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백낙은
ㆍ작성일	2017-08-02 21:31

ㆍIP: 221.xxx.92

각박해지는 시골인심.

각박해지는 시골인심. // 황우 목사 백낙은.

요즘 우리가 사는 포항 지방에는 복숭아가 한철이다. 우리 집에도 복숭아나무가 세 그루 있다. 조생종, 중생종, 만생종이 각각 한 그루씩 모두 세 그루이다. 이 세 그루만 해도 우리 부부가 두고두고 먹을 수도 있고, 자녀들이나 이웃과도 나누어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복숭아를 따 먹기까지는 많은 수고와 노력이 필요하다. 전지(剪枝)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 꽃이 필 때 그 시기를 맞춰 약을 쳐주어야 하고, 열매를 솎아야 하며, 계속해서 병충해를 예방해 주어야 한다. 거기다가 올해는 유난히 오랜 가뭄으로 말미암아 계속해서 물을 주어야 했기 때문에 전기료가 복숭아 값보다 더 비쌀는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이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 복숭아를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을 즈음, 복숭아나무에 이상함이 발견되었다. 복숭아나무 가지가 여러 개 부러져 있고, 조생종 복숭아는 물론, 아직 덜 익은 중생종 복숭아까지 거의 1/3이나 따간 것을 발견했다. 이웃에도 큰 과수원들이 많은데 세 그루밖에 없는 우리 것을 따갔는지 모르나 여간 마음이 아픈 것이 아니었다.

옛날에도 서리라는 것이 있었기 때문에 누가 서리를 해 갔거니 했다. 그래서 울타리를 다시 손질하고 근처에다가 보란 듯이 텐트를 하나 처 두었다. 이제는 괜찮겠지 했지만, 그다음에도 두세 차례 도둑이 다녀간 흔적이 남았다. 이것은 단순히 복숭아 서리 수준이 아니라 서너 상자는 될 것 같다. 그렇다고 그 풀숲에서 밤을 새우며 지키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생각하기를 CCTV를 설치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지만, 복숭아나무 세 그루 때문에 백여만 원이나 하는 CCTV를 설치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일단 경찰에 신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파출소에 가서 가까이에 있는 CCTV를 좀 확인해 보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도로에 설치된 CCTV는 너무 멀어서 식별하기도 힘들다면서 원한다면 가정에 CCTV를 하나 설치해 주겠다는 것이다.

세상 참 좋아졌구나! 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경찰이 하는 말이 이 CCTV를 설치하여 도둑을 잡으면, 그 도둑이 아무리 가까운 이웃이거나 비록 형제라고 해도 없었던 일로 할 수가 없고, 법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것도 문제였다.
우리 밭은 골목에서 조금 들어와 있어서 복숭아나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기가 어려운데도 복숭아를 따가는 것을 보면 먼 데서 온 도둑은 아닐 것이 분명하다.

만약 한 동리 사람이거나 방학 기간이라 친척 집에 다니러 온 외지 청소년이라면 내 입장도 난처해질 뿐만 아니라, 이웃 관계가 서먹해질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파출소에 전화를 걸어서 CCTV 설치는 포기 하겠다고 했다. 그런 나쁜 짓 못 하도록 꾸짖으려는 것이지 벌을 주려는 의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요즘 시골인심은 옛날 시골인심이 아니다. 우리 시골이 왜 이같이 각박한 인심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옛날에는 여간한 것은 이웃끼리 서로 나누어 먹었다. 하지만 요즘은 조그마한 것이라도 시장에 가지고 나가면 돈이 되기 때문에 시골 인심이 각박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우리가 어릴 때 시골은 대부분 울도 담도 없는 것이 보통이었다. 사립문이 있긴 해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사립문에 빗장을 질러 놓으면 주인이 멀리 갔다는 뜻이고, 그냥 닫아 놓으면 주인이 집에 없다는 뜻이며, 약간 찌그려 놓으면 곧 돌아온다는 뜻이고, 조금이라도 열려 있으면 아무나 들어와도 좋다는 뜻이었다. 울타리 너머로 떡 쟁반 주고받으며 살던 어린 시절의 시골인심이 마냥 그립기만 하다.

* 서리 : 남의 과일·곡식·가축 따위를 훔쳐 먹는 장난.

이석희

2017-08-04 10:17

백낙은 위원장님! 반갑습니다.
제주도 성읍 마을에 가서 보니 대문 단속을 그렇게 하더이다. 출입문 양쪽에 기둥을 세우고 기다란막대 하나를 걸쳐 놓습니다. 조상들의 지혜가 참 안간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세상 인심이 이렇듯 각박해 진 것은 돈이 주범인 것 같습니다. 물질이 만능인 세상이니 그 놈이 맨 윗자리를 차지하고 사람의 마음은 물질에게 맞추어 살다보니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이게 들어서 따뜻한 정서 자체를 흐려놓았을 성 싶습니다. 가을이 되어 길을 나서면 밤나무가 천지 사방에 널려 있습니다. 저야 아예 보아도 못본듯 지나치지만 길에 흘린 밤 몇 개를 주웠다가 절도범으로 몰린 사건이 재작년에 이곳 충주에서 있었습니다. 서리도 옛말입니다. 잘못하면 순식간에 범인이 되는 세상입니다. 참으로 등골이 오싹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좋은 교훈의 말씀 감사한 마음으로 배독하였습니다. 더위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백낙은	이석희 작가님. 반갑습니다. 제일 먼저 달려와 주셨군요. 옛날 처럼 서리정도라면 그냥 나워 먹는셈 치지만 아마도 돈이 생각나서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서른 개도 넘개달린 가지도 분질러 놓아 모두 시들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한 두번이면 이해를 하겠는데 아마도 너댓번이나 다녀 간 것 같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으니 안타깝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돈이 무엇인지! 돈 주고 인심을 사고 정을 사야겠는데 정을 팔아 돈을 사니 걱정입니다. 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필하시기를 빕니다.	8/4 17:12

정찬열

2017-08-05 07:23

백낙은 위원장님 우선 마음에 상처를 받으신점
우선 위로 말씀 드립니다. 값으로따져 많고 적음을 떠나
어렵고 힘뜰게 가꾼 작물에 그렇게 많은 량을 훔쳐가는 것은
서리가아닌 도둑이네요. 1960~70년대에는 과일이며 가축이며
청밀 같은 것 서리를 당해도 그러려니 넘어갔던 시절입니다만
요즘에는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그때처럼 서리 하는 것은 금기시
하는것을 학교에서 배웠기에 일부 철없는 근처 소행 이지 않을까생각
해보았습니다. 아무쪼록 힘들게 가꾼 행복을 잃으시고 도 폭넓은
마음써주심에 격려에 박수를 보냅니다.
"각박해지는 시골 인심" 가슴아픈 심정으로 배독했습니다.
삼복의 무더위에 건안 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백낙은	정찬열 작가님. 복숭아 조금 잃은 것 가지고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 같아 송구스럽습니다. 이제 농촌도 돈 맛을 알아서 이웃 정을 팔아 돈을 사려 하기 때문이라 여깁니다. 돈을 주고 정을 사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위도 막바지인 것 같습니다. 건강 잃지 않도록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8/5 12:04

김상화

2017-08-05 10:37

백낙은 위원장님 반갑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과일 중 하나가 복숭아입니다
애지중지 가꾼 복숭아를 네다섯 번에 걸쳐 도둑을 맞았으니
얼마나 섭섭하셨겠습니까?
메말라가는 시골인심이라 하지만 도둑질은 안 되지요
위원장님의 따사로운 마음이 아니시다면 벌써 경찰에 의례를
했을 것입니다.
오늘 아침 위원장님의 글을 읽으며 또 하나의 사람의 삶에 도리라는
교훈을 배워갑니다.
더위 잘 이겨내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백낙은	김상화 작가님. 요즘은 배고픈 시절도 아니고 우리집 주변에 널린게 복숭아입니다. 그리고 한 두번이면 그러려니 했겠지요. 그래서 집사람이 근처에 쳐둔 텐트에서 지키곤 했답니다. 이웃집 과수원에는 밤중에 트럭을 대 놓고 따갔다네요. 서로 믿고 사는 사회, 정다운 마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산행에 늘 건강 유념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도합니다.	8/5 12:11

김종덕

2017-08-06 20:31

백 위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저희가 자랄때에도 어지간한 서리 정도는 귀엽게 봐주던 시절이 있었읍니다. 이마에 땅콩 몇개 맞고웃으며 나온 일들이 비일비재하였고, 그 일로 어른들간의 싸움은 커녕 재미있는 이야기 소재도 되고 그랬던 적이 있읍니다. 또한 제사를 지내면 상을 꺼꾸로하여 음식을 담고 멀리 있는 이웃까지 배달하곤 했었읍니다. 그냥 친척으로 지냈던 것 같습니다. 서로 품앗이로, 좋은 일이든, 상스런 일이던 같이 지냈던일, 불이나서 함께 불끄러나가고, 같이 도둑 잡던 그 날들이 위원장님의 글을보고 옛일이 새록새록 피어오릅니다. 요즈음은 없는 일도 만들어내어 서로 헐뜯기를 하니 참으로 세상 무어워졌읍니다. 지나가는 애기 귀엽다고 안아주고 뽀뽀한것이 상희롱에 걸려 할아버지가 곤란을 겪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시골 그 때의 인심을 되돌릴수 있는 도덕 재무장운동이라도 해야할 것 같습니다. 참으로 대책이 없어 슬프기만합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백낙은	김종덕 작가님. 옛날엔 콩서리, 밀서리, 심지어 닭서리도 있었습니다. 배고픈 시절이라 서로 이해하고 살았지요.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저부터도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훈훈한 정이 감도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더위에 몸조심하시고 늘 보람된 나날이 되시기를 빕니다.	8/6 21:15

박목철

2017-08-07 12:07

조생종, 중생종, 만생종, 참 지혜로우신 식목입니다.
조경 설계를 할 때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생각해서 식수 계획을 세우기는
합니다. 복숭아를 이렇게 심으시면 오랫동안 맛있는 과일을 드시겠습니다.
저도 포도원에서 몰래 따 먹은 적은 있습니다. 그래야 한 두송이지요,
가지를 부러뜨린다니, 염치없는 도둑이네요,
팻말을 하나 써 붙이세요, 형사 처벌을 해야 한다기에 경고만 하신다고,
사실 기르는 수목이 가지가 부러지면 기분이 좋을리 없지요,
안 그래도 무더위에 짜증 나는데, 기분 푸시고 복숭아 하나 드세요,


백낙은	소운 작가님. 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라고 철없던 시절 서리 한 번 안했겠습니까. 친구들과 어울려 콩서리나 밀서리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복숭아 서리를 딱 한 번 했는데 예수를 믿고 나서 사죄드리기 위해 그 복숭아 밭을 찾아 가 보았지만 도시화에 밀려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마음에 가시로 남아 있습니다. 아직 만생종이 남아 있으니 아무래도 주인이 더 먹겠지요. 변변찮은 글에 공감해 주시니 고마울 뿐입니다. 무더위에 건강 유념하소서.	8/7 13:44

황양국

2017-08-10 11:38

안녕하세요. 곧 시로 등단될 황 양국입니다
위장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좋은 글 많이 올리시였네요
시간을 타서 한편한편 열심히 읽어 보겠습니다
저의 서재는 시부분에 있습니다. 잡문 몇편 올리였습니다.
위원장님께서 한번 오시여 살펴 주신다면 영광으로 생각하겠습니다.
행복한 하루를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백낙은	황양국 시인님. 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여러 가지 이유로 다른 사람의 서재를 방문하지 못합니다만 시인님의 답방으로 시인님의 시서재를 방문해 보았습니다. 오래 머물지는 못하고 돌아 나왔습니다. 시인님도 수필방에 서재 하나 만들어 글 올려 주셨으면 좋을 듯합니다. 모든 것이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지요.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거처야 성공하는 거랍니다. 모쪼록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샬롬입니다.	8/10 14:55

조서연

2017-09-07 12:39

작가님 요즘 서리에 대한 의미가
저희 어렸을때 놀이의 특성이 있는것과는 차원이다른
범죄라고 말할수있을만큼 지능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한두개의 과실을 따갔다면 그건 바로 우리가 알고있는
어릴때의 추억담으로 넘길수 있지만
상황을 들어보니 서리가 아닌 도둑질인것같습니다

인정상 아는사람일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시는 작가님의 속상함에 저도같이 안타깝습니다
가는말이 고와야 오는말이 곱다고
이건 오는 짓이 곱지않으니 황당하실것 같습니다
세상 인심이 이웃간의 정도 이제는 철망을 쳐야만되니
가난했어도 담장없이 이웃간에 정이 넘치고
웃음이 넘치는 하나를얻으면 하나를 잃는다는
사는것풍족하고 여유로워졌지만
다정했던 그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ㅡ
이글을 읽으면서 새삼 생각에 젖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백낙은	조서연 시인님. 여기도 오셨군요. 옛날 울도 담도 없을 때가 그리운 것은 훈훈한 이웃 정 때문이겠지요. 이웃이 없어지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11/24 15:03

그랜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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