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서석노
ㆍ작성일	2024-03-20 10:52

ㆍIP: 121.xxx.8

만화

나는 초등학교부터 만화를 무척 좋아한 것 같다.
만화를 즐겨 보던 시기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부터다.
당시 시골 면 단위 초등학생인 나는 학교에서 접하는 유일한 만화는 어린이 신문에 연재 되는 만화가 있었다.
우리 반의 내 뒷자리에 앉은 아이는 부잣집이라 그런지 학교로 배달되는 어린이 신문을 구독했다.
그 친구는 공부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으나 운동이나 놀이는 반에서 제일 이었고 우리 반에서 유일하게 어린이 신문을 구독하는 아이였다.
그러니 어린이 신문 하나로 으스대었고 그 친구가 다 보고 나면 차례대로 만화를 돌려 가며 보여 주지만 심술이 나면 다시 회수해서 보여 주지 않을 때는 속이 상했다.
숙제가 있으면 항상 나에게 부탁하면 도와줘서 나하고는 친한 편이라 내가 만화를 보는 순서는 빨랐다.
나는 수업 시간에도 몰래 만화를 보고 책이나 노트에 만화를 따라 그리는 습관이 생겼고 선생님께 들켜서 벌도 서곤 했어도 선생님의 사랑을 많이 받은 것 같다.
나는 학교 미술반에서 꽤 그림을 잘 그려 학교 대표로도 나가고 교실 뒷면에 포스트나
학교생활 등을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우리 반에서는 내가 항상 도맡아 도운 탓이다.
또 다른 만화 볼 기회는 저녁이면 모이는 친구 집이 있는데 중학생인 친구 형이 만화를 좋아해서 그런지 그 집에 가면 만화를 볼 수 있다.
친구가 형 몰래 만화를 가져오면 나는 엎드려 만화에 정신이 팔린다.
어떤 날은 친구 형이 허락하여 친구 형 방에서 만화를 같이 보면 너무 재미가 있어 킥킥거리며 웃다가 공부하는 형한테 혼나기도 하고 만화를 보는 대가로 잔심부름도 했다.
운이 좋은 날은 만화를 빌려서 집에서 볼 수 있다.
호롱불 아래서 만화를 보면서 재미가 있어 다시 반복해서 보다 보면 만화 내용을 다 기억하고 만화에 나오는 재미있는 말들이나 장난도 따라 하다 보니 나는 어느새 성격이 밝고 개구쟁이 성격으로 변한 건 만화의 영향이 크다.

나의 만화사랑은 중학교에 들어가도 변하지 않았다.
중학생 당시에 인기 많았던 소년 신문은 청소년의 소식도 전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2~3편 실려 있는 연재 만화와 소설이다.
소년 신문은 중학교 각 학급으로 배달되는데 우리 반은 두 명이 구독했다.
한번은 교무 선생님이 맡은 수학 시간에 몰래 보다가 걸려서 몰래 본 나도 빌려준 아이도 교실 뒤에서 한 시간 동안 손을 들고 벌을 섰고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에게 전달되어 구독하던 아이들은 빌려주지 않았고 나는 소년 신문의 만화가 더욱 궁금했고 어떤 방법을 쓰던 보고 싶었지만 딱히 방법이 없어 고심하고 있었다.
소년 신문을 구독하게 해 달라고 아버지께 부탁하니 어림도 없었고 용돈도 못 받던 시절이라 답답하던 어느 날 신문 지국장이 우리 교실에 구독 홍보하러 왔다.
구독료는 매월 내지 않고 필요에 따라 조금씩 갚아도 되며 늦어도 6개월 이내에 갚으면
되고 소년 신문은 여러분의 공부나 진로에 많은 도움이 된다며 구독을 권장했다.
다음날 우리 반에서 여러 명이 구독을 신청하여 나도 어떻게 갚을 방법이 있겠지 하며
덜컥 신청했다.
이젠 당당한 구독자가 되어 신문을 받아 볼 수 있었고 급우에게 부탁하지 않아도 되고 신문은 집에 가져와 동생들에게 생색도 내고 심부름도 시키며 행세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구독료를 어떻게 낼 것인가 하는 고민도 했으나 아직 까지는 시간도 남았고 막연히 어떻게 될 거라는 마음으로 넘겨 버리곤 했다.
그러나 시간은 어김없이 지나가고 약속한 기일이 되었으나 나는 신문구독료를 내지 못했고 덜컥 구독한 자신이 한심했다.
여러 번 학교에 찾아온 지국장님은 나를 불러 신문구독료를 독촉했고 나는 차일피일 미루지만 아무런 대안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국장님이 방과 후 신문지국에 들러라 하신다.
아버지에게 사실을 알리면 혼이 날 각오로 지국에 가니 나에게 한 가지 제안했다.
“학생이 못 낸 6개월 치 신문구독료를 갚을 돈이 없으면 앞으로 몇 개월 동안 학교에 신문을 배달하여 밀린 구독료를 갚으라는 것이다.
딱히 다른 방법도 없어 나도 순순히 응했다.
평소보다 30분 빨리 집을 나서니 아버지께서 철들었다며 기특하게 생각하셨는데 그 속사정은 말 못하고 등교하면서 지국에 들러 신문을 받아 학교로 가서 교무실과 교실마다 돌리고 교장 사택까지 배달해야 했다.
무거운 책가방에 신문 뭉치를 들고 학교에 가서 배달할 곳을 분리해야 한다.
교무실, 중고등학교의 남학생 반, 여학생 반, 교장 사택, 양호실, 음악실 등이다.
처음 힘들었던 건 사춘기 중인 내가 남녀 공학이던 중고등학교에서 남녀 반이 따로인 여학생 교실에 들어가는 것이 제일 고역이다.
학생모를 깊이 눌러 쓰고 여학생 교실의 문을 열고 교탁 옆에 신문 뭉치를 놓고 돌아서는데 장난기 있는 여학생들이 우~~ 하며 소리를 지를 때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 되어 도망치듯 나오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여학생 교실도 아무렇지 않게 되었고 상급반 형들의 편지도 전해주는 사랑의 전령사(?)도 자처했다.
그렇게 본의 아니게 전교에 얼굴을 팔고 다녀 사춘기의 낯가리는 습관도 없어졌나 보다.
나는 4개월 동안 신문 배달하여 구독료를 갚았고 지국장님이 조금 더 일하여 용돈이라도 벌라 하셔서 다음 학생 구할 때까지 2개월을 더하고 신문 배달을 그만두었다.

중학교 2학년 2학기부터 만화도 즐겨 봤으나 소설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보는데 주로 세계문학전집이나 한국 문학전집과 역사소설 특히 삼국지와 초한지는 나에게 많은 정신적 성장을 준 것 같다.
고등학교 진학하면서 만화는 조금씩 멀어져갔다.
대신 소설에 집착하며 많은 책들을 읽었고 수업 시간 외에는 거의 책 속에 빠졌었다.
나의 독서욕은 대학에서도 계속되었다.
대학 졸업 무렵부터 이공계 자격시험 공부에 매진하면서 소설은 접할 시간이 없었다.
그때 다시 접한 것이 만화였다.
소설과 달리 단순하고 깊이 생각이나 부담이 없는 탓인지 공부하다가 힘이 들면 만홧가게에 가서 만화를 보며 머리를 식히곤 했는데 만화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 덕분에 자격취득과 원하던 직장에 취직하여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소설과 만화는 나에게 많은 호기심과 정서적 성장을 주었고 특히 만화는 창작성이 소설보다 이해가 빠르고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삼국지나 초한지는 세 번 이상 읽었는데도 만화로 출간되어 다시 읽으며 소설보다 편안하고 이해도 빨리하게 되었다.
직장생활에서 인생의 도전인 어려운 자격시험에 도전했다.
이 자격시험은 합격률도 극히 낮았고 논술로 답안지를 작성하는 인생의 어려운 도전으로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서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가정생활, 친구, 여행 등 시험공부 기간은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어려운 시험이었다.
때로는 포기하고 싶었고 좌절감도 느꼈다.
피로와 스트레스는 쌓여만 가며 고군분투하며 공부하던 중 책장에서 오래전 보던 만화를 발견하고 무심코 만화를 뒤적이다 점점 빠져들었다.
만화를 끝까지 보고 난 다음 이상하리만큼 기분이 안정되고 스트레스가 없어졌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만화방에 가서 만화를 빌려서 공부 2시간 하면 만화 10분을 보며 스스로 보상을 해주었다.
신기하게도 만화는 공부로 받는 피로와 압박감 해소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
만 2년의 신고 끝에 나는 원하는 시험에 합격했고 만화의 도움이 컸다고 자부한다.
중년이 지난 지금도 인터넷이나 책자로 접하는 만화를 보며 일상의 피로와 무료함과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받곤 한다.
만화는 내 인생의 스승이고 동반자이다. 나는 만화가들의 창의성을 높이 평가하고
그들의 작품에 찬사를 보낸다. 끝

장계숙 2024-03-21 09:59	만화를 좋아 하셔서 글을 잘 쓰시나 봅니다. 자신이 열망하는 것에 스스로가 돌파구를 찾아 노력하는 모습은 참으로 멋진 일입니다. 저도 책을 좋아해서 그 맘을 이해합니다. 그림과 글이 섞인 만화는 최고의 예술이지요. 쉽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해서 우리 아이들 어릴적에 만화책으로 세계사도 공부하고 우리나라 역사도 공부했답니다. 즐거운 추억 함께 하며 감사함으로 배람했습니다.

서석노 2024-03-21 10:35	장계숙 작가님 감사합니다. 어릴적 부모님께 공부 안하고 만화 본다고 혼도 많이 났지만 만화야 말로 책보다 이해가 빠르더군요 지금도 가끔 만화를 봅니다.

설날 고향 길