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백낙은
ㆍ작성일	2015-07-16 16:09

ㆍIP: 59.xxx.143

어르신이 없는 세상.

어르신이 없는 세상. // 황우 목사 백낙은.

언제부터인가는 잘 모르지만 나도 어르신이란 호칭을 가끔 듣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깜짝깜짝 놀란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 그러한 호칭을 들을 만한 자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옛날 우리가 어릴 때 만났던 어르신들은 근엄하다 못해 두려움의 대상이어서 젊은이들은 그 앞에서 오금을 펴기가 어려웠다. 어르신이 지나가시면 그 자리에 읍하고 서 있다가 어르신이 먼저 지나가신 다음에 자기 길을 가곤 했다. 그때 어르신들은 연세로나 지식과 경험 면에서 뛰어났고, 그뿐만 아니라, 외모로도 어르신이란 호칭을 받기에 부족하지 않았었다.

옛날 어르신들은 우선 외적으로 근엄함을 잃지 않았다. 한여름이면 속살이 다 보일 정도로 고운 길쌈 명주옷이나 삼베옷을 입었고, 겨울이면 한복에 마고자를 하고 긴 두루마기를 입었었다.
그뿐이 아니라, 상투를 틀고 갓을 썼으며 긴 수염을 휘날렸다. 코걸이 안경에 항상 장죽을 들고 다녔다. 만약 젊은이들이 예의에 어긋난 일을 하면 그 즉시 장죽으로 머리에 혹이 생길 정도로 불벼락을 내렸다.
그렇지만 어르신들의 그러한 행동에 대해서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 이유는 동리 사람 모두가 그들을 진정한 어르신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적으로도 갖출 것은 고루 갖추었기 때문에 어르신이었다. 그분들은 적어도 천자문은 물론, 논어, 맹자, 사서삼경은 다 읽은 분들이었다. 꼭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그들의 경험이 능히 인생의 지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지 않은가. 내가 어르신이란 호칭을 들을 때면, 과연 내가 그 호칭을 들을 만한 사람인가를 생각하며, 스스로 옷매무새를 다시 뒤돌아보게 된다.

오늘날에는 옛날 어르신들처럼 그러한 위엄을 가진 어른들이 내 눈에도 보이질 않을 뿐만 아니라, 나 역시 그렇다. 외형적으로도 상투는 고사하고 머리엔 검정 물감을 칠해 버렸고, 수염은 무슨 원수나 진 것처럼 보는 대로 밀어붙인다. 외형적으로도 근엄함이라고는 도무지 찾을 수 없다.

그뿐이 아니다. 특별히 나는 신학 공부를 한다고 했지만 그것도 어설프기 짝이 없다. 다른 지식 분야에서도 사서삼경은 물론 세계적인 명작들조차 변변히 읽지 못했고, 제1외국어인 영어도 장롱 속 언어가 되었다. 다른 분야에서도 지독한 문외한이며 지독한 외골수이다. 그런데 어찌 내가 어르신이란 호칭을 들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나이 든 사람은 있어도 어른이 없는 오늘이기 때문에 인륜이 땅에 떨어져 콩가루 집안이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부르는 어르신이란 호칭은, 한번 말해선 좀처럼 알아듣지 못해 두 번 세 번 곱씹어야 하고, 귀에다가 대고 큰 소리를 해야 하며, 눈도 어두워 사람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퇴물이라는 말로 들리기 때문에, 나를 몹시 서럽게 하는 호칭이 아닐 수 없다.
단순히 나이가 많은 것 때문에 듣는 어르신이 아니라, 모든 언행 심사와 행동거지가 정말 모범적이고 올곧아서 듣는 어르신이란 호칭이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백발은 영화의 면류관이라. 의로운 길에서 얻으리라.”는 말씀과 “젊은 자의 영화는 그 힘이요, 늙은 자의 아름다운 것은 백발이니라.”는 성경 잠언서의 말씀대로, 남은 세월 동안이라도 의로운 길을 걸어서, 백발이 더할 수 없이 자랑스러우며, 아름다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두 손을 모은다.

정찬열 2015-07-16 21:34	`백낙은`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황우 작가목사님 너무 겸손에 말씀입이다. 물론 유교 시절에 비할바야 못되는 시절입니다만 늘 근엄하시고 인자함이 베이신 작가님 께서는 너무 외람된 겸손인것 같습니다. 저역시도 탤런트 최불암 선생님의 연기처럼 존엄한 촌장역이 부러워 장래로망으로 생각도 했습니다만 날이갈수록 훌륭한 어르신 뵙기가 쉽지가 않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목사님에 "어르신없는세상" 좋은글 가슴에 담으며 拜讀하고 갑니다. 늘 건안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김경렬 2015-07-18 05:27	`백낙은`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어르신이 없는 세상! 열심히 배독하면서 부끄러운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된 시간이되었습니다. 구구절절 옳으신 말씀에 고개를 숙입니다. 어릴적 사람들이 아버지를 부르는'어르신'이라는 칭호가 참 듣기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학문이 높은 아버지는 지역의 멘토로 평생 사시면서 돈이 않되는 좋은일은 발벗고 하시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 올라서 잠시 추억속에 즐거웠습니다. 목사님께서는 평생 신도를 이쓰시며 훌륭한 성구속에 사셨으니 몸에베인 인격과 인자함에 고개를 숙여 읍하는 마음입니다.그렇게 겸손하시면 저희는 어쩌라구요. 개탄하시는 마음은 저도 동감합니다. 작금의 세대에 주시는 경고라 사료되어 감사히 배독하였습니다. 더위에 몸조심하시고 좋은 말씀 많이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이민아 2015-07-17 02:27	사랑의 백낙은 목사님! 낮에는 짙은 햇살로 여름이 얄미웁기도 하지만, 여름이 안겨주는 소중한 보물들이 많기에 감사로 더위를 이겨내고 있어요. 목사님께서도 건강히 지내고 계시리라 믿어요. 사모님께서도 평안함속에 거하시리라 믿어요. 목사님께서 들려주시는 글은 귀한 교훈도. 깨달음도, 감동도 있어 참 좋아요. 목사님께서도 어르신의 부르심을 마땅히 받아도 되신답니다. 좋은 모습의 어르신들이 저희 곁에 계시기에 아직도 우리나라는 반짝 반짝 빛이나는 아름다운 우리나라 같아요. 목사님! 자주 인사드리지 못해 죄송하지만, 저도 언제나 목사님, 사모님을 축복하고 있어요. 아름다운 글로 여름의 향기를 피어내시며, 목사님을 통하여 강팍한 마음들이 무너지며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귀한 글이 되기를 원합니다. 목사님! 평안히 계세요.

백낙은 2015-07-17 09:48	《Re》정찬열 님 , 제일 먼저 달려 오셨군요. 고맙습니다. 저는 솔직하게 겸손으로 말씀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제 부족을 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님이 탤런트 최불암 선생님 닮은 존엄한 촌장역이 부러웠다는 말씀듣고 보니 작가님이 맡으셨으면 잘 감당하셨으리라 여깁니다. 작가님의 댓글 격려 삼아 더 인격적인 어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은안하소서.

백낙은 2015-07-17 09:56	《Re》이민아 님 , 요즘 많이 바쁘신 것으로 아는데 제 서재를 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작가님이 제 글을 읽고 교훈도. 깨달음도, 감동도 받는다고 하셨는데 제가 깜짝 놀랄 말씀입니다. 제가 오랫동안 목회를 한고로 제 글이 설교조가 되지 않을까, 남을 교훈하는 글은 아닐까 하고 늘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어쩔 수 없이 종교색을 풍기는 것도 그렇고요. 작가님이라도 좋게 봐 주시니 안심입니다. 작가님은 모쪼록 차츰차츰 익어가는 시인이 되시고 노년이 되었을 때 어르신 이란 호칭을 듣기에 부족이 없는 인격자가 되시기 빕니다. 늘 정겨운 댓글 감사합니다. 주님의 은혜와 복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백낙은 2015-07-18 08:51	《Re》김경렬 작가님 댓글을 보면 없든 힘도 생깁니다. 멋지시고 훌륭한 어르신을 아버님으로 두셔서 헌신적이시고 등대 같으신 작가님 같은 분이 배출 된 것이라 여깁니다. 제가 등단하고 이런 좋으신 분 몇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 참으로큰 행복이랍니다. 다시 한 번 그 고마움을 전하면서 건안하심을 기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찬열 2015-07-18 12:20	《Re》백낙은 님 , 백낙은 소설분과 회장님 저의 댓글을 보시고 "탤런트 최불암 선생님 닮은 존엄한 촌장역" 아라는 글귀에 오해가 있으신것 같습니다 제뜻은 KBS"전원일기" 극중에 한마을의 존엄한 촌장역할 을 하시는 어른역할이 부럽드란 뜻이였습니다. 저의 댓글에 寡聞淺識으로 잘못 이해가 되셨다면 양해 해주시기 부탁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백낙은 2015-07-18 14:40	《Re》정찬열 작가님, 이래 저래 한 번 더 뵈니 좋습니다.이런 오해야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떻겠습니까? "한번 말해선 좀처럼 알아듣지 못해 두 번 세 번 곱씹어야 하고, 귀에다가 대고 큰 소리를 해야 하며, 눈도 어두워 사람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퇴물"이라 그런가 봅니다.ㅎㅎㅎ 저에게는 최불암 선생님 보단 작가님입니다. 좀 지났쳤나요? 웃고 넘겨 주세요. 감사합니다.

김경렬 2015-07-18 17:18	《Re》백낙은 님 목사님의 과분하신 말씀에 부끄러워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미진한 저에게 남은 여정을 알차게 보내라는 채찍으로 품고 살겠습니다. 저에게 감동을 안겨주신 고마움을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백낙은 2015-07-18 20:32	《Re》김경렬 님 , 자주 뵈니 좋습니다. 이웃 사춘이라는 말처럼 자주 만나니 먼 형제보다 나은 겁니다. 아브라함의 축복이 이삭, 야곱, 요셉, 그리고 그 후손에까지 계속 대를 이어 전해진 것처럼 축복의 강물이 계속 흐르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박목철 2015-07-20 19:15	지금 세대간 감정의 골이 너무 깊습니다. 인터넷 상에서는 노인들을 어서 죽어야 할 세대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합니다. 정치인 정동영이 말한 것이 사과는 했지만, 그들의 정서입니다. 소운도 -이빨이나 다 빠져서 죽어라- 이런 욕설도 듣숩니다. 사실 기분이 상하다가도 백낙은 작가님의 말씀데로 우리가 나이값을 했는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젊은이들이 좌파에 물들고 조국에 대한 적대감을 보이는 것, 다 우리의 자식이고 손주이지 하늘에서 떨어진 젊은이들이 아니란 점, 즉 우리가 제대로 교육을 하지 못한 잘못이 있습니다. 앞으로 작가님 말씀데로 -어르신- 이 어르신 다운 존경이 대상이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좋으신 말씀에 반성을 합니다. 좋은 날들 되시기 바랍니다. 백낙은 작가님,

백낙은 2015-07-20 20:36	《Re》박목철 작가님, 감사합니다. 작가님이 말씀 하신대로 모두 우리들의 자식이고 손주들인데 연민과 책임감을 느낍니다. 요즘 늙은이들의 세대는 먹고 살고 그리고 자식들 공부 시키느라 정신이 없던 시대라 여깁니다. 잘 살게는 해 놓았는데 빠뜨린 것이 많아 안타깝기 짝이 없습니다. 작가님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안하셔서 좋은 글 많은 가르침을 바라겠습니다.

참 좋은 세상이야!

고추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