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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종영 문학서재

ㆍ작성자	雲悲/박 종영
ㆍ작성일	2007-04-26 09:06

ㆍIP:

수탉은 목을 비틀어야 아침이 온다
수탉은 목을 비틀어야 아침이 온다

雲悲/박 종영

1.

천둥 번개로 어둠을 옥죄던 그렁한 눈망울 아래로
뜨거운 빗물이 흐른다
불안과 공포를 숨기고자 삼백육십오 일을
집게손가락으로 지렁이만 집어먹던 물고기 속 창자에
내 잔영이 들어가 숨 쉬고 있음을 알았을 때
첫 번째로 끙끙대는 개가 삶의 전율을 입가에 흘리며
적막한 밤하늘에 짖어댄다
그 후로 자명종처럼 목쉰 수탉이 울어댄다
목을 비틀어도 삼십 분마다 울어대는 수탉이 얄밉다.
어제저녁에 먹다가 남은양주 반 병이 쓰러져 흥건한 탁자 위로
쥐 한 마리 물고가는 고양이 발자국이 선명한 아침
보지 못한 미명들을 무덤가에 묻고
넥타이 고쳐 매고 온 살인청부업자 본능의 위태 함들이
쇠창살 같은 자물쇠로 철컥철컥 주둥이를 채워 가는 새벽
멀리서는 갈매기 소리 아득히 들리고
인적없는 무인도 섬에서 검은 파도소리 들으며
외로움을 덮고 웅크린 잠을 청한다
발레리나처럼 발끝으로 걷는 괭이갈매기의 꿈들이
까맣게 밀려오는 물거품에 부서지고
나 아닌 내가 검은 바다 위를 떠돌고 있다
미친 듯이 바닥에 구멍 뚫린 배를 끌고 뱃멀미로
고름 같은 끈적임과 내면의 찌꺼기들을
훑어내 울컥울컥 토해 낸다
시큼한 역겨움을 쏟아낸다
시간을 달리던 나 아닌 내가 수탉의 목을 비틀어도
잠이 오질 않는 것은 왜일까?

2.
풀빛 어둠을 칭칭 감았던 시간이
올무 같은 거미줄에 걸려 퍼덕이는 밤
내 혀끝 당신의 입술에 닿지 못해
안달이 난 어스름 봄날에
자지러지듯 몸 부르르 떨던
애증의 끝점 한 劃 그어놓고
온몸에 비늘처럼 돋아난 촉수 끝을 곧추세워
몸 비워가며 흘림으로 써내려간 육체 위의 혈서
바람의 일렁임에 흔들리는 촛불의 머묾처럼
한 촉의 비침으로 전라의 네 몸 녹여
불빛처럼 강한 비수로 탐닉하던 너
서역 먼 길을 떠나는 불심 앞에
주머니 속에서 행복티켓 하나 꺼내
너에게 건네던 날 후두두 빗방울 쏟아지고
아침 연꽃의 화사함 앞에
연 이파리 위에 청개구리 한 마리 올라앉아
재롱떠는 모습이 아름답다
서슬 퍼런 칼날 앞에
불자의 마음 갈기갈기 찢긴 날
혈 짚어 물길 흐름 정지시킨지 오래인 시각
마음 가두어 놓은 빈방 위를 떠도는 성불의 혼
팽팽히 긴장의 끈이 버티다가
무뎌진 탄력성의 쇠퇴로 실밥이 터져
미궁 속으로 침몰할 때
어둠은 허리 짚고 더듬이 촉수 뻗어 걸어다니고
나눔으로 잉태되어 교착상태에 빠진 헝클어진 마음
벙어리 손짓으로 쪽문 열고 마파람만 쐬고 있다
그 뒤에서 깍지 끼고 감싸 안은 내 안의 사랑 하나
그리움 속에 밀착된 체온이 전해오는 전율
포갠 입술 사이로 두 舌肉이 춤을 추고
난무하는 꽃 냄새 전해지면
꿀물 타고 흐르는
달콤한 입술 속의 강물을 흠뻑 빨아 마신다
강바닥이 메말라 쩍쩍 갈라지도록 흡입해 퍼마신다
가슴 성형한 소녀들이 한쪽 젖가슴만 드러낸 채
절름발이로 뛰어놀고
깜장 고무신에 시냇물 가득 채워
송사리 몇 마리 키우던 인슐린 소녀의 애환
영하의 겨울 강물에 손 집어넣고 얼리던 날씨
달빛은 휘영청 언 강물을 비추고
얼음장 밑으로 수족 집어넣어 마음을 씻고 있다
낯선 이방인의 꽁꽁 언 손 하나
망망대해 버려두고 달려나온 氷鏡 위의 달빛
깜빡깜빡 졸음 섞인 눈으로 초점 흐릿하게
수평선 너머로 스러지고 있다.

3 .

하루를 펼쳐 놓은 육신 하나
반으로 포개어 접어도 보고
젖은 목소리로 노래도 불러 보고
박박 구겨서 휴지통에 집어 쳐넣었다
허 한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구름 외투를 걸친 요염한 자태의 하늘과
수음 한번 하는 게 꿈인 땅의 소망처럼
하늘을 끌어당겨 긴 입맞춤을 하리라
분절음으로 단절된 표상의 허구 앞에
멀어져 가는 흔적들을 속속들이 까 뒤집어
씻고 씻어 청결히 마주하리라
땅의 입맞춤으로 속내 표현 못 한 한 마리의
미물에 불과한 내가 주리를 틀어도
목을 비틀어도 울지 않는 염라대왕의 목을
숙맥같이 연방 비틀고 있다
비틀라는 닭 모가지는 비틀지 않고
빈 의자에 낡은 인형만 앉혀놓고 위안을 삼는다
변절한 사랑 앞에 절제의 행동을 엎어놓고
구멍 난 독에 두레박으로
수도 없이 물을 길어 넣듯이
표절된 가사에 쉼표 없는 안단테만이
알레그로의 몸짓으로 울려 퍼지고
반올림 없는 악보 위에는
이름 모를 음표들만이
오선지 위에 척척 걸쳐진다
아직은 신세대라고 자부하는 자존심만이
힙합댄스에 최신유행가를 불러 대고
3기가 조금 모자라는 머리로
생각의 꼬리를 물고 또 물고
구워먹는 시간 위로
포멧하지 않고 악성코드에
길든 마음의 조급함이
바이러스 조각들에 함락당해 먹통이다
끈적끈적한 언어들만이 난무하는 모니터 사이로
반쯤 접힌 생각의 이미지를 주머니 속에서
갓 꺼낸 꼬깃꼬깃한 지폐처럼 허리춤에
달고 다니는 것이 한심스러울 때가 있다
어렵사리 덜렁덜렁 달고 다니는
생각의 뿌리들이 안간힘으로 버틸 때
내 삶의 비망록 하나
가물가물 꺼져 가는 의식들을
흔들어 깨우고 있다
아직 까지는 마음은 청춘
몸은 돌아오지 않는 강을 건너고
경매 사이트에 얹혀진 목 비틀린 삶 하나
울부짖음으로 외친다
외로움은 강물이 되어 흐르고 또 흐릅니다

靑木 김창옥: 박종영 시인님 안녕하세요.
다 읽어보기에도 숨이 차올라 다시 읽어보려는 용기가
나지를 않네요. 시인님의 고운 시향 속에 머물러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아름다운 시어를 낚아 내시는 시인님이 부럽습니다. -[04/26-15:05]-

김선아: 수탉은 목을 비틀어야 아침이 온다...
말 잘 듣고 알아서 착착 이끄는 인도자...
가 무척 그리운 시간입니다.
잠시 글 속에서 해답을 보고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날마다 좋은 날 되세요. 고맙습니다. ^^

-[04/26-22:08]-

장수남: 안녕하세요 박종영 시인님
한참 읽어 내려갔습니다
많은 가르침을 주는 우리 언어 풍속들이 하나씩 하나씩
파손된 뇌 조직을 재생시켜 주는군요
좋은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04/27-07:31]-

김연옥: 횃대에 올라서서 목청껏 새벽을 알려주던
나팔수...그래도 도시엔선 여전히 그리움인데...^^* -[04/27-08:39]-

雲悲/박 종영:
김창옥 시인님
김선아 시인님
장수남 시인님
김연옥 시인님
고운 발걸음 감사합니다
너무 지루한 넉두리의 글
읽게해서 송구 하옵니다
고운 행복감 느끼시고 돌아서는
발걸음 가벼웠으면 하는 바램 가져봅니다
행복한 봄날들 되시옵소서. 감사합니다. -[04/27-09:26]-

강승희: 박종영 시우님
수탉은 목을 비틀어야 아침이 온다
초가 지붕위에서 목을 길게 빼고
활개치고 우는 수탉을 생각해 봅니다.
잘 읽고 갑니다. -[04/27-10:16]-

박 걸주:
" 경매 사이트에 얹혀진 목 비틀린
울부짖는 삶 하나 "
그 것 잃어버린 제 것인데,
미안하지만 찾아서 택배로 부쳐 주시면... !?
편안하시죠 ? 즐거운 나날 되십시오. -[04/27-12:50]-

雲悲/박 종영: 강승희 시인님
박걸주 시인님
항상 어려운걸음
함께 해주심에 감사합니다
화창한 봄날 행복으로 함께하시는
나날 되시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04/27-13:34]-

양호진: 시인님, 안녕하세요.
음습한 어둠의 뒤안길에서 눈빛 하나로
세상을 응시하는 고단함의 혼이 생각납니다.
시심 그득한 연못에서 노닐다 갑니다.
건필하시길! -[04/27-13:42]-

소정 김미애: 경매 사이트에 얹혀진 목 비틀린 삶 하나

긴 글 읽어내리다 이 귀절 하나로 내 나름대로
해답을 찾아봅니다.

목을 비틀지 않아도 아침이 오면 좋을텐데요..
깊은 뜻 심오한 마음의 글에 머물다갑니다. -[04/27-15:06]-

雲悲/박 종영:
양호진 시인님
김미애 시인님
고운 발걸음 감사드립니다
해맑은 봄날 푸르름은 더해가고
벌써 반팔을 입어야하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건강 챙기시고 행복 가득하신 날들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04/27-17:14]-

김영진: 박종영 시인님 안녕하세요.
시인님의 장시 감명깊게 잘 읽었습니다.
초 스피드의 시대에 엉클어진 회로들
변화의 틈바구니 옳은줄만 아는 병고의 시름
솟대같은 머리만 들고 살지요.
박 시인님 다음 부터는 나눠서 올려주시면 더욱 좋겠습니다.
요즈음 일교차가 심하오니 건강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04/27-18:12]-

雲悲/박 종영: ㅎㅎ 김영진 시인님
고운 발걸음 감사합니다
다음부터는 그렇게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건강하세요 -[04/27-18:26]-

신 영: 고맙습니다.

오늘도 평안하소서!
보스턴에서/하늘.

-[05/07-05:41]-

雲悲/박종영: 어이쿠 죄송합니다. 신영 시인님
멀리서 어렇게 제 서재를 구석구석
꽃향기 한방울씩 떨구고 가심을 이제서야
봄을 양해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고은 행복 고운사랑 함께 하시길 기도 드립니다. -[05/17-22:17]-

이름 모를 밤이면 비가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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