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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 김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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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채영제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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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채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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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15-10-27 17: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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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1) 타잔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날
◎ 등장인물
C M 경찰서 야간민원실 당직 형사
남자.1 간통 고소인
김미정 간통 피의자(남자.1의 처)
김을수 간통피의자 (김미정의 상간자. 제비족)
60대 남자 남자.1의 부친
꼬마 (김미정의 아들)
남자.2 고소인의 친척
김과장 M 경찰서 수사과장
김형사 당직 형사
씬/1 새벽 3시경 M경찰서 야간 민원실
M 경찰서 마당. 담벼락에 쭉 늘어서있는 플라타너스의 앙상한 가지가 초겨울 바람에 위이잉 위이잉 음산한 소리를 내며 울고 있다.
경찰서 야간 민원실에는 40대 초반의 당직 형사 C가 책상 위의 타자기에 양발을 올리고 뒤로 번듯이 누워 정신없이 코를 골고 있다.
그 앞으로 다른 형사들이 요란한 발소리를 내며 황급히 신고 출동하는 소리가 들리고 뒤이어 술 취한 인간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연행되어 와서는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술주정을 부리고 있다.
C는 잠깐 눈을 떠서 그들을 노려보다가 다시 깊은 잠 속에 빠져들었다.
잠시 후 60대 남자 한명과 40대 남자 3명이 반라 상태의 남녀를 끌고와서 잠자는 C를 흔들어 깨운다.
C …….
(잠에서 깨어 눈을 게슴츠레 뜬다)
남자1 간통죄로 고소 좀 하려고요.
C (책상에서 황급히 발을 내리며) 간통?
남자1 예……
C (짜증스런 어투로) 법원에 이혼심판 청구하고 고소장 써왔어요?
(그러면서 붙잡혀 온 반라의 30대 후반 미모의 여성과 40대 양아치같이 생긴 남자의 아래위를 슬쩍 훑어보고, 여자를 향해 쩝하고 입맛을 다신 다)
남자1 이것들을 급히 잡아 오느라 ....아직.
C 선생은 어떻게 되슈?
남자1 아! 예, 피해자 됩니다.
C 부인이 다른 남자와 그랬단 말이요?
남자1 (일행이 붙잡고 있는 남녀를 가리키며)
예, 저 년이 저 놈과 호텔방에서 그 짓을 하는 현장을 잡아 바로 끌고 왔습니다.
C (귀찮다는 듯 눈을 부비며)
간통죄는 친고죄로서 고소장이 없으면 조사를 할 수 없어요……. 그러니 날이 밝으면 법원에 가서 이혼심판청구를 하고 호적등본을 떼고 고소장을 작성하여 오세요. 우리 경찰은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으면 수사를 할 수가 없어요.
남자.2 우리가 몇 달간을 고생하며 겨우 현장을 잡았는데 지금 좀 처리를 해주시지요!
C (눈을 크게 뜨고) 댁은 어떻게 되슈?
남자.2 저는 피해자의 손위 처남 되는 사람입니다.
C …….사정을 잘 알겠는데요. 법이 그러니 고소장도 없는 상태에서 피고소인들 조사를 할 수가 없으니 그냥 저 사람들을 데리고 돌아 가세요.
남자.1 그러면, 저것들을 어떻게 신병조치라도 좀 해주십시오. 날이 밝으면 서류를 갖추어 오겠습니다.
C (단호한 어조로) 그렇게는 할 수 없습니다. 아직 죄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경찰관이 함부로 인신구속을 할 수가 없지요!
60대남자 (기가 차다는 표정으로) 아니, 법에서 피해자가 잡아온 죄인들을 그대로 놓아준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C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놓아주다니요? 말씀을 그렇게 하면 안 되지요. 법에서 불법적인 인신구속을 허용하지 않으니까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저들과 어떤 관계가 됩니까?
60대남자 저는 피해자의 애비되는 사람입니다.
C 대한민국 법은 법원에서 유죄로 확정 판결을 받기 전에는 무죄로 추정됩니다. 그러니 함부로 인신구속을 할 수도 없고 더욱이 간통 죄 고소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니 이 새벽에 우리 경찰이 처리를 해드릴 수가 없으니 그렇게 아십시오.
남자.1 저 연놈들이 호텔방에서 서로 발가벗고 그 짓을 하는 현장을 우리가 직접 목격을 하고 잡아왔는데도 죄가 없을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우리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네요!
C 그건, 선생님들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니 그냥 데리고 돌아가세요.
(이구동성으로) 야, 참...! 대한민국 법이 이렇게 물러서야 어디 서민들이 살겠나!
씬/2 경찰서 마당
60대 남자가 어디론가 급히 전화 건다.
60대 남자 (잔뜩 흥분하여) 아, 김 과장이요?. 나요. 새벽에 미안해요. 전번에 이야기 하던 우리 며느리 사건 말이요…….
몇 개월간이나 고생한 끝에 오늘 겨우 현장을 붙잡아 데리고 왔는데 당직 형사가 고소장이 없다고 돌려보내려 하네요! 허참,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씬/3 수사과장의 집.
수사과장은 잠결에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아 전화를 건다.
김과장 (상대방이 전화를 받자) 아, 최반장? 내 수사과장인데……. 지금 물총 사건 하나 들어왔제? 그 사건 내가 이미 알고 있는데, 내 믿고 피고소인 2명 보호조치 좀 시켜줘! ... 그래, 그래 …….알았제?
씬/4 경찰서 민원실
C는 갑자기 걸려온 수사과장의 전화를 받고 잔뜩 화가 난 표정이다.
그러나 애써 비굴한 웃음을 짓는다.
C (혼잣소리로) 참, 니미 시불이네! 오늘은 어째 조용하다 했더니만 새벽에 완전히 재수 옴 붙었네. 낼 약속이 있는데 취소를 해야 되나...어쩌나.
씬/5 경찰서 형사계 보호실
C (보호실 당직형사에게 쓴웃음을 지으며)
어이, 김 형사. 수고 많네. 이 사람들 입감 좀 시켜줘!
김 형사 : 행님요, 또 물총사건이요? 참 행님은 복도 많네요!…….히히힛.
C (인상이 잔뜩 일그러지며)
남 열 받아 미치겠는데……. 씰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오늘 당직하고 낼은 우리 님이랑 어데 좀 드라이브나 하려고 날 잡아 놓은 것 완전히 뻘좇이 되어 부렀따!
씬/6 다시 민원실
60대 남자가 피고소인 2명을 보호조치 시키고 C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60대남자 아이고, 형사님. 새벽에 주무시는데 우리가 사람을 데리고 와서 죄송합니다. 저 …….잠깐 보입시다. 허허
C 아, 아닙니다.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아닙니까! 아침 일찍 법원에 가서 이혼심판청구 소장을 접수시키고 호적등본을 떼서 고소장을 작성하여 가져오이소. 그래야 구속을 시킬 수 있습니다.
씬/7 경찰서 화장실
60대남자 오늘 당직하시고 내일은 편히 쉬셔야 될 낀데, 우짭니꺼! 자, 저가 수사과장과 검찰에 다 이야기를 해놓았고 당사자들도 간통사실을 부인하지는 못할 겁니다. 좀 속전속결로 처리해 주이소.
C (웃으며) 아, 내일…….아참, 오늘이제! 오늘 모처럼 친구들과 여행을 가기로 약속을 잡아놓았는데 이 사건 때문에 당직하고 휴무도 못 찾아 먹겠네요!
60대남자 (주머니에서 흰 봉투를 하나 꺼내어 C에게 건네며)
자, 이거. 약소하지만 아침에 해장국이라도 한 그릇 하이소. 과장한테는 내가 별도로 할 테니 신경 쓰시지 말고요.
C (처음에는 거절하다가 못이기는 척하며 봉투를 받는다)
아이고, 우리 과장님이 직접 부탁하는 사건인데 저가 이런 거 받아도 되겠습니까!
씬/8 다시 야간 민원실
C (남자1에게) 현장에서 붙잡아 증거가 확실하니까. 빨리 시작하도록 합시다.
남자1 예, 나중에 저것들이 말을 맞춰서 부인할 수도 있으니 지금 좀 조사를 하여 자백을 받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 다.
C 간통죄는 같이 잤다고 하여 성립되는 것이 아니고, 남자 성기가 여자 성기에 삽입이 되어야 성립되는 것입니다. 만약 저것들이 서로 짜고 삽입은 안 되었다고 부인을 하면 여자 질 속의 정액 검사를 해서 입증을 해야 합니다.그렇게 되면 서로가 피곤하니 우선 여자부터 먼저 조사하여 자백을 받아내어야 합니다.
60대남자 예, 저도 법을 전공하였기 때문에 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형사님에게 특별히 부탁을 드리는 것이 아닙니까!
씬/9 경찰서 형사계 보호실
C (미소를 지으며 김형사에게)
어이, 저 여자부터 조사해야겠다. 출감 좀 부탁하자.
김형사 : (빙긋하며) 드디어, 우리 행님이 칼을 뽑을라 하는가베.
C 야, 이 사람아. 열 받는데 자꾸 그런 말을 할래?
김형사(형사 보호실 철창 문을 덜컹 열며)
김미정 아지매, 밖으로 나오소.
김미정(고개를 숙인 채 주섬주섬 앞가슴을 가리며 보호실에서 나온다)
형사님, 저... 잠시 화장실에 좀 갔다가 조사를 받으면 안 될까요?
씬/10 경찰서 여자화장실 내
김미정(용변을 보고 나오며) 저, 형사님. 잠시 말씀 좀 드릴 것이 있는데요.
C (퉁명스럽게) 무슨 말? 나중에 조사를 받을 때 하면 되지.
김미정 그게 아니라. 딱 1분간 저의 말을 좀 들어주세요.
C (아래 위로 훑으며) 그래, 이야기 해봐요.
김미정(눈물을 글썽이며)
저가 저 남자와 잔 것을 전부 인정합니다. 저가 구속이 되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편에게 잘 이야기 하여 구속되어 교도소로 넘어가기 전에라도 고소취소를 할 수 있도록 부탁드리께요.
C (의외로 사건이 빨리 종결되겠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래요! 어린 아들이 있는데 남편이 마누라를 까막소까지야 보내겠어요? 내가 최대한 힘을 써서 경찰에 있을 때 고소취소시켜 석방이 되도록 노력하께요. 대신 나중에 쇠주 한잔 사야 되요.
김미정(반색을 하며)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저는 죽을 때까지 형사님의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C (여자의 부풀어 삐어져 나온 하얀 젖가슴 살을 음흉하게 훔쳐보면서 의미 있는 웃음을 흘리며)
.... 죽을 때까지의 은혜라! 조앗서.
씬/11 다시 민원실
C는 김미정을 의자에 앉혀놓고 관계자들을 모두 퇴실시킨 후에 신나게 타이프라이터를 타다타닥 두드려 대며 김미정의 자백조서를 받아낸다.
C 딱 한번만 간통했다고 하세요. 됐지요?
김미정(눈물을 흘리며) 정말, 감사해요.
C(빙긋 웃으며) 많이 했다고 하면 남편이나 시아버지가 아주 나쁘게 생각하고 정나미가 떨어져서 다시는 재결합을 할 순 없지요.
김미정 네, 이 은혜는 꼭 보답을 할 테니 저 남자도 딱 한번만 했다고 조서를 받아주세요.
씬/12 C는 다시 민원실로 상간자를 데리고 온다.
C는 상간자를 앞에 앉혀 놓고 또 일사천리로 자백을 받으려 한다.
그러나 상간자는 자신의 이름을 ‘김을수’라고만 진술한 후 묵비권을 행사하기 시작한다.
C 이름은?
김을수 김을수.
C 직업은?
김을수 예술가.
C 무슨 예술가?
김을수 댄스 교습소.
C(기가 찬 듯이 웃으며)
푸후후...선생. 제비족이구만.
김을수 형사 양반. 말 조심하슈. 나는 예술을 가르치는 선생이란 말이요.
선생....!
C 아, 그래요. 그러면 ...좋아. 선생님.(그대로 타이프를 치고)
저 여자와 한번 했지?
김을수 (갑자기 돌변하며)
그런데, 왜 반말은 반말이야. 좇도 나는 간통한 적이 없어.
C(핏대를 올리고)
야, 이 양반아. 저 여자는 당신하고 했다고 벌써 자백을 했어.
김을수(묵비권행사) …….
C 그러면, 왜 남의 유부녀와 야밤에 호텔에 들어가 발가벗고 있었지?
김을수 당신 꼴리는 대로 하쇼……. 나는 말 할 수 없어.
C 당신? 흐……! 좋아 (그대로 타이프를 치고)
부인한다고 될 문제가 따로 있지, 이건 당신이 그 여자와 호텔방에 알몸으로 있다가 피해자에게 현장에서 붙잡혀 왔고 그 여자도 이미 자백했어. 당신이 이런 식으로 나가면 검사 판사가 악질로 봐요.
그냥 순순히 자백하는 게 당신 신상에 이로워요!
김을수 그 여자가 허위 자백하는 거요. 나는 여자가 남편 없이 혼자 사는 여자라고 해서 같이 춤도 춰주고 술도 마셔주고 하는 사이요.
오늘도 내가 술이 취해 집에 못 간다고 하자 자기와 같이 가자고 하여 따라갔을 뿐 손 하나 까딱한 적도 없어요.
C (허탈하여) 혼자 사는 여자인 줄 알았다고?
김을수 그래요. 가정이 있는 여자가 카바레에 춤추러 다니겠어요?
씬/13 경찰서 마당
C는 남자1과 60대남자를 불러 대화를 한다.
C (남자1에게) 지금 저 친구가 댁의 부인이 배우자 없는 여자로 알고 있었고 오늘 성관계를 한 사실이 없다고 극구 부인을 하고 있어요!
남자1 참 뻔뻔한 놈이네요. 저가 이런 말을 하면 안 되겠지만, 집사람이 외간남자를 우리 집에 까지 끌어들여 자고 갔다고 하는데…….아마 저놈이 분명할겁니다. 안되면 우리 꼬마를 데리고 와서 확인을 시켜보면 어떨까요?
C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60대 남자에게) 손자가 몇 살입니까?
60대남자(한숨을 푹푹 쉬며)
이제 겨우 초등학교 들어갔는데…….그러나 필요하다면 그렇게라도 해야지요.
C (남자1에게) 애가 충격을 받지 않을까요?
남자1 애가 이미 자기 엄마의 부정한 행동을 다 보고 알고 있으니 더 이상 충격은 없을 겁니다. 애를 데려와 확인하도록 해주십시오.
씬/14 경찰서 형사보호실 밖
김미정을 불러내어
C (김미정에게) 그런데, 말이요. 저 친구가 지금 댁이 남편이 없는 여자로 알고 있고 오늘은 간통한 사실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고 있어요!
김미정 …….
C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후 하고 한숨을 한번 내쉰 후)
간통죄는 한번 했든 천 번을 했든 고소인이 고소 취소만 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죄가 안 돼요. 지금 남편이 미운 것은 댁이 아니라 댁의 집에 까지 와서 동침을 한 저 친구가 미운 거요.
김미정(잠시 눈을 동그랗게 뜬 후 다시 고개를 숙인다) …….
C (김미정의 귀에 대고 살짝) 내, 아까 미정 씨의 한 말, 귀담아 잘 듣고 있어요. 내 책임지고 미정 씨는 봐줄 테니 내 시키는 대로 해요.
김미정(갑자기 울면서 머리를 마구 흔들대며) 어떻게 .... 어떻게.
C (다시 귓속말로 은근하게) 나는 한번 만난 인연은 절대 버리지 않아요. 이것이 우리가 좋은 인연이 될 줄 누가 알겠어요?
그러니 내 믿고 바른대로 말해줘요.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저 친구 혼자 까막소로 보내고 미정씨는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김미정(C를 빤히 쳐다보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C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그래, 알았어……. 잠시 후에 꼬마들 데리고 와서 확인을 시킬 테니 미정 씨는 남편이 출장가고 없을 때 저 친구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같이 잤다고 말하면 되요!
김미정(말없이 고개를 끄떡인다)
C 혹시 저 친구한테 돈을 빼앗긴 적은 없어요?
김미정(서럽게 울며) 사실은……. 1년 전에 카바레에서 만나 첫 관계를 맺은 후 기천을 빌려주었어요. 그런데 저놈이 현재까지 그 돈을 한 푼도 갚지 않고 도리어 남편에게 전화한다며 겁을 주며 돈을 더 요구하여 보험과 적금을 깨서 전부 주었어요. 오늘도 카바레에 불려나갔는데 또 돈을 가져오라고 하여 이제는 없다고 거절을 하였더니 호텔로 강제로 끌고가서 주먹질을 하고 남편에게 모든 것을 폭로하겠다고 협박을 하였어요.
씬/15 남자1의 아파트
남자.1이 자신의 아들을 불렀다.
C (꼬마를 보고) 아빠가 집에 없을 때, 처음 보는 아저씨가 집에 온 적이 있었어?
꼬마 (시무룩하면서도 눈망울은 초롱초롱히)
아빠가 집에 안 오실 때 삼촌이 몇 번 오셨다가 자고 갔어요!
C 삼촌...?
꼬마 예, 엄마가 삼촌을 오빠라고 불었어요.
C 오빠...?
꼬마 예.
씬/ 16 다시 경찰서 민원실
C (꼬마에게) 삼촌 얼굴을 보면 알겠어?
꼬마 예.
남자1 (꼬마에게) 동환아, 그 남자 얼굴을 보고 맞으면 아빠가 옆에 있으니 겁 먹지 말고 바른대로 말해주면 돼, 알았어?
꼬마 (아빠 엄마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없이 고개를 끄떡인다)
씬/17 다시 민원실 ( 잠시후 C가 김을수를 데리고 민원실로 들어온다.)
김을수는 꼬마를 보더니 깜짝 놀라 표정이 굳어지며 이내 고개를 돌려버린다.
C (김을수에게) 저 꼬마가 미정씨 아들이 맞아요?
김을수(말없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피우면서 후하고 연기를 내뿜는다.)
C (김을수에게) ... 무어라 말 좀 해봐.
김을수(그래도 계속 묵비권을 행사한다) …….
C (화를 내며) 시팔, 말 못하겠어?
김을수(C를 똑바로 쳐다보며 빙긋 웃더니) …….
나는 변호사 없으면 말할 수 없어. 당신 꼴리는 대로 함 해봐.
C (화를 꾹 참으며) 크하하... 참, 하는 행세머리가 딱 꽈배기 행세를 하누나!
김을수 사람을 영장도 없이 잡아놓고 당신 마음대로 심야에 조사를 해도 되는 거야? 내 반드시 이 문제를 청와대와 검찰청에 진정하여 당신을 한번 갈바 보겠어. 당신 모가지가 도대체 몇 개야? ... 내가 모든 걸 모르고 있는 줄 알아?
C (얼굴이 시뻘개져서) 아따, 이 양반이 이제 내한테까지 공갈치네! 당신 저 여자한테 돈을 얼마나 삥쳤어?
김을수 (담배를 뻑뻑 피우며 묵묵부답한다) …….
C (꼬마에게) 동환이랬지. 너, 이 아저씨 알겠어?
꼬마(아빠와 김을수를 번갈아 쳐다보며) ... 삼촌요.
C 아빠 안 계실 때, 집에 와서 자고 간 그 삼촌?
꼬마 ( 말없이 고개만 끄떡인다)
C 이 삼촌이 집에 와서 자고 아침에 나갔어?
꼬마 (고개만 끄떡끄떡)
C 너는 그날 어데서 잤어?
꼬마 (머뭇머뭇하더니) 아빠와 엄마가 자는 큰방에서요…….
C 그날 ?
꼬마 아빠가 안 계셔서 무서워, 엄마랑 삼촌이랑 같이 잤어요.
C 침대에서?
꼬마 아뇨. 엄마랑 삼촌은 침대에서 주무시고……. 저는 침대 밑에서 잤어요.
C 엄마랑 이 삼촌이랑 침대에서 잤어?
꼬마 예…….
C 엄마가 삼촌이랑 자면서 무슨 소리를 하였는지 알아?
꼬마 (입이 삐쭉삐쭉 울먹이기 시작한다) …….
남자.1 (가슴을 치며) 동환아, 니가 본 그대로 말해. 괜찮아.
꼬마 (눈물을 흘리며) 엄마하고 삼촌이랑 침대 위에서 싸우는 것 같았는데 엄마는 큰 소리로 울기도 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C (더욱 집요하게) 그래, 삼촌이 엄마를 때렸어 ?
꼬마 아뇨, 삼촌이 엄마를 꽉 붙들고 배 위에 올라가 있었고, 엄마는 소리를 질렀어요.
C 어떻게?
꼬마( 아빠 얼굴을 한번 쳐다본 후) 타잔 소리요…….
C 타잔 소리를? 한번 그대로 소리를 내봐?
꼬마 (고개를 팍 숙인다) …….
남자1 (애가 타는 듯 꼬마에게)
동환아, 형사 아저씨에게 들은 대로 그대로 해봐!
꼬마 (목을 쭉 빼더니) 엄마가 “아 - 아- 아” 라고 하였어요.
C (눈을 반짝이며) 그랬더니, 저 아저씨는?
꼬마 엄마 입을 꽉 막았어요! 나는 그때 엄마가 죽는 줄 알았어요!
씬/ 18
꼬마의 그 소리를 듣자, 남자1과 60대 남자가 서로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뜨린다.
씬/19 김을수가 연거푸 담배를 꺼내어 피워대고 있다.
C (김을수를 보고 화를 내며) 야, 이 새끼야. 담뱃불 꺼.
김을수 (빙긋 웃으며) 뭐, 이 새끼……. 당신, 지금 큰 실수를 하고 있는 거야. 이렇게 서로 작당하여 아무 죄 없는 사람을 파렴치범으로 몰면 나중에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꺼야!
C (고함을 꽥 지르며 책상 위에 있는 타자기를 들고 김을수의 머리를 한번 내려친다)
뭐냐, 이 개자식아. 너 같은 가정파괴범은 사형시켜야 돼.
씬/20 며칠 후, 어느 일식집.
C는 수사과장과 같이 남자1, 60대남자와 식사를 한다.
수사과장(너털웃음을 흘리며)
우리 최반장은 간통 조사에서는 일류라고 소문났어요. 그래서 내가 특별히 최반장 당직하는 날에 붙잡아 오라고 한거요.
60대남자 아, 최반장님께서 그날 새벽에 일을 신속하게 그리고 아주 멋지게 처리하시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남자.1 (C를 보고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그 앞에 두둑한 봉투를 내어놓는다)
참, 어려운 사건을 이렇게 깨끗하게 잘 처리해 주셨는데, 저가 무엇을 어떻게 사례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약소합니다만 요긴한데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C (황급히 손을 내젓고 수사과장을 바라보며)
아, 이러시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당연히 저희들이 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수사과장 (C를 보고 고개를 끄떡이며)
최반장, 내가 준다고 생각하고 그냥 이분들 성의를 받아줘라.
내가 이제 말하지만, 이분은(60대 남자를 가리키며) 우리 직장의 대선배님이시다. 그러니 괜찮아.
60대남자 자, 자. 우리는 남이 아니오. 나도 현직에 있을 때, 수사를 해봤지만 죽어라고 고생만 하고도 남한테 좋은 소리를 못 듣는 직책이 아니겠소. 자, 오늘은 내가 크게 한잔 쏠 테니 우리 코가 비뚤어지게 한번 마셔봅시다.
씬/21 룸살롱
수사과장은 60대남자에게 봉투를 하나 받아 챙겨 자기 집으로 돌아 가고 60대남자와 남자1, C 이렇게 3명이서 각자 아가씨들을 하나씩 차고 앉아 양주를 마시고 있다.
C (아주 동정적인 표정을 짓고) 그런데, 아주머니가 너무 안 되었어요!
60대남자(양주 1잔을 꿀떡 삼킨 후 아들을 돌아보며)
그래……!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남자.1 (단호하게) 저는 집사람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습니다.
C(달래는듯한 어조로) 벌써 구속이 된 지 7일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유치장 안에서 반성도 많이 하였으니 그냥 용서해 주시지요? 꼬마가 한참 엄마를 찾을 나이인데... 애가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60대남자(혀를 껄껄 차며) ... 그래, 우리 최형사님은 참 인정도 많네!
C (남자1을 보고 간절한 어조로) 사실 저가 새벽에 조사를 시작할 때,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만약 부인께서 바른 말을 해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내보내야 될 장면이었어요. 다행히 부인께서 자신의 잘못을 크게 뉘우치고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해 주었기 때문에 그 친구를 추가로 공갈죄와 사기죄에다 또 주거침입죄로 입건하여 구속영장을 친 것입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부인도 피해자의 한 사람이지요!
남자.1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없이 술잔만 비운다)
60대남자(C를 보고) 구속영장이 언제 만기지요?
C 예, 3일 후에는 검찰로 송치를 해야 합니다.
남자.1 취소를 하게 되면 그 놈은 어떻게 됩니까?
C 부인의 죄목은 간통죄 하나이니 고소취소를 하시면 부인은 바로 석방이 되고, 그 양아치 같은 개자식만 교도소로 넘어가 재판을 받습니다.
아마도 공갈, 사기, 폭행죄 등등으로 징역 3년 이상의 실형을 받을 겁니다.
60대남자( 아들을 힐끗 쳐다보며 )
…….그래, 네가 가정을 잘못 다스린 잘못도 있으니!
씬/22 그 다음날 오전, 경찰서 조사계 사무실.
타이프라이터, 그리고 수사관들이 자기 앞에 앉은 피의자들을 향해 무어라고 고함을 치며 추궁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C는 유치장에서 김미정을 데리고 나와 사식을 시켜서 먹이고 있고 그 옆에는 남편 남자1이 시무룩하게 앉아있다.
C (김미정을 보고 나무라는 듯한 어조로)
이제 정신을 똑 바로 차리고 잘 살아갈 수 있겠지요?
김미정 (고개를 숙이며) …….네, 앞으로는 절대로 이런 일이 없겠습니다.
C (남자1을 보고) 자, 이제는 부인께서도 유치장 안에서 콩밥을 먹을 만큼 먹었으니 정신을 반짝 차렸습니다.
앞으로 가정에 충실한 주부로 살아가겠다는 각서를 받고 금회에 한하여 용서를 한번 주시지요?
김미정(남자1의 손을 붙잡고 흐느끼면서)
여보, 나 정말 잘못했어.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당신을 배신하지 않을 거야. 여기 있는 내내 우리 동환이 보고 싶어 미칠 뻔 하였어. 나, 정말 미쳐서 죽을 것만 같아……. 여보, 한번만 용서해줘……. 응?
씬23/ 십여 년이 지난 후, 어느 카페.
희미한 조명 사이로 비키레안드로스가 부르는 Love is blue가 나직이 흘러나온다. 그 한편에 김미정이 앉아 있고 C는 그 옆으로 바싹 다가가서 앉는다.
C (김미정의 어깨에 다정하게 팔을 걸치고 희쭉 웃으며)
전날, 너무 좋았어!
김미정 (쑥스런 표정을 하며) 정말?
C 그럼, 내가 가져 본 여자 중에서 당신이 최고야.
김미정 (살짝 눈을 흘기며) 치……. 자기는 카사노바!
C 자기도 좋았어?
김미정 (피식 웃으며) 그런 건 묻기 없기!
C 꽃은 자꾸 단물을 받아먹어야 아름다워져. 우리 그대는 요즘 너무 예뻐.
이젠 영화배우 영애보다도 더 아름다워졌어.
김미정 그래애...! 그래서 요즘 애기아빠가 날 더 좋아하나?
C (빙긋하며) 동생한테도 자주 단물을 받아먹어야 의심을 안 하지!
김미정 아, 그이는 벌써 맛이 갔어. 내 옆에 안온지가 5년이나 지났어.
난 자기 없었다면……. 또 바람을 피웠을 거야!
C ( 그 말을 듣고 미소를 짓더니. 입을 뾰쪽하게 벌린 후 천장을 향해 아아 아 타잔소리를 흉내를 낸다)
후후... 나는 그대가 내는 타잔 소리에 몇 번이나 아리랑 고개를 넘었지!
김미정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그런데, 우리가 계속 이렇게 만나도 되는 걸까?
꼬리가 길면 밟힐텐데…….
C 걱정마. 오늘 헌법재판소에서 간통죄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났어.
김미정 그러면...?
C 이젠 간통은 죄도 아닌 거야. 자기가 하고 싶으면 언제라도 즐길 수 있다는 거지 뭐…….
김미정 그러면, 이젠 호텔방으로 경찰관이 문 따고 들어오지도 않고 고소도 할 수 없는 거네?
C (김미정을 와락 껴안으며)
당근이쥐…….
하나님이 우리의 사랑을 위해 그런 선물을 주시는 거지!
김미정(C의 두툼한 국보 1호를 살짝 꼬집으며) 어머, 자기는 멋쟁이.
C 자, 이제 우리는 안심하고 즐기기만 하면 되는 거야.
김미정 만약, 애 아빠한테 들키면?
C (피식 웃으며)
히히. 들켜? 그러면, 이혼만 하면 되지…….
김미정 정말? 우리 만세 한번 불러요!
C (재빠르게 김미정의 볼에 키스를 한 뒤 양팔을 들어)
대한민국 만세……. 대한민국 만세…….
김미정(얼굴을 C에게 기대며 애교를 떨면서) 삼창을 해야지...
C 에이, 한번은 놔두고……. 시간이 없어. 우린 또 사랑을 하러 가야지.
씬 24/ 어느 호텔 방
C와 김미정은 들어서자마자 문을 안으로 꽁꽁 걸어 잠근다.
그리고 김미정은 “아아아” 하고 타잔 소리를 내 본다.
C 는 김미정을 안고 그대로 침대에 쓰러뜨렸다.
그리고 그때 그 꼬마가 내었던 타잔소리를 흉내 내었다.
“아-아-아 ” 끝.
< 200자 원고지 107쪽 분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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