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백낙은
ㆍ작성일	2015-12-24 19:42

ㆍIP: 118.xxx.62

오방 살 중 제3살(역마살)이야기

오방 살 중 제3살(역마살)이야기 // 황우 목사 백낙은.

지난번에 오방 살 중 제1살로 청록 살, 제2살로 공방 살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이제 제3살인 역마살(驛馬煞)에 대하여 생각해 보기로 하자.

역마살(驛馬煞)이란 옛날 역마(驛馬)처럼 끊임없이 밖으로 돌아치는 사람, 동분서주(東奔西走)하기에 바쁜 사람을 두고 역마살이 끼었다고 했다. 옛날에는 두 발로 걸어 다니던 시절이라 한양을 가더라도 보통은 한 달도 더 넘게 걸리던 시절이니 기다리는 사람은 답답한 나머지 역마살이 끼었나! 하고 탄식을 했음 직하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현대인들은 모두가 역마살이 끼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하다. 동분서주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에 있으며 이곳저곳을 다니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말이다. 눈알만 생겼다 하면 밖으로 나가는 세상이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좀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내가 추풍령에서 시무할 때인데 그때 저의 둘째 놈이 겨우 우리 나이로 네 살 일 때였다. 무슨 일인지는 잊었으나 잘못을 저질러 꾸중을 좀 했더니 집을 나가서 국도를 따라 하염없이 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시 달래서 데리고 돌아온 적이 있었다. 그 아들놈이 지금 쉰 살이 다 되어 가지만 그 후로도 사춘기 때 몇 번의 가출로 부모 속을 태우곤 했다.
요즘 젊은이치고 가출이라는 것을 안 해본 사람이 있다면 아마 명물이거나 골동품일 것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전화할 때도 제일 먼저 묻는 말이 “너 어디야”이다.

성경 창세기를 보면 “선을 행치 아니하면 죄가 문에 엎드린다.” 는 말씀이 있는데, 현대인들이 선을 행치 아니해서인지는 모르나, 문 앞에 자동차라는 것이 항상 엎드리고 있다. 뜰 아래 납작 엎드려 이제나저제나 주인 오기만 기다리다가, 주인이 조그마한 불쏘시개로 그 심장에 불을 지피면 제 몸통아리 망가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인의 뜻대로 달려간다. 눈보라 비바람 몰아쳐도 비포장 자갈길 험해도 주인이 가자는 대로 달리지 않는가?

사통오달(四通五達) 아니 팔통구달(八通九達)로 뚫린 고속도로는 몇 시간 내로 어떤 목적지이든 간에 도착하게 해준다. 좁은 땅덩어리에 생기는 거는 도로다. 이렇게 도로는 하루가 멀다고 생겨나도 얼마만 지나면 그 도로들이 차들로 만원사례(滿員謝禮)를 이룬다.

어디를 가도 놀고, 먹고, 자고, 즐기는 곳뿐이니 이를 어쩌면 좋다는 말인가. 그뿐 아니다. 산에 가도 사람들로 만원이고 바다를 가도 사람들로 만원이다.

그리고 명절이나 연휴, 또는 휴가철이 되면 민족 대이동이 시작된다. 어떤 피서지는 100만 인파가 붐빈다고 하니 역마살도 이만저만이 아닌 듯하다. 그래서 여름 휴가 시즌이나 연휴에 집안에 박혀 있는 사람은 병신 같은 취급이다. 텐트 하나만 짊어지면 어디든 갈 수 있고, 이제는 외국까지도 무사통과가 아닌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이 나라에 나 같은 늙은이마저 차를 가지고 있으니 차가 만원일 수밖에 더 있겠는가마는 이 일을 도대체 어쩌면 좋을지 필자도 막막하기만 하다.

외국엘 나가보면 유럽 선진국일수록 소형차들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소형차보다 대형차들이 더 많아 보인다. 크고 좋은 차를 타면 대우받던 시절의 사고가 아직도 남아 있어 그런 것으로 보이지만 안타깝기 짝이 없다. 그리고 요즘에는 도로에 나가면 외제 차들이 열 대당 한 대꼴로 보이니 한국이 참 잘 사는가보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거두절미하고 현대인은 역마살이 끼었다. 오방 살이 다 끝나면 내 나름대로 살풀이를 해 보려고 준비 중이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어서 속히 오방 살을 치료해줄 비방이나 사람이 나왔으면 좋으련만 지금으로써는 막막하기만 하여 한숨이 절로 나온다.

김경렬 2015-12-25 09:45	위원장님! 옛날 어른들이 장돌뱅이를 보고 역마살이 끼어서 그렇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납니다. 그들은 전국 방방곡곡을 장날마다 찾아가서 지방의 소식은 다 전해주었지요. 어린마음에도 집에는 언제가는지 궁금 했었어요. 살기위한 호구지책도 있지만 즐기기 위한 역마살이된 현실인것은 사실입니다. 고속도로는 언제나 자동차로 붐비고 주말이면 주차장을 방불케 하기도 하니 옳은 말씀입니다. 제4살을 기대 합니다.

장계숙 2015-12-25 14:08	역마살에 대해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만 좋은 속설로 하는 이야기는 아닌듯 합니다. 저는 이 눔의 역마살이 전혀 없어서 걱정입니다. 활동성이 없음이 아니라 뭐든 정적인걸 좋아하다 보니 동적인 일은 부담이 생깁니다. 성격도 한 몫하겠지요? 시인님의 비방도 궁금해집니다. 멋진 이야기 바로 알게 되니 감사한 마음입니다. 좋은글 행복하게 다녀갑니다.

백낙은 2015-12-25 17:46	《Re》김경렬 작가님. 옛날에는 장돌뱅이 같은 사람만 역마살이 낀줄 알았는데 지금은 모두가 그렇답니다. 모임 때 제일 어려운 것이 있다면 관광을 갈 목적지를 정하는 일이지요. 모두가 안 가본 곳이 없으니 곧 중구난방이 되고 만답니다. 세계 여행도 적어도 수 개의 나라를 안 가본 사람이 없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이젠 역부족인 듯합니다. 시인님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성탄의 평화가 함께 하시길 빕니다.

백낙은 2015-12-25 17:53	《Re》장계숙 시인님. 시인님은 별 걱정을 다 하십니다. 정적인걸 좋아하시는 시인님이야 말로 동양의 여성다운 품성을 지니셨고 글을 쓰시는 분으로서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성격이라 느낍니다. 그 정적인 것을 잘 살리시면 큰 보람 느끼실 때가 올 거라고 믿습니다. 성탄과 새해에 하늘의 평화가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궁금해 하시는 비방이라해 봐야 예수쟁이가 다른 비방이 있을리 있겠습니까? ㅎㅎㅎ 하여간 秘方을 좀 잘 마련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찬열 2015-12-25 18:22	황우작가님 "오방 살 중 제3살(역마살)이야기" 참 뜻깊게 배람했습니다. 어린적 어머님 한테 꾸지람에 섞어 많이 들은 말씀입니다. 물론 지금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성격은 어쩔수 없는 "역마살"탓인가 봅니다. 성탄절과 함께 맞은 연휴 의미 있는 시간 되시고 늘 편안 하시길 빕니다.^^ 베스트 셀러 작가상 수상을 다시한번 축하 드립니다.^^

백낙은 2015-12-26 10:35	《Re》정찬열 작가님, 어서 오세요. 작가님 같은 역마살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삿갓 모양으로 전국을 돌면서 詩作여행을 다니고 싶지만 여건상 못하고 있습니다. 또 연말이 되니 후회스러운 것들이 생기는군요. 작가님은 올해도 그렇지만 내년에는 더 후회없는 멋진 생을 경영하시기를 빕니다. 축하 감사합니다. 끊임없이 매진 하시는 작가님을 응원합니다. 샬롬.

혼자 노는 법을 배워두라.

꼭지딴 추어탕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