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대한문인협회 -시 (詩)

ㆍ작성자	雲悲/박종영
ㆍ작성일	2008-04-03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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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과 소녀
예수님과 소녀 / 雲悲박종영

바람이 노란 병아리들을 몰아 오듯이 검은 구름과 비를 몰고 옵니다
완두콩 이파리에도, 넓적한 호박잎에도, 칼날 같은 옥수수 잎사귀에도
사정없이 두드려 댑니다
십자가가 걸려있는 교회 종탑 꼭대기로부터
달과 별들의 눈을 가리고 성모 마리아 같은 믿음의 물줄기를 뿌려댑니다
수녀의 콧수염에서부터 옥수수수염 같은 자연적인 식물들을 거쳐
예수님의 구레나룻 턱수염까지 절제된 행동 위에 이루어지는 성스러운 의식까지
당신이 세워놓은 업적에 사랑과 믿음의 깊이로 두 손 모아 기도를 올립니다

믿음이 미약한 자들이 사탄 무리의 꾀임에 고뇌하며 빈대떡을 잘라놓고
길가 허름한 술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말간 이슬이 넘어가는 목젖 로터리에서 식도를 팽창시켜 싸하게 전율로
팔뚝을 긁어 대답하고 말초신경을 건드려 가식의 껍질을 한 움큼 입에 물고
허공에 재채기를하여 삿대질처럼 뿌려댑니다
바람에 등짝을 내어준 예수님의 정강이까지 물이 찰랑찰랑 차올랐습니다
철벅 철벅 물 위를 걸으며 절망의 끝으로 달려갑니다

사람은 목이 마르면 갈증으로 애태워 마른침만 삼켜댑니다
가슴속을 시원하게 적셔주는 가을비가 하염없이 마른 땅 위에 내립니다
추억이 무척 아름다운 사람끼리 만나 사실과 근접한
가식적인 언어들을 식별하여 소통하고 별들이 소곤대는 강가에서
풀잎처럼 스쳐간 목적어를 놓고 수많은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에는 동백꽃처럼 붉은 마음들이 살고 있습니다
잡풀만 무성한 마당귀퉁이에는 양귀비꽃처럼 붉은 노래를 붉은 입술로 부르고
담벼락을 타고 고개를 내민 덩굴장미꽃이
세월의 흔적과 덩굴을 늘리며 기어가고 있습니다

하염없이 내리는 빗방울에 젖은 양귀비 꽃잎의 입술이 더욱 붉은 이유는
울음으로 어두운 밤을 더욱 애절하게 부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겨울밤은 소리없이 길기만 합니다
어둠의 물줄기를 통해 마음의 생각들을 젖은 입술의 전파를 통해
내 가슴속에 쏘아대고 있습니다
풀뿌리의 가느다란 줄기들이 피돌기를 따라 발끝까지 바르르 전율처럼 떨고
가시연꽃 생이가래 개구리밥처럼 비 오는 날이면 바람에 휩쓸려가고
흔들리는 수생식물의 푸른 꿈들을 이렇게 피워올려 놓고 기도하는지도 모릅니다

여인의 포대기에 앉아 잠을 자던 꼬마 소녀가 헐렁한 포대기 끈의 허술한 틈을 타고
빠져나와 별빛 촘촘히 박힌 하늘을 보며 수챗구멍에 대고 바지를 까내려 쉬를 합니다
땅바닥이 나무칼로 파놓은 듯 옴폭하게 패여 있습니다
새초롬한 아이의 얼굴이 달덩이같이 아름답게 피어 개기월식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날이면 수챗구멍에서는 지린내가 몽실몽실 피어오르고
바람의 껍질들이 까지지 않은 채 비린 냄새를 풍기며
행인들을 불러 놓고 헛구역질을 시키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동그란 식탁에 앉아 가을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개구리 반찬에
달 하나를 상추 쌈에 싸서 여자아이에게 먹이고 있습니다
이 비가 그치면 겨울로 가는 쓸쓸한 밤하늘이 높고 푸르기만 합니다

강승희: 박종영 시우님
"사랑이 목마르면
갈증으로 애태워
마른침 삼키고...."
아름다운 시어
가슴에 담아 갑니다.
건필 하십시요 -[04/03-14:13]-

박 경 순: 기독교에서 부활 행사가 제법 성대한지
거리마다 프랭카드가 바람에 휘날리더이다
부활의 의미가 오늘날 어떻게 해석되어야 옳은 건지

맨 처음 시를 읽을 때는
예수님과 수녀인가 싶었는데
예수님이 거두고 있는 건 소녀 였군요

시인님의 무한한 상상력에 감탄하면서,,,,,
오후의 햇살 한 웅큼 내려놓고 갑니다 ^^ -[04/03-15:26]-

박걸주: 맑은 것과 지독히 혼탁한
공간 속에
제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탄같은 무리들
잠들어 깨어날 줄 모르는 성인들,
이 시간 속에 꿈틀거리는
어제와 오늘... -[04/03-15:40]-

雲悲/박종영: 화창한 봄날
바람이 몹시 불어대는 오후
바쁜 업무 속에서도 이렇게
소중한 마음 내려주신 시인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잊지않고 찾아주시는 시인님들께
무어라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건강한 하루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04/03-16:38]-

원시인: 박종영 시인님 안녕하세요..
"예수님은 동그란 식탁에 앉아 가을비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개구리 반찬에
달 하나를 상추 쌈에 싸서 여자아이에게 먹이고 있습니다"
시적 표현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04/04-06:00]-

고형섭: 그래도 예수님은
소녀를 사랑하고 있군요...

소녀만 사랑해서
불쌍한 소년은 떨고 있지나 않을 지..... -[04/04-08:55]-

雲悲/박종영: 화창한 봄날 고운 걸음으로 다녀가신
원시인 시인님
고형섭 시인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04/04-09:18]-

정병옥: 달하나를 상추쌈에 싸서 소녀에게
먹이고 있는 예수의 모습이 꼭
영화의 한장면처럼 아름답게 떠오르는게
시인님의 기가막힌 시어때문인것같네요.
오늘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요^^
-[04/04-18:29]-

仁守/정 용 하: 바람의 껍질들이 까지지 않는 채 비린냄새를 풍기며
행인들을 불러놓고 헛 구역질을 시키고 있습니다...
의미 담긴 시심에 한참 머물다 갑니다
행복하신 저녁 되시길 빕니다. -[04/04-20:20]-

신 영: ~.~*
고맙습니다, 운비 시인님!

"추억이 무척 아름다운 사람끼리 만나 사실과 근접한
가식적인 언어들을 식별하여 소통하고 별들이 소곤대는 강가에서
풀잎처럼 스쳐간 목적어를 놓고 수많은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박 시인님의 귀한 시편을 몇 번이나 읽어내려가다
그만 댓글을 달지 못하고 갔었지요. 고맙습니다.
이제야~~
오늘도 평안하시고 행복하소서!
.....ㅎㅏ늘.

-[04/04-20:45]-

雲悲/박종영: 까치가 종종걸음으로 땅을 짚고 뛰어갑니다
오늘은 집에와서 팔순 노모님께 응석이나 부려야겠습니다
항상 지고지순하신 당신이시기에
항상 웃음을 잃지않으시는 당신이기에
더욱더 즐겁게 해드려야겠습니다
재롱이나 실컷떨어야 겠습니다
예쁜 머리핀 꽂고 텔미 댄스 연습하시는 팔순의 나비
건강하게 보내시는 어머님 감사합니다
고운발걸음 하신 시인님들 감사합니다.
정병옥 시인님
정용하 시인님
신 영 시인님
찾아주시어 감사합니다
행복한 봄날 되세요.

-[04/05-0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