그래도 같이 붙어사는 거 보면 참으로 신기하다!”
“ ……. 그래도 한번 맺은 인연인데 지가 싫다 카지도 않는 이상 우째 매정하게 내쫓을 끼요!”
사내는 애가 달았다. 벌써 시계는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고 아침 6시에는 새로 낚은 K여사와 드라이브 약속이 있는데, 무당은 무슨 한이 그리도 많은지 자기 앞에 있는 맥주잔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다.
“됐다. 마, 한숨만 쉬면 뭐할 끼고 이 좋은 날 밤에 처녀 총각이 술이나 한 잔하면서 회포나 풀자.”
“ 아, 더 이상 마시면 오바이트를 하겠는데...먼저 마시이소. 나는 좀 더 있다가 마시께요.”
남자는 자기도 미리 먹은 약 기운 탓에 아랫도리가 용두질을 치고 있는데 무당은 왜 이리도 사설이 긴 지 미칠 것만 같았다.
“ 아이고, 나도 잠 좀 자자. 좀 있다가 새벽기도도 가야하고 ...퍼뜩 마시고 인자 마 가라.”
“새벽기도?”
“그래.”
“어데 가는데요?”
“아, 요 앞에 있는 감리교회에......”
“헤헤...참말로 가지가지로 하네요!”
“ 니 지금 와 비웃노? 이래 뵈도 내가 벌써 성경을 100번 넘게 독파했고, 교주가 될 마음이 있었다면 젊었을 때 벌써 했을 끼다.”
“흥, 웃기고 있네. 온 동네에 바람둥이라고 소문이 쫘악 다 나있더마는...젊을 때부터 마누라하고 이혼하고 백수건달로 살면서 매일매일 이 여자 저 여자와 놀아나고 술 귀신으로 살면서... 무슨 교주... 하이고 내 똥구녕이 하품을 하겠네요 !”
“ 이 사람아, 성경을 깊이 공부하면 그런 거하고 구원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 헤헤...무신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술, 담배 안하고 지 마누라 지 새끼만 알고 사는 기 잘못되었다는 말하고 똑 같네!”
“ 그렇게 사는 기 잘 사는 기 아이다. 하나님이 이 세상 만물을 창조할 때, 니 꺼 내 꺼 없이 골고루 갈라하고 서로서로 도와감스로 살라했다. 그렇게 견본으로 택한 백성이 유태인인데 이것들이 너무 타락하여 예수님이 그 죄를 대신 짊어지고 십자가에서 죽응기라...무신 말인지 이해가 가나? 성경에 보면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을 때, 갑자기 하늘의 해가 사라지고 천둥 벼락이 치고 땅이 갈라지고 바위덩어리가 쪼개지고 튀었다. 그라고 성전의 휘장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쫘악 갈라졌다 아이가. 예수님은 그걸 보고는 ‘ 다 이루었다.’하시면서 죽었다 말이다. 그 뜻이 바로 옛날의 율법은 다 지워졌으니 사람은 서로서로 사랑하면서 살라는 뜻잉 기라.”
“ 그라몬 유부남과 유부녀가 서로 붙어먹는 것도 죄가 안 되겠네요?”
“ 그렇지. 예수님이 죽으면서부터 이 땅에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 기라. 즉 조금 유식하게 이야기 하면 ‘신약의 시대’라 하는데...구약시대에 있었던 십계명과 모든 율법은 다 폐기되고 오로지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사람에 대한 사랑’만 남았다 이 말이다.”
“ 헤헤... 말도 아이다. 예수님이 남의 꺼 훔치면 손몽뎅이를 도끼로 짤라뿌고...나쁜 마음만 가져도 죄를 짓능 기라고 하던데…….”
“ 성경책 내용은 전부 비유와 상징으로 되어 있다. 꼭 그렇게 해라는 것이 아니라 그 정도로 죄를 짓지 말라는 것이지…….”
“ 그러니까, 죄를 지으면 안 되지요?”
“ 하, 불자한테 성경 말씀을 설명하기가 이래 애롭네. 예수님이 우리의 죄를 대신 지고 가셨으니, 우리는 예전에 유태인들이 만든 그런 법은 안 지켜도 된다 이 말이다. 오직 하나님에 대한 사랑, 인간에 대한 사랑이 중요한기라.”
“ 그러면 스님들이 보살들한테 늘 말하는 것처럼 육보시(肉布施)를 좀 해라는 말이 그 뜻인가요?”
“ 그렇지, 맞다. 맞다. 불교의 스님들이 자기도 인간인데 원초적인 욕망을 어째 이기면서 열반의 꽃을 피우겠노. 밥도 안 먹고 어째 수행을 할 수 있겠노 이 말이다. 인자 이해가 조금은 가나?”
이제 사내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한계에 이르렀다. 갑자기 술 취한 여자를 사무실 바닥에 쓰러뜨려 정신없이 치마를 벗기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예상외로 무당의 저항은 거셌다.
젖무덤을 더듬는 남자의 입을 주먹으로 쥐어박고 아래로 들어온 손가락을 비틀며 발버둥을 쳤다.
그 와중에 탁자가 옆으로 넘어지고 ‘와장창’하며 맥주잔이 깨어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아재요, 와 이라요. 새벽에 교회 간다는 사람이 무당 년하고 이런 더러운 짓하고도 기도가 되요?”
“그거 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다. 아, 그냥 한번만 봐주라이.”
“아이고, 인자 마 그만 하이소. 우리 할배가 함부로 다른 남자와 인연이 되지 말라고 하네요.”
“ 그 할배는 작은 잡신이니 그런 말은 안 들어도 된다. 우리 성령님이 지금 이 자리에 오셔서 서로 사랑하라 하신다. 그냥 가만히 좀 있어봐라.”
“ 뭐라. 내가 모시는 할배가 잡신이라고? 야, 이 더러운 인간아, 지금 니한테 아무데나 쑤셔대라고 꼬시는 영(靈)이 바로 악마고 잡신이다.”
무당은 자신의 법당에 모셔놓은 할아버지 신에 대하여 사내가 잡신이라고 하는 말을 듣자 그만 발끈하며 양손으로 위에 있는 사내의 가슴팍을 밀쳐내었다.
그러나 사내는 놓치지 않으려고 무당의 허리를 바짝 끌어안고 아랫도리에 힘을 주다가 그만 옆으로 쓰러지게 되었다.
그 와중에 다시 서로 뒤엉켜서 그만 사무실 바닥에 나뒹굴어지게 되었다.
“ 옴마야, 피난다...피. 우짜노!”
무당의 허벅지가 바닥에 깨어져 흩어진 맥주잔 조각에 찔려 선홍빛 피가 솟기 시작하였다.
그때 사무실 문이 발칵 열리며 한 남자가 뛰어 들어왔다.
“자기야…….으흐흐흥”
무당은 재빨리 일어나 그 남자의 품에 안기며 섧게 울기 시작하였다.
“ 이 더러운 년아, 쇼하지 마라. 니 그란다고 내가 그냥 넘어갈 줄이나 아냐.”
“자기야, 오해다. 내 혼자 술 마시는데, 저 아재가 옆에 와서 앉더니 좋은 그림을 구경시켜 준다고 해서 따라왔을 뿐이다. 아무 일도 없었다. 진짜다.”
그 남자는 무당의 기둥서방으로서 자칭 시인이라며 허술한 명함을 파서 다니는 위인이다.
시인은 시뻘겋게 충혈된 눈알을 굴리며 두 남녀의 행색을 급하게 훑어보았다.
“이년아, 아무 일도 없었는데 왜 이 모양 이 꼴이며 니 허벅지에서는 왜 또 피가 나냐?”
“자기야, 그래도 내가 반항해서 저 아재는 못했다. 내가 헤픈 여자가 아인지는 자기도 잘 안다 아이가?”
“흐흐 웃기는 일이네! 저 늙은 새끼가 홀라당 벗고 니 배 위에 올라타고 있었는데도 아무 일도 없었다?”
“진짜. 그건 안됐다.”
시인은 고개를 돌려 그 남자를 노려봤다.
“ 참, 대단해요잉....이 지랄하려고 물건을 손질했구마. 당신의 카사노바 짓은 오늘로써 종치고 날 샜소. 알았소?”
시인은 그 자리에서 휴대폰으로 112에 범죄 신고를 하고 스마트폰으로 현장의 어지러운 상황과 무당의 상처를 촬영하였다.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남자는 잔뜩 풀이 죽은 상태로 고개를 숙이고 한숨만 푹푹 쉬고 있었다.
“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초장에 참 더럽게도 걸렸네.”
잠시 후에 인근 경찰 지구대 순찰차가 도착하였다.
경찰관은 사내에게 다음과 같이 고지하였다.
귀하를 형법 제301조 강간치상죄로 긴급체포합니다. 귀하는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제2항 및 형사소송법 제224조의 3에 의하여 변호인을 선임하여 조력을 받을 수 있으며 일체의 진술을 하지 아니하거나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아 니 할 수 있습니다.
경찰서 강력계 형사실.
강력계 형사는 비 맞은 강아지처럼 의자에 앉아 있는 사내에게 신문을 하기 시작하였다.
“ 피의자는 평소 알고 지내는 피해자를 강간하려 한 것이 맞지요?”
“ 천만의 말씀. 전혀 그러한 사실이 없습니다.”
“ 그런데 왜 피해자가 방바닥에 쓰러져 상처를 입었지요?”
“ 아, 그야 같이 밤늦도록 술을 마시다가 술에 취하여 방바닥에 넘어졌을 뿐, 그 상처와 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 피해자의 치마를 벗기려 하지 않았나요?”
“ 그런 사실이 전혀 없습니다.”
“ 자꾸 거짓말을 하면 피해자와 대질조사를 합니다. 처음부터 바른대로 말을 하세요. 그래야 서로가 피곤하지 않아요.”
사내는 움찔하면서도 애써 태연한척하며
“ 좋습니다. 피해자와 대질을 한번 해봅시다.”
이때 무당이 자기의 서방이란 작자와 허우적대면서 형사실로 들어오다가 사내를 한번 보고는 “ 썩어질 놈 ”이라고 욕설을 퍼붓는다.
무당은 다시 “네놈이 나한테 준 술잔 속에 무슨 약을 탔는지 내 다 안다. 그러나 신의 딸은 절대로 약에 취해도 아무한테나 호락호락 주지는 않지!”
“뭐어라. 쟈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기고... 약은 무신 약? 생사람 잡지마라이.”
“야, 하나님 믿는다면서 사람이 어쩌면 고렇게도 거짓말을 잘하노? 그러면 이거는 뭐고?”
무당이 사내의 눈앞에 잠시 흔들어 보였다가 형사에 건네는 작은 약병을 보자 사내의 안색이 갑자기 하얘졌다.
그리고 고개를 팍 숙였다.
“주여, 저는 귀신을 섬기는 여인의 영혼을 구원하려고 그 육속으로 용감하게 진격한 죄밖에 없습니다. 부디 저의 손을 잡으시고 저를 이 구렁텅이에서 구하여 주시옵소서!”라고 기도하듯이 뇌까렸다.
무당이 사내의 독백을 듣고 또 발끈하였다.
“ 뭐어, 귀신...우리 할배가 귀신이란 말이지?”
“ 주여, 이 불쌍한 영혼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 하, 그래 아멘이다. 아멘.”
형사는 무당이 주는 약병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피식 웃었다.
“ 목사님이 이 약을 사용하셨나요?”
사내는 묵묵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 그렇소. 내가 사용한 것이 맞소.”
“ 하... 방금까지도 범행을 극구 부인하시더니 갑자기 심경의 변화가 오셨나 봐!”
“ 나는 그분의 말씀을 이 세상 끝까지 증언하라는 특명을 받은 사람이오. 악에 물든 이 무당을 나의 피로 깨끗이 세척을 하여 꼭 하나님 앞으로 데려 가고 싶었던 것이오.”
형사는 웃으며
“ 목사님. 피로써 세척을 한다는 말은 무슨 말씀인지요?”
“ 나의 깨끗한 피를 저 잡신에게 빠진 무당의 몸속에 넣어 하얗게 만들어 주고 싶었던 것이지요.”
그 말을 듣고 형사는 표하고 웃었다.
“내가 성경을 자세히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십계명이라는 것을 보니 분명히 간음을 하지 말라. 그리고 남의 여자를 탐하지 말라고 되어 있던데...그것은 하나님의 말씀이 아닌가요?”
“지금 기독교인들이 읽고 있는 성경은 이미 지난 세상의 말씀에 불과한 것이오. 지금은 성령의 시대이니만큼 하나님의 말씀을 직접적으로 교시를 받아야 하는 것이지요.”
“성령의 시대라. 나는 무식해서 잘 모르겠는데... 그러면 이 시대에 살면서 법과 윤리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요?”
“하나님이 이미 이 세상을 개벽하기 위하여 준비를 하고 계시지요. 그러니 타락한 죄인들이 만든 법과 윤리 따위를 가지고 이 세상을 살아가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나도 하나님의 입장에서 보면 죄인 중의 하나이므로 그 분의 뜻을 정확하게 헤아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성령이 시키는 대로 행하고 있지요.”
“ 그래서, 저 여인을 범해도 하나님 앞에서는 죄가 되지 않는다는 말인가요?”
“ 그렇지요. 인간의 잣대로는 도저히 그 분의 뜻을 헤아릴 수가 없지요.”
“ 목사님은 하나님의 성령이 지시하는 대로 하였다는 말씀인가요?”
“ 그렇습니다.”
“ 그렇다면, 결국 실패를 했겠군요?”
“ ……. 저가 기도를 하지 않고 하나님 일을 하는 바람에 결국 사역이 실패로 돌아간 것입니다. 따라서 이 종이 하나님 앞에서 또 죄를 짓게 되었습니다.”
“ 지금 목사님께서는 형법상의 강간치상죄로 엄벌을 받게 되었어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 하, 이것 참...나는 결국 하나님의 명령을 완수하지 못한 영적인 죄를 지었고, 또 지상의 인간들이 만든 법에 얽혀서 육신이 처벌을 받게 되었으니 영육 간에 죄인이 되었군요.”
이때 옆에서 입을 비쭉거리며 듣고 있던 무당이 욕설을 퍼부었다.
“ 이 사이비 목사야. 너 같은 게 있으니 기독교인들이 욕먹는 것이야. 나이 칠십에 무슨 목사....하이고 내 똥구녕이 하품을 다 하겠네.”
그날 오후에 사내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집행이 되었다.
형사는 법원에서 발부받은 구속영장의 범죄사실을 사내에게 또박또박 정확하게 읽어 주었다.
피의자 ○○○은, 2000년 자신이 다니던 ○○교회의 여신도 2명을 강간한 죄로 부산지방법원에서 징역 3년 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만기 출소를 하는 등 사기죄 및 강간죄 등 전과 13범인 자이다.
피의자는 2003년 출소를 한 후에 일정한 직업도 없이 무위도식을 일삼다가 목사의 직함을 가지고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기 위하여 2010년에 부산광역시 서구 ○○ 동 소재 무인가 2년제 신학교에 입학하여 2013년에 동 학교를 졸업하면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피의자는, 2013년 10월 18일 23:00경 부산 서구 ○○동 소재 자신의 주거지 내에서 평소 알고 지내는 무속인 여성 ○○○ 당40세를 약물을 이용하여 강간할 것을 마음먹고, 자신과 같이 술을 마시자고 유인한 다음 그 익일 03:00경 위 장소에서, 미리 구입하여 소지하고 있던 가축 교미용 흥분제를 피해자 몰래 맥주에 타서 그녀로 하여금 항거불능의 상태로 만들고 젖가슴을 애무하고 하의를 벗겨 강제로 성교를 하려다가 피해자가 저항을 함으로써 성행위는 미수에 그쳤으나 피해자가 저항하는 과정에서 동소 바닥에 깨어진 술잔 파편에 허벅지가 찔려 그녀에게 전치 2주간의 허벅지 열상 등의 상해를 입게 한 사실이 있다.
피의자는 범행 일체를 자백하고 있고 피해자의 진술, 의사의 상해진단서 등으로 그 범증이 충분하다. 단, 여기서 피의자를 방면하면 도주할 위험도 있고 또 다른 범죄를 자행할 우려가 농후하므로 구속수사를 함이 옳겠다.
사내에 대한 구속영장이 집행되자 무당은 자기의 남자에게 질타를 하였다.
“저놈은 나이 칠십에도 정력이 펄펄 넘쳐서 저리 설치는데 당신은 도대체 어째 된 기고? 맨날 돈도 안 되는 시나 끼적이고 남자 구실도 못하는 당신도 인자 마 내 옆에서 사라져 삐라.”
시인은 멋쩍게 웃으며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읊어 보였다.
“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무당은 그 소리를 듣고 고함을 빽 질렀다.
“ 이런 썩어질 놈. 마, 치워라. 그 따위 싯줄이나 나불대다가 자기 여자를 빼앗기고 나면 무엇이 남겠노! 이 세상에서 재물보다도 더 소중한 게 뭐고? 바로 남녀 간의 정이고 정이 들려면 잠자리가 중요한 것이 아이겠나? 저 늙은 놈보다도 못한 니한테 꼭 매여 사는 내가 너무나 한심하다. 더 이상 내 옆에서 얼씬대지도 말고 이제부터는 네 마누라 가랑이 밑에나 처박혀 밖에 나오지도 마라.”
시인은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다음날 아침.
무당은 경찰서로 찾아가 사내를 면회하였다.
유치장 간수들의 감시를 받으면서 면회실 창에 선 사내에게 무당은 말한다.
“ 정말로 하나님은 있기는 있는가요? 만약 하나님이 있다면, 당신은 그때 왜 내를 우리 할배도 모르게 살짝 잡아 묵지 못했소?”
사내는 뚫어지게 무당을 바라본 후 지그시 눈을 감고 말했다.
“ 너희 같은 범인(凡人)들의 눈에는 하나님의 말씀이 들리지 않는다. 어젯밤에 내한테 하얀 옷 입은 영감이 찾아와서 한참이나 같이 대화를 나눴지. 오늘은 니가 반드시 내한테 찾아올 것이며 니가 또 고소를 취소할 것이라고도 하시더라.”
무당의 입이 짝 벌어졌다.
“ 하이고. 이게 무신 일이고! 그 하얀 옷 입은 영감이 누군데요?”
“ 나도 모르는 분이다. 그러나 내가 짐작컨대 그 영감은 하나님의 천사가 틀림이 없다고 생각된다.”
“ 아, 천사……. 영감 천사도 있네요. 나는 겨드랑이에 날개가 달린 여자 천사만 있는 줄 알았는데요?”
“ 그러니까, 너는 내한테 은혜를 많이 입어야 되느니라.”
“ 나무관세음보살! 나는 도무지 영적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 줄을 모르겠네요!”
“ 그거야, 당연히 니가 모를 끼다. 니가 그런 것까지 다 알게 되면 내 같은 존재가 이 세상에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 그러면 내가 모시는 할배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 니가 모시는 할배도 다 하나님의 종이니 할배를 성심 성의껏 모시는 것이 바로 하나님을 바로 섬기는 것이다. 내 말에 조금은 이해가 가나? 그것이 바로 하나님 가르침의 진리라는 것이다.”
“ 아, 내가 한 행동에 대해서 하나님은 뭐라고 하실는지 모르겠네!”
“ 하나님은 니가 모시는 할배보다도... 이 세상에 살다간 그 어느 성현들보다 몇 천억 배나 대자대비하신 분이다.”
“ 그러면, 나는 어떻게 살면 잘 사는 건데요?”
“ 하나님은 우리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신 것을 알아야 한다. 인류 최초의 여인 하와가 못된 수컷 뱀과 교미를 하여 우리 인간은 줄줄이 타락을 하게 된 것이다. 지금 이 세상을 훑어봐라. 조금만 옆으로 눈을 돌리면 전부 흉측한 죄를 짓고 사는 것들만 바글바글하다. 너는 하나님에게 선택된 인간이기 때문에 내한테 와서 구원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니 그 다음에 너가 할 일은 순수한 너의 의지에 의해 결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사내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무당은 경찰서 구내식당에 들러 사내에게 사식을 넣어 주었다.
그리고 담당 형사에게 찾아가 고소 취소를 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였다.
담당형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 아니, 합의가 벌써 되었나요?”
“ 예…….”
“ 얼마에 합의를 했어요?”
“ 목사님과 돈 가지고 합의를 한 게 아닙니다.”
담당형사는 눈을 동그랗게 뜬다.
“ 그러면?”
“ 나는 하나님과 합의를 했어요. 이젠 그 목사님이 말하는 하나님의 종이 되기로 했어요.”
담당형사는 피식 웃었다.
“ 고소취소를 해도 강간치상죄는 바로 석방이 안 되는 것쯤은 알고 있겠지요?”
형사의 그 말에 무당은 당돌하게 반문하기 시작한다.
“ 강간을 당하지도 않았고, 내 몸에 상처가 난 것도 목사님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니 그냥 석방시켜 주세요.”
담당형사는 담뱃불을 비벼 끄면서 화를 내었다.
“ 그러면, 당신이 그 사이비 목사를 무고했다고 도리어 처벌받을 수가 있어.”
“ 내가 무고죄로 처벌을 받아도 좋아요. 나는 영원한 생을 살고 싶어요!”
“ 뭐요. 영원한 생이라고 했소?”
“ 그래요. 영생을 살고 싶어요.”
“ 당신이 지금 저 독사 같은 사이비 목사의 말에 어떻게 녹았는지 나는 아직도 잘은 모르겠지만 반드시 나중에 후회하게 될 거요”
“ 사이비 목사…….사이비 목사라고 하지 마세요. 이 세상에 죄인 아닌 사람이 어디 있어요. 전부 죄인이 아니예요?”
담당형사는 그 말을 듣고 눈을 크게 치떴다가 다시 감았다.
그리고 조용히 무당의 말을 되씹어 보았다.
“ 이 세상에 죄인 아닌 사람이 어디 있어…….”
무당은 경찰서 정문을 나섰다.
그리고 보초를 서고 있는 젊은 의경에게 이런 말을 던졌다.
“ 야, 이 독사의 새끼야. 너가 아무리 깨끗하게 살아도 한번 죄인은 영원한 죄인이야. 그러니 우리끼리 질탕하게 즐기면서 영생을 누리는 것이 어떻겠느냐…….호호호 ”
< 200자 원고지 76쪽 분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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