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대한문인협회 -시 (詩)

ㆍ작성자	채영제
ㆍ작성일	2015-02-24 13:57

ㆍIP: 110.xxx.252

(산문)나의 할아버지 채수(蔡壽)의 시 독단장집(讀斷腸集) 소개

나의 할아버지 채수(蔡壽)의 시 독단장집(讀斷腸集) 소개

讀斷腸集

蔡壽 ( 1449년 ~ 1515년 )

      선비는 지기를 위하여 죽을 수 있고   士爲知己死 (사위지기사)

      여자는 좋아하는 사람 위하여 모양내나니. 女爲悅己容 (여위열기용)

      그대의 낯빛 꽃같이 붉더니              君顔如花紅 (군안여화홍)

      그대의 머리 쑥같이 흩어졌네.             君髮如亂蓬 (군발여난봉)

      시를 읊으면 그 뉘가 화답하랴             君咏維得和 (군영유득화)

    거문고 소리 그 뉘가 들을손가.             君彈維得聽 (군탄유득청)

      원앙새 들오리 따랐으니                 鴛鴦隨野鶩 (원앙수야목)

      이 생애 너무도 억울하다.             抑鬱空此生 (억울공차생)

      내 이제 잔편을 읽다가                   我今讀殘篇 (아금독잔편)

      까닭 없이 마음만 상해진다.                無端傷我情 (무단상아정)

이 시는 나의 16대조 할아버지 되시는 채수(蔡壽)가 지으신 것이다.

이분의 고향은 충북 음성이시고 조선 중종반정(中宗反正) 후에 벼슬을 버리고 낙향(落鄕)하여 함창 땅(경북 상주)에서 은거(隱居)하시다가 1515년경에 돌아가신 것으로 우리 집안 가보(家譜)는 전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연산군(燕山君)이 임사홍 등 간신들의 모략(謀略)과 방술(方術, 일종의 ‘꼼수’)로 그릇된 왕도정치(王道政治)를 행하자 목숨을 걸고 상소(上疏)를 하였다가 수회 귀양까지 다녀왔다.

그러나 나중에는 박원종 등이 주도한 중종반정(中宗)에서 본의가 아니게 공신까지 되었다.

우리 집안 구전(口傳)에 의하면, 할아버지는 반정을 도모하는 자들에게 “ 비록 주상(主上)의 성정이 패악(悖惡)하더라도 본시 천성이 밝고 총명한 분이시니 신하들이 잘 인도하고 가르치면 현군(賢君)이 될 수도 있다. ”면서 반정을 적극적으로 반대하셨다고 한다.

그러나 반정을 도모하는 세력들은 당시 대사헌과 호조참판을 역임한 할아버지를 끌어 들이지 않는다면 대의명분(大義名分)이 서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박원종은, 그 반정 전날 할아버지의 사위 金勘(김감, 연창부원군)에게 꼭 반정대열에 합류시킬 것을 강권하고 만약에 할아버지가 불응하면 목을 베라고 까지 지시를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金勘은 부인(할아버지의 셋째 따님으로 추정됨)과 숙의한 끝에, 할아버지를 다른 집안일을 빙자하여 초대한 후에 술을 대접하고 그 후 만취가 되기를 기다렸다가 바로 가마에 태워 반정 반열(反正班列)에 서게 하였다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사위 덕분에 반정세력들에 의한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면하고 본의 아니게 ‘구의정국공신(舊義靖國功臣)’에 봉록 되어 ‘가정대부지충추부사(嘉靖大夫知中樞府事)’가 되고 새 임금(中宗)에 의해 ‘인천군(仁川君)’으로 봉해졌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함창에 은거하시면서 “설공찬전”이라는 한글소설을 쓰셨는데 그 내용은 죽은 자가 저승에 갔다가 이승에 내려와 ‘설공찬’이란 사람의 몸에 빙의(憑依)를 하여 어떠한 名分이든지 쿠데타를 하여 왕위를 찬탈하는 자는 지옥에 간다고 말을 하면서, 비록 여성이라도 재주가 있다면 벼슬길로 나가게 해야 한다는 등의 말을 하였다.

실로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중종실록(中宗實錄)에 의하면 그 소설은 ‘조선조의 금서(禁書)’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사가(史家)들에 의해 ‘최초의 한글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 집안은 그 후로 역적 아닌 역적이 되어 상당한 불이익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구전(口傳)에 의하면, 패주라 불리던 연산군이 원래 그런 왕이 아니었는데 모두 측근에 있던 간신들의 농간과 방술에 의해 인간성이 피폐해 졌다고 한다.

그리고 연산군은 시(詩), 서(書), 화(畵)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왕이었다고 한다.

할아버지 또한 당대 뛰어난 문장가인 동시에 음악가였으므로 아마 연산군으로부터 인정을 받아 분에 넘치는 총애를 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군신(君臣) 간에 예술적으로는 엄청나게 통하는 사이인 것만 틀림이 없을 것 같다.
추리를 비약하면, 왕은 신하를, 신하는 왕을 마치 사랑하는 이성(異性)을 대하듯이 서로의 예술적 재능을 알아주고 사랑하였을 것 같다.

그래서 연산군은 그렇게 자신에게 직언과 상소로써 괴롭히는 할아버지를 죽이지는 않고 그냥 귀양만 몇 번 보낸 것이 아니었을까.

할아버지도 폐위되어 강화도로 떠나간 왕을 그리워하면서 창자가 끊어지는 심정으로 이 시를 쓰는 것이라고 제목까지 ‘ 독단장집(讀斷腸集)’으로 하였다.

할아버지가 쓴 이 詩를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이해를 하려면 그 시대적인 배경부터 알아야 되겠기에 이 미천한 지식으로써 간단히 몇 가지 추기를 달아 보았다.

김선목

2015-02-24 23:48

채영제 시인님 선대의 고시"독단장집" 잘 읽어 보았습니다
창자가 끊어 지는 애타는 심정으로 이런 예의와 신의가
오늘 날도 있어야 되겠는데 어찌된 영문인지요? .
뜻있는 글로 과거로 돌아가서 명심하여봅니다
감사합니다


채영제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하여 연산군이 폭군으로 기록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집안에서 전하는 말로는 원래는 순둥이 왕이었는데 간신들이 부추켜 그렇게 되었다더군요 ^^ 감사합니다.	2/25 19:07

주응규

2015-02-25 10:42

채영제 시인님 곱게 지핀 좋은 글 가슴에 품어갑니다
간간히 봄향이 코끝에 전해 오는듯 합니다
좋은 계절 누리시고 향기 가득한 시향 함빡 피우십시요
건안건필을 기도합니다.


채영제	이곳에도 봄이 왔습니다. 선생님의 뜰에도 봄 기운이 완연하겠지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2/25 19:07

박정근

2015-02-25 11:14

내리신 시향에
감사히 머물다 갑니다
늘 강건하시고 오늘 하루도 행복으로 가득 채우세요 시인님~~~^^


채영제	옛사람을 글을 읽다보면 현대인과 다른 절개 등이 엿보입니다. 모두다 싫어하는 왕이니 부화뇌동을 할 수도 있는 문제인데요 ^^ 감사합니다.	2/25 19:09

김광섭

2015-02-25 12:07

곱게 내린 글 공감합니다
저만치서 들리는 듯 합니다
시인님!


채영제	봄이 왔습니다. 우리의 가슴에도 봄의 향이 짙게 풍깁니다. 늘 감사합니다. 시인님.	2/25 19:10

윤순묵

2015-02-27 12:46

멋지네요
멋진글에 취합니다
2015년에도 더 멋진 글에 취하고 싶네여
더 행복한 날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멋져요


채영제	시인님, 감사합니다.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십시오.	2/27 23:33

박목철

2015-02-27 16:18

정말 훌륭하신 분이 조상이라시니 존경스럽습니다.
연산군은 폭군이라 하지만, 이는 후세의 자기 합리화 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은 신료들의 나라라고 하듯, 왕은 실권이 없었다고 합니다.
연산군은 왕권을 확실히 행사한 임금이라 하더군요,
한시를 대하면, 시가 추구하는 멋을 느끼게 됩니다.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채영제	할배 자랑하는 것 같아 좀 그렇습니다. 그러나 설공찬전이 최초의 한글소설이라는 발표가 있었을 때는 저조차도 깜짝 놀랐습니다. 감사합니다.	2/27 23:34

백종수

2015-03-01 06:54

귀한글 정말 오랜동안 머물어 봅니다.
꼭 한번 독단장집 감히 접해보고 싶어요.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면
더 없는 광영이겠습니다.
어데 출판으로 나온곳은 없는 지요.
전 옛시를 참 좋아해요.
거기엔 자기철학과 암시. 뜻. 모든게
함축되어있어 너무 좋아요.

원앙새가 들오리떼와 어울렸으니
마치 호랑이가 고양이와 같이놀면
그 누가 날보고 호랑이라 하리요.
안타까운 마음의 글이옵니다.

귀한글 접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채영제	감사합니다. 아직 후손들 중에서 별도로 문집을 편찬하지 않았습니다. 저의 당숙께서 예전에 한시를 전부 번역하여 집안의 다른 어른 시들과 묶어 놓은 것은 있습니다. 저가 여건이 허락하면 편찬코자 합니다. ^^	3/1 20:56

도솔천 그 깊은 곳도 이승처럼 비가 내리나요?

연둣빛 달팽이 눈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