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백낙은
ㆍ작성일	2020-04-23 10:45

ㆍIP: 222.xxx.144

그땐 알지 못했습니다.

그땐 알지 못했습니다. // 황우 목사 백낙은(원)

어영부영하다 보니 내 나이가 여든하고도 이태나 지났다. 가끔 인생의 뒤안길을 돌아다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후회스럽기도 하다.

20대까지는 6.25 사변으로 인한 가난 때문에 죽을 고생을 했었다. 항상 북한 인민군을 괴뢰군이라면서 미워하도록 길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비록 주경야독이지만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병역의 의무도 감당했다.

3~40대는 33세에 목사가 되었고, 결혼도 하였으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목회를 하느라 옆을 돌아볼 여유도 없었고, 또 4남매 낳고 키우느라 악전고투(惡戰苦鬪)였다.
50대가 지나고 60대까지는 자식들도 모두 성장했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지만, 모아놓은 재산도 없는데 퇴임 후에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걱정 때문에 안절부절이었다.

70대는 은퇴는 했지만, 목회 생활에서의 해방감은 물론, 아직 젊음이 남아 있다는 착각에 빠져 농사도 하고, 소도 키우고, 말도 타며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80대가 된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어리석게 살았는지 후회막급이다.

뒤돌아보면 그때 그 시절대로의 그 가치를 모르고 살았던 것이 부끄럽다. 늘 염려하며 걱정을 하면서 불만스럽게 산 것 말이다.
젊을 때는 내일의 푸른 꿈이 있어서 좋았지 않았던가! 중년 때는 진짜 인생의 맛을 알 때가 아니었던가! 노년 때는 저녁노을 같은 황홀함이 있지 않았던가!

우리 집에 오시는 요양사님이 50대 중반이다. 게다가 전생에 무슨 공덕을 쌓았는지 주말부부라 한다. 아이들 다 길러 놓았겠다, 경제적인 부담감도 별로 없겠다, 부부 사이 피임 걱정도 없겠다 얼마나 홀가분하고 좋겠는가 말이다.

회상해 보면 나도 그런 때가 있었지만 그런데도 그러한 분위기를 즐기거나 만족하지 못하고, 부부간에도 사소한 일 가지고 토라져서 돌아누웠던 때도 한두 번이 아니었었다. 얼마나 부끄럽고 후회스러운지 모르겠다. 인생 까짓것 얼마나 된다고 말이다.

이제라도 좀 더 즐겁고 여유롭게 살아보려 하지만 사정이 따라 주지 않고, 건강도 허락하지 않는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는 우화와 같이, 어디 조용한 대나무 숲이라도 찾아가 “인생 아웅다웅 살지 맙시다.” 하고 외쳤으면 좋겠다.

그땐 알지 못했습니다.
꽃피고 새우는 봄날이
희망충만이라는 걸 몰랐습니다.

녹음방초(綠陰芳草) 우거질 때는
그것이 평안이라는 걸 몰랐습니다.

오곡백과(五穀百科) 무르익을 때는
그것이 축복이라는 걸 몰랐습니다.

그것이 행복이었고,
당신의 은혜였다는 것을…

아내가 쓰러져 병상에 있으니
눈보라 몰아쳐 오지만
이제라도 깨닫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어린아이가 평탄한 길 걸을 때는
엄마 손 뿌리쳤지만,
넘어지고, 자빠지면 엄마 손 찾듯이
주여! 이제라도 이 손 내밉니다.

주여! 간절히 비오니
이 종을 긍휼히 여기사
허우적대는 이 손 붙잡아 주소서. 아멘.

한영택

2020-04-24 06:54

백낙은 작가(목사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서재에서 인사드립니다.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고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하지만, 세월이 흘러서야 조금만 더 잘할 걸? 그땐 왜 그렇게 살았을까? 지나고 나서 후회하는 건 누구나 같으리라 생각합니다. 더 많은 것을 이루려 앞만 보고 가다가 늙어서야 그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 부족한 것이 인간이겠지요?

팔순 넘은 연세에 사모님의 건강까지 돌봐야 하시는군요? 쾌유를 바라며, 행복하시길 기도합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많은 것을 깨닫게 합니다. 할 수 있을 때 하자 다음은 없다, 놓치면 다시는 그 순간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요~~~ 삶을 돌아보게 하는 작가님(목사님) 글 다녀갑니다. 건강하십시오.


백낙은	시인님 안녕하세요. 들려 주시고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할 수 있을 때 하자 다음은 없다,"라는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은안하소서.	4/24 14:22

정찬열

2020-04-24 15:22

오랜만에 서재에서 인사드리게 되어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항상 존경함을 잊을수 없는 백낙은 목사님
"그땐 알지 못했습니다." 의미 깊은 글을 배람하면서
제자신도 그속에 살아왔지 았았는지 자문해 봅니다.

초년의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옛말처럼 살아보니
말년의 행복이 가장 값진 행복 으로 느낌을 갖습니다.
하루빨리 사모님의 건강이 쾌유하시여 못다한 말년의
행복을 찾으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손 모읍니다.
부족함이 많은 鳳岩 올립니다.


백낙은	봉암 작가님. 한걸음에 달려 오셨군요. 평소의 후의를 잊지 못합니다. 다만 봉암님 가정의 평화와 행복을 기원할 뿐입니다. 늘 건강유념하시고 좋은 소식 가끔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4/24 19:56

김상화

2020-04-25 08:03

안녕하세요. 백낙은 목사님
항상 궁금하였는데 이렇게 오셔서 반갑습니다
사모님께서는 어떠하신지요
한 번도 찾아뵙지 못해 송구한 마음입니다
빨리 사모님께서 건강 회복되시어 자주 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누구나 다 겪는 일이지만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무엇보다 목사님 건강이 염려됩니다
사모님도 회복되시고 목사님께서도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백낙은	김상화 작가님. 반갑습니다. 제가 글을 올리지는 못하고 또 댓글도 달지 못하지만 우리 수필서재 만큼은 한 번씩 둘려 보고 간답니다. 늘 건필하시고 또 강건하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감사합니다.	4/25 14:52

최하정 2024-01-02 21:20	안녕하십니까 백낙은 작가님 반갑습니다 12월에 등단하여 작가서제에 머물게되어 인사차 작가님의 멋진글에 들려 인사드립니다 감동적인 멋진글 배람하며 자주 뵈러 들어오겠습니다 좋은글 많이 집필하시고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홍성기 2024-05-03 10:10	존경하는 백낙은 작가님 곱게 빚으신 글 감동깊게 잘 배람하였습니다 무엇보다 목사님으로 많은 세월 보내시고 연로하신 몸으로 사모님을 돌보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특히 "어린아이가 평탄한 길 걸을 때는 엄마 손 뿌리쳤지만, 넘어지고, 자빠지면 엄마 손 찾듯이 주여! 이제라도 이 손 내밉니다. 주여! 간절히 비오니 이 종을 긍휼히 여기사 허우적대는 이 손 붙잡아 주소서. 아멘." 이 대목에서 깊은 공감을 가집니다 하나님께서 꼭 목사님의 기도에 응답해 주실줄 믿습니다 더욱 더 건강하시고 멋진 글들 올려주셔서 후배 작가들에게 큰 울림주시길 기도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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