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백낙은
ㆍ작성일	2015-11-05 19:56

ㆍIP: 118.xxx.62

십만 명 대 일의 쾌거(快擧)

십만 명 대 일의 쾌거(快擧) // 황우 목사 백낙은(원).

지난 10월 26일 내 생일 기념으로 보은 속리산 문장대를 등반한데 이어 오늘은 설악산 울산바위에 도전하기로 했다. 본래 계획은 1박을 하는 것이었으나 딸의 사정으로 당일치기로 결정했다.
인터넷으로 거리와 시간을 살펴보았더니 우리 집에서 283km로 4시간 20여분이 걸리는 곳이다. 좀 무리한 여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가을이 다 지나가기 전에 결행하기로 한 것이다.

아내와 큰딸을 동반하고 11월 4일 아침 6시에 집을 나섰다. 7번 국도와 자동차 전용도로, 일반도로, 그리고 동해고속도로 등을 거치는 여정이었다. 도로 사정이 비교적 원활하여 설악산 주차장에 도착하니 9시 40분경이었다. 준비를 갖춘 후 10시에 울산바위를 향해 출발하였다. 울산바위 까지는 3.6km로 왕복7km가 넘는 거리다.

본래 사람의 신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등산을 시작하면 적어도 3-40분은 지나야 등산모드로 변한다고 한다. 사람의 신체가 등반모드로 변할까 말까 한 거리가 흔들바위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흔들바위까지에 이르면 아직 신체가 등반모드로 변하기 전이므로 힘이 든다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여긴다.

흔들바위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니 스님들의 사리를 묻어둔 부도(浮屠·浮圖) 군(群)이 있는데, 인생의 허무함을 웅변적으로 말해 주는 듯하였다. 그리고 여기 저기 수 십 년도 더 된 소나무에 V자 형의 칼집을 내고 소나무의 피라고 할 수 있는 송진을 채취한 흔적들이 보였다. 이 또한 일제(日帝)가 한민족의 고혈은 물론 소나무의 피까지 빨아간 잔재라고 생각하니 악랄하게 공출을 해가는 것을 본 어릴 적 생각이 나서 마음이 아렸다.

내가 몇 년 전에 중국 천문산(天門山) 천문대(天門臺)의 1000개의 계단을 오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비하면 좀 수월하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올랐지만 그게 아니었다. 흔들바위 까지는 비교적 평탄한 길이었지만 거기서부터 1km 정도는 공포의 808계단이 시작되는 것이다. 깎아지른 그 계단 앞에서 포기하는 분들도 더러 보였다.

물론 이 울산바위는 과거 30여 년 전에 두 번 올랐었지만 그 때에 비하면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옛날에는 내려오는 사람이 다 내려올 때까지 비켜섰다가 올라가곤 했는데 지금은 쌍방통행이 가능했다.
그리고 단풍이 다 졌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했지만, 아직 단풍이 절정은 아니었다. 어떤 사람이 말한 것처럼 지금 신이 옷을 갈아입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날씨도 쾌청하여 등산을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등반을 시작한지 2시간 20여분 만에 드디어 해발 875m의 정상에 도착하였다. 울산바위 군(群)은 설악산의 풍경을 대표하는 수직 암릉(巖陵)으로 둘레가 4km에 이르는 여섯 개의 거대한 봉우리로 바닥에서 평균 200m 이상의 수직을 이루고 있었다.

본래 이 울산(蔚山)바위에는 구전(口傳)해 내려오는 전설 같은 이야기 하나가 있었는데, 옛날에 조물주가 금강산을 조성하실 때 전국에 있는 바위들을 모으고 있었다고 한다. 울산의 바위들이 금강산을 향해 가다가 설악산까지 도착했을 때, 금강산이 다 완성됐다는 소식을 듣고 그 자리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심 이번에 울산바위에 올라가 울산바위님께 여쭈어 보고 그곳이 싫으시다면 다시 영남 알프스 어디쯤으로 오시는 것이 어떠냐고 여쭈어 볼 심산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지명인 울산이 아니고, 기이한 봉우리가 울타리를 설치한 것과 같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하니 마음을 고처 먹었다.

오래 전에 들은 이야기지마는 설악산에 오는 10만 명 중에 한두 사람만 이 울산바위 정상에 오른다는 것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많은 사람들이 신흥사를 비롯한 암자에만 들렸다가 돌아가는가 하면,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올라 울산바위 쪽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 나머지도 흔들바위까지만 구경하고 내려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흔 여덟인 나와 일흔 넷인 아내가 함께 울산바위에 오른 것은 당연히 10만 명대 1의 쾌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감격스러움과 설레는 마음을 뒤로하고 되돌아 하산하여 집에 도착하니 장장 13시간 만인 오후 7시경이었다. 다음번엔 1439m의 소백산을 등정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을 가져본다.
(사진을 게재하지 못하오니 이해 바라오며 제 페이스북에 오시면 볼 수 있습니다. 주소 https://www.facebook.com/nakwoun)

김경렬 2015-11-06 16:00	`백낙은`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너무 무리하시는것 아니세요? 내외분의 노익장은 가히 금메달감 이로소이다. 지난번 공로패가 너무 약소해서 오늘은 황금 메달을 두분께 걸어 드립니다. 내년 봄에 가신다더니 따님께서 목사님 마음을 아시고 효도 여행을 기획 하셨나 봐요. 부럽 습니다. 그렇게 휘리릭 날아 오르 셨으니 .... 감탄이 절로 납니다. 저도 15년전에 올랐었는데 지금은 자신이 없어요. 목사님 덕분에 앉아서 등반을 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며칠 푹 쉬세요.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정찬열 2015-11-07 19:07	`백낙은`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황우작가님 나이는 숫자에 불가하다는걸 몸소 실천으로 거듭 나시는 어르신이네요 솔찍히 전 설악산을 관광 여행차 두번 갔을뿐 오늘 앉아서 설아산 울사바위를 등반했네요 하지만 기회가 있으면 목사님 연세 되기전에 가곱파 지네요 대단한 노익장의 과세에 소인 기가 죽습니다. 아뭏튼 설악산 울산바위 등반을 축하드립니다. 날씨도 추어집니다. 건강에 유념하시고 행복넘치는 주말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백낙은 2015-11-06 19:33	《Re》김경렬 작가님, 구경 잘하고 왔는데 공로패에 이어 금메달까지 주시니 날아갈 듯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한번 용기를 내어 보시라고 올렸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별 관심 없는 이야기인데도 늘 자상하게 답글 주셔서 고맙습니다. 늘 신의 가호와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백낙은 2015-11-08 09:36	《Re》정찬열 님, 정찬열 작가님. 날씨는 차츰 추워 지니 작가님의 건강이 매우 염려 됩니다. 많은 시간 할애하셔서 저까지 챙겨 주시니 고맙습니다. 작가님도 내외분이 자주 나들이 하시는 것으로 아는데 행복한 나날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여러가지 어려운 조건이나 환경과 싸워 이기시는 작가님이야 말로 진정한 승리자라 여깁니다. 건안 건필하소서. 샬롬을 빕니다.

보약으로 가득한 산야(山野).

그래! 자네 꿈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