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나면 제주로, 사람이 나면 서울로, 시인이 나면 여수로 보내야 한다는 게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너무나 잘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의의를 제기할 사람이나 시인님들이 계실 것이라는 것도 생각되지만 그 누구도, 시인도 여수에 다녀가지 않은 분들은 더 이상 의미가 없음을 또한 말을 전합니다.

오늘 광주전남자회 회원님들이 안보면 모두 죽을 것 같은 심사로 여수에 모였습니다. 그 모이는 게 무슨 그렇게 큰 대수냐고 말하시겠지만, 그냥 여수가 아닌 이순신 마리나에서 모였습니다. 육지에 계시는 시인님들은 마리나라고하면 날아가는 새가 몇 ‘마리나’되냐고 인지하실 줄 모르겠으나, 여수에서 마리나라고하면 YACHT, 우리말로 요트 계류장을 말합니다.

그래서 오늘 여수에서 가장 큰 요트에 지회원만 타고 항해를 하는, 이미 바다가 내 것이고, 하늘이 내 것이고, 흩어져 있는 구름은 이미 시인들의 마음에 들어 앉아 붕하고 하늘에 떠 있습니다. 또한 시인들을 미치는 맛으로 삽니다. 누가 뭐래도 내가 미치는데 누가 훈수를 들겠습니까!

요트엔, 여수의 주인 김강좌 시인님(전지회장), 일꾼 최이천 시인님(현 지회장), 여수의 기둥 배인안 시인님, 광주의 젠틀맨 정병근 시인님, 돈다발 한정서 시인님과 경호원, 그리고 길 찾은 가족 쭁, 우리나라의 핵오염을 책임질, 핵전문가 이원근 시인님, 퇴임 후 자연보호를 지키기 위해 농장을 가꾸시는 정기성 시인님, 해남의 공기과 바다를 책임지고 계시는 소재관 시인님, 그리고 아실분만 아시는 저, 일동이 아주 운항을 잘하시는 선장님, 그리고, 기념사진을 예술적으로 찍어 주신 박식한 승무원님 등으로 한 배를 탓습니다.

시인들만이 할 수 있는, 요트에서 맥주, 소주, 와인을 잔잔한 바다를 배경으로 건배하며, 찐한 마음을 재봉틀로 누벼, 새어 나갈 수 없는 단단한 가족을 만들었습니다. 밤이면 더욱더 분위기가 좋았겠지만, 시인들은 그래도 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뭍에서는 지나가는 배만 보며, 뭐하는 인생들이야 하겠지요, 혹가다 예외로 한강유람선에 올라 캔 맥주 정도는 해보았겠지요, 시인이 아닌 사람의

 신분으로요.

그리고, 우리 시인은 놀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보세요, 서로 이야기도 하고, 자작시 발표하는 모습을요.

모두 시간 연장하면 안되나 하는 아쉬움이 많았지만, 그래도 시인은 시를 쓰는 것 외에도 가야할 길이 있기 때문에 바다를 배경으로 한 예쁜 카페에서 다음을 약속하고 먼 길을 삶의 여행처럼 떠나야 했습니다.

혹시, 시인이시라면 여수에 한 번 들러서 꽉 찬 메모리를 좀 비워 보는 것은 어떠 할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